백업_1

250104 설국

솔찬--* 2025. 1. 27. 18:37

 

250104 설국

PC 루이 르슈타인

KPC 시몽 리브르

 

----
 
 

당신은 어느 조용하고 편안한 기차 안에 앉아있습니다.

 
 
어제 눈이라도 내린 것인지,
 
 
창밖의 세상은 온통 새하얗게 물들어 있습니다.
 
 
설국이라 표현해도 좋지 않을까요.
 
 
지나다니는 사람 없이 새하얗게 물든 산과 들,
 
 
야트막한 건물들을 바라보며
 
 
당신은 고요하다는 표현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정갈하고 고요한 겨울 풍경이군요.
 
 
당신이 앉은 객실은 특실인 것 같습니다.
 
 
좌석은 넓고, 좌석과 좌석 사이 거리도 제법 확보되어 있습니다.
 
 
의자를 뒤로 젖힌다든지, 발을 조금만 움직여도 앞좌석을 차게 된다든지 하는 문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네요.
 
 
그래서인지 기차 특유의 소음도 적습니다.
 
 
어쩐지 잠이 오는 것 같은 진동과 약한 소음 정도입니다.
 
 
기차 내부는 세련되고 세심하게 잘 꾸며져 있습니다.
 
 
연식이 약간 있어 보이지만, 정갈한 느낌입니다.
 
 
주 조명조차 간접조명 형식이라 그런지 기차 안은 약간 어둡습니다.
 
 
아니, 창 밖이 환한 것일지도요.
 
 
 
: 이런 상황은 당신에게 흔하게 일어나는 일인가요?
 
어떻게 행동하실 건가요?
 
 
루이 르슈타인:(자연스럽게 가방에서 책을 꺼낸다. 평소에도 기차를 타고 근교로 여행을 가끔씩 갔었기 때문이다.)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면, 맞은편 자리에서 설국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이
 
 
문득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봅니다.
 
 
창밖이 환해서, 혹은 기차 안이 어두워서 얼굴을 정확하게 알아볼 수는 없습니다.
 
 
 
? :풍경이 참 좋네요.
 
 
루이 르슈타인:(그제야 맞은편을 바라본다.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여전히 책을 펼친 채로, 긍정하듯 창 밖을 한 번 바라본다.) 눈이 이렇게 많이 내린 건 오랜만인 것 같아요.
 
 
 
? :이렇게까지는, 간만이긴 하죠. 그 책은 무슨 책인지 물어봐도 되나요?
 
 
루이 르슈타인:(책을 힐끔 내려다보고는) 독일인의 사랑이요. 막스 뮐러라는 독일 작가가 쓴 책이죠.
 
 
 
? :아하. 들어본 것도 같네요. 애인이 읽는 걸 옆에서 본 적이 있어요. 독서랑은 친하지 않아서 읽지는 않았지만요.
 
어때요, 당신 취향인가요?
 
 
루이 르슈타인:음. 제 취향이니까 읽고 있는 거겠죠? (떨떠름하게 대답한다. 모르는 사람과 긴 대화를 나눌 만큼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었던 탓이다. 하지만 이 대화는 끝이 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 :펼쳤는데 취향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그래도 끝까지 읽는 타입이신가?
 
 
루이 르슈타인:초반에 별로였다면 덮었겠지만, (절반정도 읽은 책을 보라는 듯 들어보인다.) 이만큼 읽었으면 취향인지 아닌지 알 때는 지났죠?
 
 
 
? :으흠.
 
(그리고 잠시 조용해졌다가) 어디로 가는 길인가요?
 
 
루이 르슈타인:(그제야 자신이 어디로 가는 길이었는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주머니를 뒤적거려도 기차표는 나오지 않는다. 버렸나? 하지만 창 밖에 눈이 이렇게 쌓인 것을 보니 남쪽으로 가는 기차는 아닐 것이다. 아무리 멀리 가도, 다시 파리로 돌아가기는 어렵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 기차의 종점까지?
 
 
 
: 루이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 길인지 떠올리려 하나요? 떠올리려 한다면 지능 판정, 굳이 생각하지 않는다면 판정 없습니다.
 
루이 르슈타인:(어디로 가는지는 알아야 할 것 같았다. 내일이 무슨 요일이었더라?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만약 평일이라면 출근은 해야 했기 떄문이다.)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어디 보자, 내일은...
 
 
무슨 요일인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당신의 이름이나 다른 기억들은 그럭저럭 떠오르지만
 
 
지금 여기 왜 있는지, 어쩌다 여기 탄 것인지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어쩐지 떠올리려 할 수록 멍한 기분이 듭니다.
 
 
 
? :낭만적이군요. 종점까지 갔다가 또 모르는 기차를 타고 떠나는 그런 여행인가요?
 
 
루이 르슈타인:여행보다는 나들이 같은 거죠. 종점에서 내린 뒤에 다시 파리로 돌아가야 해요... 출근은 해야 하니까요.
 
그쪽은 어디까지 가시는데요?
 
 
 
? :간혹 어딘가로 가는 길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던데, 당신도 그런 쪽인가 보군요. 나는... 글쎄요, 종점에 도착하기 전에는 내릴 예정입니다.
 
 
루이 르슈타인: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자신이 어딘가로 향하는 과정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던가? 고민에 빠진 채다. 확실히 여행을 가는 길이 주는 설렘이 있었지만 보통은 목적지에 도착한 뒤의 경험이 더욱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하지만 굳이 상대방의 말을 정정하지는 않는다.)
 
 
마침 대화가 끊긴 사이,
 
 
저 멀리서 객차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철제 카트를 끌고 있는 승무원이 들어옵니다.
 
 
승무원은 나직하게 사람들에게 물어보고는 무언가를 카트에서 꺼내주고 있습니다.
 
 
 
? :아마도 음료나 가벼운 다과 서비스를 주고 있는 모양이에요.
 
 
이윽고 승무원은 당신 앞까지 다가옵니다.
 
 
"저희 열차는 특실 고객 여러분들을 위해 최상의 다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음료나 스낵이 준비되어 있는데, 혹시 필요하신 것 있으신가요?"
 
 
메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스파클링 워터와 크루아상 샌드위치
 
 
2) 석류알로 장식된 생과일 파르페
 
 
3) 레드와인 한 잔과 올리브, 포도알을 올린 카나페
 
 
 
? :나는 와인 한 잔 하려는데, 당신도 같이 할래요?
 
 
루이 르슈타인:흠. 와인과 샌드위치를 받을 수는 없나요? 탄산수를 안 먹어서... (승무원에게 묻는다.)
 
 
승무원이 선뜻 샌드위치와 와인 한 잔을 제공합니다.
 
 
"평온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러고는 카트를 밀며 다음 칸으로 이동합니다.
 
 
 
? :탄산수를 안 먹나요?
 
 
루이 르슈타인:물에 왜 굳이 탄산을 넣는지 모르겠어요. 차라리 콜라를 마시고 말지. (손으로 샌드위치를 뜯어 한 입 먹는다.)
 
 
 
? :오, 그러면 탄산수보다 수돗물 파인가요? 난 나쁘지 않던데. 물론 그걸 마시느니 와인이나 커피를 시키겠다는 쪽에는 동의하지만.
 
 
샌드위치는 잘 포장되어 있지만, 뜯어보면 대충 만들어진 기성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평온해지는 맛이네요.
 
 
이대로 쭉 열차를 타고 이 시간을 만끽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루이 르슈타인:(평화롭다... 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샌드위치를 마저 해치우고 와인을 한 입 마신다. 아침부터 술이라니! 평소였다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지만, 오늘은 왠지 괜찮을 것 같았다. )
 
 
 
? :서운하네. (한 발 늦게 잔을 내민다.)
 
 
루이 르슈타인:아. (잔을 가볍게 부딪힌다. 모르는 사람과 잔을 맞댈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있던 차였다. 상대방을 힐끔 보고는) 많이 외향적인 성격이신 것 같네요.
 
 
 
?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렇죠. 그리고 이런 곳에서 마주치는 사람일수록 편하게 대할 수 있지 않나요? 다시 보지 않을 테니까.
 
 
루이 르슈타인:저는 주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기차를 타는 사람이라서요. (그렇게 말하곤 어깨를 으쓱인다. 실제로도, 루이는 이미 일상에서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그런데 모르는 사람과도 또 관계를 쌓아야 한단 말인가? 다시는 보지 않을 거라는 이유 하나로? 예전엔 자신도 그런 관계를 꽤나 좋아했었던 것 같지만, 지금은 혼자 있는 시간을 늘리고 싶었다. 어쩌면 나이를 먹은 탓인지도 몰랐다. 적어도 여행을 좋아하던 때의 자신은 지금보다는 어렸으니까ㅡ물론 그 때도 적은 나이는 아니었지만ㅡ.)
 
 
 
? :지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런 건가요?
 
 
루이 르슈타인: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고, 그냥 혼자 있고 싶은 거죠. 저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요.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 그래, 이게 가장 중요했다. 그런 곳에서라면 자신은 그저 풍경의 일부가 되어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그게 잘 안 될 것 같네요.
 
 
 
? :왜요, 말 많은 동승객 때문인가? (키득거린다.) 그러고 보니 당신 이름은 뭔가요?
 
 
루이 르슈타인:눈치가 영 없는 사람은 아니었네요. (상대방을 따라 웃고는) 루이 르슈타인이라고 해요. 그쪽은?
 
 
 
? :루이. 나는... 시몽이라고 불러요. 성을 알려줬다간 그걸로 부를 것 같으니.
 
 
루이 르슈타인:시몽? (문득 익숙한 이름이 들려 상대방의 얼굴을 바라본다. 시몽이라는 이름이 그리 특이한 이름도 아니었고 상대방이 자신이 아는 그 '시몽'일 확률은 더더욱 낮았지만...)
 
 
상대방의 얼굴은 여전히 보이지 않습니다.
 
 
어렴풋이 손이며 다리, 얼굴의 윤곽 같은게 보이는 것도 같지만...
 
 
꿈속에서 보이는 얼굴들처럼 어딘가 흐릿한 인상으로만 일렁거립니다.
 
 
 
? :네, 시몽. 듣기 좋네요.
 
 
루이 르슈타인:성은요? (하지만 여전히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상대방이 그 '시몽'이었다면 진작 자신을 끌어안아주었겠지만 말이다. 아, 어쩌면 자신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지 않고서야 상대방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안 보일 수가 있단 말인가? 꿈이라고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기도, 기분이 조금 서글퍼지는 것 같기도 했다.)
 
 
 
? :(어깨만 으쓱 들어올린다.) 주변에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나요?
 
 
루이 르슈타인:(마음에 들지 않는 눈빛으로 상대방을 쳐다본다.) 아뇨. 그냥 궁금해서요.
 
 
 
? :드디어 나한테 관심이 좀 생겼나 보군요. 하하, 내 성은...
 
 
그때 갑자기 뒷자리에서 와장창! 하는 소리가 납니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면,
 
 
어떤 사람이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벌떡 일어서 있습니다.
 
 
옆에 앉은 사람이 어떻게든 진정시키려 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잠깐, 진정하세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에요..."
 
 
"시끄러워!!!"
 
 
격분한 사람이 부들부들 떨면서 외칩니다.
 
 
바닥에는 엎어진 물과 채 다 먹지 못한 스낵이 뒤집어져 나뒹굴고 있습니다.
 
 
 
? :갑자기 웬 소란이람.
 
 
상대는 당신에게 몸을 기울이면서 속삭이지만,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격분한 사람이 희번뜩한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이쪽 자리의 두 명을 발견한 겁니다.
 
 
가장 가깝게 앉아 있었으니, 운이 나빴네요.
 
 
"나는... 나는 인정할 수 없어... 없다고!!!"
 
 
그가 성큼성큼, 이쪽으로 다가옵니다.
 
 
다분히 위협적인 자세입니다.
 
 
 
: 언제나 가장 좋은 방법은 먼저 행동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의 분노를 가라앉히거나, 행동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요?
 
 
루이 르슈타인:무슨 일이시죠? (일단 차분하게 묻는다. 무슨 일인지 알아야 행동을 하든 뭘 하든 할 게 아닌가?)
 
 
 
?? : 아니, 이게 말이 됩니까? 우리가, 그게, 그럴 리가......
 
 
남자가 횡설수설하며 머리를 부여잡습니다.
 
 
진정할 기미가 안 보이네요.
 
 
루이 르슈타인:(심각한 상황ㅡ갑자기 병이 도졌다거나 하는ㅡ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심리적인 문제인 것 같은데...) 말을 하셔야 도울 방법을 찾든 하죠. 승무원을 불러드릴까요? 몸이 안 좋으신 거면 의사를 찾는 방송을 하든 해야 할 테니까요.
 
 
 
: 설득 판정 해볼까요?
 
 
루이 르슈타인:
설득
기준치: 40/20/8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적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모습에 문득 정신이 들었는지 그의 태도가 누그러집니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요... 인정할 수 없어... 당신도... 나도... 우리가 모두..."
 
 
한결 진정될 찰나, 뒤늦게 승무원이 두세 명 달려옵니다.
 
 
루이 르슈타인:우리가 뭐요? 다 같이 죽기라도 했대요?
 
 
그리고 아까보다는 저항이 덜한 상대를 다른 칸으로 데리고 나가려는데,
 
 
당신의 말에 승무원 한 명이 돌아봅니다.
 
 
"네, 죄송합니다. 가끔 이렇게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분들이 계셔서..."
 
 
그때 다시 격분한 남자가 몸부림을 쳐서, 승무원은 말을 하다 말고 급하게 나갑니다.
 
 
...
 
 
승무원의 말로 미루어보아, 당신은 죽었습니다.
 
 
그렇지만...
 
 
갑자기 이렇게 죽었다고 말해봤자, 설득력이 있을 리 없잖아요.
 
 
하지만 이 이상한 열차는?
 
 
이상하도록 아름다운 설국의 풍경은?
 
 
 
: 루이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나요? 충격받는다면 이성 판정을 합니다.
 
 
루이 르슈타인:
SAN Roll
기준치: 40/20/8
굴림: 1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이성 -2
 
 
꿈처럼 몽롱한 가운데 마치 추위처럼,
 
 
어쩔 수 없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온 몸으로 밀려들고 소름이 돋습니다.
 
 
 
? :루이?
 
 
루이 르슈타인:(크게 실감이 나지 않기 때문일까?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자신이 죽을만한 이유는 떠오르지 않는다. 실제로도 자신은 쉽게 죽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얼떨떨한 얼굴로 맞은편을 다시 바라본다.) 그쪽은 알고 있었어요? 죽었다는 거요.
 
 
 
? :(끄덕이고는 잠시 고개를 숙이고 말이 없다.) ...당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나나요?
 
 
루이 르슈타인:전혀요. 그쪽은 왜 죽었는데요?
 
 
 
? :난 당신 이야기가 더 궁금한데요. (망설이다가) 혹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아니겠죠?
 
 
루이 르슈타인:기억이 안 난다니까요. (귀찮은 듯 대꾸하고는) 혹시 알아요? 그쪽이 알려주면 생각이 날지.
 
 
 
?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말해봐요. 그러면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던데.
 
당신이 말하면, 나도 하나 말해보죠. 이대로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한 채로 죽어도 상관없다면, (어깨를 으쓱인다.) 그대로 책을 읽으면 되고요. 하지만 난 당신과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루이 르슈타인:당신이 왜 죽었는지 알려주면 내가 왜 죽었는지도 생각날 수도 있다는 말이었죠. 같은 이유로 죽었을지 또 알아요? (작게 웃으며)
 
 
 
? :다 같이 기차 사고로 죽었다거나. (따라 웃는 소리가 들린다.) 난 그렇게 죽지는 않았어요.
 
만약에 당신이 죽는다면, 무슨 이유로 죽었을 것 같아요?
 
 
루이 르슈타인:(평범한 이유는 아니었겠죠. 속으로 작게 읊조린다. 루이 자신도 궁금했다. 자신이 대체 어떻게 죽을 수 있었는지 말이다. 흡혈귀를 죽이기 위해서는 은을 써야 했는데, 은이란 것은 무기 따위로 쓰기엔 값이 꽤 나가는 물질이었다. 자신과 같은 존재들이 이야기 속 괴물이 되어버린 지금과 같은 시대에선 더더욱 말이다.) ...뭐, 원한을 사지 않았을까요? 그게 아니라면 설명이 잘 되지 않네요. 제가 보기보다 튼튼해서요.
 
 
? :누구한테 원한을 살 것 같진 않은데. 짐작 가는 사람은 없어요?
 
 
 
루이 르슈타인: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제가 죽었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그놈한테 죽었겠거니, 했겠죠. (흡혈귀를 사냥하러 다니는 집단이 아직도 건재하고 있는 걸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종교적 사명 따위를 위해 인생을 바치기엔 과학이 너무 발전했고, 자신이 그들을 마지막으로 봤던 19세기에도 그 조직은 허물어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젠 그쪽 얘기나 좀 해보죠.
 
 
? :원한 살 일이 없는 사람은 역시 다르네요. 하하... 뭐가 궁금해요?
 
 
루이 르슈타인:뻔한 것 아니겠어요? 당연히 왜 죽었는지가 궁금하죠.
 
 
 
? :아마 당신이랑 비슷한 이유일 거예요. 이쪽도 '보기보다 튼튼'하거든요.
 
그런데 당신은 죽었다는 데도 별로 놀라운 것 같지 않아 보이네요.
 
 
루이 르슈타인:뭐... 실감이 안 나니까요. 창 밖에 천사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유황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었고, 죽을 당시의 기억이 있지도 않고. 별로 죽은 것 같지도 않아요. 그냥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죠. (말을 끝맺은 뒤, 조용히 있다가 괜히 옷을 들춰본다. 몸에 큰 상처 같은 게 있나?)
 
 
 
? :...뭐 해요? (작게 웃는다.) 당신 삶을 되짚어가다보면 떠오를지도 모르죠. 그래... 직업은 뭐였나요?
 
 
루이 르슈타인:누구한테 칼이나 총을 맞아서 죽은 걸지도 모르잖아요. (아무런 상처도 없는 몸을 보고는 아쉬운 듯 매무새를 정리한다.) 차라리 피가 났으면 납득하기 쉬웠을텐데.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쳤어요. 그 전에는 문학교사를 했고, 그 전에는 학생이었죠.
 
 
 
? :강사에, 교사에, 학생이라. 평온한 삶이었겠네요.
 
 
루이 르슈타인:꼭 그렇지도 않죠. 전쟁중이었으니까요. 어느 나라에서 살다 죽은 거예요?
 
 
 
? :파리요. 하던 사업이 운좋게도 잘 풀려서 승승장구하고 있었죠. 전쟁 중이었다면 공습이나 테러일 수도 있겠네요. 징집됐었어요?
 
 
루이 르슈타인:나도 파리에서 살다 왔는데 꼭 다른 도시에서 살다 온 것 같네요. 그쪽은요. (어쩌면 독일인이거나, 독일군에 물건을 대던 사업가일지도 모르고 말이다. 어깨를 으쓱이고는) 징집은 안 됐어요. 징집됐던 사람들도 물론 있었지만 뭘 해보기도 전에 함락됐으니까요. 파리는...
 
 
 
? :그런가요? (의외로 예리한 통찰에 웃음을 터뜨린다.) 그때쯤이면 나는 파리에 없었거든요... 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어땠어요? 잘 맞았나요?
 
 
루이 르슈타인:거의 십 년을 했으니 잘 맞았던 거겠죠? 그런데 교수보다는 교사라는 직업이 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물론 공부도 재미있었지만, 공부보다는 누구를 가르치는 게 적성에 더 잘 맞았던 것 같거든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아마 잘렸을지도 모르죠. (장난스레 웃는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계속 교사로 살았을 거예요.
 
 
 
? :어쩐지 의외네요. 아이들을 좋아한다니. 그런데 왜 교사를 그만두고 대학으로 갔어요?
 
 
루이 르슈타인:특정한 계기가 있는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을 떠올리려는 듯 인상을 찌푸린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에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겠다거나, 어떤 비밀을 꼭 밝히고야 말겠다거나... 하는 류의 거대한 목적 따위는 자신의 삶에 없었다. 그래서일까? 기억이 나지 않았다.) 뭐, 공부에 미련이 남았었나보죠. 대학때 했던 공부로는 성에 차지 않았거나.
 
 
 
? :...공부에 미련이 남아요? (믿기지 않는 걸 넘어 거의 경악한 어조다.) 오, 미안해요. 너무 놀라서.
 
 
루이 르슈타인:뭐, 그럴 수 있죠. 보통 사람들은 공부를 재미없어 하니까요. (의례적으로 웃어주고는) 그쪽은 사업가라면서 공부와는 거리가 꽤 멀었던 모양이네요.
 
 
 
? :사업가란 사람을 잘 굴리면 그만이거든요. 내가 그쪽으로는 타고났어요. 그러다 보니 딱히 사업을 할 생각이 아니었는데도 일이 그렇게 흘러갔죠... 갤러리를 운영했어요.
 
당신 얘기나 더 해볼까요. 대학에선 어땠어요? 거긴 적성에 안 맞았나?
 
 
루이 르슈타인:그렇군요... (묘하게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문장들에 불편함을 느낀다. 상대의 말을 대강 한 귀로 흘려들으며) 처음엔 조금 힘들었죠. 모르는 애들밖에 없었으니까요. 공부를 하는 것도 어려웠고. 그래도 좋은 친구들을 사귀어서 결국엔 졸업장을 땄어요. 옆에서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었거든요.
 
 
 
? :그렇군요. 가족이었어요? 애인?
 
 
루이 르슈타인:음. 둘 다? (괜히 낯간지러운 기분이 들어 창 밖을 바라본다.)
 
 
 
? :(시선을 돌린 옆얼굴을 응시한다.) 지금쯤 슬퍼하고 있겠네요.
 
 
루이 르슈타인:제가 죽었다는 걸 모를걸요. 헤어진지 좀 됐거든요. 10년인가...
 
 
 
? :그래요? (잠시 말이 없다가) ...죽은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도 떠오르는 게 없어요?
 
 
 
: <지능> 판정
 
 
루이 르슈타인: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의 죽음.
 
 
당신이 직접 체험한 그 죽음...
 
 
죽음의 순간은 어땠나요?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물리적이든 정신적이든 사회적이든, 죽음으로 당신의 등을 떠밀었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이었나요?
 
 
희미하게 떠오르는 기억을 붙잡아봅니다.
 
 
 
: 당신이 왜 죽었는지 묘사해주세요. 정말로 당신을 '죽인' 그 이유를 떠올리게 되면 다시 이성 판정을 합니다.
 
 
루이 르슈타인:총이 있었어요. 옛날부터 가지고 있던 총이... (인상을 찡그린 채 창 밖을 바라본다. 무언가가 떠오를 듯 말 듯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강렬하게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거대한 상실감이었다. 끝없는 슬픔과 비참함, 처절함을 동반하고 있는 그런 상실감 말이다. 루이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자신은 죽고 싶었고, 자신을 붙들어줄 사람도 없었고, 상황이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도 없었다. 그래서... 결국 그 고통을 스스로 끝맺기를 택했다. 오로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1 1-떠올림 2-못떠올림
 
 
 
: 당신을 죽인 바로 그 이유를 떠올리고 이성 판정을 합니다. 성공하면 1d2, 실패 시 1d4의 이성이 감소합니다.
 
 
루이 르슈타인:(점령군은 전쟁이 끝나갈 기미가 보이자 도시를 더 강하게 탄압했다. 그것은 최후의 발악과도 같은 것이었고 탄압이 극심해질수록 저항도 거세졌다. 연합군이 곧 상륙할 것이라거나, 독일군이 대패를 했다거나... 하는 그 모든 소식들이 저항군을 고무시켰다. 그러니 자신이 돕던 제자들이, 꼭 살아남았으면 하던 이들이 형장에서 목숨을 잃은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불행하게도 자신은 철저하게 혼자였고, 그 절망의 수렁은 너무 깊어서 영원히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자신을 그 안에서 건져내줄 사람들도 이미 목숨을 잃은 뒤였으니 자신에겐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었다. 그뿐이었다.)
 
SAN Roll
기준치: 38/19/7
굴림: 39
판정결과: 실패
 
2
 
 
 
: 이성 -2
 
 
 
? :총. (당신이 말을 이어가길 기다리는 듯 가만히 응시한다.)
 
 
루이 르슈타인:자살했던 것 같아요. 아마도요.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나지 않겠다는 기색이 역력한 얼굴이다.)
 
 
눈앞에 있는 이의 얼굴이 햇볕에 희미하게 드러납니다.
 
 
당신을 응시하는 황갈색 눈동자, 검은 머리카락 같은 것들이 누군가를 떠오르게 합니다.
 
 
 
? :왜인지 말해줘요.
 
 
루이 르슈타인:들어서 뭐하게요? 이미 다 지난 일인데.
 
 
 
? :왜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는지 알고 싶으니까. 당신은 말하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나에게 알려주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죠.
 
 
루이 르슈타인:모르는 사람이니까 굳이 말을 안 하는거죠. (재미있다는 듯 웃는다.) 이미 죽은 사람이 뭘 할 수 있다고요?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본다. 자신이 죽은 이유를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 행위를 함으로써 과거를 되짚게 되는 것이 싫었다ㅡ물론 설명하기도 귀찮았고 말이다ㅡ.)
 
 
 
? :모르는 사람으로 생각하기로 결정한 건 아니고요? (따라 웃는다.) 난 당신에 대해 많이 아는데.
 
 
루이 르슈타인:뭘 아는데요? (흥미로운 듯 묻는다.)
 
 
 
? :공부라면 질색하면서도, 새로운 걸 배우는 건 좋아하는 거? 모르는 곳에 가보는 걸 좋아하지만, 익숙한 곳을 그리워하는 것. 긴 머리를 늘 묶고 다니면서도 정작 자르지는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알죠.
 
 
루이 르슈타인:(그게 자신인가? 곰곰이 고민해본다.) 머리카락에 관한 것만 빼면 대부분 다 그런 성격일 것 같은데요... 새로운 걸 좋아하고 익숙한 걸 그리워하는 거요.
 
 
 
? :어쨌든 맞다는 거잖아요. (이것보라는 듯 어깨를 으쓱 들어올린다.) 더 말해볼까요?
 
 
루이 르슈타인:됐어요. 그렇게 두루뭉술하게 말 하는 건 누가 못해요? (작게 하품을 하고는 팔짱을 낀다. 금방이라도 눈을 감고 잠에 들 기세다.) 그나저나 이 기차는 언제 멈춘대요?
 
 
 
? :종점에 도달하면 멈추겠지. (창밖을 가리키면 여전히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다.) 여기서 뛰어내려서 걸어가보는 건 어때? 같이.
 
 
루이 르슈타인:...달리는 기차에서 뛰어 내리자고요? 혹시 더 살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죽은 거예요? (어이가 없다는 어투로 되묻는다.) 죽은 사람이 다시 한 번 죽으면 살아날 수 있을 거라거나, 하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니죠?
 
 
 
? :글쎄... 너는 더 살고 싶지 않은 것처럼 들리는걸.
 
 
루이 르슈타인:그러니까 자살한 것 아니겠어요? 뭘 당연한 걸 묻고 그런담.
 
 
 
? :널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 말이야.
 
 
루이 르슈타인:글쎄요... 이미 다 죽어서. (어깨를 으쓱인다.) 차라리 잘 된 건지도 모르죠. 이대로 가면 다시 만날 수 있을테니까요.
 
돌아가고 싶으면 그쪽이라도 뛰어내려요. 승무원들은 내가 막아줄테니까. (장난스레 미소짓는다.)
 
 
 
? :슬슬 가야 할 때가 되긴 했지. ...영원히 평온해지고 싶은 마음도 이해해. 세상은 너에게 친절했던 적이 없으니까. (나에게도, 라는 말은 삼킨다. 자기연민에 빠지는 건 그에게 정말 끔찍한 기분을 선사했기에 그는 언제나 의식적으로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해왔었다. 눈앞에 앉아 있는 이가 아니었다면, 마지막 순간까지도 삶을 들여다보기를 거부하며 삶으로부터 유리되었을 것이다.)
 
 
 
<관찰> 판정
 
 
루이 르슈타인: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 :루이, 창 밖을 봐.
 
더 빨라지고 있어. ...시간이 없어.
 
 
상대의 손가락을 따라 창밖을 바라보면,
 
 
창밖의 풍경이 아까와는 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열차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열차의 소음도 아까보다 조금 더 커졌습니다.
 
 
 
? :종착지가 머지않았어.
 
 
루이 르슈타인:날 알아요? (아리송한 표정으로 맞은편을 바라본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온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요?
 
 
 
? :(허탈한 웃음을 터뜨린다.) 네가 알려줬잖아.
 
그것도 아주 오래 전에.
 
 
저 멀리 어두운 설산이 보입니다.
 
 
둥글게 휜 강을 떠라 길게 휜 철길 저 멀리 앞에,
 
 
설산이 보이고, 어두운... 어둠이 보입니다.
 
 
잘 보면 그것은 터널 같은 게 아닙니다.
 
 
그것은 그저... 어둠입니다.
 
 
이 새하얀 풍경의 흩날리는 눈발이 그 어둠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당신은 본능적으로 저 어둠이야말로 이 열차의 종착지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가 본능적으로 기대하는,
 
 
영원한 안식이 저 앞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 :이 설국은 아름답고 평온하지. 정말로.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이대로 영원히 앉아 있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나는 이 아름다운 설국보다, 네가 있는 비참하고 잔인한 현실을 더 원해.
 
 
 
시몽:그래서, 데리러 왔어.
 
 
상대의 모습은 이제 선명합니다.
 
 
그는 당신을 안심시키려는 듯 애써 미소 짓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앞에서 명백하게 기다리고 있는 영원한 안식에 대한 두려움 역시 숨길 수 없는 모양이에요.
 
 
그리고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감정으로 눈물이 고인 눈.
 
 
두렵고, 무섭고,
 
 
하지만 당장이라도 당신을 꽉 끌어안고 위로하고 싶은 표정으로.
 
 
 
시몽:선택은 네가 하는 거야. 하지만 나에게도 한 번 더 기회를 줄 순 있겠지. 영원히 네 옆에 있을 수 있도록...
 
 
열차의 속도는 이제 미친 것 같습니다.
 
 
주변 풍경은 이제 형체조차 갖추지 못한 검은 얼룩과 흰 빛의 소용돌이처럼 변해가고,
 
 
윙윙거리는 바람소리는 두꺼운 차체와 창문을 가르고
 
 
귀를 뚫어버릴 듯이 요란하게 주변을 메우고 있습니다.
 
 
아무도 일어설 엄두조차 나지 않는 속도로,
 
 
열차는 돌진합니다.
 
 
검은 어둠을 향해.
 
 
정신적인지, 물리적인 것인지 알 수 없는 충격이 온 몸을 강타합니다.
 
 
기차의 맨 앞부분이 어둠에 충돌한 것입니다.
 
 
여태까지의 고요함이 이상할 정도의 소음이 온몸을 뒤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저 앞에서부터 열차는 검은 어둠에 먹혀들어가면서 바스라집니다.
 
 
새하얀 먼지처럼, 흩날리는 얼음가루처럼,
 
 
아니면 이곳을 모두 덮어버릴 흰 눈송이처럼...
 
 
그래요, 설국의 일부가 되는 거예요.
 
 
그곳은 아주, 아주 평온할 겁니다.
 
 
놀랄 만큼의 소음 속에서도 시몽의 목소리는 이상할 만큼 또렷하게 들립니다.
 
 
 
시몽:내 손을 잡아, 루이.
 
 
이것이 마지막 선택지라는 것은 자명합니다.
 
 
당신은 어떻게 행동하나요?
 
 
루이 르슈타인:(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시몽을 바라본다. 당신도 결국 죽은 건가요? 그래서 돌아오지 못한 건가요? 그렇다면 대체 언제... 묻지 못한 질문들이 왱왱거리며 귓가를 맴도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할 때가 아니라는 사실은 자명했다. 루이는, 정말 오랜만에 죽음의 공포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눈 앞에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끝'은, 이미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인지한 뒤에도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공포감을 느끼게 했다. 루이는 시몽의 손을 잡았다. 자신이 정말로 이 열차에서 뛰어내리게 될지, 결국엔 그의 손을 놓기를 택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당장은 그와 닿고 싶었다.) ...이곳에서 나가면요? 당신도 내 옆에 있는 거예요?
 
 
 
시몽:(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그는 그저 손을 내밀 뿐이었다. 다른 시간에서 만난 그의 삶을 데리고 돌아가기 위해, 그를 삶으로 돌려놓기 위해. 자신과 그 모두의.)
 
 
루이 르슈타인:(덜컥, 다시 한 번 두려움이 밀려온다. 끝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그리하여 자신이 이제껏 살아온 삶과 이루어 온 모든 것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류의 두려움은 아니었다. 그것은 시몽과 다시 헤어지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 자신이 도망쳐온 비참한 현실로 홀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나만 돌아가는 거예요? 당신 없이?
 
 
 
시몽:나도 몰라. (고개를 저으며 손을 더 꽉 맞잡는다.) 하지만 네가 살아 있었으면 해. ...시간이 없어, 어서. 나와 함께 가겠다고 해줘... 루이.
 
 
루이 르슈타인:그럼 이것만 말해주세요. 당신은 살아 있어요? (두 손으로 그의 손을 붙든 채, 간절한 얼굴로 시몽을 바라본다. 시몽 리브르는 살아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만이 루이의 선택에 필요한 전부였다. 그것이 긍정적인 것이든, 루이가 바라지 않던 그 대답이든 말이다.)
 
 
 
시몽:(눈을 크게 떴다가 허탈하게 웃는다. 그것만큼은 대답할 수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잡아당긴다.)
 
 
귀가 멀 것 같은 굉음 속에서,
 
 
존재를 뒤흔드는 충격과 진동 속에서 당신이 그의 손에 당겨지는 순간,
 
 
어느새 당신의 객차에까지 죽음같은 어둠이 밀려듭니다.
 
 
숨이 막힐 것 같은, 텅 빈, 시간도, 공간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어둠입니다.
 
 
형언할 수 없는 그 어둠이 덮쳐옵니다.
 
 
숨이 막혀와요.
 
 
너무나도 끔찍하게 비어 있는 어둠입니다.
 
 
당신이 너무 늦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온몸이 산 채로 갈려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이대로라면 부서져버리겠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눈을 뜨려 하지만,
 
 
온 몸이 너무 무거워요.
 
 
눈꺼풀 하나 깜박이는 것조차 너무 힘듭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이대로 박살나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왜애애애애애애애애애앵ㅡ
 
 
'루이!'
 
 
귀울림이 너무 심해서 잘 들리지 않지만, 누군가 당신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당신은 굳게 잡은 손의 온기에 의지해서,
 
 
눈을 뜹니다.
 
 
잠깐, 잡은 손이요?
 
 
누구 손을 잡고 있었더라?
 
 
지나간 온기가 현실과 당신을 연결합니다.
 
 
눈을 뜨면, 방 안입니다.
 
 
당신이 기억하던 그 죽음의 순간. 그 직후의 상황입니다.
 
 
당신의 몸에서 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피가 카펫과 바닥을 물들이고
 
 
당신은 홀로 누워 있습니다.
 
 
방금 전의 혼란스러운 기억은 뭘까요.
 
 
어떤 것이 현실이고 어떤 것이 환상일까요.
 
 
현실과 피안을 넘나드는 혼란스러운 환상 속에서 천천히 눈을 감습니다.
 
 
아니, 확실한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당신의 손을 잡았던 온기와 그 끄덕임.
 
 
그래요,
 
 
죽을 뻔했다가 간신히 돌아온 당신의 설국에는
 
 
분명 그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
 
 
...
 
 
----

'백업_1' 카테고리의 다른 글

220623 하얀 기침이 터져나올 때  (0) 2025.06.09
221223 12시의 도밍게즈 Ch. 1  (0) 2025.01.24
220924 도화영홍 (1/3)  (0) 2025.01.15
230515 몽중유람 (2/3)  (0) 2025.01.15
230601 낙영난상지 (3/3)  (0) 2025.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