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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4 도화영홍 (1/3)

솔찬--* 2025. 1. 15. 14:48

 

220924 도화영홍

w. Cleef

PC 윤화영

KPC 연선화

 

 

 

바라건대, 그저 그대 곁에 있게 하소서

 
......
 
......
 
도화국 185년 모월 모일,
 
오늘도 도성 안 저잣거리에는 아이들의 노랫소리 요란합니다.
 
언제부터 시작된 소문일까요?
 
며칠 사이 온 도성에 퍼진 이 소문은
 
아무리 이 나라 가장 높은 곳에 앉은 그대라 하여도 무시할 수 없는 종류의 것입니다.
 
진정으로 이 나라가 멸망하려는 것일까요?
 
연선화:전하,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윤화영:뻔히 보이면서 묻는구나. 왜, 심심한가?
 
연선화:(할 말을 잃은 듯 화영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제 눈이 멀어버린 모양이죠.
 
윤화영:그럴 만하지. 날도 좋은데 밖에 나가 있어도 좋다. 나도 이 놈들을 읽어야 하고. (탁자 옆에 쌓인 두루마기들 중 하나 들어올린다.)
 
연선화:주인을 홀로 내버려두고 놀러 나가는 호위무사가 어디 있어요? (화영의 맞은편에 털썩 주저앉아 두루마기를 힐끔 훔쳐본다)
 
윤화영:내가 놀러가라고 했던가? 문 밖에 서서 바깥 구경이나 하라는 뜻이지. (읽던 두루마기를 선화에게 밀어버리고 다른 걸 집어 읽는다. 같은 말이라면 한 번에 모아 올릴 것이지.) 에이, 됐다. 네가 좀 읽어보거라.
 
연선화:그게 노는 거 아닌- (당황한 기색으로 두루마기를 집어든다) 무슨 내용인데요?
 
윤화영:나라가 저주받았으니 제라도 올리란다. 기왕 내 앞까지 올라온 상소니 이 놈을 제단에다 올릴까 싶어. 어떤가?
 
연선화:이왕 올릴 거면 나이 많은 인간보단 더 어린놈을 올려야 하지 않을까요? 신도 혀가 있는데. (손에 쥐고있던 두루마기를 조심스레 내려놓고는 화영의 눈치를 살핀다) ...전하는 정말 나라가 망할 거라고 생각하세요?
 
윤화영:망하길 바라는 놈들은 있지. 내 그 놈들을 싹 다 잡아다 바쳐야겠어. (빈 집무실을 응시하며 중얼거리다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돌아본다.) 아니면 어린 널 올려버릴까?
 
연선화:나라가 망하면 그분들도 갈 곳이 없을텐데, 이상하네요. (화영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씩 웃는다) 저는 천것이라 신께서 더 싫어할 걸요. 이왕이면 때깔 좋은 놈을 갖다 바쳐야죠.
 
윤화영:갈 곳이 없다니? 땅은 남아. 사람도 남고. (볼을 쭉 잡아당긴다.) 잘 먹어서 실하군. 딱이겠어.
 
연선화:전하께서 잘 먹여주신 덕이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대꾸하며) 아무래도 소문을 낸 놈을 갖다 바치는 게 제일 좋겠어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윤화영:잡아내야지. (볼을 잡고 좀 더 흔들다 놓아준다.) 이제 간언도 할 줄 아는군. 내가 호위를 아주 잘 뒀어. 그렇지?
 
연선화:으. 아파요. (괜히 앓는 소리를 내며 볼을 문지른다) 이참에 검 쓰는건 때려치고 공부나 할까봐요.
 
윤화영:옛 선인들 이르시길 네 분수에 맞는 일을 하라 하셨다. 책 펴놓고 졸 시간에 검이나 한 번 더 휘두르거라.
 
연선화:농담도 못하겠네... (작게 투덜거리고는 몸을 일으킨다) 저는 소문 낸 놈을 잡으러 나가볼 생각인데, 같이 가시렵니까? 전하께서는 나돌아다니는 걸 좋아하시잖아요.
 
윤화영:말 한번 불경하게 하는구나. 어디로 가려고?
 
연선화:그럼 목이라도 치시던지요. (장난스레 대꾸하고는) 글쎄요, 일단 나가면 길이 보이지 않을까요?
 
윤화영:허이고... 그래. 잠행 준비를 하라 이르거라.
 
선화가 재빠르게 방을 나섭니다.
 
이 이상한 소문은 대체 어디서 온 걸까요?
 
소문이 사실이라기엔, 이 나라는 여태껏 평화로웠습니다.
 
당장 풍년이 들고 겨울 걱정이 없다며 감사의 제를 하늘에 올린 것이 몇 달 전이었는걸요.
 
게다가 사흘 후면 복사꽃이 만발하는 이 계절을 축하하기 위한 축제,
 
도화제(導華祭) 역시도 열릴 예정입니다.
 
이런 시기에 멸망이라니요!
 
그런 불길한 단어가 어울릴 리 없습니다.
 
보세요, 오늘도 하늘이 저리 청명하고 아름답지 않던가요?
 
평화로운 도성 안을 그대 눈으로 확인하고 나면 걱정이 조금이나마 가실지도 모릅니다.
 
설마 별 일이라도 있겠어요?
 
비록 오늘도 복사꽃은 피어나지 않았지만...
 
따사로운 봄의 햇빛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한낮의 시간,
 
궁궐의 옆문을 통해 바깥으로 빠져나오면 두 사람이 지나가기 적당한 넓이의 돌담길이 이어집니다.
 
그 사이를 걸어 얼마 즈음 지났을까요?
 
눈앞으로 펼쳐지는 것은 그대가 사랑하는 이 나라의 눈부신 일상입니다.
 
윤화영:선화야 눈부시다. 우산 좀 들거라.
 
연선화:(우산을 고쳐들며) 어디로 모실까요?
 
윤화영:저잣거리로 나가자. 길을 따라 걸어봐야겠다.
 
당신과 선화는 저잣거리로 향합니다.
 
왁자지껄한 목소리들이 그대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수많은 이들이 지나치고 모여드는 이곳은 가히 도성의 중심지라 할 수 있겠지요.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거나 소문을 듣고 싶다면, 이만한 곳이 없을 겁니다.
 
윤화영:선화야. 물건들에 정신 팔리지 말고 귀를 잘 열어두거라.
 
연선화:제 귀는 항상 열려있는데요...? (말꼬리를 흐리며 화영을 돌아본다)
 
윤화영:(판정은 저 녀석이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일단 귀를 열어본다.)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왁자지껄한 목소리 사이로, 사람들의 대화가 들려옵니다.
 
대화를 나누던 이들은 불길한 이야기는 그만두자며 자리를 뜹니다.
 
곧 축제이니, 불길한 소문을 입에 올릴 필요는 없겠지요.
 
연선화:(어느새 거리에 가득한 물건들, 간식들을 구경하고 있다)
 
윤화영:(걷다 보니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살에 눈 찌푸리고 돌아본다.) 여봐라-
 
연선화:(아차, 하는 표정으로 다시 우산을 씌운다. 주위를 둘러보고는 화영의 귓가에 속삭인다) 전하. 팔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 갓을 하나 사는 건 어떠신가요? (그리고는 온갖 갓과 손수건, 사탕 따위를 파는 노점상을 가리킨다)
 
윤화영:떨어질 것 같으면 다른 팔로 얼른 바꿔 들거라. 왜, 사고 싶은 거라도 있느냐?
 
연선화:... (왼손으로 우산 들고 아쉬운 듯 사탕을 훔쳐본다) 사고 싶은 거라뇨. 저는 그저 전하가 걱정되어서 그렇죠. 제 불찰로 전하 피부가 익어버리면 어떡해요?
 
윤화영:음? 방금 뭐라 하였느냐? 궁에 계신 주상께서 아시면 당장 네 목을 자르실지도 모른다. 예끼.
 
연선화:아이고, 제가 실수했네요. 나으리. (잠행 중이라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갑작스레 긴장되는
기분이 들어, 우산을 제대로 고쳐든다) 이번엔 어디로 모실까요?
 
윤화영:(허어, 웃다가 고갯짓한다.) 사탕이나 골라보거라.
 
연선화:사탕 먹으면서 돌아다닐 나이는 지났는데요. (작게 중얼거리며 재빠르게 좌판 앞으로 다가간다. 우산은 제 손에 든 채다) 저는 복숭아 사탕이 먹고 싶습니다. (어서 오라는 듯 화영을 빤히 바라본다)
 
윤화영:복숭아 사탕이라. 그리고?
 
연선화:그리고요? (예상했던 대답이 아닌데... 재빠르게 눈을 굴린다. 딱히 갖고 싶은 것이 없다) 복숭아 사탕 세 개?
 
윤화영:세 개면 되겠어? (웃음을 터뜨리며 행상에게 어디서 났는지 모를 주머니를 내민다. 주머니 가득 채워달라 하고 값을 치른다.) 자. 한창 자랄 땐데 이 정도는 먹어야지.
(사탕 한 주머니를 사고도 남을 정도로는 당연히 돈을 챙겨왔다!)
(나는 이 나라의 왕이다!)
 
 
상인:(주머니를 받아들고는 화영을 힐끔 바라본다) 요즘 복숭아 값이 오른 건 알고 있제? 꽤나 비쌀 것인디...
 
윤화영:(하..)
재력
기준치: 80/40/16
굴림: 7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윤화영:
기준치: 50/25/10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상인:크흠, 흠. (화영이 건넨 돈을 만족스럽게 받아들고는 주머니에 사탕을 한가득 담아 선화에게 건넨다) 이건 이쪽놈 거... 그리고 이건 가면서 하나 드슈. (화영에게 설탕이 두껍게 입혀진 탕후루 하나를 건넨다)
 
연선화:나으리도 간식이 생겼네요!
 
윤화영:(받아들어 선화에게 넘긴다.) 보기만 해도 입이 달다.
 
연선화:(한 손에는 우산, 다른 손에는 사탕 주머니를 들고 있다) ...나으리가 드시는 게 나을 것 같지 않으세요?
 
윤화영:싫다. (주머니를 연화의 소매 안쪽에 넣는다.) 자... 다음은 어디로 가볼까.
(1.기루 2.주막 1)
나온 김에 기루에 들르자. 잘 따라오너라.
 
연선화:예? 대낮부터요!? (어처구니 없다는 듯 화영을 바라보다가 이내 따른다)
 
당신은 기루로 향합니다.
 
밤이 되면 수많은 불빛들이 빛나고 웃음소리 만개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아직 햇살이 밝은 지금은 그 문이 단단히 걸어 잠겨 들어갈 수 없습니다.
 
저녁 즈음에 다시 오는 게 좋겠어요.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희미한 술 냄새와 분 냄새가 여즉 나는 것도 같습니다.
 
윤화영:쯧. (혀 차고 주막으로 향한다.)
 
연선화:그것 보세요. (작게 한숨을 쉬고는 화영을 졸졸 따라간다)
 
당신은 주막으로 향합니다!
 
기루는 문을 닫았지만, 주막은 열었겠죠.
 
커다란 주막은 도화국 곳곳에서 온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주막에 들어서려 하면...
 
 
주모: (한숨을 푹 내쉬며) 아이고, 누가 또 왔어? 자리 없으니 썩 나가요! 바빠 죽겄네!
 
무래도 축제 근방이라 손님들이 지나치게 많은 모양이에요.
 
(*아무래도)
 
기루에 주막까지...
 
운이 안 좋네요!
 
연선화:(화영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없이 사탕주머니를 건넨다)
 
윤화영:(입 벌린다.)
 
연선화:나으리는 손이 없으세요? (쏙 넣어줌)
 
윤화영:너는 손이 비는 걸 보니 그새 탕후루 하나를 해치웠구나. (입 안에서 사탕을 굴리느라 발음이 샌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갯짓한다.) 더 걷자꾸나. 왔던 쪽으로.
 
연선화:대낮부터 돌아다니려니 배가 고파서요. (우산을 다시 한 번 고쳐잡고는 화영을 쫓는다) ...소문이 어디서 시작된 걸까요?
 
윤화영:왕자놈들, 신하들. 짚이는 곳이야 많지.
...그런데 배가 고프다고? 벌써?
 
연선화:뭐라도 찾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괜히 땅을 바라본다) 아까는 한창 자랄 때라고 하셨으면서...
 
윤화영:(이마를 가린 두건을 툭 친다.) 그래. 네 녀석 배부터 채워야겠다. 주리면 얼마나 주렸다고 울상이긴.
 
연선화:그렇게 고픈 건 아니고요... 사탕 먹으면 돼요. (사탕을 하나 더 물고는 화영의 등을 떠민다) 자, 다른 곳으로 가요, 나으리.
 
윤화영:보자... (느긋하게 걸어 학관으로 향한다.)
 
당신은 선화와 함께 학관으로 향합니다.
 
장차 나라의 녹을 먹을 이들이 수학하는 곳입니다.
 
열띤 목소리들이 문 바깥까지 들려오고 있어요.
 
이곳에는 당신을 알아볼 이들이 여럿이겠지요?
 
굳이 방해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연선화:전하가 오셨다 이를까요? (속닥인다)
 
윤화영:뭣하러? (선화의 우산 아래 숨어 안으로 슬쩍 들어간다. 무슨 이야기들을 그렇게 나누고 있나 들어본다.)
 
윤화영: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59
판정결과: 실패
 
책을 낭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진작 전부 읽었던 책들이죠.
 
윤화영:선화야. 저게 무슨 책인고?
 
연선화:? (화영을 빤히 바라보며) ...제가 알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윤화영:허어... (부러 혀를 찬다.) 됐다. 가자.
 
연선화:들어가서 알아보고 올까요?
 
윤화영:이번엔 어디로 가볼꼬. 어디 놀러가고 싶은... 음? 됐다. 한 권 내줄 테니 나중에 네가 읽어보거라.
 
연선화:놀러가다뇨, 전하... 소문엔 관심도 없으신 겁니까? (한숨을 푹 내쉰다)
 
윤화영:아랫것들이 그런 걸 알겠느냐? 너 봄구경이나 시켜주려 나온 것이니 자... 어디가 좋겠느냐. 복숭아 나무라도 보러 갈까?
 
연선화:온 천지에 복숭아 나무가 가득인데, 어떤 복숭아 나무요? 전하께서 앞장 서보시지요.
 
윤화영:그래, 그래. (느긋하게 걸어 왔던 길로 돌아간다. 강이 나올 때까지 쭉 걷는다.) 날이 좋구나.
 
연선화:(우산을 들고 졸졸 따라간다)
 
날이 참 좋습니다.
 
백성들이 만들어내는 행복한 소음과 사방에서 흘러 들어오는 풀내음까지...
 
이번엔 어디로 가볼까요?
 
윤화영:나오니 좋지? 궁 안에선 할 일도 없을 텐데.
 
연선화:예? 궁에서 할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연습도 해야하고, 연습도 시켜야 하고, 전하도 지켜야하고, 절 싫어하는 놈들이랑도 싸워야 하고요. (한참이나 조잘대다가) ...그래도 여긴 평화로워서 좋네요. 아무도 저희의 정체를 모르잖아요.
 
윤화영:아, 척진 놈들이 있어? (웃음기 띤 목소리다.) 하루 온종일 내 옆에 붙어 있는데 어쩌다 미움을 샀느냐.
 
연선화:전하의 곁에 붙어 있으니 미움을 사는 거지요... (말꼬리를 흐리다가) 무서워서 호위무사도 못 해먹겠습니다.
 
윤화영:그래? 어디의 누군데.
 
연선화:혼내주기라도 하시려고요?
 
윤화영:혼쭐을 내줘야지. 도성 밖에 걸어둘 것이다. 말해 봐.
 
연선화:고작 그런 이유로 살생을 저지르는 왕을 누가 좋아해요? (장난스레 웃고는) 폭군으로 기록되시면 안 되죠.
 
윤화영:어이쿠? (가만히 쳐다보다 따라 웃는다.) 제법 문관 같구나. 자. 강을 건너야 하니 날 좀 업어보거라.
 
연선화:
기준치: 50/25/10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선화는 말없이 당신의 옷자락을 붙들고, 어디론가로 향합니다.
 
그렇게 향한 곳에는...
 
커다란 돌들이 반대편까지 이어지는 길을 말들고 있습니다.
 
연선화:(돌에 올라가본다. 튼튼한 것 같다!) 전하. 이리 오세요. (화영을 향해 손을 뻗으며)
 
윤화영:오호라. (돌에 올라가 손을 잡는다. 그대로 반대편까지 건너간다.) 탁 트이니 좋구나.
 
윤화영:
기준치: 50/25/10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돌길을 조심조심 건너던 당신은...
 
발을 헛디디고 맙니다!
 
윤화영:어이쿠.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바지가 잔뜩 젖었어요.
 
궁 밖이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윤화영:그러게 업으라 하지 않았느냐.
 
연선화:둘이 젖는 것보단 하나가 젖는 게 낫지 않습니까? (착게 웃음을 터뜨리며 화영을 일으킨다) 아주 시원해 보이시네요.
 
윤화영:불경한지고... (혀를 차며 마저 건넌다.) 나중에 고뿔이라도 들면 매질을 해야겠다.
 
연선화:에이, 설마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새 옷을 좀 얻어올까요?
 
윤화영:벗겨오려고? 됐다. 날이 좋으니 두면 마르겠지.
민가 구경이나 하자.
 
연선화:사람 사는 게 뭐가 재밌다고요. (투덜거리면서 따른다)
 
당신은 선화와 함께 민가로 향합니다.
 
짚으로 지붕을 얹은 초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 아이들 ]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만연하고, 구석에 위치한 [ 서당 ]에서는 소리 높여 글 읽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어요.
 
윤화영:(아이들에게 걸어간다. 뭘 하며 놀고 있나?)
 
아이들은 딱지치기를 하고 있습니다.
 
당신에게는 별 관심이 없는 모습입니다.
 
윤화영:나는 저 놈이 이길 것 같다. (선화에게 소근댄다.) 너는?
 
연선화:흠. (화영이 고른 아이의 상대를 가리키며) 그럼 전 저 아이에게 걸어야겠네요.
 
딱지치기를 하는 두 아이, 그리고 둘러싼 아이들까지...
 
열기가 점점 고조되고 있습니다!
 
윤화영:지면 소원을 들어주는 거다. 보자...
기준치: 50/25/10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연선화:전하께서 제게 비실 소원이 뭐가 있다고.
기준치: 50/25/10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이겨라, 이겨라! 소리치는 아이들 틈에서
 
화영이 고른 아이의 딱치가 넘어가고 맙니다.
 
아쉬움과 환호성이 뒤섞인 길바닥 한 가운데에서, 아이들은 그제야 당신과 선화를 발견합니다.
 
 
먹쇠:(아깝게 져서 기분이 안 좋은 듯 하다.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로 화영과 선화를 바라본다) 아저씨들은 뉘슈?
 
윤화영:(짐짓 안타깝게 탄식하다가) 음? 마실 나왔다. 아깝게 졌구나.
 
 
먹쇠:아침에 밥을 잘 못 먹어서 그런가... 져버렸구먼유. (상대를 노려보며) 내가 저딴 놈한테 질 사람이 아닌디!
 
 
돌쇠:(다른 아이들과 시시덕대다가 먹쇠를 흘끔거린다) 진 놈이 왜이리 말이 많어? 흥.
 
 
먹쇠:(분한 듯 돌쇠를 바라보다가) 너, 이따가 저녁에 보자! 내가 밥을 두 그릇 먹고 올 것인게!!! (집으로 달려간다)
 
 
돌쇠:별 이상한 놈을 다 보겄네. (먹쇠를 바라보다가 혀를 찬다. 그리고 화영과 선화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음?
 
연선화:? 안녕.
 
윤화영:(옆에서 고개 까딱인다.) 재밌게들 노는구나. 다음 판은 저녁인가?
 
 
돌쇠:흠... (화영의 말을 듣지 못한 듯 선화를 빤히 바라본다) 아저씨는 뭐 하는 사람이유?
 
윤화영:(옆에서 선화를 빤히 바라본다.)
 
연선화:...? (당황한 듯 화영과 아이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나는... 그냥 선화인데...
 
 
돌쇠:흠. (여전히 선화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그래유? 알았슈. (그러고는 흥미가 떨어진 듯 고개를 돌린다)
 
윤화영:(선화의 소매 속으로 손을 쑥 넣어 멋대로 주머니를 꺼낸다. 사탕을 하나 집어 아이에게 건넨다.) 자. 포상이다.
 
 
돌쇠:어무니가 모르는 놈이 주는 건 받아 먹는 거 아니랬는데... (주변을 힐끔거리다가 잽싸게 사탕을 입에 우겨넣는다) 아주 달구먼유.
아저씨는 저 아저씨 친구요?
 
윤화영:친구라니? 형님이다. 우애를 돈독하게 다지려 같이 마실 나온 참이다. 그렇지?
 
연선화:그렇다고 볼 수 있지. 이분이 바로 내 형님이시다. (하하 웃으며 화영의 어깨에 팔을 턱 올린다)
 
윤화영:(어깨에 얹힌 팔을 흘끗 보다가 하하, 웃는다.) 오다 보니 노랫소리가 많이 들리던데. 네... 너희들도 아느냐? 복사꽃 어쩌구 하는 노래 말이다.
 
 
돌쇠:그럼 저번에 본 사람도 형님인감? (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무언가를 선화에게 건넨다)
 
연선화:...이건 뭐니? (받아들어서 보면... 검은 안대다. 이걸 왜 자신에게 주는지 알 수가 없다)
 
윤화영:
매혹
기준치: 50/25/10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이건 뭐지?
 
아쉽게도 당신은 돌쇠의 취향이 아닌가봐요.
 
 
돌쇠:보면 몰러? 안대잖어유!
저번에 이 아저씨랑 똑 닮은 사람이 흘리고 갔슈. (선화를 가리키며) 노래도 알려주구... 과자도 주구.
 
윤화영:(그랬냐는 눈으로 돌아본다.) 그랬어?
 
연선화:(억울하다는 듯 손사래를 친다) 저는 요즘 궁 안에만 처박혀 있었다고요! 전... 아니, 나으리가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윤화영:(손가락으로 선화를 가리키며) 이 놈이랑 똑같이 생겼다 이거지? 알려준 노래 열심히 부르라던?
 
 
돌쇠:아저씨가 비밀로 하랬는디... (눈치를 보며 화영이 들고 있는 사탕주머니를 힐끔거린다)
 
윤화영:그 아저씨 여기 있잖니. 알려주면 사탕 하나 주마.
 
연선화:저 아니라니까요!
 
 
돌쇠:(손을 펴보이며) 사탕 먼저.
 
윤화영:(손바닥에 하나 놓아준다.)
 
 
돌쇠:(사탕을 입 속에 던져넣고는) 저 아저씨랑 비슷하게 생기긴 했는데, 얼굴에 상처가 더 많았슈.
 
윤화영:(저 얼굴이랑 닮기도 쉽지 않은데.) 그래? 그래서 그 아저씨가 뭐라던.
 
 
돌쇠:(입가를 쓱쓱 닦고는) 노래를 알려주면서 부르고 다니라고 했쥬.
 
윤화영:언제쯤인지 기억나느냐?
 
 
돌쇠:그것까지는 기억이 안나유! (서당을 가리키며) 똑똑한 놈들은 다 저기 모여 있으니께, 저기 있는 놈들이 나보다 잘 알거유.
 
그렇게 말한 아이는,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버립니다!
 
윤화영:그래 고맙다. (등을 툭툭 두드린다.) 동생아, 가자.
 
당신과 선화는 서당으로 향합니다.
 
서당에서는 아이들이 글 읽는 소리가 한창입니다.
 
윤화영: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지루한 훈장님의 말씀이 당신의 귀에 들립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들리는 것은...
 
작은 노랫가락입니다.
 
맨 뒤에 앉은 아이들이 키득거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돌쇠가 말했던 그 노래라는 것이 이것을 말하는 걸까요?
 
윤화영:네가 짓기엔 노랫말이 좀 수준높구나.
 
당신이 불쑥 등장하면...
 
훈장님이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훈장:(갑작스레 들려오는 목소리에) 게 누구요?
 
연선화:저 정도는 저도 지을 수 있...을걸요? (투덜댄다)
 
윤화영:(하필이면 공자 외는 목소리가 그쳐 조용한 와중에 제 말소리만 크게 울려퍼졌다. 미안한 기색으로 웃는다.) 지나가다 보이는데 뒤엣놈들이 딴짓을 하고 있어서 그만. 미안합니다.
 
 
훈장:흠, 흠. 그럼 가던 길이나 가시오. (목을 가다듬고 다시 말을 이어간다) 재물을 좋아하고 아내와 자식만을 사랑하여 부모의 공양을 돌아보지 않음이 세 번째...
 
윤화영:(마루에 앉아 선화에게 손짓한다.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셈이다.)
 
연선화:여기에 앉아서 무얼 하시려고요? (귀찮은 듯 대꾸하고는 화영의 곁에 앉는다)
 
윤화영:여기 다니는 놈들이 노래를 잘도 부르지 않느냐. 더 캐물어야지. 아 그렇지. 네가 좀 물어보고 오거라.
 
연선화:어린 애들이니 뭣도 모르고 따라 부르는 거겠죠. (길게 하품을 한다)
 
윤화영:이 놈은 나들이를 다녀도 관심이 없고 노래에도 관심이 없고, 나으리 바짓삼을 적시기나 하고... 넌 사탕이나 더 먹어야겠다.
 
연선화:제가 언제 관심이 없다고 했어요? 쟤네들은 해줄 말이 없을 것 같다, 뭐 그런거죠. (사탕을 하나 입에 집어 넣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뭐가 궁금하신데요?
 
윤화영:(소매를 잡아당겨 다시 앉힌다. 못 일어나게 다리를 탁탁 치고 그 위로 머리를 뉘인다.) 알려준 놈이 있을 게 아니냐. 공자 맹자를 외는 놈들이니 기억도 잘하겠지.
 
연선화:애들한테 참 좋은 거 보여주시네요. (비꼬는 듯한 어조였으나 싫지는 않은 듯 얌전히 앉아있는다) 언제는 물어보고 오랬으면서...
 
윤화영:(눈만 굴려 올려다본다.) 아, 그래? 난 이 놈이 또 밭구경이라도 가려는가 했지. 내가 충신을 의심했구나. (그렇게 말하지만 머리를 치워줄 생각은 없는지 다시 고개 돌려 서당 마당을 바라본다.)
 
연선화:저를 너무 밥만 축내는 놈으로 아시는 것 아닙니까? (입을 삐죽 내밀고는 화영의 입 속에 사탕 두 개를 우겨넣는다) 물어보고 올테니 사탕이나 드세요.
 
서당 마당에는 누렁이 한 마리가 쿨쿨 자고 있습니다.
 
윤화영:(웅얼거리며 사탕을 굴린다.) 가서 너 닮은 그 놈이 뭐랬는지, 뭘 줬는지, 어디서 왔는지... (도르륵도르륵 굴러간다.) 아무튼 다녀오너라.
 
선화는 조심스레 서당 안으로 들어갑니다.
 
쓸만한 정보를 얻어내면 좋을 텐데요...
 
연선화:(맨 뒷줄에 앉아있는 아이에게 다가가 속닥인다) 그 노래는 누구한테 배운 거니?
말재주
기준치: 25/12/5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아이는 선화를 힐끔 보고는 다시 친구들과 떠들기 시작합니다...
 
윤화영:(돌아누워 한쪽 팔로 머리 받치고 구경한다.)
 
연선화:(거절에도 굴하지 않고.) 돌쇠한테 들었는데 날 닮은 사람이 그 노래를 알려줬다면서? 뭐라고 하던?
말재주
기준치: 25/12/5
굴림: 1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린아이: 아이씨, 진짜 귀찮게... (귀찮은 듯 귀를 후비고는) 뭐라고 하긴? 재미있는 노래니까 동네방네 부르고 다니라고 했지유!
 
연선화:(한 대 치고 싶은 걸 겨우 참는다) ...그 사람이 어디서 왔는지는 말 안해줬고?
 
 
어린아이: 이름도 모르는데 그런걸 말 해줬겠슈?
 
어린아이는 다시 친구들과 이야기꽃을 피우고
 
선화도 털래털래 걸어나옵니다.
 
연선화:(화영의 옆에 다시 앉는다) 그렇답니다, 나으리.
 
윤화영:듣자하니 한 놈이 돌아다니며 헛짓을 하는 듯한데... (누운 채로 고개만 까딱 들어올려 다시 무릎을 베고 눕는다.) 그렇다면 됐다. 나들이나 좀 더 하다 들어가자꾸나.
 
연선화:나라가 망한다는데 별 관심도 없어 보이시네요. (작게 투덜거리고는 괜히 화영의 상투를 만지작거린다)
 
윤화영:말로는 나라가 망하지 않아. 아랫것들도 겨우 이런 기류를 타고 허튼 생각을 품진 않을 게다. (만지게 내버려두며 눈을 감는다.) 사탕은 입맛에 맞느냐?
 
연선화:사탕이 입맛에 안 맞는 사람도 있답니까? (자신도 마루에 벌러덩 드러누워버린다. 귀로 흘러들어오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하긴, 이렇게 평화로운데 망할리가 없죠... 이제 그만 궁으로 돌아갈까요?
 
윤화영:(사탕이 입맛에 안 맞는 사람도 있냐니! 소리내 웃으며 옆으로 돌아 눕는다.) 아니. 이러고 있으니 좋구나.
 
연선화:그런가요? (심드렁한 목소리로) 그럼 앞으로 매일 아침마다 무릎을 내어드려야겠네요.
 
윤화영:좋지. 앞으론 잘 때 베개로 쓰려 하니 이제부턴 침전에도 들거라.
 
연선화:욕을 얼마나 더 먹이시려고요? (피식 웃고는) 백 살까지 살겠네요.
 
윤화영:어이구. 성은이 망극하지?
 
연선화:제 목숨줄을 늘려주신다는데 망극하고 말고요. 대신들이 저만 욕할 리는 없으니 나으리도 오래오래 사시겠어요. 지금도 많이 사셨는데 얼마나 더 오래 사시려고...
 
윤화영:허이고...... 불경한 놈. (손을 휘저으며 푸른 바짓단을 펄럭거리다 몸을 일으킨다.) 가자. 네 덕에 한 시진은 더 살겠다.
 
연선화:그럼 저야 좋죠? (장난스레 웃고는 몸을 일으킨다) 어디로 모실까요, 나으리?
 
윤화영:왔던 길로 가자꾸나- (뒷짐 지고 앞장선다.)
 
연선화:(그래서 어디로 간다는 건지... 속으로 중얼거리고는 쫓아간다)
 
민가가 모여있는 곳을 벗어나면, 다시 졸졸 흐르는 강이 보입니다.
 
옆으로는 복숭아 나무 숲이 보이는군요.
 
윤화영:(다시 강을 건너 왔던 길로 돌아간다. 돌담길이 나올 때까지.)
 
당신은 왔던 길을 되돌아갑니다.
 
여전히 기루의 문은 굳게 닫혀있고, 주막은 손님으로 북적거립니다.
 
얼추 도성 한 바퀴를 둘러보고 나면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어요.
 
슬슬 돌아갈 시간이기도 하지요.
 
왕궁으로 돌아갈까요?
 
윤화영:(돌아간다!)
 
다시금 돌담길을 걸어 왕궁의 옆문으로 들어섭니다.
 
노을이 지는 하늘, 선화와 걸어 들어오는 길 위로 오늘의 마지막 햇빛이 비쳐듭니다.
 
따스하고 다감한 햇빛은 당신의 마음 속에도 한 줄기 위안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관청에서 슬슬 퇴근하는, 혹은 야근에 시달리는 관리들을 돌아보며 걸음을 걷고 있자면...
 
어느새 발걸음 끝에 닿는 곳은 아름답기로 소문난 후원입니다.
 
도화국이라는 이름답게 이 나라 곳곳에 복숭아나무들이 가득하다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공들여 가꾸어지는 곳을 고르라면 분명 왕궁의 후원 안에 있는 복숭아 언덕일 테지요.
 
겨울이 지난 덕분에 날이 길어 여즉 햇빛이 완연히 저물지 않았습니다.
 
잘 가꾸어진 후원 안쪽, 수로가 흐르는 돌담을 지나치면 복숭아나무들이 언덕 아래서부터 빼곡히 심어져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것 같은 꽃망울들을 올려다보자면…
 
오늘도 피어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정말 어떻게 된 일일까요?
 
연선화:(말없이 복숭아 나무들을 바라보다가) 비가 내리지 않아서 꽃이 피지 못하는 걸까요?
 
윤화영:저것들도 경우를 아는 게지. 이대로 꽃이 안 피고 여름이 오면 그 노래를 만든 놈도 꼴이 우스워지겠구나. 안 그러냐?
 
연선화:전하는 귀신도 안 믿으시죠? (장난스레 대꾸하고는) 차라리 꽃이 영원히 안 피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위태로운 게 망하는 것보단 차라리 나으니까요.
 
윤화영:너는 믿으냐? (키득거리며 나무 아래로 걷는다.) 옆으로 오너라. 좀 걷다 들어가자꾸나.
 
연선화:밤만 되면 저잣거리에 굶어 죽은 귀신들이 얼마나 많이 돌아다니는데요? 전하는 궁 안에만 계서서 모르셨나 보네요.
 
윤화영:허어. 밤마다 담을 탄다는 소리를 이렇게 하는구나. 내가 살아 있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그런데 넌 귀신도 보느냐?
 
연선화:(작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어렸을 때는 길거리에서 많이 봤죠. 진짜 귀신인지 말라 비틀어진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른들이 다 귀신이라고 했어요.
 
윤화영:그래? (흥미로운듯 돌아본다.) 그럼 궁 안에서도 봤겠구나?
 
연선화:생각해보면 궁 안에서는 본 적이 없네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듯 하다가) ...아마 사람이었나 봐요.
 
윤화영: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오늘도 후원은 평화롭기만 합니다.
 
어제도, 그제도 그랬던 것처럼요.
 
선화와 귀신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찰나...
 
시선의 끝에 문득 거슬리는 것이 보입니다.
 
누군가의 옷자락이 말이에요.
 
새까만 옷자락이, 복숭아 나무 틈으로 사라집니다.
 
이곳에 사람이 있을 이유가 있던가요?
 
그대가 무어라 입을 열기 전 선화가 앞으로 나섭니다.
 
연선화:(이전까지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던 것이 무색하게, 잔뜩 굳은 표정으로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다 댄다)
 
당신을 뒤로 물린 선화는 기척을 죽여 옷자락이 흔들렸던 쪽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저 멀리서...
 
칼날이 부딪히는 소리가 납니다.
 
윤화영:(굳은 얼굴로 돌아본다. 몸에 지닌 것이 없어 쉽사리 움직일 수 없다. 멀찍이서 따라오고 있을 아랫것들을 향해 소리친다.) 여봐라! 병사를 불러라!
(몇 놈이지? 하나인가? 내 궁에서 대체 어떤 놈이 무기를 들고 있지? 수를 파악하기 위해 소리 난 쪽으로 향한다.)
 
대체 어떤 놈이 여기까지 검을 들고 들어온 걸까요?
 
당신을 적대하는 신하? 혹은 영월의 첩자?
 
선화가 향한 쪽으로 서둘러 이동하면...
 
누군가를 향해 검을 마주 겨누고 있는 선화가 보입니다.
 
그런데 그를 향해 검을 겨누고 있는 것은...
 
......
 
......
 
연선화¿:(다가오는 화영을 발견하고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윤화영: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검을 쥔 손끝은 한 눈에 보기에도 상처투성이입니다.
 
입고 있는 옷은 반쯤 해졌고, 얼굴이나 몸 곳곳에 화상 자욱이 남은 꼴이 흡사 거지꼴에 가깝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있는 자세에는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은색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길게 늘어져 있고
 
하나만 남은 새파란 눈동자는 당혹스러움을 한가득 담은 채 당신을 응시합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당황스러운 것이 있습니다.
 
그는 닮았어요.
 
아니, 꼭 똑같이 생겼습니다.
 
그대 앞에 서있는 선화와요.
 
곳곳의 화상자욱과 눈이 하나 없는 것을 제외하자면 쌍둥이라 믿어도 될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가 입고 있는 것이 영월의 옷이라는 것을 제외하면요.
 
황급히 선화를 향해 시선을 돌리면, 그 역시도 명확하게 당혹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연선화:...누구십니까. 신분을 밝히세요.
 
나오는 목소리의 끝에는 약간의 떨림이 묻어 있습니다.
 
그러나 물음에도 돌아 오는 대답은 없습니다.
 
그저 그는 말끄러미 선화를 응시하는가 싶더니 문득 고개를 돌립니다.
 
이번에 닿아오는 시선의 끝에는 그대가 있습니다.
 
그가 물끄러미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 눈 안에서 흔들리는 감각은, 글쎄요.
 
헤아릴 수조차 없이 무수한 어느...
 
......
 
......
 
얼마 즈음 시간이 지났을까요?
 
소란스러운 소리가 가까워집니다.
 
그는 훌쩍 고개를 돌리고 자리를 벗어납니다.
 
눈 깜짝할 사이 멀어지는 그 모습은 선화가 따라붙을 시간조차 주지 않은 채였습니다.
 
아연하게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선화가 정신을 차리고,
 
연선화:(검을 쥔 제 손을 바라보다가, 나지막이 입을 연다) ...경비를 강화하라 이르겠습니다.
 
윤화영:(눈을 가늘게 뜨고 있다가 그 말에 돌아본다.) 그래... 침전에 들기는 해야겠구나. 죽는 일 없게 잘 지키거라.
 
연선화:(피식 웃고는) 죽는다뇨. 장난으로라도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윤화영:네게 달렸지. (비뚜로 웃고 선화의 어깨를 두드린다.) 이만 돌아가야겠다. 칼 넣고 오거라.
 
연선화:...알겠습니다. (주저하는 듯 하다가 주위를 가득 채운 병사들을 보고는, 그제야 칼을 넣는다) 칼이라도 휘두를 걸 그랬네요. (잔뜩 풀이 죽은 목소리로)
 
윤화영:남은 눈도 썰었어야지. (언제 긴장했냐는 듯 뒷짐 지고 걷는다. 초원을 달리는 종족의 감은 지금 당장은 위험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병사들을 그대로 따라오게 하고 선화와 함께 침전으로 돌아간다.) 일찍 잔다 이르거라.
 
당신은 침전으로 향합니다.
 
마지못해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그는 도대체 누구일까요?
 
......
 
......
 
어둠이 찾아든 다음에도 그 기이한 기시감은 한참을 사라지지 않습니다.
 
당신은 애매모호한 기분으로 침전에 듭니다.
 
도성에 울려 퍼지기 시작한 노래와 수상한 낯짝을 한 사내...
 
게다가 그는 영월의 옷을 입고 있었죠.
 
연선화:(화영이 침전에 들어가는 것을 영 못 미더운 눈길로 바라보다가) 혹여 무슨 일이 생긴다면 바로 종을 울리세요. 아셨죠?
 
윤화영:종을 울리기 전에 죽지 않겠느냐? 너도 들어와야지.
 
연선화:(쓰게 웃고는) 또 무슨 소리를 들으려구요. 바로 앞에 있겠습니다.
 
윤화영: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 들어오너라.
 
윤화영:
위협
기준치: 40/20/8
굴림: 41
판정결과: 실패
 
연선화:안녕히 주무세요, 전하. (문을 쾅 닫는다)
 
몇 걸음 떨어진 곳에 그가 털썩, 주저앉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 정도 거리라면 금방 뛰어들어올 수 있겠죠.
 
윤화영:(다 들리게 혀를 차며 환복하고 침상에 오른다. 곱게 키우긴 했지. 제멋대로 구는 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그대로 눈을 감는다. 고단한 눈꺼풀이 무겁게 감긴다.)
 
생각보다 많은 일이 일어난 하루였습니다.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러 갔다가 나들이만 하고 들어오지 않나,
 
괴상한 사내에게 공격을 당할 뻔하지 않나...
 
당신은 눈을 감습니다.
 
...그러고서도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새벽입니다.
 
돌연 그대 뒤로 찾아든 선득한 것을 감각하던 순간,
 
인기척에 눈을 떠보면 방 안에 그가 서있습니다.
 
연선화¿:(조용히 하라는 듯, 입가에 검지를 가져다 댄다)
 
그대가 아는 선화와 꼭 같은 낯을 하고 있으나 분명히 다릅니다.
 
얼굴 곳곳에 가득한 상흔은 그에게 무언가 험한 일이 있었다는 것만 짐작하게 해요.
 
그는 말없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지친 눈꺼풀 밑으로 그리움이 차오르고,
 
그것은 투명한 슬픔이 되어 얼룩진 뺨을 적십니다.
 
검은 소매로 눈가를 닦아낸 그가 이내 당신을 향해 다가옵니다.
 
달빛이 새어 들어오는 탓일까요?
 
억눌린 목소리는 처연함을 느끼게 합니다.
 
연선화¿:(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열다가, 이내 다물고 만다.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해 이불이 깔린 바닥을 바라본다) ...잘 계셨습니까.
 
윤화영:...바라는 게 무엇이냐?
네 놈은 선화인가?
 
연선화¿:(소리 죽여 웃고는) 제가 선화가 아니면 누구겠습니까?
 
윤화영:내가 키운 호랑이가 영월로 갔구나. (얼굴을 쓸어내리며 몸을 일으켜 앉는다. 어두워 상처도 옷도 흐릿하고, 은색 머리카락만이 밝게 보인다.) 날 죽이려고?
 
연선화¿:아.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황제가 다른 옷을 주지 않아서요.
제가 전하를 왜 죽이겠습니까?
 
윤화영:(황제에게 경어를 쓰지 않는 것에 주목한다. 표정을 살피면 더 좋겠지만 보이지 않아 귀를 세운다. 호흡이나 망설임 같은 것. 기색.) 그럼, 밖에 있는 놈?
 
연선화¿:(헛웃음을 짓는다) ...저를 너무 무뢰배로 아시는 것 아닙니까? 잠시 재워뒀을 뿐입니다. 괜히 절 죽이겠다 설치면 위험하니까요.
 
윤화영:그러면?
 
연선화¿:(잠시동안 침묵하다가) 전하를 살리기 위해 돌아왔어요.
 
윤화영:허어... (느리게 눈을 끔뻑인다.) 내가 언제 죽는데?
 
연선화¿:...저잣거리에 떠도는 노래를 들어 보셨습니까?
 
윤화영:들었지. ...그러고 보니 정말 네 놈이 지었구나? 영월에서 글재주를 좀 갈고닦았나 보군.
 
연선화¿:매일 같이 듣던 것이 황제가 읊어대던 시가였으니까요. 귀동냥하던 것이 도움이 되었나 봅니다. (익숙한 한숨 소리에, 그리고 목소리에 작게 미소짓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소매로 눈가를 비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나올 것 같았다) ...그 노래는 전부 사실입니다. 저는 전하 뿐만 아니라, 이 도화국을 살리기 위해 돌아왔어요.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윤화영:(느리게 이어지는 잠긴 목소리를 듣다가 이불자락을 치운다. 침상에 한 다리를 올린 채 걸터앉아 숨을 길게 내뱉는다.) 무슨 일이 일어나지?
 
연선화¿:뻔한 것 아니겠습니까. 나라를 팔아먹기 위해 눈치보던 자들이 좋은 뒷배를 찾은 게지요. (쓰게 웃고는) 그러니 전하, 딱 사흘만 절 도와주십시오. 전하의 목이 떨어지는 꼴은 다시 보고싶지 않으니까요.
 
윤화영:오, (제 목에 손을 올리며 낮게 웃는다.) 너 혼자서 할 수 있다고? 계획을 말해보아라. 우선 듣고 생각하지.
 
연선화¿:저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닙니다. 그저 이번에는, 이전과 다른 방법을 취해볼 뿐이지요.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일으킨다) 보여드릴 것이 있는데, 함께 가시겠습니까?
 
윤화영:(끄덕이며 일어난다.) 걸칠 외의 좀 주거라.
 
연선화¿:(낯선 풍경을 바라보듯 화영의 방 안을 둘러보다가, 방 한켠에 놓인 겉옷을 주워 건넨다)
 
윤화영:(옷을 내미는 손을 멀거니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뒤돌아 팔을 뒤로 내민다.) 황제를 모셨다더니...
 
연선화¿:아. (옷을 펼쳐 화영의 몸에 걸쳐준다) ...황제를 모시다니요. 그랬다면 이 자리에 있지도 않았을 겁니다.
 
윤화영:영월로 넘어가지 않았느냐? (옷은 여미지 않은 채 그대로 밖으로 손짓한다.)
 
연선화¿:끌려간 거지요. (화영을 빤히 바라보다가) ...설마 절 데리고 대문으로 나갈 작정이십니까?
 
윤화영:네 놈이 뭐라고...? (의아하게 바라보다) 그럼 어디로 가려고? 안내해보거라.
 
연선화¿:이리 오세요. (손짓하며 방 한 구석으로 향한다)
 
윤화영:(따라간다.)
 
병풍 근처로 향한 선화는, 화병을 자연스럽게 옮겨두고 빈 벽을 두드립니다.
 
그러면...
 
소리도 없이 벽의 한 구석이 문처럼 미끄러져 열립니다.
 
그대조차 모르던 통로가 이 왕궁에 존재하고 있었군요.
 
연선화¿:(통로 안으로 들어서며) 이쪽입니다, 전하.
 
윤화영:(경비대장을 경질해야겠다 생각하며 선화를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연선화¿:(화영이 따라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발걸음을 옮긴다) ...비상시를 대비해 아주 오래 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길입니다. 평화가 길어저 잊혀버렸지만요.
 
윤화영:허어... 이곳 외에 다른 길도 있느냐? 너는 이 길을 어찌 알지?
 
연선화¿:물론 다른 길도 있죠. (옅게 미소짓고는) 전쟁이 나기라도 하면 전하께서 도망치셔야 하니까요. 제가 열 일곱이 되던 해에 완님께서 알려주셨습니다.
 
윤화영:(어이없어 말문이 막혔다가 말없이 따라간다.) 완이 그 놈은 내가 손발이 없는 것처럼 굴었지. 너는 너무 불경하게 굴어서 문제였고.
 
연선화¿:(저도 모르게 소리내어 웃는다) 그러니 저희 둘이 합이 잘 맞았던 게지요. 지금 곁에 있는 선화는 어떠합니까? 불경한가요?
 
윤화영:합이 잘 맞아? 허이고. (앞서 가는 머리를 헝클인다.)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느냐?
 
연선화¿:곧 알게 되실겁니다.
 
윤화영:(혀를 차며 따라간다.)
 
통로의 안쪽에서는 오래된 먼지와 습기의 냄새가 가득합니다.
 
옷이 더러워지겠군요.
 
통로를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요?
 
굽이굽이 갈라지는 몇 갈래의 길에서도, 선화는 주저없이 한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그의 안내를 따라 조금 더 걸음을 옮기다 보면...
 
이내 막다른 길이 나타납니다.
 
선화는 익숙한 듯 천장의 뚜껑을 밀어내고, 그 위로 훌쩍 뛰어오릅니다.
 
그리고는 당신에게 손을 내밀어요.
 
마치 잡고 올라오라는 듯이요.
 
윤화영:(내민 손을 잡고 올라간다.)
 
별이 총총 빛나는 밤하늘 밑으로, 익숙한 도화나무의 향이 코끝을 찌릅니다.
 
여긴...
 
복숭아나무 숲이네요.
 
연선화¿:(입구의 뚜껑을 다시 덮어두며) 도성 안에 왜 그리 복숭아나무가 많은지 생각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윤화영:여길 통해 숨어있던 게로군. 아니?
 
연선화¿:(웃음을 터뜨린다) 복숭아나무 숲에는 왕궁으로 향하는 입구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주변을 살핀다.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화영을 숲 밖으로 이끈다)
 
복숭아나무가 도성 내에 가득한 이유가 있었군요.
 
선화를 따라나온 곳은...
 
낮에도 들렀던 저잣거리입니다.
 
당신의 왼쪽으로 불이 환하게 밝혀진 기루가 눈에 들어옵니다.
 
선화는 자연스럽게 당신을 기루 쪽으로 인도합니다.
 
험상 궂게 생긴 경비가 선화를 막아서려 들면...
 
선화는 자연스럽게 품 안에서 명패 하나를 꺼내 보입니다.
 
연선화¿:(자기 집마냥 성큼성큼 기루 안으로 들어간다. 중간중간 뒤를 돌아 화영이 잘 따라오고 있는 것을 확인하며, 다시금 어디론가 향한다)
 
윤화영:(느긋하게 따라간다.)
 
복도를 거침없이 걸으며 도착한 곳은 가장 안쪽의 방입니다.
 
연선화¿:(방 안을 둘러보다가 화영을 병풍 뒤로 숨긴다) 조금 좁겠지만 여기 계세요. 절대로 소리 내시면 안 됩니다.
 
윤화영:그래. (야밤에 이게 무슨 소동인가 싶다. 이 먼 곳까지 끌고 와 뭘 보여주려나 순순히 기다린다.)
 
그때, 여러 개의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져 옵니다.
 
연선화¿:(검지를 입가에 대고는, 그대로 사라진다)
 
잠시 후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하나, 둘, 셋... 대체 몇 명이나 되는 걸까요?
 
여러 개의 목소리는 마치 회포를 풀듯 시끌벅적합니다.
 
어수선한 시간이 지나고, 기녀들이 술상을 내오면...
 
사람들이 소리를 죽여 무언가를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윤화영: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28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안대는 어디에 팔아먹은 게냐?
 
 
??: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안대까지 벗으니 그 천것과 꼭 닮았단 말이야. 안 그런가?
 
 
???:하하, 저도 처음에는 깜짝 놀랐습니다.
 
연선화¿:...분명 축제의 시작까지는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쾌청할 것입니다.
 
 
???:호오, 확실한가? 자네의 예언은 언제나 잘 맞아 떨어졌지만… 그것이 날씨마저도 예언할 수 있는지는 몰랐군.
 
연선화¿:그저 아는 만큼 보이고, 그만큼을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 그렇다고 해도 말이야, 자네의 덕분에 계획이 더할 나위없이 순항하고 있다네. 이대로만 간다면 자네도 분명 본국에서 커다란 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야.
 
연선화¿:상이라 하시면……
 
 
???: 원하는 것은 전부 다 가질 수 있겠지! 이 도화국을 다스리게 해달라 청하여도 기꺼이 폐하께서는 들어주실 것이네.
 
연선화¿:그것 참…… 분수에 벅찬 청이로군요. 저는 그저 제 한 몸 평안히 먹고 살 정도로면 만족합니다.
 
 
??: 하하, 하긴 몽땅 불타 없어지고 나면 다스릴 것도 없지 않겠습니까?
 
 
???: 그러고 보니 말인데, 잘 숨겨 두었나?
 
 
??: 아아, 물론입죠. 빈민굴에 아주 꼭꼭 숨겨 두었습니다.
 
 
???: 반드시 축제의 시작까지는 누구에게도 밝혀져서는 안 되네. 명심하도록. 황제 폐하를 실망시켜서는 안 돼. 안 그래도 괴상한 노래가 돌기 시작해서 아주 신경 쓰인다고.
 
 
?: 그래봤자 허수아비 군주인데 알아채기나 하겠나? 우리에게는 예언자가 있으니, 반드시 성공할 걸세.
 
윤화영: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익숙한 목소리입니다.
 
분명 회의를 하다 들었던 것 같은데…
 
......
 
이 말도 안 되는 계획에 도화국의 관리가 포함되어 있다는 말인가요?
 
이후로도 몇 번씩이나 서로의 입단속을 다짐하던 그들 모두가 이 방을 뜨고 나면
 
그제야 선화가 당신을 향해 다가옵니다.
 
잔뜩 굳은 얼굴은 꼭 어린 시절의 그를 보는 것 같습니다.
 
분명 나이를 더 먹었을 터인데...
 
윤화영:왜 저 놈들을 베어버리지 않았느냐?
 
연선화¿:(말없이 침묵하다가) ...저놈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윤화영:나머지는? 저 놈들의 이름과 관직도.
 
연선화¿:(고개를 젓는다) 이곳에서 저는 이름없는 떠돌이 예언가일 뿐입니다. 저들이 저 같은 것에게 이름을 알려주겠습니까?
 
윤화영:생김새라도 그려... ...아니다. 네가 설명하는 대로 내가 그리는 게 낫겠구나. 그래서 저 놈들은 무슨 계획이지?
 
연선화¿:들으지 않으셨습니까. 이 나라를 남김없이 태워버릴 계획이지요.
(*듣지)
 
윤화영:자세히 설명하라는 뜻이다. 넌 늘 말이 짧아. (한숨 쉬고 다 치우지 않은 술상 앞에 앉는다.)
 
연선화¿:이곳에서 저는 연선화도, 무엇도 아닌 무명에 불가합니다. 제가 저들을 돕는 것또한 계획을 알아내기 위해서고요. 저들과 제가 한 패거리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전하. (마찬가지로 짧게 한숨 내쉰다) ...빈민굴 이야기가 나왔으니, 내일은 함께 그곳으로 가보시지요. 그럼 그 계획이란 것도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윤화영:망조로구나. (날선 기색이 잦아든다. 그리고 잠시 말이 없다가, 선화의 앞에 잔을 놓아주고 조금 남은 듯한 술병 하나를 든다.) 그러지.
 
연선화¿:(술잔을 받아들며) ...이번엔 이 나라가 무사했으면 좋겠습니다.
 
윤화영:축젯날에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 (한 잔 따라준다. 이 어린 놈과 이런 식으로 함께 술잔을 기울이게 될 줄이야.)
 
연선화¿:불길이 도성 전체를 덮었습니다. 처음엔 궁에만 불을 지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술을 한 번에 들이켜고는 입가를 닦는다)
 
윤화영:(잔을 채우고 선화의 잔도 채우려는데 남은 술이 없다. 다른 병을 가져와 따르며 끄덕인다.) 그리고?
 
연선화¿:(쓰게 웃고는) 전하의 목이 잘렸죠.
 
윤화영:영월 놈들이었느냐? (잔을 쭉 들이킨다.)
 
연선화¿:달리 누가 있겠습니까?
 
윤화영:(술이나 더 채운다. 술병을 어찌나 비우셨는지 탁에 널린 게 술이다.) ...술을 잘 하는구나.
 
연선화¿:저도 나이를 먹었으니까요. (술잔을 비우고는 다시 한 잔을 따라 마신다)
 
윤화영:내가 보기엔 아직 입관할 나이도 못 됐다. (서툴게 칼을 놀리던 어린아이를 보던 때처럼 웃으며 술을 기울인다.) 그 눈은?
 
연선화¿:아. (안대가 없는 눈을 만지작거리다가) ...제 안대를 가져다 주시겠습니까.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선화에게 건넸다던데요.
 
윤화영:어찌 그리 되었냐 묻는 것이다. 안대는 날이 밝으면 내주마.
 
연선화¿:전하께서 들으실만한 이야기는 아닐 텐데요... (말꼬리를 흐린다)
 
윤화영:(눈썹을 들어올리며 술이나 한 잔 더 한다.)
 
연선화¿:이만 입궁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들키기라도 하면 큰일이 나니까요. (옅게 미소짓고는 빈 잔에 술을 따라준다)
 
윤화영:사흘 뒤에 나는 큰일보다야 더할까... 어명이니 어서 들려주거라.
 
연선화¿:정말 별 것 아닙니다. 황제의 심기를 건드려 이리 된 것이지요.
 
윤화영:(손을 들어 눈두덩이를 닿을 듯 말 듯 쓸어내린다. 딱딱한 흉터를 만지작거리다 손을 내린다.) 아깝게 되었구나. 네 놈은 눈이 참 귀한데.
 
연선화¿:그런 생각을 하고 계셨습니까? (화영의 손길이 닿아오면,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린다. 누군가 제 몸에 손을 대는 것은 여전히 낯설었다. 그러나 자신의 앞에 있는 이는 화영이었다. 그대로 눈을 감는다) 한쪽 눈이라도 남았으니 다행입니다.
 
윤화영:두 쪽 다 멀쩡할 것이다. (미소 지으며 잔을 든다.) 이것만 비우고 일어나자. 붕대는 선화 녀석을 시켜 다시 감아주마.
 
연선화¿:...안대만 가져다 주시면 됩니다. 과거의 저까지 끌어들이고 싶지는 않아요. (낮게 대꾸하고는 몸을 일으킨다)
 
술잔을 기울이던 당신과 선화는 다시 기루를 나섭니다.
 
당신이 다시금 침전으로 돌아올 때 즈음에는 이미 날이 밝고 있습니다.
 
연선화¿:오늘 밤, 같은 시각에 찾아 오겠습니다.
 
선화가 훌쩍 사라지고, 침전은 고요 속에 잠깁니다.
 
마치 지금까지 있었던 일이 꿈이었던 것처럼요.
 
그가 사라진 자리를 물끄러미 보고 있노라면...
 
방 밖이 소란스러워집니다.
 
 
궁녀: 선화 님!
 
침전의 문이 다급하게 열리고 내관과 궁녀들이 당신의 안위를 확인합니다.
 
침전 바깥에는 직전까지 함께했던 이와 똑 닮은 얼굴이, 마치 잠든 것처럼 쓰러져 있습니다.
 
 
궁녀: 혹, 간밤에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무사님께서 밖에 저렇게... (침전 바깥에 쓰러져있는 선화를 눈짓하며 화영의 눈치를 살핀다)
 
윤화영:별일 없으니 아침상이나 내오거라.
 
 
궁녀: 예, 알겠습니다.
 
궁녀는 평온한 당신의 얼굴을 확인하고, 안심한 듯 침전을 나섭니다.
 
닫히는 문 틈으로 내관들이 선화를 깨우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일어나면 꽤나 당황하겠군요.
 
......
 
......
 
윤화영: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옆에서 조잘대는 선화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피곤함이 몰려옵니다.
 
피곤하긴 하지만... 당신은 어떻게든 눈을 부릅 뜹니다.
 
그야 당신은 한 나라의 군주인걸요.
 
고작 하룻밤을 샜다고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요.
 
연선화:(찻주전자를 양손에 들고 있다. 어딘가 풀이 죽은 모습이다) ...전하, 달달한 꽃차를 드시겠습니까, 쓴 약차를 드시겠습니까?
 
윤화영:(눈두덩이를 꾹꾹 누르다 눈을 뜬다.) 쓴 것. 그런데 왜 그리 울상이냐?
 
연선화:제가 언제 울상을 지었다고 그러세요? (화영의 앞에 놓인 찻잔에 옅은 갈색의 차를 따른다) 이게 달나라에 갔던 정신도 번쩍 들게 한다는 차래요.
 
윤화영:호오, 그래? 어디 너 먼저 마셔보거라.
 
연선화:...저는 제정신인데요...?
 
윤화영:(이마를 톡 친다.) 어허.
 
연선화:저는 쓴 걸 먹으면 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옵니다. (그러고는 자신의 찻잔에 노란 빛을 띠는 차를 따라 한 입 마신다)
 
윤화영:허이고. (그리 쓰다는 차를 한 모금 마신다.) 간밤엔 간만에 편히 잤겠구나.
 
차를 들이켜면...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습니다.
 
연선화:언제 잠든건지 기억이 나지를 않습니다. (괜히 욱씬거리는 목덜미를 만지작거린다) 아침부터 엎어져 자는 꼴을 사람들이 다 봤으니... (시무룩한 얼굴로 차를 한 잔 더 따라 마신다)
 
윤화영:(큭큭거리며 빈 찻잔을 내려놓는다.) 어제 후원에서 봤던 놈이 널 홀랑 재우더니 내 침전까지 쳐들어오더구나. 네가 너한테 당한 셈이니 네 자질에 대해선 심려 말거라.
 
연선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화영을 바라본다) 그놈이 어젯밤에 쳐들어 왔다고요?
 
윤화영:제 집처럼 들어오더구나. 듣자하니 완이가 네게 알려준 길이 있다지?
 
연선화:(찻잔을 들고 있던 손이 움찔거린다) 그건 비밀인데... 어떻게 아셨습니까...?
 
윤화영:허어. 주상의 침전으로 이어지는 길을 어찌 내게 비밀로 하려 했느냐? 그 녀석 아니었으면 영문도 모르고 죽을 뻔했지.
 
연선화:몇 십 년간이나 쓸 일이 없었던 길이니까요. 완 님도 혼자만 알고 있으라 하셨습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제가 전하를 데리고 도망치면 되잖아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차를 들이켠다)
 
윤화영:무른다 물러. 네 자질을 너무 믿지는 말아라. 여하튼 간밤엔 그 놈과 밤나들이를 다녀왔다. 아침까지 곤히 자고 있을 줄은 몰랐지.
 
연선화:그놈이 전하께 그 길을 알려줬습니까? 대체 어떻게 알았지... (무언가를 골똘히 고민하다가) ...제 생각엔 그놈이 영월에서 온 첩자인 것 같은데, 전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윤화영:글쎄, 너는 생각하는 게 얼굴에 다 드러나니...... 아 그렇지. 직접 물어보지 그러냐? 오늘 밤에 내 침전에 숨어 있거라. 뒤통수 조심하고.
 
연선화:그놈이 오늘 또 온답니까? (결연한 표정으로 몸을 벌떡 일으킨다) 오늘은 제가 그놈을 상대할 테니 전하께서는 다른 곳에 숨어 계시지요.
 
윤화영:오늘 좋은 곳에 가기로 약조를 한 참인데? 일격에 쓰러져 쿨쿨 잠들어 있던 녀석이 오늘이라고 이길까. 얌전히 숨어 있거라.
 
연선화:(할 말이 없는듯 입을 꾹 닫고 있다가) 전하께서 이렇게 홀라당 넘어가 버리시다니... 누구의 사주를 받고 온 건지 알아내야겠어요. 이따가 봬요! (그러고는 성큼성큼 침전을 나선다)
 
윤화영:? 선화야. 이리 오너라. 선화야- (빈 방에 어이없어하는 부름만 울려퍼진다.)
 
선화는 어디론가 훌쩍 사라져버린 후입니다.
 
대체 뭘 하러 간 걸까요?
 
따라가기엔... 그대의 힘이 부치는군요.
 
 
궁녀: (열린 문 너머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전하, 대신들이 전부 모였습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던가요?
 
매일 아침 진행되는 어전 회의에 참석할 시간입니다.
 
윤화영:(고개를 저으며 채비하고 나간다.)
 
......
 
......
 
아침부터 선화를 상대하고, 회의장으로 향합니다.
 
오늘도 도화제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입니다.
 
축제에 관한 세부 사항은 관련 기관에서 처리할 일이라지만...
 
어김없이 귓가에 들어오는 내용이 있습니다.
 
축제의 첫날밤에 이루어질 불꽃놀이에 관한 내용이네요.
 
축제의 첫날,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는 도화제의 명물로 유명합니다.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타국에서 찾아오는 이들도 아주 많지요.
 
불꽃놀이 전에 매년 진행되는 왕의 연설도 명물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불꽃놀이에 대해서 재고해 보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 무슨 이유라도 있습니까?
 
 
???:최근 가뭄이라고 할 정도로 비가 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자칫 잔불이 커다란 화재로 번질 위험도 있으니…
 
 
??: 그렇다고 한들 지금껏 그런 사고가 난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만에 하나 그런 사고가 난다면...
 
 
??: 어허! 불길하게 괜한 소리는 하지 말고 그대로 진행하도록 합시다.
 
윤화영: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3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잘 생각해보면 어젯밤 들었던 목소리와 겹쳐 들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 아래를 내려다보면, 불꽃놀이를 강행하자고 열변을 토하는 관리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기억 속에서 그를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직접 그에게 교지를 내렸던 기억이 나요.
 
이번 도화제를 주관하기 위해 특별히 설립된 부처의 장입니다.
 
이름이...
 
도화제의 전반적인 진행과 준비를 담당하고 있는 특별설립부처의 장을 맡고 있는 관리입니다.
 
원래의 관직은 예부상서로, 나라의 의례와 커다란 축제를 담당하는 예부에서 도화제의 전반적인 준비를 담당하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죠.
 
어제의 대화와 불꽃놀이를 강행하려는 태도를 보면...
 
그가 영월의 황제를 모시고 있는 걸까요?
 
윤화영:(어좌를 두어 번 두드려 정숙하게 한다.) 축제에 신중을 기울여 준비하시오. 예부상서는 오늘 안으로 불꽃놀이의 진행과 안전 대책에 대해 보고를 올리도록 하라.
 
 
이재하:예, 전하.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준비하라 이르겠습니다. 고작 그런 이유로 불꽃놀이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화영이 앉은 곳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어쩐지 그의 태도가 껄끄럽고 마음에 걸리지만, 물증이 없습니다.
 
생각에 잠겨 아래를 말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회의가 끝나고, 관리들이 빠른 속도로 물러갑니다.
 
어느새 그대의 곁엔 선화가 서있습니다.
 
윤화영:(선화의 이마를 탁 때린다.)
 
연선화:...왜 심통이 나셨습니까? (반사적으로 이마를 문지르다가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화영을 바라본다)
 
윤화영:주상을 내버려두고 도망가는 호위무사가 어디 있느냐?
어떤 대단한 사실을 알아냈는지 말해보거라.
 
연선화:저랑 똑 닮은 사람이 있다니까 다들 웃기만 하던데요... 발에 날개를 달았나, 그놈을 봤다는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윤화영:정말 놀라운 정보를 알아왔구나. 이제 평소대로 옆에 붙어 다니거라. 잠시 관청에 들를 생각이다.
 
연선화:귀신이라도 본 게 아닐까요? (화영의 옆에 착 붙는다)
 
윤화영:네 눈으로 보면 알겠지. 밤에... 그렇지. 내 침대에 들어와 있으면 아무도 모르게 숨을 수 있겠다. 그렇게 하거라.
 
연선화:이불이 툭 튀어나온 것이 보일텐데요? 저를 너무 바보로 아시는 것 아닙니까?
 
윤화영:그럼 애벌레처럼 이불보에 붙어 있는 것과 후궁처럼 안겨 있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낫느냐? (실실 웃으며 걸음을 옮긴다.)
 
연선화:...저야 당연히 애벌레처럼 붙어 있어야죠. (말없이 화영을 바라보다가 성큼성큼 앞서 나간다)
 
윤화영:(웃으며 따라간다.)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관리들이 일하고 있는 관청이 보입니다.
 
축제의 전날이라 그런지 다들 바빠 보이는군요.
 
연선화:누구를 좀 불러올까요, 전하?
 
윤화영:됐다. 이대로 조용히 들어가 살펴보자.
 
당신은 조용히 관청으로 들어갑니다.
 
윤화영:
은밀행동
기준치: 30/15/6
굴림: 99
판정결과: 대실패
(...)
 
조용히 들어가려고 했지만...
 
실수로 툭 친 백자가 데구르르...
 
굴러 떨어져 큰 소리를 냅니다.
 
모두의 시선이 당신을 향합니다.
 
 
관리: (갑자기 난입한 불청객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저, 저, 저, 전하...? (당황하던 것도 잠시, 바닥에 납작 엎드려 소리친다) 주상전하 납시요!
 
사방에서 당신에게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조용히 살펴보기는 그른 것 같아요.
 
윤화영:.........
일어나라.
 
 
관리: (주변을 힐끔힐끔 보다가 일어난다) 전하께서 예까지는 어쩐 일이십니까! (다시 엎드릴 기세)
 
윤화영:내가 내 궁을 돌아다니는 게 불만인가 보오? 축젯일이 어찌 돌아가나 궁금하여 잠시 들렀다.
 
 
관리: 그럴리가 있겠사옵니까! (허둥지둥 더러운 책상을 정리하며) 축제는 잘 준비되고 있사옵니다!
 
윤화영:보면 알겠지. 다들 할 일들 하시게.
 
 
관리: 알겠사옵니다, 전하...
 
어수선한 분위기도 가라앉고, 관리들은 하나 둘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이젠 무엇을 해볼까요?
 
윤화영:(조사포인트가 있을까요?)
 
없습니다!
 
윤화영:(쓸데없이 관리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아무 질문이나 퍼붓습니다.)
 
 
관리: (최대한 열심히 대답한다...)
 
윤화영:(성에 안 찬다는 한숨을 깊게 내쉬며 발걸음을 옮기고 같은 짓을 반복한다. 그러고 돌아다니면서 점점 얼굴빛이 좋아진다.)
 
연선화:(화영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다가 속삭인다) 전하, 대신들의 얼굴이 흑빛이 되고 있습니다.
 
윤화영:네 낯빛은 좋아 보이는구나. 혈색이 좋고 둥그런 게 간밤에 잠을 잘 잔 듯해.
 
연선화:잠을 푹 잤으니까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전하도 잠을 못 주무신 것 치고는 낯이 좋아 보이시는데요?
 
윤화영:평소에 말을 타고 무예를 꾸준히 갈고닦거라. 그러면 밤을 새어도 끄떡이 없다. (만족한 기색으로 관청을 나간다.)
 
연선화:제가 전하보다 튼튼합니다... (작게 중얼거리고는 따라간다)
 
관리들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연선화:전하, 궁으로 돌아갈까요?
 
윤화영:아니, 환복하고 궁 밖으로 나가련다. 가서 알리거라.
 
연선화:네, 알겠습니다!
 
당신은 환복을 하고, 다시 선화와 함께 궁을 나섭니다.
 
어제와 같이 왕궁의 옆문을 지나 돌담길을 걷다보면 자연스레 저잣거리로 이어집니다.
 
오늘도 왁자지껄한 목소리들이 그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수많은 이들이 지나치고 모여드는 이곳은 가히 도성의 중심지라 할 수 있어요.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거나 소문을 듣고 싶다면 이만한 곳이 없다지만…
 
오늘따라 손님과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하는 한 기름가게 주인이 눈에 띕니다.
 
윤화영: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윤화영:(부루퉁한 얼굴로 슬쩍 끼어든다.) 거, 기름을 누가 다 사갔길래 그리 올랐댑니까?
 
윤화영:
말재주
기준치: 45/22/9
굴림: 1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기름상인:(근처의 상인이라 생각했는지, 자연스레 한숨을 푹 내쉰다) 어휴, 말도 말어! 높은 나리들이 다 사가고 있는게지.
아무리 축제 때는 기름값이 오른다지만... 이번엔 열 배도 넘게 올랐다니께?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윤화영:아니 당신이 주인인데 사가는 사람을 모릅니까? 이 동네서 제일 잘 파시는 분이? 별일일세.
 
 
기름상인:높으신 분들이 직접 이런 곳까지 오시겠어? 전부 하인을 시켜서 사가는게지! 저번엔 저 어디더라... 그래, 저쪽으로 가더만. (반촌을 고갯짓으로 가리키며) 무슨 불꽃놀이를 얼마나 하려고 그러는지, 원.
 
윤화영:(흥미로운 눈으로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다 고개 돌린다.) 별일이구려. 별일이야. 그래도 금값깨나 벌으셨으니 주인장은 잘 됐지요? (웃으며 간다는 듯 손짓해보인다.)
 
 
기름상인:허허... (부정하지 않고 그저 웃는다) 그래도 가뜩이나 이상한 노래가 퍼지고 있는데 기름까지 동이 났으니 찜찜해서 살 수가 있나! (대강 손을 휘휘 저어 인사한다)
 
반촌이라...
 
귀족들이 무슨 기름을 그리 필요로 하는 걸까요?
 
이 또한 예부상서 무리의 짓일까요?
 
윤화영:들었느냐? (선화를 불러 제 옆에 붙인다.) 어제 선화가 말하길 축젯날 불을 지르려는 놈들이 있다더구나.
 
연선화:아주 그놈한테 푹 빠지셨네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다 믿으시고. (툴툴거리며 붙는다)
 
윤화영:눈으로 봐야 믿겠느냐? 마침 그놈이 밤에 보자 하였으니 도망가지 말고 지금처럼 붙어 있거라. (놀라 자빠질 얼굴을 상상하며 혼자 키득거린다. 선화와 함께 반촌으로 향한다.)
 
연선화:제가 목을 베어버릴 겁니다. (시큰둥한 표정으로 따라간다)
 
나라의 녹을 먹는 이들이 자리잡고 있는 구역입니다.
 
어제도 느꼈지만, 전반적으로 평화로운 분위기가 주를 이루고 있어요.
 
관청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이 많아 인기척은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예부상서의 집을 찾아볼까요?
 
윤화영:(어디인지 알 리가. 문패를 읽으며 돌아다닌다.)
 
윤화영:
기준치: 50/25/10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32분을 걸어 걸어...
 
지쳐 포기할 즈음이 되어서야 예부상서의 이름이 적힌 명패가 눈에 들어옵니다.
 
고래등같은 집은 겉으로 보기에는 크게 이상한 것이 없습니다.
 
정말로 그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사람 속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집 안으로 들어가볼까요?
 
윤화영:(제 집처럼 들어간다.)
 
당신은 대문을 제집처럼 열고 들어갑니다.
 
마당을 쓸고있던 하인이 당신을 빤히 바라봅니다.
 
 
하인: ...뉘슈?
 
윤화영:형님은 안 계신가? 들어가 기다려야겠구나. (무시하고 들어간다.)
 
 
하인: 어허. (화영을 밀어내며) 그쪽같은 아우가 온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는데? 빨리빨리 나가요.
 
윤화영:(어안이 벙벙해진 얼굴이다) 어느 안전에 대고 손을 올리느냐?
 
 
하인:알았으니까 내일 오슈~ (화영을 문 밖으로 밀어내고 대문을 쾅 닫는다)
 
대문이 철컥! 하고 잠기는 소리가 들립니다.
 
윤화영:선화야. 발로 차라.
 
연선화:저놈의 목을 칠까요?
 
윤화영:청출어람이구나.
 
연선화:(대문을 발로 쾅쾅 차본ㄴ다)
(차본다)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윤화영:(주인보다 더한 무뢰한짓에 기분이 풀렸다가 엄청난 발차기에 눈썹을 들어올린다.)
 
 
대문:
근력
기준치: 100/50/20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대문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연선화:발이 너무 아픕니다, 전하... (발 문지름)
 
윤화영:(혀를 차며 들여다보곤 걸음을 옮긴다.)
그래도 잘했다.
 
연선화:그런가요? (기분 좋은 듯 웃고는) 이젠 어디로 가보시렵니까?
 
윤화영:글쎄...... 조금만 더 둘러보다 저잣거리로 나가자꾸나.
 
생각이 많아진 채로 터덜터덜 돌아 나오던 찰나...
 
파드득, 날갯짓 소리가 요란하게 들립니다.
 
윤화영: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여러 마리의 새가 예부상서의 집으로 날아듭니다.
 
그 중 한 마리의 발목에 작은 대나무통이 묶여있습니다.
 
전시에나 쓰일 법한, 잘 훈련된 전서구 같아요.
 
...그런 것이 왜 도화국에?
 
윤화영:선화야, 봤느냐?
 
연선화:...예. 봤습니다. (예부상서의 집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애완동물로 저런 새를 키우는 것은 아닐텐데요...
 
윤화영:글쎄. (담 너머를 쳐다보며 턱을 쓸어내린다.) 저 집 담을 넘어서 좀 빼돌려 올 수 있겠느냐?
 
연선화:해보겠습니다.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하고는 담을... 넘는다!)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선화가 담을 넘어 사라집니다.
 
다행히 들키지 않은 모양이에요.
 
윤화영:(작은 탄성을 내며 날다람쥐처럼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본다.)
 
새가 있는 곳까지 무사히 도착해야 할 텐데요...
 
연선화:(가보자고)
은밀행동
기준치: 60/30/12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윤화영:(ㅋ)
 
연선화:(...^^)
 
담 너머에서...
 
윤화영:(desc. 왕의 가호를 받아 안 들켰다.)
 
철푸덕! 하는 소리와 함께...
 
윤화영:(...한 번만 더!)
 
연선화:(가보자고2)
은밀행동
기준치: 60/30/12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윤화영:(장하다!!)
 
넘어지는 소리는 하인이었나 봅니다!
 
연선화:
기준치: 50/25/10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윤화영:(장하다. 호위무사 하난 잘 뒀다. 기특하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선화가 다시금 담을 훌쩍 넘어 당신에게로 돌아옵니다.
 
연선화:전하...
 
윤화영:찾았느냐?
 
연선화:(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하인이 방을 청소하고 있었습니다. 뭘 가져오긴 했는데, (찢어진 종이조각을 화영에게 건넨다)
 
윤화영:(약간 실망한 기색으로 뺨을 톡톡 쳐준다.) 어디 보자.
 
연선화:(종이를 펼쳐 화영과 함께 본다)
 
윤화영:오, 네가 이제야 믿겠구나.
 
연선화:그놈이 정보를 알려주는 척 하면서 나중에 뒤통수를 친다면요? (말없이 종이를 바라보다가 시큰둥하게 대꾸한다)
 
윤화영:(이마를 콩 친다.) 직접 물어보거라.
 
연선화:(입을 삐죽 내민 채로 이마를 문지른다. 누가 봐도 불신하는 표정이다...)
 
윤화영:(그대로 볼이 찌부러지게 척 잡는다.)
 
연선화:? 므어? #$%$%^$% (뭐라 대꾸하다가, 화영의 손을 털어내려는 듯 고개를 흔든다)
 
윤화영:(크게 웃으며 놓아준다. 두건으로 잘 싸맨 머리를 헝클이고 돌담길로 돌아간다.)
 
뒤에서 뭐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욕은 아니겠죠?
 
윤화영:뭐라 하였느냐?
 
연선화:제가 무슨 말을 했다고 그러십니까? 전하도 참... (그러고는 성큼성큼 걸어 화영을 앞질러간다)
 
윤화영:...어이쿠! 언놈이냐!
?! (홱 돌아봄)
 
윤화영:(느긋하게 팔을 붙들고 저잣거리로 걸음을 옮긴다.)
 
연선화:심장이 떨어질 뻔 했습니다. (투덜거리고는 따라간다) 또 어딜 가시려고요?
 
윤화영:거 참 가볍기도 하다. 저잣거리서 떠도는 소문을 들어보려는 참이다. 대놓고 도성 안에서 기름을 조달한 걸 보면 그리 치밀한 놈들은 아닌 듯하니 말이야.
 
연선화:그럼 앞으로는 전하 목에 칼이 들어와도 놀라지 않겠습니다?
 
윤화영:되겠느냐? (웃으며 그대로 걷는다.)
 
연선화:...안 되겠죠. (입을 꾹 다물고 그대로 따라간다)
 
윤화영:아 그렇지. 사탕은 다 먹었느냐?
 
연선화:사탕이요? (허리춤에 걸린 사탕꾸러미를 열어보고는) 반절 쯤 남았습니다.
 
윤화영:...남았다고? (꿈뻑거리다 열린 주머니를 들여다본다.) 다 먹었나 싶어 사주려 했지. 그럼 이대로 좀 걷다 들어가자꾸나.
 
연선화:이 많은 사탕을 어떻게 벌써 다 먹어요? (말이 나온 김에 사탕 하나를 입에 물고... 화영을 따라 걷는다) 이번 축제 때 하실 연설은 생각 해보셨습니까?
 
윤화영:생각할 것까지야. 지난 해랑 비슷할게다. 연설보단 불난리가 걱정거리다.
 
연선화:곳곳에 물을 길어 놓으라 명할까요? 불이 나기 전에 막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윤화영:기름을 쓴다지 않느냐. (저잣거리 어딘가에 시선을 두며 걷는다. 평화롭고 날도 좋은 까닭에 현실감이 없었지만, 한 눈이 흉하게 그인 선화의 얼굴만은 생생했다. 대체 어떤 불이기에 그리도 걱정하는가. 상처 하나 없는 얼굴에 시선을 두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모래나 준비해두라 이르거라.
 
연선화:...알겠습니다. (화영을 바라보다가 나지막이 대답한다)
 
선화의 얼굴에 가득했던 화상도 화재 때문에 생긴 걸까요?
 
혹은, 그것도 황제의 짓일까요?
 
정말로 예부상서가 누군가와 내통하고 있는 것인지, 대체 어떤 불이 도성을 휩싸는 것인지...
 
어쨌거나 지금 당장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입니다.
 
고개를 들면 벌써 해가 지려는지 노을이 뉘엿뉘엿 저편에 깔려 있습니다.
 
일단은 돌아가 볼까요?
 
곧 선화가 찾아올 시간이니까요.
 
조금이라도 자두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밤손님을 맞이하려면 말이에요.
 
윤화영:선화야. 오늘밤엔 내 옆에서 깨어 있거라. 목을 벨 놈이 누군지 정도는 알아야지. 얌전히 있을 수 있겠지?
 
연선화:저를 무슨 곰으로 아시는 겁니까? 저는 평소에도 잘 깨어있다고요. 어제는... 방심했을 뿐이죠.
그놈이 보이기만 하면 바로 베어버릴 겁니다.
 
윤화영:어허. 허하지 않는다. (옆으로 자리를 옮겨 침상 옆자리를 두드린다.)
 
연선화:(두드리는 곳으로 꾸물꾸물 기어간다) 전하는 주무시고 계세요. 해가 뜨면 제가 그놈의 목을 들고 있을 겁니다. (결연한 표정)
 
윤화영:(어깨를 감싸고 토닥인다.) 너는 왜 도통 믿질 않느냐? 믿기 어려운 말이기도 하다만.
 
연선화:전하는 전하와 닮은 사람이 나타났다고 제가 홀랑 따라가면 그렇구나, 하실겁니까?
 
윤화영:...간만에 할 말이 없구나. (통로가 있다는 벽 뒤와 장짓문을 번갈아보다 팔을 더 가까이 둘러 선화의 뒷목을 가린다.) 조금만 기다리면 알겠지.
 
연선화:그런데 정말 안 주무실 겁니까? (걱정스러운 듯 화영을 바라보며) 그러다 쓰러지시겠어요.
어제도 밤새 나갔다 오셨다면서요?
 
윤화영:나라가 망한다는데 어찌 잠을 자겠느냐. (어떻게 얻어낸 왕위인데. 다음 말은 중얼거리며 잘 묶인 머리를 느리게 쓰다듬는다.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꼬고, 만지작거리며 또 한 명의 선화를 기다린다.)
 
은빛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감겨옵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숨겨진 문이 열리고...
 
걸음을 서두르던 이가 발을 멈춥니다.
 
선화가 검을 빼든 것도 순식간,
 
윤화영:(팔을 들어 검을 막는다.) 그만해라!
 
후원에서 들었던 파열음이 다시 한 번 방 안을 가득 채웁니다.
 
연선화:(화영의 앞을 막아서며) 전하는 가만히 계세요!
 
윤화영:(선화를 밀치고 두 칼 사이에 선다. 벨 테면 베어보라는 듯 고개를 치켜든다.)
 
연선화¿:(굳은 얼굴로 화영을 노려본다) ...전하. 제가 분명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과거의 저는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고요.
 
윤화영:(어린 선화를 바라본다.) 빠지고 싶느냐? 아무것도 모른 채로.
 
연선화¿:(화영을 옆으로 밀치고, 선화에게 칼등을 휘두른다)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연선화: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윤화영:칼을 내려라. 어명이다.
 
연선화:전하, 괜찮으십니까? (재빠르게 검을 피한 후 화영에게 달려간다)
 
연선화¿:(화영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한 번 선화에게 검을 휘두른다)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윤화영: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연선화: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윤화영:불을 막는 것보다 이 놈에게 칼을 휘두르는 게 중하느냐?
당장 칼을 내려라. 내리지 않는다면 이대로 손놓고 있어주지.
도화가 망하든 말든 내 목을 저잣거리에 걸어주겠다.
 
연선화¿:전하께서는 선화가 어찌 되어도 상관이 없으신가 봅니다? (삐뚜름하게 웃고는 다시 한 번 선화에게 칼등을 휘두른다)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윤화영: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연선화: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화영과 상대의 만담을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듣고 있다가) 전하. 진정 저놈을 믿으십니까? 전하를 아무렇지 않게 밀치고 칼을 휘두르는 놈을요? 더 볼 것도 없습니다. (화영을 옆으로 비켜세우고는 그대로 검을 고쳐쥔다)
도검
기준치: 80/40/16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7
 
연선화¿:(무표정한 얼굴로 공격을 맞받아친다)
도검
기준치: 90/45/18
굴림: 1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6
(선화가 주춤한 사이, 그대로 칼등을 내려친다)
도검
기준치: 90/45/18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피해: 3
 
연선화: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호기롭게 칼을 빼든 것이 무색하게, 선화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집니다.
 
멍이 강하게 들겠군요.
 
연선화¿:(칼을 집어넣고 그대로 몸을 돌려 입구로 향한다) 그래서, 도화국이 이대로 망하게 두실 겁니까?
 
윤화영:(쓰러진 선화를 내려다보다 헛웃음짓는다. 그를 이 자리까지 오게 한 추동력. 남의 아래 서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그래서 결국 조카를 죽이도록 이끈 그 오만한 성정이 끓어올라 대답하지 않고 화를 삭힌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그도 선화인 것을. 숨을 들이쉬었다 길게 내쉰다. 한숨과 함께 말한다.) 외의나 가져오거라.
 
연선화¿:(피식 웃고는 겉옷을 챙긴다) 너무 아쉬워 하지는 마세요. 이 나라가 멀쩡해야 선화도 전하의 곁에 있을 것 아닙니까? (화영의 몸에 옷을 걸쳐주며)
 
윤화영:(팔을 끼우고 돌아선다. 그새 평소와 같은 얼굴이다.) 존망이 걸린 일인데 둘보단 셋이 낫지 않느냐.
...그런데 넌 어떻게 시간을 거스른 것이냐?
 
연선화¿: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과거의 제가 끼어드는 것은... (잠시간 머뭇거리다가) 원하지 않는다고요. 전하께서는 아실 필요가 없는 일입니다.
(선화를 힐끔 보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출구로 향한다) 이제 가시지요. 시간을 너무 많이 지체했습니다.
 
윤화영:아니, 들어야겠다. (침상에 앉아 올려다본다.) 말하지 않으면 가지 않겠다.
어떻게 돌아왔느냐?
 
연선화¿:(작게 한숨을 내쉰다) 왜 이리 고집이 세십니까? 나라의 존망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다고요.
 
윤화영:(침상에 두 팔을 짚는다.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바라본다.)
 
연선화¿:(팔짱을 낀다) 전하께서 가지 않으시면 선화는 곧 다른 주인을 모시게 될 겁니다.
 
윤화영:황제 말이냐?
 
연선화¿:그게 누구든 무슨 상관입니까? 어차피 전하는 곁에 없을텐데요.
 
윤화영:네 이야기로구나. 황제를 섬기기로 한 것은 네 결정이었느냐?
 
연선화¿:그럴리가 있겠습니까.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정말 시간이 없습니다, 전하.
 
윤화영:그러면. 날 받들지 않으면 네 목을 치겠다고 하기라도 했느냐?
나는 밤새 너와 떠들 수 있다. 아니면 선화에게 그리했듯이 내 목도 칼등으로 치고 네 놈 혼자 할 일을 하러 갈 수도 있겠지. 네 맘대로 하거라. 난 나갈 마음이 안 드는구나.
 
연선화¿:아무래도 제가 사람을 잘못 보았나 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당장 나라가 망한다는데 쓸 데 없는 고집이나 부리고 있는 자를 주인이라고 구 년을 모셨으니 말입니다.
 
윤화영:9년이나 되었던가? 나이를 먹으니 가물가물해. (느리게 눈을 깜빡이다 올려다본다.) 그렇게 말하기가 싫다면 혼자 가거라. 도화보단 네 비밀이 중한 모양이니.
 
연선화¿:(이마를 짚는다) 과거의 제가 엮이기를 원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씀 드렸잖습니까...
 
윤화영:그래? 나는 어떻게 시간을 거슬렀는지 물었다.
 
연선화¿:(한참동안 침묵하다가) 말씀 해드리면, 저와 가실겁니까?
 
윤화영:해보거라. 처음부터. (침상 옆을 두드린다.) 도화가 망했다는 그날부터.
 
연선화¿:전하. 시간이 없다니까요. (여전히 문 앞에 서있다) 딱 한 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장 궁금하신 것 하나만요.
그리고... (작게 한숨을 내쉰다) 축제가 지나면 전부 말씀 드리겠습니다. 처음부터.
 
윤화영:그래. 처음부터 말해보거라. 도화가 망하고 너는 어찌 살아남았느냐? 영월로 간 것은 네 선택이냐?
 
연선화¿:네. 제 선택이었습니다. 죽는 게 두려워서 영월로 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황제의 곁에 있었습니다. 대답이 되었습니까?
 
윤화영:그러면 왜 돌아왔느냐?
 
연선화¿:전하를 구하지 못한 것에 미련이 남았으니까요. 제 눈앞에서 전하의 목이 잘렸는데, 어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 수 있었겠습니까?
 
윤화영:(선화가 말하면 눈을 내리깔며 목을 매만진다. 다른 이의 심정을 헤아리는 일은 좀처럼 없으나 제 목이 잘려나갈 때 그 아이의 기분이 어떠했을지 상상해본다. 그럼에도 살고 싶어 황제에게 머리를 조아린 마음이 어떠했을지. 손을 내리고 다시 한번 손짓한다.) 시간은 어떻게 거슬러 왔느냐?
 
연선화¿:(화영을 바라보다가 벽에 기댄 채로 눈을 감는다. 그를 시야에서 밀어내려는 듯이) 황궁에서 기이한 신을 섬기고 있더군요. 매일같이 그 신에게 빌었더니 어느 날 답이 왔습니다.
 
윤화영:신이라... 그 신이 뭐라더냐?
 
연선화¿:제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 주겠다 했지요.
 
윤화영:(허무맹랑한 듯 낮게 웃는다.) 기도만으로?
 
연선화¿:이 일이 다 끝나면, 황제의 목을 먹이로 던져 줄겁니다.
 
윤화영:(눈썹을 들어올린다. 정말인지 판가름하고 싶지만 불빛 하나 없는 방 안에서 저 멀리 선 선화는 어두운 형상으로만 보인다. 잠시 바라보다가 마지막으로 묻는다.) 이 녀석은 왜 재웠느냐?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는 대답 말고.
납득할만한 대답을 내놓으면 일어나겠다.
 
연선화¿:... (눈을 뜨고 말없이 선화를 내려다본다.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선화를 바라보다가 입을 뗀다) 그 아이는 영월이니, 멸망이니 하는 것이 없는 세계에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하게요.
...이미 들어버렸지만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그래도 아직 전부는 알지 못하니, 괜찮을 겁니다.
 
윤화영:신이 정말이지 자비롭구나. 황제의 목을 바쳐 너도 그 녀석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니. (그 말을 끝으로 한참 말이 없다가 일어선다. 침상의 이불을 끌어 잠든 선화 위로 덮어준다.) ...가자. 안내하거라.
 
연선화¿:그렇죠? 황제와는 영 딴판입니다. (피식 웃고는 몸을 숙여 통로 밖으로 나간다)
 
윤화영:(가라앉은 얼굴로 선화를 따라간다.) 가는 길에 황제 이야기나 좀 해주거라.
 
연선화¿:무엇이 궁금하십니까? 저도 그자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합니다.
 
윤화영:글쎄... 아 그렇지. 네 눈은 황제가 그리했느냐?
 
연선화¿:대체 뭐에 화가 났는지, 갑자기 칼을 휘두르지 뭡니까? ...전하와는 성정이 다른 자이지요.
 
윤화영:(작게 웃는다.) 나는 내 손을 더럽히지는 않지. 아깝게 됐구나... 아, 안대는 못 찾았다. 하는 수 없이 그대로 다녀야겠구나.
 
연선화¿:괜찮습니다. 그리 중요한 물건도 아니었고요. (따라 웃는다) 사람을 만날 일도 없으니...
 
윤화영:이대로가 낫다. (앞서가는 꼬랑지를 잡아당겨 제 옆에 서게 한다.) 그런데 우리가 어디로 간다고 했지?
 
연선화¿:보기 흉한 얼굴인데요. (휘청이던 것도 잠시, 금세 자리를 잡는다) 어제 그자들이 빈민가 이야기를 했으니 그곳으로 가볼 생각입니다.
 
윤화영:내가 없으니 자신감을 잃는구나. (팔짱을 끼고 걸음을 맞춰 걷는다.) 이 옷으로 괜찮으려나 모르겠다.
 
연선화¿:비어있으니 괜찮을 겁니다. 축제를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사람들을 전부 다른 곳으로 이주시켰더군요.
 
윤화영:거길 전부? 보고받은 적이 없는데. 그들은 어디로 갔지?
 
연선화¿:예부상서와 그 무리들이 손을 쓴 것이겠지요. 빈민들이 어디로 갔는지까지는 모르겠습니다. 살아 있기는 한 건지...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요?
 
구불구불한 통로를 걷고, 또 걷고...
 
그 끝에 있는 뚜껑을 밀어 열고 나서면 또 다른 복숭아나무 숲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연선화¿:(통로 밖으로 훌쩍 빠져나가 화영을 향해 손을 내민다)
 
윤화영:(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 주변을 둘러본다.)
 
복숭아나무가 가득합니다.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선화가 발걸음을 옮깁니다.
 
앞선 등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어둑하고 음침한 뒷골목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뒷골목의 곳곳에는 빈 집이 가득합니다.
 
무언가를 숨겨놓기에는 아주 제격인 곳이죠.
 
그렇지만 이 많은 집 가운데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단박에 알기란, 영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무래도 하나하나 직접 뒤져보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겠네요.
 
윤화영:집이 많기도 하지... 저녁에 오지 그랬느냐.
 
연선화¿:최대한 사람들의 눈을 피하고 싶어서요...
 
윤화영:덕분에 내일은 꼼짝없이 낮에 까무룩 졸겠다. 바로 앞집부터 가보자꾸나.
 
연선화¿:곧 걱정 없이 침전에 드실 수 있을 겁니다. (작게 웃고는 화영을 따른다)
 
윤화영:바람이냐, 예언이냐?
 
연선화¿:바람이지요. 설마 제가 정말 예언자라 믿으신 겁니까?
 
윤화영:(졸린 눈을 가늘게 뜨곤 다 들리게 한숨 쉰다.) 예언이었다면 기쁠 뻔했다.
자. 어서 가자, 눈이 감긴다.
 
당신은 첫 번째 집으로 향합니다.
 
문을 열어젖히면 전반적으로 먼지뿐인 빈 공간입니다.
 
낡은 구석구석에는 콤콤한 곰팡이 냄새가 나고, 벽은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처럼 금이 가 있습니다.
 
누군가 이곳에 드나든 것처럼 보이지는 않네요.
 
연선화¿:(방 내부를 꼼꼼히 살피다가) 이곳은 빈집인 것 같습니다, 전하.
 
윤화영:(문간에 기대 지켜보다 끄덕인다.) 그런데 우리가 뭘 찾는 것이냐? 화약? 기름?
 
연선화¿:글쎄요. 저도 그들이 무언가를 숨겨뒀다고만 들었지, 그게 무엇인지는 듣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꼭꼭 숨겨둘 정도라면... 분명 전하께 도움이 되는 것들이겠지요.
 
윤화영:흠. 우선 둘러봐야겠다. 건넛집으로 가자.
(4번으로 갑니다!)
 
당신은 네 번째 집으로 향합니다.
 
문을 열어젖히는 순간, 이번에는 확연하게 다른 냄새가 납니다.
 
묘하게 비릿하고 어딘가 서늘한…
 
오랜 기간 평화를 유지해온 도화국에서 이만큼 이질적인 냄새를 맡기도 힘들겠지요.
 
눈앞에는 수많은 병장기들이 놓여 있습니다.
 
날이 잘 갈린 단도, 장검, 창, 철퇴…
 
쇠냄새에 머리가 흐려질 지경입니다.
 
이만큼이나 많은 무기들이 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이던가요?
 
관아도 아닌 이런 빈민가에 말이에요.
 
윤화영: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장검 중 하나에 새겨져 있는 이름이 문득 눈에 들어옵니다.
 
이재하.
 
...예부상서의 것인 모양입니다.
 
챙겨두면 물증이 될 지도 모릅니다.
 
윤화영:(무기들을 둘러보다 혀를 찬다.) 치워두지 않으면 곧 쓰이겠구나.
 
연선화¿:(재하의 검을 화영에게 건넨다) 날이 밝으면 곧장 예부상서를 잡아 들이시는 게 좋겠습니다.
 
윤화영:네가 목을 치게 내버려뒀어야 했는데. (다시 돌려준다.) 네가 들고 있거라.
 
연선화¿:알겠습니다. (받아든 검을 허리춤에 찬다)
 
윤화영:쌍검이 되었구나. 넌 가벼운 게 나아 보인다.
 
연선화¿:(피식 웃고는) 저도 한 팔만 쓰는 것이 편합니다. 나이를 먹었더니, 요새 통 힘이 없어서요.
 
윤화영:(앞집으로 건너가려다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뒤돌아본다.)
 
연선화¿:...뭘 그렇게 보십니까?
 
윤화영:난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못 걷겠다. 좀 업어라.
 
연선화¿:농담 하지 마시고요. (일어나라는 듯 고갯짓 하며)
 
윤화영:선화놈이었으면 당장 '예, 업히시죠!' 하며 꿇었을 텐데. 쯧쯧... (혀를 차며 7번 집으로 향한다.)
 
연선화¿:(쓰게 웃는다) 다음에 업어드리겠습니다.
 
일곱 번째 집으로 향합니다.
 
문을 열어젖히면 들리는 것은 날갯짓 소리입니다.
 
코끝으로 새의 배설물 냄새가 언뜻 지나간 것도 같네요.
 
곳곳에 새장이 걸려 있고, 안에는 각각 새들이 앉아 있습니다.
 
잘 살펴보면 새들의 발에는 하나같이 글자가 각인된 작은 대나무 통이 매달려 있습니다.
 
각인된 글자는…
 
 
연선화¿:(새들의 발목에 달린 대나무 통들을 살펴본다) 전서구들이군요. 예부상서의 집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것들입니다.
 
윤화영:하나, 둘... 그리 많지는 않구나. 마침 새 칼도 얻었으니 다 베어버리거라.
 
연선화¿:이 새들을요. (탐탁지 않은 눈으로 새장을 바라보다가) 축제가 끝나고 풀어주는 게 어떠합니까?
 
윤화영:축제가 끝나면 어차피 죽을 놈들인 것을. 어서 하거라.
 
윤화영:
위협
기준치: 40/20/8
굴림: 5, 62, 62
+2: 극단적 성공
+1: 극단적 성공
  0: 극단적 성공
-1: 실패
-2: 실패
 
연선화¿:(한숨을 내쉬고는 칼을 빼든다) 전하께서 이리 잔인한 분이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하나, 둘...
 
커다란 새들이 검 아래로 쓰러집니다.
 
새장에서 흘러나온 피가 바닥을 적시고,
 
낡은 집안을 가득 채우던 날갯짓 소리도 잦아듭니다.
 
선화는 한참이나 죽은 새들을 바라봅니다.
 
윤화영:(움직이는 놈이 없나 지켜보다가 등 돌려 다음 집으로 향한다.)
 
연선화¿:(마지 못해 발걸음을 돌린다)
 
어느 집으로 갈까요?
 
윤화영:(10번으로 갑니다!)
 
열 번째 집으로 향합니다.
 
문을 열면 보이는 것은...
 
낡은 천인형과 팽이, 차마 정리되지 못한 이불들입니다.
 
오랫동안 사람이 머물지 않은 곳 같아요.
 
연선화¿:(이불을 탈탈 털어 한편에 접어둔다) 어린 아이들이 살았나 봅니다.
 
윤화영:(뭘 하려는지 몰랐다가 주인도 없는 이불을 개어두는 걸 알곤 어이없는 듯 웃는다.) 너 어릴 적이 생각나는구나. 꼬질꼬질하고 잽싼 꼬마였는데.
 
연선화¿:제가 그리 꼬질꼬질했습니까? (따라 웃으며) 너무 옛날 일이라 기억이 나지를 않습니다. 전하께서 가끔 놀아주시던 것만 조금 기억이 나네요.
 
윤화영:말도 마라. 한창 클 때엔 어찌나 활기차던지 씻겨놔도 반나절이면 꼬질꼬질해져서 돌아오곤 했지. 그땐 참 시끄럽고 귀여웠어.
 
연선화¿:그때는 마냥 좋았으니까요. 돌아갈 곳이 생겼다는 것이요. (가만히 서서 집 안을 돌아본다. 화영이 곁에 있기 때문일까, 자신의 태생이 천하기 때문일까. 마치 자신이 살았던 집인 것마냥, 기이한 향수가 느껴진다)
 
윤화영:그래? 정을 빨리도 붙였구나. 지금은 언제 이렇게 커서는...... (중얼거리다 멀뚱히 선 등을 두드린다. 열한 번째 집으로 향하며 부른다.) 어서 가자.
 
연선화¿:집 없이 살았던 놈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짧게 대꾸하고는 뒤따른다)
 
윤화영:집 없이 산 세월보다 나랑 산 세월이 더 길지 않느냐. 새삼스럽게 무얼...
 
당신은 열한 번째 집으로 향합니다.
 
이곳에는 온갖 책들이 쌓여 있습니다.
 
연선화¿:선화는 그러하겠지요. (방 안에 가득한 책을 보고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빈민가에 책이라... 이상한 조합이군요.
 
윤화영:그러게 말이다. 좀 뒤져봐야겠다. (고갯짓한다.)
 
연선화¿:(책더미를 뒤적거려본다)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별 다른 것은 없는 것 같은데요...
 
윤화영:(책정리라도 하는 건가 싶다.)
(가서 뒤적거려본다...)
자료조사
기준치: 30/15/6
굴림: 99
판정결과: 대실패
(..ㅋ)
 
무언가를 잘못 건드린 걸까요?
 
책더미가 우르르 쏟아집니다!
 
윤화영: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88, 48, 60
+2: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0: 실패
-1: 실패
-2: 실패
 
연선화¿: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윤화영:...아이고, 아이고. (몇 권 얻어맞는다.)
 
연선화¿:(다행히 재빠르게 피했다. 화영의 곡소리를 듣고는 당황스러운 낯을 한다) 아.
(화영에게로 다가가 몸을 살핀다) 전하, 괜찮으십니까? 모서리에 맞지는 않으셨지요? (걱정스러운 어투로)
 
윤화영:(얻어맞은 팔을 문지르며 아픈 소리를 낸다.) 네 놈은 전쟁 나도 활 맞아 죽을 걱정은 없겠다.
 
연선화¿:좋은 스승을 둔 덕이 아니겠습니까. (화영의 팔을 주물러주며 난리가 난 집 안을 훑는다) ...다시 한 번 둘러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윤화영:얼씨고... 한번 살펴보거라.
 
연선화¿:전하께서 살피시는 것이 더 좋지 않겠습니까. 제가 아는 것이 뭐 있다고요.
 
윤화영:어두워서 보이지도 않는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정신이 번쩍 든 탓일까요?
 
앞이 잘 보입니다.
 
대부분의 책은 말도 안 되는 사악한 주술이나 무언가를 불러내는 주문들입니다.
 
한참이나 책을 살피던 당신은, 눈에 띄는 것을 하나 발견합니다.
 
윤화영:(덮어두고 일어나 손을 턴다.) 유용한 사술을 하나 알아냈다.
 
연선화¿:(바닥에 붙어 책을 뒤적이던 중이었다. 고개를 돌려 화영을 바라본다) 그게 무엇입니까?
 
윤화영:불난리를 내는 주술인데, 나중에 요긴히 쓸 곳이 있지 싶다. (어쩐지 기쁜 얼굴로 선화의 등을 두드린다.) 나가자.
 
연선화¿:(의문이 들었으나 굳이 그것을 입 밖에 내지는 않는다. 몸을 일으켜 화영을 따른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이번엔 어디로 가볼까요?
 
윤화영:1-8/2-12
rolling 1d2
 
(
2
 
)
 
 
=
2
(12번으로 갑니다!)
 
당신은 열두 번째 집으로 향합니다.
 
들어가보면 수많은 통이 가득 차있습니다.
 
다가가 만져보기만 해도 알 수 있습니다.
 
기름 가게에서 사간 기름들이 어디로 갔나 했더니 이곳에 전부 있었나보네요.
 
기름을 잔뜩 머금은 통이 미끈거립니다.
 
통이 옮겨진 것인지 사이사이 비어있는 자리가 눈에 띕니다.
 
…어디로 옮겨진 것일까요?
 
연선화¿:...여기에 불이라도 붙으면 큰일이 나겠습니다.
 
윤화영:(소맷자락으로 코를 막고 한 걸음 물러난다.) 그렇겠지. 다 쏟아버려라.
 
연선화¿:밖으로 나가 계시지요. 신발이 더러워지십니다.
 
윤화영:오냐. (뒤로 물러나 지켜본다.)
 
연선화¿:(기름통을 순서대로, 하나씩 넘어뜨린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통이 쓰러집니다.
 
묽은 기름이 선화의 신발을 적시고, 바닥을 타고 흘러 그대의 발을 적십니다.
 
기름냄새가 진동을 하는군요.
 
연선화¿:(소매로 코를 막은 채 빠져나온다. 튀김을 잔뜩 먹은 기분이었다)
 
윤화영:잘했다. (어깨를 두드려준다.) 듬직하구나.
 
연선화¿:다행입니다. (짧게 웃음 짓고는 시간을 가늠해 보려는 듯, 하늘을 바라본다. 그러고는 다음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곳만 둘러보고 돌아가야겠습니다.
 
윤화영:그러냐? 내일은 해 지기 전부터 와야겠구나. (느긋하게 아홉 번째 집으로 향한다.) 낮엔 어디에 숨어 있느냐?
 
연선화¿:주로 숲 속에 있습니다. 숲 깊은 곳까지는 사람들이 오지 않아서요.
 
아홉 번째 집으로 향합니다.
 
이곳은 제법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 있습니다.
 
흔적이라고 해봤자 그나마 창고를 면한 것 같이 보이는 정도지만요.
 
회의실로 썼던 용도일까요?
 
벽에는 어지럽게 [ 글월 ]들이 붙어 있고 탁자 위에는 [ 지도 ]들이 널려 있습니다.
 
윤화영:그러지 말고 내 침전에 있거라. 드나드는 이도 없고 침상도 있으니. 특별히 눕는 것도 윤허하마.
 
연선화¿:위험한 일은 애초에 만들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선화와 마주치지 않고 싶기도 하고요.
 
윤화영:그 녀석은 내내 날 따라다니... 아니, 너도 따라다녀봤으니 알지 않느냐? (벽에 붙은 것들을 살핀다.)
 
연선화¿: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선화가 놓고 간 것이 있어 침전에 들어올지, 궁녀나 내관이 들어올지... 예부상서가 첩자를 심어뒀을 수도 있고요.
 
글월들은 전부 누군가 보내온 것입니다.
 
하긴, 이쪽에서 보낸 것들을 여기에 붙여 놓지는 않았겠지요.
 
흘려 적어뒀지만 대략적으로 알아낼 수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대가 전혀 알지 못했던 음모가 그대의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윤화영: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연선화¿:증좌가 될 수 있으니 챙겨 가시지요.
 
윤화영:(찌푸리며 보다가) 여기 널 살려서 데려오라는구나.
 
연선화¿:그러게 말입니다.
 
윤화영:(침전에서 내놓은 대답과 모순이지 않은가. 저를 속이려 드는 건 누구라도 달갑지 않다. 물끄러미 선화를 바라보다 고개 돌려 종이들을 떼어내 그에게 건넨다. 그리고 지도를 살핀다.)
영월에 가선 무슨 일이 있었느냐? (눈은 지도에 둔 채로 흘리듯 묻는다.)
 
연선화¿:그 큰 나라에 무슨 일이 있었겠습니까? 눈엣가시였던 도화국까지 사라진 마당에요. (종이를 받아든다)
 
지도들은 대개가 도화국의 것입니다.
 
영월 제국의 국경에서 도성까지 닿을 수 있는 길이 몇 개나 그려져 있네요.
 
회의에 회의를,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듯 지도는 지저분합니다.
 
윤화영:너에겐 무슨 일이 있었냐 그 말이다. 그나저나 영월이 준비를 아주 단단히 했구나.
 
연선화¿:제 얼굴이 대답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요. (짧게 웃고는) 황제의 욕심이 끝을 모르는 탓이지요.
 
윤화영:그 놈이 너를 원하기라도 한 것 같구나. (어이없이 웃는다.)
 
연선화¿:그자의 곁엔 좋은 사람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고작 주인에게 충실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제가 변절하기를 원했으니까요.
 
윤화영:황제란 그런 법이지. 그런데 그 자가 그러더냐? 그래서 널 영월로 잡아왔다고? 어허, 하하...
 
연선화¿:황제가 원래 그런 자리였습니까? (쓰게 웃는다)
 
윤화영:자리를 보전하려면 남는 것도 믿을 것도 없게 되지. 뭐든 모르는 게 나은 법이다. (선화의 머리를 헝클이고 방 안을 둘러본다.) 여긴 더 볼 게 없는 것 같구나. 지도를 챙겨 돌아가자.
 
연선화¿:(지도를 챙겨들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당신은 선화와 함께 빈민가를 빠져나옵니다.
 
선화는 이번에도 묵묵한 얼굴로 그대를 침전까지 데려다 줍니다.
 
다시금 어두운 저잣거리를, 복숭아 숲을, 그리고 습한 통로를 걸어...
 
연선화¿:(가지고 온 것을 침전 한편에 정리해둔다. 그리고는 멍하니 그것들을 내려다본다) 이 정도면 충분한 증좌가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일이 잘 풀렸던 것은 처음이에요.
어쩌면, 이번에라면 진정 끝을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젖어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윤화영:처음이라니?
 
연선화¿:(의문스러운 듯 화영을 돌아본다)
 
윤화영:꼭 처음이 아닌 것처럼 말하지 않았느냐.
 
연선화¿:아. 제가 그리 말했습니까? (작게 미소지으며) 말이 헛나왔나 봅니다.
 
윤화영:또 열 번은 물어야 답해주려고? (침상에 앉아 옆자리를 두드린다.)
 
연선화¿:곧 해가 뜹니다, 전하.
 
윤화영:(한숨 쉬며 일어나 선화의 옷자락을 붙잡는다. 슬쩍 끌어당긴다.)
 
윤화영:
설득
기준치: 40/20/8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연선화¿:(화영의 손을 부드럽게 떼어낸다)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앞으로도 많겠지요. 모든 것이 끝나면... 그때 회포를 풀도록 해요.
 
윤화영:고집하고는... (바닥에 널부러진 선화의 품을 뒤지더니 무언가 손에 쥐고 일어선다.) 그럼 손이나 내놓아라.
 
연선화¿:(순순히 손을 내민다)
 
윤화영:(사탕 세 개를 손바닥에 얹고 선화의 손가락을 접어 쥐게 한다.) 새파랗게 어린 것이 대감처럼 말하는 걸 가만 보고 있자니 어심이 참으로 어지럽다. 낮 동안 그거나 먹으며 기다리거라.
 
연선화¿:새파랗게 어리다고 할 만한 나이는 진작 지났습니다. 더 이상 단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요. (당황스러운 듯 자신의 손에 놓인 사탕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는다) ...그래도 잘 먹겠습니다.
저 아이를 잘 돌봐주십시오. 일어나면 꽤나 울적해 할 테니. (바닥에서 이불을 덮고 있는 선화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한 선화는 등을 돌립니다.
 
모든 일이 끝나면...
 
그때는 그대 마음을 어지럽히던 것들이 가라앉을까요?
 
불현듯 의구심이 차오릅니다.
 
그러고 보면 그는 시간의 인과를 거슬러 오른 존재라고 했어요.
 
세상이 그리 쉬이 원하는 것을 쥐어주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보다 그대가 잘 아는 사실입니다.
 
모든 것에는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라고,
 
그것은 그대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배워 온 사실이니까요.
 
주어진 인과에 순응하며 휩쓸려 사는 수많은 것들에게도 그러할진대...
 
감히 그 인과를 거슬러 오른 이가 치러야 할 대가란 무엇일까요?
 
고작 황제의 머리 하나?
 
당신과 선화의 끝에는 도화국의 안녕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그럼 그의 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요?
 
연선화¿:(나가기 전, 뒤를 돌아보며) 내일 밤은 그들의 거사일이니 분명 움직임을 보일 겁니다. 그러니 선화와 함께 계십시오. 저 아이만은 믿을 수 있으니까요.
내일 밤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그때까지 부디 무사하시길.
 
제 할 말을 다 한 상대는 무어라 되물을 틈도 없이 떠나버립니다.
 
묻지 못한 것이 여전히 마음에 남아 복잡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자면...
 
어느새 발 밑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연선화:(반쯤 감긴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다가, 서있는 화영을 발견하고는 벌떡 몸을 일으킨다) 전하!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놈은 어찌 되었습니까!?
다치신 곳은 없습니까!? (화영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몸을 확인한다)
 
윤화영:방금 갔다. (잘도 잤는지 혈색이 좋은, 깨끗한 뺨을 보고 있다가 갑자기 이리저리 돌려진다. 꼭 돌려봐야만 아는가? 정신없이 저를 더듬거리는 손을 붙잡아 그대로 토닥이며 바닥에 같이 눕는다.) 나는 좀 자야겠으니 가만 있거라.
 
연선화:(눕혀진다) 하지만 곧 회의장에 가실 시간인데요... 오늘이 축제 날이지 않습니까?
아니, 그런데 그놈이 방금 갔다고요? (다시 벌떡 일어나서 통로가 있는쪽 벽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간다) 전하는 주무시고 계십시오. 제가 그놈을 잡아 오겠습니다.
 
윤화영:깨우러 오겠지... 으응? (모로 누운 채 입만 움직인다.) 선화야. 이리 와라. 춥다.
 
윤화영:
설득
기준치: 40/20/8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윤화영:(낑낑...)
설득
기준치: 40/20/8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기침한다...)
 
연선화:... (다시 돌아와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덮어준다)
 
윤화영:아이고, 선화 네 녀석이 없으니 잠이 안 온다. 이불을 덮어도 속이 시리고 허하구나. 찬바람이 분다.
 
연선화:
동정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비밀통로가 있는 벽을 바라본다) 저놈을 잡아야 하는데... (고민하다가 결국 화영이 덮은 이불 위로 드러눕는다. 그제도, 어제도 온 놈이니 오늘도 오겠지, 싶다)
 
윤화영:억?!
(쿨럭거리다 조용해진다...)
 
연선화:(장난스레 웃다가 이불 위로 화영을 끌어안는다) 이제 주무십시오. 전하가 잠에 드시면 나가보겠습니다.
 
윤화영:(이불 안쪽에서 쿡쿡 두드린다.) 네 놈이 주상을 기만하는구나. 어서 들어오지 못할까.
 
연선화:제가 어떻게 전하와 한 이불을 덮어요? 이것도 선심 쓴 겁니다? (화영을 꽉 끌어안았다가 놔준다)
 
윤화영:선심? (헛웃음을 터뜨리다 포기하고 팔을 늘어뜨린다.) 네 놈 한번 안아보기가 이리 어렵구나. 됐다. 자련다.
 
연선화:예. 푹 주무십시오. 저도 더 자렵니다. (화영을 끌어안은 채로 눈을 감는다)
 
윤화영:(숨막힌다... 중얼거렸는지 속으로 생각했는지 모르게 눈이 무겁게 감긴다. 곧 희미한 숨소리만 들린다.)
 
그제도, 어제도. 계획에도 없던 야행을 다녀왔으니 꽤나 피곤할 테지요.
 
당신은 금새 잠에 빠져듭니다.
 
......
 
......
 
연선화: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윤화영: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하... ...전하!
 
꿈 속인가요?
 
어디선가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들어올리면...
 
보이는 것은 이불입니다.
 
무언가 짓누르는 감각이 선연합니다.
 
윤화영:(꿈인가 보다. 다시 눈 감는다.)
 
다시 눈을 감습니다.
 
역시 꿈인가봅니다.
 
라고 생각할 때...
 
 
궁녀: 무례를 용서하시옵소서!
 
이불이 홱 들춰집니다!
 
윤화영:......
 
겨우 눈을 뜨고 주변을 바라보면, 어느새 새파란 하늘에 해가 중천입니다.
 
축제가 시작되었는지 바깥 역시 온통 분주하고 떠들썩하네요.
 
궁녀들과 내관들이 걱정스러운 듯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내관: 대신들이 모여있사옵니다. ...물러가라 전할까요?
 
윤화영:(그러고 보니 외의를 벗지도 않고 잠들었던가. 의아한 눈으로 얼굴들을 올려다보다 아, 작게 탄성을 뱉곤 걸친 옷을 벗는다.) 그리하시오.
 
 
내관: 그리 전하겠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물러간다)
 
윤화영:(아직 뻑뻑한 눈을 감았다 뜨며 일어나려다 옆에 누운 선화를 발견한다. 그대로 이불을 선화 위로 덮어 멍석 말 듯 만다. 그리고 다시 누워 그 위로 팔을 두른다.)
 
선화는 잘도 자고 있습니다.
 
그런데... 뭔가 잊고 있지 않나요?
 
도화국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불꽃들로 인해 멸망하기까지 하루도 채 남지 않은 시각입니다.
 
윤화영:(서두르기엔 이미 늦었다. 당장 일어나 대전으로 향하든, 잠시 더 누워 있든 무엇이 달라지랴. 대신들은 기다리게 두고 눈을 감는다. 그대로 8분인가 까무룩 잠든다.)
 
다시 눈을 감습니다.
 
그래요. 어차피 일어날 일인걸요.
 
조금 더 잔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
 
......
 
....하... ...전하...!
 
몸이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다시 어둠 속입니다.
 
어둠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선화의 목소리인 것 같습니다.
 
연선화:전하? 전하! (화영을 흔든다)
 
윤화영:으응...? 그래, 그래.
 
연선화:(화영의 볼을 쿡 찌르며 툴툴댄다) 어서 일어나세요. 벌써 점심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윤화영:(눈을 깜빡이다 일어난다.) 꿈이라도 길게 꾼 것 같구나.
슬슬 가야겠다. (옷을 가져오라는 듯 손짓한다.)
 
연선화:이대로 김밥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화영이 일어나면 그제야 이불 속에서 빠져나온다. 그리고 옷을 들고와 화영에게 걸쳐준다)
음? (그러다 방 한편에 놓인 검과 종이들을 발견한다) 저건 뭔가요?
 
윤화영:네 놈이 김밥이 되면 나야 편하지. 칼을 못 쓰게 될 것은 단점이다만... 아, 네가 들 것들이다. 들고 따라오너라.
 
연선화:(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챙겨든다)
 
윤화영:(대전으로 향한다.)
 
저것들을 보니 그제야 어젯밤에 있었던 일들이 생생해집니다.
 
당신은 대전으로 향합니다.
 
결국 이 모든 일들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한 사람뿐입니다.
 
돌이킬 수 있는 것들은 아직 많이 남아 있어요.
 
그대는 이 나라를 다스리는 유일한 군주니까요.
 
축제는 시작되었고, 운명의 시간이 다가옵니다.
 
도화국의 왕이시여, 무엇을 해볼까요?
 
윤화영:(어좌에 올라 대신들을 내려다본다.) 기다리느라 고생들 하셨소. 내 간밤에 잠을 설치어 시작이 늦어지게 되었소이다.
 
 
대신: (걱정스레 화영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인다) 축제가 이미 시작되었으니, 전하께서는 걱정을 더시고 돌아가 쉬셔도 될 듯 하옵니다.
 
윤화영:내 걱정을 덜긴커녕 부추기는 놈들이 있는데 어찌 쉬겠느냐... 아 그래. 내 간밤에 예부상서의 분실물을 찾았다. 선화야, 보여주거라.
 
연선화:예? 이것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반문하던 것도 잠시,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들을 느끼고 들고 있던 것들을 재빠르게 내려놓는다)
 
 
이재하:전하, 송구하오나 저는 잃어버린 것이 없사옵니다.
 
윤화영:그래? 선화야. 그 칼 좀 들어봐라. (피에 젖은 -짐승피지만- 칼날을 바라보며 과장되게 인상을 찌푸린다.) 아주 섬짓한 걸 잃어버리셨더이다.
 
연선화:(시키는대로 검을 번쩍 든다)
 
 
신하: ...전하, 저것이 무엇이옵니까?
 
윤화영:예부상서의 칼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다른 병장기들과 함께 도성 한복판에 숨겨져 있더이다. 밤사이 잠행을 나섰다 발견하고 내 어찌나 놀랐는지.
그 많은 무기들은 무슨 연유로 모으셨소?
 
 
이재하:(당황한 기색을 숨기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다) 그런 것이 도성 한복판에 있었다니요!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저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누군가 제 사가에서 훔쳐낸 것이겠지요. 모함입니다.
 
윤화영:허어. 선화야, 그 종이들 좀 읊어보겠느냐?
 
연선화:예? 제가요?
(또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에... 칼을 후다닥 내려놓고 종이를 집어든다)
(종이의 내용을 눈으로 읽다가 눈에 띄게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저도 모르게 화영을 돌아본다) 전하, 이게...
 
윤화영:너도 간밤에 보지 않았느냐. (마저 읽으라는 듯 고갯짓한다.)
 
연선화:제가요...?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다가 겨우 목을 가다듬고 글월을 읽어나간다. 여전히 화영과 대신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황제께서 지시하신 일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도화제 첫 날, 불꽃놀이가 일어나는 사이 도성 곳곳에 불을 놓고 그 사이 왕궁을 쳐 승기를 가져올 것.
둘째, 도화국의 관리들을 매수해 일을 진행시킬 것. 셋째, 이재하는 가장 열성적으로 계획에 임하고 있으니 포상할 것. 그리고 넷째... ...? (명백하게 당황스러운 얼굴로, 또다시 화영을 바라본다)
 
윤화영:되었다. 예부상서. 이만하면 내가 자네의 목을 쳐도 불만이 없겠지?
 
 
예부 관리: 전하, 저것의 진위를 어떻게 판단한단 말입니까? 누군가 축제를 앞두고 예부상서를 모함한 것이라면요? 예부상서께서 그럴 리 없사옵니다!
 
윤화영:직급과 이름을 밝히고 말해주시게.
 
 
이재하:되었네. (자신을 옹호하는 관리를 만류하고는) 하하... 저런 것은 또 언제 찾고 계셨습니까? 소인, 정말 놀랐습니다!
모양 빠지게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 나라가 얼마나 갈 것 같습니까, 전하? (화영을 비웃는다) 전하께서 왕위에 눈이 멀어 패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은 온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인데요! 그러니 내려야 할 비가 내리지 않고, 제때 피어야 할 꽃이 피지 않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윤화영:천운은 내게 있으니 간언하지 않아도 된다. 하늘과 시간마저 짐의 편에 있으니. (고개 돌려 선화에게) 이 상서를 데리고 가 있거라. 데려가는 김에 입도 막고.
 
 
이재하:저를 없앤다고 이 나라가 평안할 것 같습니까? 옛말에 신하가 임금을 시해하는 것은 하루아침, 하루저녁의 원인으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 했습니다! 소인을 벌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보시지요! 하하... (화영을 노려보며 소리친다)
 
연선화:...예. 감옥에 데려다 놓겠습니다. (얼굴이 잔뜩 굳은 채로, 예부상서에게로 다가간다)
 
윤화영:(그러니 세자가 이 세상에 없는 것이 아닌가! 즐거워하며 크게 웃는다.) 그래. 데려가거라.
 
예부상서는 생각보다... 순순히 선화를 따라갑니다.
 
이미 들킨 마당에,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탓일까요?
 
 
대신: (대전을 빠져나가는 재하를 노려보다가, 다시 화영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전하. 이는 그냥 넘어가서는 아니 될 일입니다. 예부와 예부상서의 사가에 군병을 보내 그 무리를 잡아들이고, 가담한 자들을 전부 찾아내셔야 하옵니다.
 
윤화영:내 어련히 처리하지 않겠습니까. 이 좋은 날 저잣거리에 보기 안 좋은 것들을 걸어둘 순 없지요. 이미 가담한 대신들의 명단도 확보했으니 걱정 마시오.
 
 
대신: 제가 괜한 말씀을 드렸습니다. 송구하옵니다.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고는) 그래도 혹여 더 숨기고 있는 게 있을지 모르니... 예부는 수색하는 것이 옳다 여겨지옵니다, 전하.
 
그러고 보니... 방금 예부상서를 옹호하던 이도 예부의 관리였지요.
 
윤화영:경의 말이 옳소. 예부도 그러하고 축제를 관장한 부서도 함께 수색하도록 하지요. 또 제안들 있으신가?
 
대전은 고요합니다.
 
명백한 증거 앞에서 함부로 입을 놀리기란 쉽지 않지요.
 
누군가는 분을 삭이고, 누군가는 눈치를 봅니다.
 
윤화영:없다면 이대로 회의를 마치겠소. (피곤한 듯 눈 사이를 주무르며 말한다.)
 
대신들이 고개를 숙입니다.
 
그리고, 어느새 일을 끝마친 선화가 당신의 곁으로 다가옵니다.
 
연선화:전하. 괜찮으십니까? 예부상서는 순순히... 감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윤화영:(무거운 몸을 일으켜 대전 밖으로 나간다. 목소리를 낮춰 흘러가듯 말한다.) 도망치지만 않으면 된다. 도화가 말 몇 마디로 망하겠느냐. 오늘 밤에 난다는 그 불만 막으면 공성전으로 시간을 끌 수 있으니... (말하다 말고 선화를 돌아본다.) 그렇지. 지금 가서 그 놈 발목이나 좀 끊어놓고 오거라.
 
연선화:(아무리 무인으로 자랐다지만... 실제로 누군가를 해친 전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평화가 길었던 탓이다. 탐탁지 않은 기색으로 반문한다) ...발목을요?
 
윤화영:그래. 아예 자르진 말고 힘줄만 끊어두면 된다.
 
연선화:어차피 도망치지 못할텐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윤화영:어명이니 잽싸게 다녀오너라.
 
연선화:...알겠습니다.
 
전화가 터벅터벅 대전을 나서고...
 
대신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만이 대전을 낮게 채웁니다.
 
이제 무엇을 해볼까요?
 
윤화영:(제대로 해내려나 모르겠다. 대전을 나와 선화를 따라간다.)
 
과연 선화가 예부상서의 발목을 썰어버릴 수 있을까요?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당신은 선화의 뒤를 쫓아, 감옥으로 향합니다.
 
......
 
......
 
감옥을 지키던 군병들이 당신을 보고 고개를 숙입니다.
 
감옥 안에는 수 많은 죄수들이 갇혀있지만, 예부상서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으니까요.
 
선화는 그 앞에서 칼을 든 채,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내키지 않는 모양입니다.
 
윤화영:
기준치: 50/25/10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예부상서에게 신경을 쏟느라 당신이 온 것도 모르는 모양입니다.
 
 
이재하:(선화가 들고 있는 칼을 노려보며) 감이 네놈이 누구에게 손을 대려 하느냐?! 더러운 것이... 어서 썩 물러가거라!
 
연선화:(한숨을 내쉬며) 전하께서 발목을 자르라 하셨습니다...
 
 
이재하:그래서? 정녕 내 발목을 자르겠다는 것이냐? 이 고얀 것이... (두렵기는 한 듯 몸을 떨고 있다) ...그래,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떠하냐? 네놈이 날 도와주면 내 친히 황제께 네 이야기를 드릴 것이다. 어차피 이 나라는 망하게 되어있어!
설득
기준치: 70/35/14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연선화:
심리학
기준치: 20/10/4
굴림: 13
판정결과: 보통 성공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재하를 향해 다가간다) 차라리 용서를 구하지 그랬습니까? 그럼 예부상서께서도, 저도 피차 편했을 텐데요.
(그리고, 그대로 감옥 안으로 들어가 검을 휘두른다)
도검
기준치: 25/12/5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피해: 5
 
 
이재하:(잽싸게 몸을 굴려 피한다) 네, 네놈이 정녕 살생을 할 생각이냐!?
 
연선화:(무시하고 다시 발목을 향해 검을 내리꽂는다)
도검
기준치: 25/12/5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피해: 7
(전생에 쥐새끼였나...)
 
 
이재하:하, 하하...! (선화를 비웃으며) 네놈도 별 볼일이 없는 놈이었구나! 이 나라가 없어지고 나면, 내가 천자께 직접 아뢸 것이다! 네놈이 폐하의 기대를 실망시켰다고 말이다!
 
연선화:(다시 휘두름)
도검
기준치: 25/12/5
굴림: 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7
 
한참이나 나불거리던 입에서 끔찍한 비명이 터져나옵니다.
 
선화의 검이 예부상서의 발목에 내리꽂히고,
 
벌어진 틈에서 피가 쏟아져 나옵니다.
 
예부상서는 고통을 이기지 못한 듯 혼절하고 맙니다.
 
인상을 찌푸리며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선화가 이윽고 몸을 돌립니다.
 
연선화: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가 묻은 옷자락을 툭툭 털다가 그제야 화영을 발견한다) 아. 전하. ...언제 오셨습니까?
 
윤화영:검술이 어릴 적보다 많이 늘었구나. (선화의 어깨 너머 널부러진 재하를 바라본다.) 잘했다. 못할 줄 알았더니.
 
연선화:못할 줄 아셨다고요? 저를 너무 무시하시는 것 아닙니까? (피식 웃고는 화영을 밖으로 밀어낸다) 전하께서 계실만한 곳이 아닙니다. 어서 나가세요.
 
윤화영:아까 휘두르던 꼴을 보면... 어이쿠, 어이쿠. (밀려 나간다.)
 
당신이 선화와 함께 감옥을 빠져나오면, 어느새 해가 중천입니다.
 
연설까지는 시간이 조금 있는 것 같아요.
 
연선화:(화영을 그대로 침전으로 밀고 간다) 이제 다 되었으니 전하는 들어가서 쉬세요. 나머지는 제가 해결하고 오겠습니다.
 
윤화영:무얼 어찌 해결하려고?
 
연선화:예부상서의 무리들을 족치면 뭔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대장이 잡혔으니, 그들도 반역을 포기하겠지요.
 
윤화영:어찌 족치려고. (웃으며 왔던 길로 돌아간다.) 지금부터 예부상서의 사가를 수색하러 갈 것이다. 가서 호위병 몇 놈만 데려오거라.
 
연선화:검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 모양이더라고요. (들고있던 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잠시만 기다리고 계십시오.
 
선화는 불안한 듯 당신을 바라보다가 이내 어디론가 달려갑니다.
 
물가에 내놓아진 어린애라도 된 기분이군요.
 
그렇게 잠시 후...
 
선화가 호위병 3명과 함께 다가옵니다.
 
연선화:전하. 믿을만한 자들로 데려왔습니다.
 
윤화영:(끄덕이고 반촌으로 향한다.)
 
당신은 반촌으로 향합니다.
 
거리 곳곳에 군사들이 깔려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무래도 예부상서의 집이겠지요.
 
그의 식솔들은 이미 관아로 끌려간 모양입니다.
 
병사 여럿이 텅 빈 집을 지키고 있습니다.
 
 
병사:(가만히 서있다가 화영을 발견하고는 눈에 띄게 당황한다) 저, 저, 전하? 예까지는 어쩐 일이십니까! (납작 업드리며)
 
윤화영:(일어나라 손짓하고 안을 둘러본다.) 뭐라도 나온 게 있느냐?
 
윤화영:
기준치: 50/25/10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병사:(고개를 끄덕이고는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건넨다) 예부상서의 방에서 이런 것을 발견했습니다...
 
윤화영:(건네받는다.)
 
 
병사:그것을 제외하고, 별 다른 것은 없었습니다. 전하.
 
윤화영:그런가. (선화에게 주문의 내용이 적힌 두루마리를 보여준다.) 이게 믿는 구석인 듯하구나. 신이라도 소환하려던 모양이야. 이것도 검으로 벨 수 있겠느냐?
 
연선화:신이라구요?! (놀란 표정으로 화영이 보여준 것을 바라본다) ...그런데 신이 제 칼 따위에 베일지 모르겠습니다.
 
윤화영:잘 아는구나. (참 알기도 쉽다. 선화에게 두루마기를 건네고 궁으로 돌아간다.) 빠져나갈 길이 흐릿하구나. 어찌 될런지.
 
연선화:(두루마리를 건네받고는) ...하지만 예부상서와 그 무리들이 잡혔지 않습니까, 전하? 이것을 쓸 일이 있을까요?
 
윤화영:영월을 뒷배로 두고 있지 않느냐. 분명 세력이 더 있을진대... (생각에 잠겨 있다가 눈앞에 보이는 선화의 머리를 헝클인다.) 너는 날 지키는 것에나 집중하거라. 감옥에서처럼 칼춤 추지 말고.
 
연선화:칼춤... (어이 없다는 듯 화영을 올려다본다) 제가 언제 춤을 췄다고 그러십니까? 다 보고 계셨습니까!? 그럼 진작 기척을 내셨어야죠...
예부상서가 그리 날랜 사람인 줄 몰랐지 뭡니까.
 
윤화영:(헝클헝클. 말꼬리처럼 늘어진 머리카락을 쥐고 손가락으로 돌린다.) 사람 하나 못 잡아서야 나한테 날아오는 화살은 쳐내겠느냐. 걱정이 태산이다.
 
연선화:여차하면 제가 대신 맞을테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윤화영:그 정도로 날래려나 모르겠다. (여전히 선화의 머리칼을 갖고 놀며 궁으로 향한다. 만지고 있으니 진정되는군.)
 
연선화:(화영 옆에 붙어서 따라간다...)
 
......
 
......
 
당신은 선화와 함께 궁으로 돌아옵니다.
 
어느새 노을이 뉘엿하게 지고, 지평선 쪽으로는 별이 떠올라 있습니다.
 
곧 쌍어궁이 떠오르겠지요.
 
당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은 다 했지만…
 
선화의 바람처럼 정말 모든 일이 끝난 걸까요?
 
예부상서는 어디까지나 이 모든 일들을 저지른 이들의 일부에 지나지 않지요.
 
여전히 영월 제국에서 온 이들은 남아 있고, 분명 계획을 실행하려 들 것입니다.
 
그 계획이란 것이 어디에서 어떻게 실행될 지도 모르는걸요.
 
그래도 당신은 우선 해야 할 일을 하기로 합니다.
 
지금 걱정한다고 해서 될 일이었다면 진즉 해결되었겠지요.
 
불꽃놀이가 이루어지기 전 하는 연설은 매년 이루어지는 군주의 의례와도 같은 것입니다.
 
보세요, 지금도 저잣거리에서 백성들이 빼곡하게 그대를 기다리고 있는 걸요.
 
당신은 선화와 다른 이들의 호위를 받아 저잣거리로 향합니다.
 
연단 위로 올라서면...
 
모두가 그대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아요.
 
그대의 입에서 어떤 말이 튀어나올지 기대하는 눈빛들이 가득합니다.
 
윤화영:(저를 올려다보는, 올려다보지 않는, 다른 곳을 보거나 제 말만을 기다리는 제각각의 사람들을 눈에 담는다. 특별히 이들을 위할 생각은 없으나 이렇게 얼굴을 보고 있자니 애틋한 마음이 들기는 한다. 한치 앞도 모르는 저마다의 얼굴들.)
...올해의 축제도 양껏 즐기길 바라오. 다 그대들이 일군 것이니. 축젯날이면 매년 날이 맑고 선선한 것은 천운에 따른 것이니, 걱정을 놓고 편히들 즐기시오.
 
사람들의 감탄이 이어집니다.
 
올해의 연설도 성공적으로 끝났군요!
 
축제의 진정한 시작입니다.
 
모여있던 사람들이 웅성대며 흩어지고,
 
문득 군중 속에 섞여 있는 새파란, 하나뿐인 시선과 눈이 마주칩니다.
 
선화입니다.
 
그런데 그는 왜 당신을 이렇게 바라보고 있는 걸까요?
 
그의 눈 속에 깃든 것은 분명...
 
안타까움.
 
그의 입술이 벌어집니다.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그대에게 소리 없는 말들이 전해집니다.
 
입모양과 함께 가리키는 손끝을 따라 시선을 돌리면...
 
반짝
 
저 먼 하늘로 쌍어궁이 떠오르는 것이 보입니다.
 
그 옆에서 무언가 반짝였던가요?
 
몇 번쯤 눈을 깜박이면 그것은 어쩐지 가까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아니, 확실하게 가까워지고 있어요.
 
애초에 별조차도 아닙니다.
 
별은 저렇게 밝게 타오르지 않는걸요.
 
저건 불꽃입니다.
 
그것도 아주 커다란.
 
......
 
......
 
윤화영: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rolling 1d3
 
(
1
 
)
 
 
=
1
 
연선화¿:(선화의 뺨을 내려치며) 정신 차려.
 
연선화:(얼얼한 뺨을 문지르며 상대를 바라본다) 너, 너, 너... 너...! (저도 모르게 삿대질을 한다)
 
연선화:이게 대체… (당황스러우 검을 뽑아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마치 대답을 바라는 것처럼, 화영을 돌아본다)
 
윤화영:(하, 하. 하하. 허탈하게 웃으며 나이든 선화를 돌아본다.) 이걸 내 어찌 막느냐?
 
연선화¿:재앙을 불러내는 방법이 있으니, 돌려보내는 방법도 있지 않겠습니까? 어떻게든... 전하께서 하셔야 합니다.
 
윤화영:허어, ...그렇지. 선화야. 그 두루마기 좀 내놓아라. (재빠르게 품을 뒤져 두루마기를 꺼낸다.)
이것은 예부상서의 저택에서 압수한 물건인데, 신을 돌려보내는 주문이라 하였다. 너희들이 나를 도와야겠다.
 
연선화¿:알겠습니다, 전하. 그 전에...
(선화를 향해 칼등을 휘두른다)
도검
기준치: 90/45/18
굴림: 7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6
 
연선화: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윤화영:그만해라! (칼 사이로 무작정 손을 뻗는다.)
 
연선화:네놈은 대체... (겨우 피하고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 바라본다.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윤화영: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 때에 또 시간을 낭비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내심 도화가 망하길 바란 게냐?
 
연선화¿:(화영을 한 번, 하늘을 한 번 보고는, 그대로 한숨을 내쉰다. 체념한 듯 선화와 화영을 돌아보며) 따라오세요.
 
......
 
......
 
윤화영: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윤화영:네 놈들 이리 오너라. (눈을 흘기며 두루마리를 펼친다.) 나와 함께 주문을 외는 것이다. 할 수 있겠지?
 
연선화¿:(화영의 곁에서 고개를 끄덕인다)
 
연선화:...정말 이 주문을 외우는 것만으로 저것을 없앨 수 있다고요?
 
윤화영:네가 강가에 가서 물이라도 퍼오겠느냐? 잔말 말고 따라하거라. (타오르는 재앙의 귀환을 왼다.)
 
 
우주 (GM):
타오르는 재앙의 귀환 Roll
기준치: 99/49/19
굴림: 8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선화가 주저앉습니다.
 
하나밖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눈에서는
 
눈물이 그칠 줄을 모르고 흘러내립니다.
 
그 얼굴은 어떤 환희에 차 있는 것도 같고, 달리 보자면 어떤 탈력감에 가까운 것도 같아요.
 
그대가, 아니 이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도 감히 짐작할 수 없는 어떤 거대한 감각들이
 
그를 뒤흔들어 놓는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곧 그대는 그를 아주 어렴풋이 이해합니다.
 
…그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마음을 놓을 수 없었을 겁니다.
 
영월에서, 그리고는 돌아온 이 시간에서.
 
누구에게도, 단 한 번도 그가 삼키고 살아 온 모든 것들을 제대로 내보일 수 없었겠지요.
 
사흘 전만 하더라도 그대 역시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들이니까요.
 
그래서일까요?
 
그 얼굴을 보고 있자면 감히 설명할 엄두가 나지 않는,
 
당신조차도 형용할 수 없는 어느 감각이 당신을 흔들어 놓는 것도 같습니다.
 
그러니까, 참으로…
 
 
이름 없는 자:재미있구나.
 
라고, 그대 뒤에 서 있던 누군가가 웃었습니다.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면
 
검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아름다운 남자 하나가 그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윤화영:(의아하게 바라본다.)
 
선연하게 웃는 그 얼굴은 마치 이 세계의 것 같지가 않습니다.
 
꽃 같은 얼굴을 한 남자는 한들한들 걸음을 옮겨 선화의 앞에 섭니다.
 
 
이름 없는 자:그리 악에 받친 얼굴을 하고 있더니만… 실로 그 재앙을 치워버릴 수 있을 줄은 몰랐지.
아슬아슬했어. 그렇지?
 
상냥하기까지 한 어조로 이야기하며,
 
남자는 눈물이며 화상자욱으로 엉망이 된 선화의 뺨을 쓸어줍니다.
 
 
이름 없는 자:하지만 역시 너희들은 정말이지... 절박할 수록 즐거운 것들을 내게 보여주는구나.
그렇지만 이제는 약조를 지킬 시간이지?
 
연선화¿:...예. (남자를 바라보다가, 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윤화영:...무슨 약조?
 
 
이름 없는 자:응? (그제야 화영의 존재를 인식한 듯 뒤를 돌아본다) 하찮은 물건을 사는 데에도 그에 맞는 대가가 필요한데, 이 아이는 더 큰 것을 내놓아야하지 않겠느냐?
 
윤화영:(남자를 쳐다보다 선화의 팔을 잡아당겨 일으킨다.) 무엇을 내놓고 무엇을 얻었느냐?
 
연선화¿:(눈물을 대강 닦고는) ...말씀 드렸잖습니까. 황제의 목을 내놓기로 했다고요.
 
윤화영:그래서, 저 놈과 영월에 가서 베고 돌아오겠다?
 
연선화¿:전하. 저는 전하의 선화가 아닌데 제가 어떻게 전하와 함께 하겠습니까? (작게 웃고는) 전하께는 이미 선화가 있지 않습니까.
 
 
이름 없는 자:너는 네 왕을 그렇게 생각한다 하더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 보구나? (웃음을 겨우 참으며 선화를 바라본다)
 
윤화영:누가 저리 무엄하게 키웠는지... (남자를 바라보며 고개를 젓는다.) 네가 내 선화가 아니면, 황제의 사람이냐?
 
연선화¿:전하가 이리 키우신 게지요. ...저는 전하의 사람이지만 제가 모시는 전하께서는 이 세상에 계시지 않으니, 그곳으로 돌아가려는 것뿐입니다.
 
윤화영:그러면 네 주상도 아닌 이를 왜 그리 살리려 애썼느냐? 네가 살릴 사람은 죽고 없는데.
 
연선화¿:(한숨 내쉰다) 제 전하를 보는 것 같았으니까요.
하지만 이젠 전부 끝이 났으니 이런 말싸움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전하는 앞으로 전하의 일을 하시면 됩니다.
 
윤화영:...저 놈은 바로 데려갈 마음도 없는 듯한데? 실실 웃으며 지켜보고나 있구나. 나도 널 순순히 보내줄 마음이 없다. 이 놈도, (엉거주춤 서 있는 어린 선화를 데려온다.) 없지?
 
연선화:저한테 물어보시는 겁니까? (저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제 자신을 가리킨다) 하지만 전하... 저놈은 절 죽이려고...
 
 
이름 없는 자:너희들이 꼴이 너무 우스워서 지켜보고 있던 것뿐이다. (뒷짐을 지고 선화를 향해 다가가 무언가를 속삭인다)
 
윤화영: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름 없는 자:...그래서, 네 왕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을 것이냐? (명백히 비웃음이 담긴 어조였다)
 
윤화영:(다 들으라는 듯한 선명한 목소리를 들으며 어이없이 웃는다.) 선화야.
너는 내게 진실해야 한다. 말하지 않았느냐.
 
 
이름 없는 자:그렇다는데? (선화를 바라보며)
 
윤화영:
설득
기준치: 40/20/8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연선화¿:
심리학
기준치: 50/25/10
굴림: 1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고개를 젓는다) 전하께 짐을 하나 더 얹어드릴 수는 없습니다. 이대로 끝을 맺겠습니다.
 
 
이름 없는 자:그렇다고 하는구나? (이번엔 화영을 바라본다)
 
윤화영:네 주상은 누구냐? 널 구해내서 이 자리까지 올린 이가, 네가 모신다 맹세한 이가 누구였느냐. 너는 날 기만해서는 안 된다. 너는 늘 진실해야 하고... (무리할 정도의 요구는 반쯤은 선화가 원한 것이요, 반은 자신이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원하는 것이다. 사실 정말로 원하는 것은 명예와 힘 이전에, 모두가 머리를 조아리는 자리 이전에 바로 그것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바라고 원하는 건 그것이었다.) ...내 말을 따라야 한다.
 
연선화¿:저의 전하는 이미 칠 년 천, 목이 잘리셨는걸요. 전하의 입술이 잘못된 방향을 찾은 것 같습니다. (삐뚜름하게 웃는다) 전하의 곁에 있는 선화가 늘 진실하게, 전하의 말씀을 따를 것입니다. 그러니 그저... 악몽을 꾸었다 생각하세요. 어떻게 한 하늘 아래, 두 명의 선화가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전하의 말을 따라야 한다고 하셨습니까. 그리하여 전하께서 돌아가신 겁니다. 선화를 너무 곱게 키워서요. 전하의 말에 반발하지 못하는 아이로 키워서요.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화영이 죽던 날의 기억이다. 평화에 젖어 살아온 무사에게 살생은 낯선 것이라, 자신이 손을 쓸 새도 없이 그가 살해당하고 말았던 날의 기억. 불쑥 튀어오른 그것을 떨치려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쉰다) 지난 세월간, 좋은 신하란 잘못된 명에 반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윤화영:내 명이 옳은지 그른지 네가 어찌 헤아릴 수 있다고... (한숨 쉬고 남자를 바라본다.) 선화에게 정확히 무엇을 받기로 했지?
 
 
이름 없는 자:(고갯짓으로 나이 든 선화를 가리키니다) 저놈을 받기로 했다.
 
윤화영:선화를 받는다는 건 무슨 뜻이지? 네놈이 데려가 키우겠다고?
 
 
이름 없는 자:내가 키운다고? 저놈을? 하하, 하하...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린다) 글쎄. 저놈을 죽일지, 키울지, 찢어 발길지는 새 주인 될 놈이 정할 일이지. 그걸 내가 왜 너 같은 것에게 알려줘야 하느냐?
 
윤화영:내가 알게 된다면 더 재밌는 대화를 볼 수 있을 텐데. 그걸 바라서 데려가지 않고 미적거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
 
 
이름 없는 자:시간을 여섯 번이나 되돌렸으니, 키우기엔 손이 많이 갈 테지. 몸도 성치 못할테고. (선화의 주위를 천천히 걷는다) 간식으로 먹으면 딱이겠구나.
내가 이놈을 한입에 먹어 치우겠다고 하면, 네놈은 어떤 표정을 지을 것이냐? (흥미롭다는 듯 화영을 바라본다)
 
윤화영:(선화를 어떻게 할지 정하지 않았다면. 더 재미있는 것을 내놓으면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가진 것이라곤 세치 혀뿐이나 마땅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눈치를 보는 어린 선화의 어깨를 감싸 끌어온다.) 이 선화를 대신 먹으라 던져주고 저 당돌한 녀석의 표정을 구경할 것이다.
 
 
이름 없는 자:흠? 그놈을 대신 바치겠다는 것이냐?
나는 반드시 하나를 가져가야만 해. 그것이 이 아이가 맺은 약조의 대가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러니 사람에는 사람이 맞지 않겠느냐. 그러니 네가 그 아이를 바치겠다면 이놈은 살려주마. (상처입은 선화의 어깨를 툭툭 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사람에게는 사람.
 
그러하다면...
 
그의 말들이 의미하는 바는 마땅합니다.
 
윤화영:내게 결정권을 주는구나? (선화를 바라보며) 이 녀석을 대신 보내면 네 표정이 볼만하겠지. 그렇지?
 
연선화:...전하. 정말 절 저 이상한 놈의 간식으로 던져 주시려고요? (차마 남자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땅을 바라본다)
 
 
이름 없는 자:나는 누구든 상관이 없으니, 네놈이 선택해보거라. (웃으며 화영을 바라본다)
 
연선화¿:(짧게 한숨을 내쉬며) 전하. 그리 장난을 치시면 선화가 슬퍼합니다.
 
윤화영:네가 주상과 닮은 허깨비를 살리겠다 그리 노력했는데 포상은 주어야지. 널 보고 있자면 내 속이 꼬인다. 네 속도 꼬아놓고 싶은 마음이 드는구나.
 
연선화¿:...제게 포상을 주고 싶으시다고요. 그럼 이대로 절 보내시면 됩니다. 전하는 선화와, 저는 전하와. 짝이 맞아 떨어지지 않습니까?
 
윤화영:넌 대체 뭘 바라고 저 정체 모를 놈을 불러낸 것이냐?
 
연선화¿:과거를 바꾸고 싶었을 뿐입니다. (옅게 미소짓는다)
전하께서 제 곁을 떠나신 후 매일같이 후회했습니다. 제가 아니라 다른 병사들이 전하의 곁에 있었다면. 제가 완님처럼 침착한 성격이었다면. 제가 조금 더 실력이 좋은 놈이었다면. 혹은... 제가 전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미련을 해소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어찌 그 손을 잡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 상대가 정체 모를 것이라 해도요.
 
연선화:(선화와 화영의 대화를 묵묵히 듣고 있다가 나지막이 묻는다) ...전하, 저 자가 누구입니까?
 
윤화영:...무슨 대답이 듣고 싶은 게냐?
 
연선화:보아하니 저놈이 정말 저였던 모양입니다. 전하께서 원하신다면, 제가 대신 가겠습니다. (소매로 눈가를 슥슥 닦는다) 저는 전하께서 명하는 것을 따를 준비가 된 선화니까요.
 
윤화영:...하나같이... (얼굴을 쓸어내리고 고개를 돌린다.) 하나를 받아가는 게 계약의 전부라면, 꼭 지금 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냐?
 
 
이름 없는 자:그래? 그럼 언제 내놓을 생각인데?
 
윤화영:차차 고민해야겠지.
 
 
이름 없는 자:하하... 미안해서 어쩌지? 나는 지금 데려가고 싶구나.
 
윤화영:내게 결정권을 주지 않았느냐.
 
연선화¿:(한숨을 내쉬고는 화영과 남자를 향해 다가간다) 전부 제가 벌인 일이니 그 책임도 제가 지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전하.
 
 
이름 없는 자:나는 네게 누구를 바칠 것인지를 고르라고 했지, 언제 내놓을지 정하라고는 한 적이 없다.
 
윤화영:그걸 못 정하겠다는 말이다. 못 정하겠으니 오래 고민해야겠다.
 
 
이름 없는 자:(지루한 표정으로 상처입은 선화를 끌어당긴다) 나는 네놈의 결정을 기다려 줄만큼 한가하지가 않으니, 그럼 약조대로 이놈을 데려가겠다.
 
윤화영:...그런데 약조의 내용이 무엇이지? 한 번도 제대로 들은 적이 없는데.
 
 
이름 없는 자:그걸 알려주면, 이번엔 정말 고를테냐?
 
윤화영:내가 언제 안 고른다 하였느냐? 오래 고민한다 하였지.
 
 
이름 없는 자:(선화의 품을 뒤적여 단도 하나를 꺼내든다)
이놈이 제 목숨을 대가로 받아간 것이 시간을 돌리는 검이다.
 
윤화영:...시간을 돌려?
 
 
이름 없는 자:이놈이 말하지 않았느냐? 시간을 거슬러 왔다고.
 
윤화영:...물건과 물건의 거래였구나. (허탈하게 웃으며 손을 내민다.) 내가 좀 봐도 되겠지?
 
 
이름 없는 자:(화영에게 검을 던져준다) 이상한 생각을 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게다. 네놈이 이 검의 주인이 아니니, 이것을 쓸 수 없어.
 
윤화영:(칼을 받아 만지작거린다. 한 번도 순응해본 적 없는 영혼은 이 상황에 끝도 없이 저항한다. 어떻게 해야 원하는 것을 전부 얻어낼 수 있을까. 칼을 내려보다가, 가까운 곳에 서 있는 선화를 잡아 끈다. ) ...선화야.
 
연선화:...네, 전하.
 
윤화영:(선화의 손에 칼을 쥐여준다. 주먹쥔 손을 감싼다.) 나는 너희 모두를 얻어낼 것이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연선화:아니요, 모르겠습니다. (울적한 얼굴로 검을 받아든다) 제가 죽으러 가면 되겠습니까?
 
윤화영:듣지 않았느냐... 이것으로 시간을 돌릴 수 있다고. (목소리를 낮춰 속삭인다.) 멀리 돌아가는 거다. 아주 멀리. 더 옛날로.
 
연선화:더 멀리... (여전히 알아듣지 못한 눈치다) ...언제로요? 저자가 말한 것처럼, 구 년 전의 전하를 만나 저를 줍지 못하게 방해하기라도 할까요?
 
윤화영:(낮게 웃음을 터뜨린다.) 불씨가 일기 전에 소탕할 생각을 해야지, 날 피할 생각부터 하고 있구나. 너는 돌아가서 너와 나에게 이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거라. (선화의 손에서 칼집을 벗겨낸다.) 알겠지?
 
 
이름 없는 자:그래서, 네놈은 결국 그놈을 내게 바치겠다는 것이냐? (귀회지도를 쥐고 있는 선화를 바라보다가 웃는다) 그놈이 시간을 돌려 사라진다고  현실이 바뀔 것 같아?
너와 삶을 공유하는 다른 놈이 행복해질 뿐이지, 지금 현실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저놈이 과거로 사라지면 나는 남은 놈을 데려갈 수밖에 없으니, 결국 네 곁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겠구나!
 
윤화영:내 행복을 생각하는 이가 이리 많아서야. 선화와 나에게는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그 전에... 우선 선화를 보내두고 마저 이야기해도 되겠지?
 
 
이름 없는 자:어디 한번 찔러 보거라. (선화에게 고갯짓한다)
 
윤화영:(칼을 든 선화를 바라본다. 선화의 어깨를 한번 쥐고, 놓아준다.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연선화¿:(선화에게 다가가 검을 빼앗아든다) 전하. 선화는 그만 괴롭히시지요. 이미 충분히 힘들 것입니다.
시간을 되돌리기 바라십니까?
 
윤화영:너희 둘을 바라지. 그 밖에 무얼 바랄 수 있겠느냐.
 
연선화¿:전하께서 명하신다면 제가 다시 한 번 과거로 가겠습니다. 이 아이는... 더이상 끌어들이고 싶지 않으니까요.
 
윤화영:그럼 결국 네가 혼자 사라지고 끝나는 일이 아니냐? ...나를 더 혼란스럽게 하지 말아라. 선화야.
 
연선화¿:저 자가 말했지 않습니까. 선화가 과거로 간다고 무엇이 달라질 것 같습니까? 이곳에 전하와 제가 남겠지요.
제가 떠난다면 전하와 선화가 남을 것입니다. 이 현실은 바뀌지 않아요. 제가 돌아간 곳에서 새로운 세계가 생겨날 뿐이지요. (쓰게 웃으며 대꾸한다)
전하가 선화를 떠나보내면, 전하는 다시 저 아이를 보실 수 없을 겁니다.
 
윤화영:그만하자. 그만해라. (손을 휘저으며 물러난다. 선화의 손에서 칼을 다시 채간다.) 이 검은 내가 쓰지 못한다고?
 
 
이름 없는 자:칼에 맞아 죽고 싶으냐? 그러면 찔러 보거라.
 
윤화영:누구 칼에, 이 칼에? (단검으로 제 손바닥을 긋는다.) 설마 죽을 자리를 찌르겠느냐.
 
 
이름 없는 자:(비웃는다)
 
그어진 자리 사이로, 핏방울이 맺힙니다.
 
HP -1
 
 
이름 없는 자:따끔하지?
 
윤화영:(따라 웃는다.) 찔러야만 움직이나?
 
 
이름 없는 자:(상처 입은 선화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저 놈의 꼴을 보고서도 그걸 물어보는건가?
 
윤화영:(정말 제겐 작동하지 않는 건가. 이를 앙다물고 손바닥을 찔러본다.)
 
연선화:전하!
 
두 명의 선화가 놀란 듯 당신을 향해 다가옵니다.
 
손바닥에서 피가 흘러내립니다.
 
...너무 아파요.
 
연선화¿:(한숨을 내쉬고는 옷을 찢어 화영의 손을 돌돌 감는다) 정말 왜 그러십니까?
응급처치
기준치: 70/35/14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윤화영:다 네놈때문이지 않느냐. (대충 손을 휘젓고 칼을 어린 선화에게 넘겨준다.) 그냥 이놈들을 반반씩 가져가면 안 되겠느냐? 난 영원히 이럴 용의가 있는데.
 
연선화¿:(칼을 빼앗아 자신의 품 속에 넣고는 한숨을 내쉰다)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습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전하. 선화를 행복하게 해주세요.
 
 
이름 없는 자:(지루한 듯 나무 아래에 앉아 화영을 바라본다) 이제 슬슬 고르는 것이 어떻겠느냐? 두놈을 전부 끌고가기 전에.
 
윤화영:계약은 두 놈이 아니잖느냐. ...차라리 나와 가자. 저 두 놈을 어찌 할지 이야기를 나눠야겠다.
 
 
이름 없는 자:내놓지 못하겠다 땡깡을 피우니, 나도 떼를 한번 써볼 요량이다.
(화영을 무심하게 올려다보며) 네놈이 대신 가겠다고?
 
윤화영:싫으냐? 네놈이랑 이야길 길게 해야겠는데.
 
 
이름 없는 자:(옷자락을 털고 일어난다) 나는 어떤 놈이든 상관 없다. 목숨에는 귀천이 없으니.
 
연선화¿:...전하. 미치셨습니까? (어처구니 없다는 듯 화영을 바라보며)
 
윤화영:날 살려두는 게 더 볼만할 텐데.
불만이면 또 시간을 돌려보거라. 나는 이 성정으로 여기까지 왔다. 너도 알지 않느냐.
 
연선화¿:(한숨을 내쉰다) 전하께서 안 계시면 이 도화국은요? 전하가 어떻게 그 자리에 올랐는데요?
 
윤화영:저 놈이 날 바로 잡아먹진 않겠지. 그러길 바란다만... (중얼거리다 어깨를 두드린다.) 네놈들을 다 얻어낼 방도를 찾으려면 어쩔 수가 없지 않느냐.
가자. 오래 끌었다.
 
연선화¿:(저도 모르게 화영의 손목을 붙든다. 그리고 다급하게 말을 잇는다) 전하. 이것은 두 명의 선화를 전부 잃는 일입니다. 하지만 제가 떠나면 오직 한 명의 선화를 잃을 뿐이니, 어찌 제가 떠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연선화:...전하. 어찌 저를 남겨두고 죽으러 가겠다 하십니까? (원망하듯 화영을 노려본다)
 
윤화영:(난감하게 남자를 바라본다.) 바로 잡아먹을 생각이냐?
 
 
이름 없는 자:그건 주인이 결정할 일이지,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
 
윤화영:그렇다는군.
 
 
이름 없는 자:이제 정말로 고를 시간이다.
 
그리하여 그대여, 이제는 선택의 시간입니다.
 
윤화영:(선화의 손을 떼어낸다.) 내 이리 말을 길게 하기도 간만이다. 네 주인이란 놈을 만나봐야겠으니 안내하거라. 너희들은...
얌전히 기다리거라.
 
그 누구의 희생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면 차라리 그대 스스로인 편이 좋지 않을까요?
 
이 나라는, 그대는 결국 선화의 희생에 목숨을 의탁하고 있었을 뿐인걸요.
 
그에게 더 이상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어린 선화에게 이 짐을 대신 짊어지라 말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선화의 몫을 선화로 대신할 수 없다면 달리 방도가 있겠어요?
 
하나와 하나를 제하고 나면 남은 것은 그대 하나입니다.
 
당신의 팔을 붙들고 있는 선화의 손을 놓고,
 
남자에게서 한 걸음 물러섭니다.
 
불러오는 아연한 목소리에 웃었던가요, 울었었나요?
 
그토록 두렵던 무언가였건만 막상 눈앞으로 다가서니 괜찮은 것도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며 복숭아나무 아래에 섰습니다.
 
수없이 많은 도화 몽우리들이 그대를 향하는가 싶더니...
 
다물렸던 꽃봉오리들이 천천히 벌어집니다.
 
아, 드디어 복사꽃이 피어나고 있어요.
 
하지만 이 나라는 멸망하지 않겠지요.
 
발아래가 그 꽃잎들에 휩싸이는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남자가 선연하게 웃습니다.
 
 
이름 없는 자:그것이 그대의 선택이라면 마땅히 존중하는 수밖에.
 
그 말과 함께 천천히 붉은 바람이 그대를 휘어 감아요.
 
발아래서부터 조각조각 흩어지는 꽃잎들은
 
이내 무릎을 먹어치우고 가슴께까지 올라옵니다.
 
연선화¿:...전하?
 
그제야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한 두 사람이
 
숨 막힐듯한 표정을 짓습니 다.
 
이런 결말은 두 사람 다 생각해본 적이 없을 테니까요.
 
가혹하리라는 것을 알지만, 이것이 최선입니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거겠죠.
 
윤화영:(불안한 마음과 안타까움이 뒤섞인다. 이것이 마지막이 아닐 거라는 근거없는 예감에 자신을 걸었다. 기실 자신을 거는 것엔 익숙하다. 두 명을 번갈아보며 미소 짓는다.) ...정말 얌전히 기다리지는 않겠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거라고,
 
그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가 기어이 간과하고야 마는 것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
 
윤화영: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100
 
(
41
 
)
 
 
=
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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