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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6 White Column

솔찬--* 2024. 2. 6.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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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 Column

 
 
w. 성경
 
 
PC 코스모 로모프, KPC 세묜 세즈냐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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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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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모스크바 상공에서 기이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칠흑의 연기를 뿜어대는 약 100미터 정도 크기의 촉수가
 
 
 
오스탄키노 타워를 삼킨 채 하늘로 점점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서기장은 이것을 전세계적 재난으로 판단했으며,
 
 
 
괴생명체의 목적과 의도를 파악할 동안 긴급히 우랄 산맥 서부 일대에
 
 
 
계엄령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선포하였습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가급적 외출을 삼가시길 바라며,
 
 
 
소식을 확인할 수 없는 주변인들에게 이 위험을 전달하고......
 
 
...
 
 
속보가 나온 지 며칠 뒤.
 
 
그 검은 물체는 비대해지다 못해, 기어코 하늘을 덮고 전세계를 암흑에 빠트렸습니다.
 
 
루뱐카 광장에 위치한 본부 창가에 서서 그것을 바라보던 세묜이 말합니다.
 
 
'밀레니엄이 오기 전에 인류가 종말을 맞을지도 모른대.'
 
 
당신의 손에는 서류철이 하나 들려 있습니다.
 
 
확인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코스모 로모프:(잠자코 손에 들린 서류철을 확인합니다.)
 
 
 
: 핸드아웃 2개 나갔습니다!
 

1. 오스탄키노 타워 재난 현상 보고의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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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당시
검은 촉수가 오스탄키노 타워 상부에 자리잡음. 상층부 레스토랑 이용객들은 무사히 대피함.
촉수를 발견하고 패닉에 빠진 운전자들로 인해 다중 추돌 사고 발생. 6시간가량 교통 정체.

1일차
관찰 시 -> 꾸물거릴 뿐 별다른 반응 보이지 않음.
사격 -> 통하지 않음.
헬리콥터로 접근 -> 해당 특수부대가 그대로 촉수 안으로 빨려들어감.
(자료 사진 - 특수부대원들이 촉수 아래에서 쏟아져나왔던 순간이 담겨 있다. 조각난 인간의 시체 사이사이에 헬리콥터 부품이 꽂혀 있다. 기이한 형태로 훼손된 시체의 모습을 목격한 코스모, san 1/1d2)

2일차
변화 없음.

3일차
변화 없음.

...
...

30일차
촉수가 점차 하늘로 퍼지면서 모스크바 전역을 뒤덮음. 항공권 문제를 비롯하여 핀란드,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들과 회담 진행.
도시 기능 대부분이 중지되었고, 송신탑으로 기능하던 오스탄키노 타워에 접근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우회 통신선 신설 중.

60일차(현재)
한 달에 걸쳐 세계 전역으로 촉수가 퍼짐. 브레즈네프 서기장과 닉슨 대통령의 공식 회담 진행. 시민들을 대피시킨 뒤 근원지에 원폭을 투하하는 방법도 고려되었으나 결과를 장담할 수 없어 보류됨.
전일 1036경부터 오스탄키노 타워 상층부에서 촉수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하얀 기둥이 솟아나기 시작하는 것이 관측됨. 상층부에 대한 재접근을 고려 중.

2. 오스탄키노 타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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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탄키노 타워
크렘린 궁, 성 바실리 대성당 등의 중심지에서 9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독립형 건축물이자 세계에서 8번째로 높은 건축물이며, 높이는 540m이다.
10월 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오스탄키노 타워는 1963년 건설을 시작하여 1967년 완공되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보다 높은 건물이며, 전망탑이자 통신 중계탑으로 사용된다.
상층부에는 모스크바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회전식 레스토랑 '일곱 번째 하늘'이 위치해 있는데, 이곳에서 질 좋은 캐비아를 싼 값에 먹을 수 있다.

 
 
코스모 로모프: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이성 -1
 
 
뭘까요, 도저히 목적을 알 수 없는 자연재해 같기도 합니다.
 
 
 
세묜 세즈냐코프:어떻게 생각해? 코스모.
 
 
 
코스모 로모프:... ... (종이를 천천히 넘기던 손이 멈춘다. 하얀 기둥. 창 밖을 슬쩍 바라보다가 서류철을 덮는다.) ...2천년대까지 갈 것도 없을 것 같은데.
 
 
 
세묜 세즈냐코프:미국까지 이렇게 됐대. 처음엔 안 믿었는데, 누가 사진을 보여주더라고.
 
본부에서 요원들을 몇 명 보낼 생각인가 봐.
 
(코스모의 손에 들린 서류철을 쑥 빼내간다.) 이번에는 특수부대원들이 아니래. 무슨 뜻일까?
 
 
 
코스모 로모프:(미국까지. 조용히 이어지는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꽤 타격이 크겠군, 말단 직원이라고 한가롭게 놀러 다닐 시간 같은 것도 없겠어. 그런 생각 끝에 서류철이 빠져나가자 손을 스르르 내린다. 이번에는.) ...KGB 내에서 처리한다고?
 
 
 
세묜 세즈냐코프:정찰병을 보낸다는 거지. 저번처럼 헬리콥터 조각을 단 채로 돌아오면 안 되잖아. (다시 창밖을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올리며 돌아서서, 서류철로 코스모의 등을 가볍게 두드린다.) 식사 안 했지?
 
 
 
코스모 로모프:... (저녁 뉴스에 그대로 방송됐던 몰골을 생각하자 미간에 주름이 조금 더 깊이 패였다.) 겉에서 본다고 알 수 있는 건 없었잖아. 결국 그 존재를 알려면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할텐데... (등을 두드리면 움찔거리며 자세를 폈다가 뒤를 바라본다.) ...아직.
 
 
 
세묜 세즈냐코프:그러니까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들을 보내는 거지. (비상계단으로 향하는 출입문을 연다. 엘리베이터는 어지간히 긴급한 일이 아니고서야 사용 금지였다.) 잘 지냈어?
 
 
 
코스모 로모프:(자원이라도 받으려는 건가. 누구라도, 마치 씹다 뱉은 피쉬 앤 칩스 같던 처참한 꼴을 기억한다면 가까이 가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계단을 향해 가는 움직임을 따라 간다.) ...너는? 사이, ...세묜. (이제는 더이상 쓰지 않는 이름. 급하게 말을 바꾸며 제 발끝을 바라본다.)
 
 
 
세묜 세즈냐코프:(슬쩍 곁눈질하고는 앞장서 내려간다.) 잘 지냈지. 아, 그러고 보니 오후에 만주로프 소령님이 사무실로 오라고 했어. 원래대로면 내가 듣고 전했을 텐데, 이제 네가 나보다 직급이 높으니까. 팬케이크 괜찮아?
 
 
 
코스모 로모프:(습관적으로 한 걸음 뒤에서 따라 내려간다. 소령의 이름을 듣자 자신이 올해 초에 진급을 해, 이제는 제 앞에 있는 이보다 직급이 높음을 깨닫는다. 이제는 속이 불편하다 못해 메슥거릴 지경이라, 어떤 것을 먹어도 상관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아무 거나 괜찮아. 내가 사올까.
 
 
 
세묜 세즈냐코프:(사올 거면 내가 사와야 하지 않냐는 말을 하려다, 이제는 그 말이 농담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실 코스모에게 실없는 농담을 하고 싶은 건지 가시 돋힌 말을 하고 싶은 건지도 알 수 없었다.) 다 내려왔는데 뭐. 저기 카페테리아에서 팔아. 팬케이크에 딸기잼이랑 산딸기를 올려주는데, 얼마 전부터는 산딸기를 안 주더라고. 맛있었는데. (검은 촉수가 뒤덮어 밤처럼 어두운 광장을 지나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 앉는다. 맞은편에 앉는 코스모를 지켜보다가, 문득 생각난 것처럼 묻는다.) 얼마나 됐지?
 
 
 
코스모 로모프:(극야처럼 하루 종일 어두우니. 시계를 슬쩍 보고 하늘을 체크한다. 해를 가려 기온이 자꾸 내려가는 거리는 음산하고, 카페에도 한가롭게 앉아 있는 사람은 없다시피 했다.) 물자 공급에 문제라도 생겼나보지. (그러고 한참 말이 없다가, 질문에 눈을 천천히 든다.) ...무엇이?
 
 
 
세묜 세즈냐코프:결혼. 소식 못 들은 지 꽤 됐잖아.
 
 
 
코스모 로모프:(쓸데없는 짓임을 알면서도 왼손을 슬며시 테이블 아래로 내린다. 가슴 아래쪽이 쿡 쑤시는 것 같아 숨을 천천히 내뱉는다.) ...8개월 정도 됐어.
 
 
 
세묜 세즈냐코프:(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메뉴판을 집어들어 코스모 쪽으로 돌린다.) 생각보다 얼마 안 됐네. 그 사이에 해가 바뀌어서 그런가. 생활은 어때?
 
 
 
코스모 로모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미룰 수 있을 때까지 결혼을 미뤘으니까. 입을 꾹 다문 채 메뉴판을 읽는 척 시선을 내렸으나 실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같은 메뉴를 다섯 번 쯤 읽으면서 입으로는 아무런 말이나 내뱉는다.) 최근엔 집에 잘 못 들어가고 있어서.
 
 
 
세묜 세즈냐코프:신혼 아니었어? (실없이 웃다가 다가온 웨이터에게 팬케이크 하나를 주문한다.) 넌?
 
 
 
코스모 로모프: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더 답하지는 않고 아무 글자나 바라보다가 같은 걸로 달라고 말한다.) ...사이는 좋아.
 
 
 
세묜 세즈냐코프:다행이네. (어두컴컴한 광장, 전기를 아끼기 위해 가로등을 드문드문 켜둔 광장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말이 없었다.)
 
 
 
코스모 로모프:...커피는?
 
 
 
세묜 세즈냐코프:아. (습관적으로 코스모를 쳐다본다. 그러면 덧붙이지 않아도 코스모가 알아서 지갑을 챙겨 나가곤 했기 때문에.)
 
 
 
코스모 로모프:(자신도 몸에 배인 대로 일어나 근처를 지나는 웨이터에게 따뜻한 커피를 추가로 주문한다.)
 
 
 
세묜 세즈냐코프:(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려는 찰나 코스모가 먼저 주문을 마쳐버렸다. 눈을 굴리다가 러시아어로 말했다.) 고마워.
 
 
잠시 후 웨이터가 팬케이크 두 개를 내옵니다.
 
 
산딸기를 뺀 대신 동량의 딸기잼을 더한 걸까요?
 
 
딸기잼이 굉장히 많이 발린 얇은 팬케이크입니다.
 
 
웨이터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코스모 앞에 내려두고 돌아갑니다.
 
 
 
코스모 로모프:... (제 앞에 놓인 잔을 세묜 앞으로 밀어놓는다.) 넌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세묜 세즈냐코프:현장으로 다시 보내진 않더라고. 행정 업무를 좀 보면서 지냈는데, (팬케이크 두어 장을 두 번 접어 입 안 가득 넣고 우물거리고는) 그러다가 갑자기 저 촉수가 내려와서, 그 뒤로는 좀 바빴어. 너는, 출장?
 
 
 
코스모 로모프:(현장으로 나가는 인원 리스트는 빠짐없이 살펴봤었다. 혹시나 다시 만날 수 있을까봐. 그 이후로는 다른 곳으로 추방되는 사람들의 목록까지. 어느 곳에도 없어 어디선가 잘 있구나, 안도했던 기억이 난다.) 중국에 갔다가, 이후로는 폐쇄도시에 좀 가있었어. ...여기 돌아온 것도 얼마 안 됐고.
 
 
 
세묜 세즈냐코프:새신랑을 너무 막 굴리는 거 아냐? 아닌가, 같이 다닌 거겠지?
 
 
 
코스모 로모프:아니, 나 혼자. 다녀오고 나서 결혼했어. (신문이며, 온갖 매체에서 그렇게 크게 떠들었으니 아마 알고 있겠지만.) 아내... 쪽이랑도 그렇게 얘기가 되어 있었고.
 
 
 
세묜 세즈냐코프:마음이 넓은 부인을 얻었네. 집에 좀 들어가. (장난스럽게 타박하고는 접시를 마저 비운다.) 그것도 좀 먹고. 그러다 굳겠어, 코스모.
 
 
 
코스모 로모프:...올바르고 현명한 사람이지. (그러고 보니 제 앞에 놓인 것은 하나도 손대지 않고 있었다. 포크를 들고 조금이라도 먹는 것처럼 뒤적거린다.)
 
 
팬케이크인지 밀가루인지 모를 것을 입안에 넣어서 좀 씹으면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이먼과 눈을 마주치는 것보단
 
 
밀가루케이크를 씹는 게 나은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갑자기.
 
 
당신의 머릿속에서 무언가의 성음이 울립니다.
 
 
 
<듣기> 판정
 
 
 
코스모 로모프: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놀란 표정의 사이먼과 눈이 마주칩니다.
 
 
뭔가... 지나간 것 같은데요.
 
 
뭐가 지나갔던 걸까요?
 
 
 
코스모 로모프:... ...?
 
 
 
세묜 세즈냐코프:...너도 들었어?
 
 
 
코스모 로모프:...뭐를?
 
 
 
세묜 세즈냐코프:방금 목소리! 뭔가 이상한 느낌이 지나가지 않았어?
 
 
 
코스모 로모프:이상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아무 것도 듣지 못했어. ...무슨 목소리를 말하는 거야, 세묜.
 
 
 
: 정신 판정 해봅시다!
 
 
 
코스모 로모프: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뚫어져라 바라보는?
 
 
허공을 올려다보면, 검은 하늘 사이로 흰 촉수가 보일 뿐입니다.
 
 
촉수가 당신들을 부르고 있습니다.
 
 
말을 걸고 있어요.
 
 
 
배움을.
 
 
 
우리에게 배움을.
 
 
못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또렷이, 반복적으로 되뇌고 있습니다.
 
 
 
세묜 세즈냐코프:(코스모를 관찰하다가) ...음, 잘못 들었나.
 
 
 
코스모 로모프:... ... (그의 말을 부정한 순간 시선이 느껴졌고, 그것들이 말을 걸고 있었다. 입이 떨어지지 않아 잠시 멍하니 허공을 보다가, 다시 그를 바라본다.) ...배움을?
 
 
아마도, 아니 분명히, 저 흰 기둥이 보낸 메세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배움을 구한다는 걸까요?
 
 
 
세묜 세즈냐코프:...역시 외계인이었나 봐. 큰일이네.
 
 
 
코스모 로모프:...저들이 외계인이라면 왜 저런 말을 우리에게 반복하는 거지? (주변을 둘러봅니다. 다른 사람들도 이 말을 들은 것 같나요?)
 
 
온통 암흑뿐인 광장에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있다 해도 본청 안팎을 오가는 직원들뿐이라, 분별하기가 어렵습니다.
 
 
 
세묜 세즈냐코프:외계인이잖아. (특유의 낙천적인 태도로 툭 대답한다. 당황스러운 상황은 오히려 불편한 자리를 끝낼 핑계가 되어줄 수 있었다.) 혹시 모르니까 들어가자. 안에서도 들었으면 소집 명령이 떨어졌을 거야.
 
 
 
코스모 로모프:... (그 무심한 듯한 태도에 불안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래.
 
 
사이먼은 당신이 일어나고 나서야 일어나 뒤를 따릅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내부는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입니다.
 
 
보고를 올리는 게 좋으려나요?
 
 
하지만 갑자기 등 뒤에 죽음의 천사를 봤다는 말만큼이나 이상하게 들릴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코스모 로모프:...보고하는 게 좋을까? (습관적으로, 그에게 허락을 구하는 것처럼 묻는다. 이제 결정권은 자신에게 우선적으로 있음에도.)
 
 
 
세묜 세즈냐코프:음. 뭐라고 보고하려고?
 
 
 
코스모 로모프:... ... 갑작스럽게 촉수가 말을 걸었는데, 그게... ... (말을 하다가 점점 목소리가 작아진다.) ...안 믿어주겠지.
 
 
 
세묜 세즈냐코프:아냐, 계속 해봐.
 
 
 
코스모 로모프:...우리 말고는 아무도 못 들은 것 같고. 그래서, ...아무래도 배움을 달라고 부르는 것 같다고.
 
 
 
세묜 세즈냐코프:시작에 비해 마무리가 괜찮네. 이대로 보고하면 되겠어. (코스모의 등을 두드린다.)
 
 
 
코스모 로모프:...안 말하는 편이 좋겠어. (끝까지 다 내뱉고 나서야 바보같은 말임을 더욱 실감한다. ...그럼 어떻게 하지?)
 
 
 
세묜 세즈냐코프:(눈을 동그랗게 뜬다.) 일급 정보를 상부에 숨기려고?
 
 
 
코스모 로모프:아무도 안 믿어줄거야. 이걸 어떻게 증명해.
 
 
 
세묜 세즈냐코프:저 촉수의 존재가 증명하겠지. (어깨만 으쓱 들어올리곤 만다.) 아니면 말고.
 
 
 
코스모 로모프:... (그다지 진지하지 않아 보이는 것은 늘 그랬지만, 지금은 그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더욱 알 수가 없어 표정을 흘끗 살핀다.) ...정말로 보고해야 한다고 생각해?
 
 
 
세묜 세즈냐코프:헛소리 취급을 받겠지.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고, 그런데 아무 진전도 없으면, 네가 했던 말이 생각날지도 모르지. '누가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아, 로모프 동지....'
 
그럼 한 계급 정도는 훌쩍 오를걸.
 
 
 
코스모 로모프:관심 없어, ...그런 진급 같은 거.
 
 
 
세묜 세즈냐코프:그렇게 일을 찾아다니면서? (재밌는 농담을 들은 듯 웃는다.)
 
 
 
코스모 로모프:그건, ... (그는 모를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몰라야 한다. 숨을 느리게 들이마시고 표정을 굳힌다.) ...그럼 네가 보고하지 그래.
 
 
 
세묜 세즈냐코프:나중에. 나도 진급에는 관심 없거든.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아서 오히려 더 잘 드러나는 무표정한 얼굴을 뜯어보다가 사무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아무래도 전부 실없는 소리였나 봅니다.
 
 
아니면 전부 의미있는 말이었을지도요.
 
 
그런데 사무실로 향할수록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옵니다.
 
 
갑자기 복도를 바삐 뛰어가는 직원들 하며...
 
 
안으로 들어가보면, 컬러 텔레비전에서 뉴스 속보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속보입니다!
 
 
 
폴란드 공화국 스타니스와프 오스트로프스키 대통령이 회의차 모스크바에 방문한 채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만,
 
 
 
오스트로프스키 대통령이 화이트 필러에 빨려들어가 자취를 감추었다는 보고가 확인되었습니다.
 
 
 
외교적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당국은 신속한 조치를......
 
 
믿을 수 없는 소식입니다!
 
 
폴란드의 대통령이 빨려들어갔다니요.
 
 
촉수가 뻗어나와 끌고 들어가기라도 한 걸까요?
 
 
대체 저 생명체의 목적이 무엇인지 감도 오지 않습니다.
 
 
아니, 아니죠...
 
 
저것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어요.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계속해서 촉수가 감싼 타워를 비추며 소식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배움.
 
 
대체 무슨 배움을 바라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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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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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와중에 당신을 발견한 부서장이 다급하게 달려옵니다.
 
 
 
부서장: 코스모 동지, 다른 것보다 지금 로비에 이상한 방문객이 난입해와서 인원을 좀 보내야겠어. 자네가 몇 명 골라서 다녀오게.
 
 
 
코스모 로모프:이상한 방문객, 입니까. 인상착의는 어떻게 됩니까. (품 안을 살짝 더듬어본다. 그 자리에 제대로 있는 권총이 느껴진다.) 조용히요?
 
 
 
부서장: 나도 급하게 전달받아서 말이지. 여자라더군. 취조실로 조용히 생포해 와. 이해했나?
 
 
 
코스모 로모프:네, 알겠습니다 부서장 동지. (경례하고 옆에 있을 세묜을 바라본다.) ...같이 가지, 세묜 동지.
 
 
 
세묜 세즈냐코프:(발맞춰 경례하며) 예.
 
 
조용히 생포해오는 일이라면 굳이 여럿이 갈 필요 없겠죠.
 
 
다시 로비로 향하면, 복도에서부터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경비원: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나가지 않는다면 체포합니다!
 
 
 
여자: 알릴 게 있어요, 이걸 반드시 알려야 한단 말입니다!
 
 
검은 코트를 입은 음침해 보이는 인상의 여성이 경비원과 실랑이를 하고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려 발버둥치며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댑니다.
 
 
 
여자:이것은 신의 외침입니다! 정말이에요, 그분이 외치고 계시단 말입니다!!
 
그녀를 제압할까요?
 
 
 
코스모 로모프:(경비원에게 눈짓하고 조용히 다가가 빠르게 여자를 제압합니다.)
 
이봐. ...함부로 소란을 피우면 안 돼. 여긴 군사구역이다.
 
 
 
여자: 이거 놔! 내 말이라도 전해줘요, 응? 그분께서 배움을 원하신다고요! 신의 외침이 들리지 않는단 말입니까!! (마구 발버둥치며 소리를 지른다.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자신을 붙든 군인을 발로 차고 마구 할퀸다.)
 
 
코스모 로모프:... (배움, 이라는 말에 눈에 띄지 않게 동요한다. 할퀴거나 발로 차는 것이 크게 아프지는 않지만, 더이상 남의 이목을 끌지 않기 위해 목동맥을 압박해 기절시킨다.) ...세묜. (같이 부축해달라는 듯.)
 
 
무언가 말하려던 여자는 꺽꺽거리다 이내 축 늘어집니다.
 
 
이미 조용히 생포하기는 그른 것 같지만, 어쨌든 생포는 했군요.
 
 
 
세묜 세즈냐코프:(여자의 한쪽 팔 아래로 손을 넣어 부축하며 작게 속삭인다.) 이 사람도 들은 것 같지. 환청이 아니었어.
 
 
 
코스모 로모프:...신의 외침이라니. 이 여자는 그걸 신이라고 믿는 건가. (조용히 중얼거리며 부축해 걸어간다.) 우리만 그걸 들은 건 아닌가봐. ...그럼 왜?
 
 
 
세묜 세즈냐코프:(배움, 무엇을? 우리의 무엇을 배워가려는 걸까? 그때 한 가지 문장이 떠오른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인간의 마음에 무엇이 있는가. 옛날 일들은 아주 사소한 단서로도 자기 존재를 주장했다. 코스모와 함께 묵묵히 여자를 취조실로 데려가다가 인적이 드문 복도에 들어서자 입을 연다.) 배우러 왔다면, 배움을 주면 갈지도. (갑자기 코스모를 돌아보며) 뭘 배우러 왔을까?
 
 
 
코스모 로모프:(아무 말 없이 부축해 걸어가다가, 인적이 드문 곳에 들어가자 들려오는 소리에 말없이 여자를 흘끔 내려다본다.) ...결국 직접 물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건가. 그 신인지 뭔지에게. 아니면... 이 여자에게.
 
글쎄. ...전혀 감이 잡히는 게 없는데.
 
 
 
세묜 세즈냐코프:(탑 꼭대기에서 말라비틀어진 감자튀김처럼 튕겨져나오는 코스모와 그의 모습을 떠올리자 상황에 맞지 않게 약간 웃음이 나왔다.) 물어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
 
 
 
코스모 로모프:만들어볼게. 될 수 있으면.
 
 
여자를 취조실 안에 앉혀두고 부서장에게 보고를 하고 돌아오면, 갑자기 그녀가 콜록콜록 기침하기 시작합니다.
 
 
깨어났나 보네요.
 
 
아직 부서장은 오지 않았습니다.
 
 
 
코스모 로모프:... ... (문 밖을 바라본다. 아직 시간이 좀 있을 것 같은데. 미리 물어봤다고 해도... 그다지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고.) 세묜. (나가려는 그를 불러세운다.) 깨어났어.
 
(여자를 보고,) ...이름이 뭐지?
 
 
 
여자:콜록, 으... 여기가 어디... ...당신들은 뭐야? 여긴 어디고?
 
 
 
코스모 로모프:어딘지 알고 소란을 피운 거 아닌가? 시끄럽게 했으니... 조사가 필요해서.
 
이름. 주소.
 
온 목적.
 
 
 
여자:뭐라는... ...아, 그래요. 드디어 내 이야기를 들으려 하는군요! 나는 성실한 인민이자 그 누구보다 내 조국을 염려하는 사람입니다. 참, 이름을 먼저 밝혀야겠군요. 내 이름은 알료나 스미르노바, 위대한 신을 섬기는 사제입니다. 신을 섬긴다 하여 사회주의 사회 건설을 향한 제 신념을 의심하진 마십시오. 그분께서는 존재하십니다. 물질적으로, 그래요! 무형이 아니라 유물의 존재입니다. 어쨌거나 그 분께서 이 나라에 강림하신 것은 분명히 우리 소비에트가 인간의 전형, 가장 모범적인 인간이 사는 땅으로 여겨졌음을 의미하는 겁니다.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입니까! (자아도취에 빠져 마구 지껄인다.)
 
그래요! 무엇이 알고 싶으십니까. 그분의 뜻이 궁금하신 거지요!
 
 
 
코스모 로모프:(자신의 말에 자신이 깊이 빠져 상대방의 표정도, 무언의 압박을 주는 이 취조실의 공기에도 구애받지 않고 떠드는 소리를 잠시 들어주고 있는다. 알료나 스미르노바. 앞에 놓인 타자기를 밀어 이름과 진술사항을 작성하며 말한다.) ...그 이야기는 상당히 불쾌하게 들리는군. 그분이라니. 그 촉수를 말하는 건가?
 
 
 
여자:아, 예! 그렇지요. 그 모두가 그분의 형상이지요. (자리에서 움찔거리며 여전히 흥분한 기색을 보인다.)
 
그분은 배움을 원하십니다. 배우기 위해 다른 어느 곳도 아닌 우리의 이 땅에 내려오셨습니다! 이미 너무 오래 기다리셨어요. 아아,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어......
 
 
 
코스모 로모프:(엄청나게 질린다는 표정을 숨기지도 못한다. 세묜 흘끗...)
 
그 배움은?
 
 
 
세묜 세즈냐코프:(도륵 눈을 굴려 모른 척한다.)
 
 
 
여자:우리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가져가기 위함이지요! 가장 빠르게 달리는 짐승도, 가장 높이 나는 날짐승도 줄 수 없는 오직 인간만의 것을 그분은...!
 
 
그때 문이 벌컥 열리고 부서장이 들어옵니다.
 
 
그는 타자기를 두드리고 있는 당신을 보더니 눈썹을 묘하게 찌푸립니다.
 
 
 
부서장: 이 여자인가?
 
 
 
코스모 로모프:부서장 동지. (일어나 경례한다.)
 
네, 그렇습니다.
 
 
 
부서장: (매 같은 시선으로 여자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그래...... (타자기의 종이를 뽑아들어 이제까지 적힌 내용을 읽는다.) 이름이... 보자, 알료나 스미르노바라... 아, 자네들은 나가봐도 좋네.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은 부서장이 당신을 올려다봅니다.
 
 
안 나가냐는 듯 귀찮은 기색이 역력하군요.
 
 
여자에게 뭘 더 물어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쫓기듯 문 밖으로 나오면, 닫히는 문 사이로 이곳이 어디인지 알고 찾아온 거냐는 물음이 들려옵니다.
 
 
이어질 대답의 여하에 따라 그녀의 앞길이 결정되겠지요.
 
 
사이먼은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습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가져가기 위해 왔다'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니, 조금 전에 그랬던 것처럼 언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정말 직접 물어봐야 하려나요?
 
 
 
코스모 로모프:...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 (작게 중얼거리며 벽에 기대어 선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인간이 무엇으로 사는지를 결국 완성시키지 못하고 도망치듯 돌아온 두 사람 빼곤.)
 
(창 밖을 살펴 빛이 있는 곳을 살핀다.)
 
 
세묜 세즈냐코프:(두 사람은 같은 이야기를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자 어쩐지 탑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어졌다. 그 촉수에게 전부 알려주고, 그러나 그 말들이 그것을 만족시키지 못하여, 처참히 찌그러진 모양새로 허공으로 던져지고 싶었다. 사실 인간은 사이먼이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것을 할 수 있는 존재여서, 그 촉수가 바로 그것을 듣기를 기대한 것이어서, 그 탑 아래로......)
 
코스모, 잠깐 나갔다 오려는데.
 
 
 
코스모 로모프:... ...어디로?
 
 
 
세묜 세즈냐코프:탑 근처에 가보려고. 또 계시가 들려올지도 모르잖아?
 
 
 
코스모 로모프:혼자? ...명령도 없었어.
 
 
 
세묜 세즈냐코프:응. 무단 이탈. (장난 칠 궁리를 하는 개구장이 같은 미소를 짓는다.) 모른 척해주시겠습니까? 동지.
 
 
 
코스모 로모프:(그 미소는 보는 사람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 위태롭게 쌓은 블럭 위에 기어코 유리로 만든 장식품을 올려놓는 아이 같은 표정을 짓곤.) ...무단 이탈을 눈감아줄 순 없어. 내가 여기 남아있는 한.
 
같이 가.
 
 
 
세묜 세즈냐코프:(예상한 것처럼 끄덕인다.) 운전은 부탁할게?
 
 
 
코스모 로모프:그래. (이제 그 장식품을 같이 올려놓았으니, 남은 것은 모든 것을 알아내기 전에 블럭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 뿐이다. 몸을 돌려 계단으로 걸어간다.)
 
 
주차장에서 차를 빼내 탑으로 향합니다.
 
 
맨눈으로도 보이는 탑까지 차로는 몇 분 걸리지 않았습니다.
 
 
탑 주변에 차를 세우고 나오면...
 
 
무언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집니다.
 
 
군인들이 탑쪽을 향해 달려가고, 갑작스레 경계 태세가 주어집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요?
 
 
 
코스모 로모프:...? (경계태세를 하는 이유가 있을 텐데. 급하게 차에서 내려 탑 쪽을 바라본다.)
 
(관찰 굴려도 되나요?)
 
 
 
: 굴려봅시다!
 
 
 
코스모 로모프: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촉수의 상태는 별다른 특이점이 없어 보입니다.
 
 
촉수가 커졌다거나 하는 긴급사태는 아닌 것 같아요.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보면, 군인 한 명이 다가와 당신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하지만 옷차림을 보고는 금세 태도를 바꾸어 경례합니다.
 
 
 
군인: 벌써 본부에 소식이 전해졌나 봅니다. 들어가셔도 됩니다. 너무 가까이 가시지만 않으면 될 겁니다.
 
 
 
코스모 로모프:(굳은 얼굴로. 아무것도 모르지만 아는 체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정확한 보고를 듣고 싶은데. 간략하게만 들어서 말이지.
 
 
 
군인: 예. 지금껏 탑 안으로 들어간 자가 아니고서야 촉수가 사람을 삼키는 일은 없었는데, 약 30분 전 인근을 지나던 민간인이 촉수에 잡혀 끌려 들어갔습니다. 촉수가 움직임을 보인 것이 처음이기에 현재 현장에서 운용 가능한 화력을 점검 중입니다. (두려움과 긴장으로 얼굴이 딱딱히 굳어 있다.)
 
 
 
코스모 로모프:(고개 끄덕. 손을 들어 어깨를 툭툭 털어준다.) 먼저 들어가 보겠네. 후방에서 주시하고 있도록.
 
(제법 멋있는... 간부처럼. 그대로 가까이 다가간다.)
 
 
 
<외모> 판정
 
 
 
코스모 로모프:
외모
기준치: 60/30/12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간부처럼... 가까이 다가갑니다.
 
 
절도있게 걸었지만 멋있는 간부처럼 보이기는 쉽지 않네요.
 
 
어쩌면 스스로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요.
 
 
 
세묜 세즈냐코프:촉수도 인내심이 있나? (코스모의 뒤를 따라가며 질문인 듯 아닌 듯 중얼거린다.)
 
 
 
코스모 로모프:목이 말랐을지도 모르지. (가까이로 걸어간다.)
 
 
빛을 발하고 있는 송전탑은 백색소음을 내뱉는 것처럼 일렁이고 있습니다.
 
 
더 가까이 가보나요?
 
 
 
코스모 로모프:...이 이상 다가가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잠시 걸음을 멈춘다.) 어떻게 할 거야, 이제?
 
 
 
세묜 세즈냐코프:여태 가만히 있다가 처음으로 행동을 개시했어. 분명 지금까지와는... 잠깐, 저 사람 아니야?
 
 
사이먼이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면,
 
 
송전탑 문에서 누군가 걸어나오고 있습니다.
 
 
아이를 안은 여자입니다.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던 군인들이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아까 빨려 들어갔다던 민간인일까요?
 
 
몇몇 대원들이 그녀와 아이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다가갑니다.
 
 
그러자,
 
 
멍한 얼굴로 아이를 안고 있던 여성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그녀가 안고 있던 아이를 바라봅니다.
 
 
 
여자:아, 아아악! 뭐야!
 
 
그러더니 별안간 비명을.
 
 
지르며, 아이를 내팽겨치듯 군인의 품에 안겨 버립니다.
 
 
젖먹이 수준의 아이가 울음을 터뜨립니다.
 
 
여자는 크게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하다가, 아이에게서 뒷걸음질쳐 달아납니다.
 
 
그리고 군인 하나를 붙잡더니 저게 뭐냐며 계속 되묻기 시작합니다.
 
 
 
군인: 부인, 진정하세요. 당신 아이입니다! 잘 보십시오.
 
 
 
여자: 저, 전 아이가 없어요! 결혼은 했지만 아직 임신도 하지 않았고, 분명 산책 중이었는데....
 
저, 저 탑! 저 탑에 뭔가 있는 거죠! 설마 괴물이 저를....!
 
 
 
군인: 진정하십시오, 부인!
 
 
실갱이를 벌이던 군인과 여자에게 이목이 쏠리는 걸 의식했는지
 
 
다른 군인들이 달려나와 여자를 데리고 어디론가 향합니다.
 
 
남은 군인에게 어찌 된 일인지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이 입은 옷이 당신을 증명해줄 테니까요.
 
 
 
코스모 로모프:... (남은 군인에게 빠르게 걸어간다.) 무슨 일이지?
 
 
 
군인: (코스모를 돌아보자마자 빠릿하게 경례한다.) 조금 전 민간인이 촉수에 끌려 들어갔습니다. 방금 아이를 안고 나온 여성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끌려간 시간은 약 30여분 전입니다. 그런데... (미묘한 표정으로 아이를 안은 채 당황하는 군인을 쳐다본다. 자신이 말을 멈추었다는 것도 모르는 것 같다.)
 
 
 
코스모 로모프:(경례를 돌려주곤, 설명을 얼추 듣자 아이를 향해 다가간다.) 방금 상황을 보니 그 여자의 아이가 아닌 것 같던데. 아이는 멀쩡한가.
 
 
 
군인: (큰 소리로 울어대는 아이를 안은 채 당황하고 있던 군인이 고개를 번쩍 든다.) 아, 아 예. 겉으로 보이는 이상은 없어 보입니다. 부인이 충격으로 아이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은데... (말하던 와중 아이가 목청이 찢어져라 울어대는 통에 어색한 자세로 안고 열심히 위아래로 흔든다.)
 
 
 
코스모 로모프:(아이가 우는 소리에 마찬가지로 당황했는지, 왜 우는 거지? 따위의 말을 저도 모르게 흘리며 세묜을 바라본다.)
 
 
 
세묜 세즈냐코프:음. (아이를 넘겨달라는 듯 손짓한다. 그 역시 아이를 안아본 적은 없으나 적어도 저 군인보다는 잘 안을 것 같았다. 목과 엉덩이를 받쳐 안고 가슴 가까이로 끌어당긴다.) 아까 그 여자분이 어머니였나요?
 
 
 
군인: 예, 그렇습니다.
 
 
 
세묜 세즈냐코프:보기에는 이 아이의 존재에 몹시 당황한 것 같았는데요.
 
 
 
군인: 분명 빨려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유모차를 끄는 평범한 부인이었습니다. 유모차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채 이 인근을 지나가고 있던 건 분명합니다.
 
 
대화를 듣고 있자면 점점 더 상황을 알 수 없어집니다.
 
 
그러니까, 어머니와 아이가 저 안으로 빨려 들어갔는데, 다시 나오니 남남이 되었다는 건가요?
 
 
직전의 그 여성은 아이를 전혀 모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때 사이먼이 울음을 약간 그친 아이를 군인에게 다시 넘겨주고, 당신을 뒤로 끌어당깁니다.
 
 
 
세묜 세즈냐코프:코스모, 저 촉수 말이야. 사람을 씹어먹는 게 아니라 무언가 원하는 게 있는 것 같지 않아?
 
 
 
코스모 로모프:...배움을 원한다고 했었지. 첫날 들어갔던 부대원들은 씹어먹히고 이번에 먹힌 사람은 멀쩡히 나온 이유가 뭘까. ...(미간을 찌푸린 채로 다시 바라본다.) 뭔가 이유가 있을 텐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
 
 
 
세묜 세즈냐코프:그 대원들은 스스로 들어갔고, 이번에는 잡혀갔지. 하지만 마찬가지로 잡혀 들어간 대통령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혹여나 빨려 들어갈까 아무도 지키고 있지 않은 송전탑 입구를 응시한다.) 코스모, 제안이 있는데 말이야.
 
저기 들어가볼까 해.
 
 
 
코스모 로모프:... ...뭐? (제정신이냐는 표정을 숨기지도 못한 채로, 사이먼을 바라본다.) 들어간다니. 저길? ...너무 위험해. 어떻게 될지도 모르잖아.
 
 
 
세묜 세즈냐코프:(귀담아듣지 않는 것처럼, 아니면 어떤 생각에 너무 몰두해 다른 말이 들리지 않는 것처럼 혼자 말을 이어간다.) 아기와 어머니만 멀쩡히 걸어나올 수 있던 이유가 뭘까? 분명 저 촉수가 인간에게 원하는 게 있을 거야. 그걸 만족시켜주었으니 살아서 걸어나올 수 있었던 게 아니겠어? 어차피 누군가 들어가봐야 한다면, 저게 원하는 게 뭔지 알고 있는 사람이 들어가야지.
 
 
 
코스모 로모프:세묜. ...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말려지지 않을 것 같은 말투는, 볼티모어에 있을 때도 몇 번이고 들었다. 그 때는 불법 택시를 타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어떤가. 머뭇거리다 어깨를 쥔다.) ...그러다 만족시키지 못하면.
 
 
 
세묜 세즈냐코프:(어깨를 잡힌 채로 눈을 굴린다. 나오는 대답은 엉뚱한 소리였다.) 너는 어떻게 할 셈이야? 내가 들어가면.
 
 
 
코스모 로모프:...네가 들어가지 못하게 할 거야. (굳은 표정으로 눈을 마주치려 애쓴다.)
 
 
 
세묜 세즈냐코프:쓸만한 정보를 얻어오면 특진도 노려볼 수 있을 텐데? 나도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갈 수 있고, 어쩌면 차가 나올지도. 좋은 기회잖아. (점점 더 표정이 안 좋아지는 얼굴을 바라보다가 농담처럼 자기 관자놀이 부분을 톡톡 친다.) 게다가 우린 계시 같은 목소리도 들었잖아.
 
 
 
코스모 로모프:그런 건, (중요하지 않잖아. 말이 중간에 맥 없이 끊긴다. 특진, 더 넓은 아파트, 차, 그런 것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주어진 자신의 상황에 스스로가 말문이 막혀서다. 그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으면 자신은 대체 왜 그것들에 순응했단 말인가?) ... ...
 
 
 
세묜 세즈냐코프:... (차분한 마음과는 달리 심장은 거세게 뛴다. 무언가가 몹시 기대될 때나 너무 두려워 견딜 수 없을 때처럼 감정이 고조된다. 크게 웃고 싶은 것 같기도 한 기분이다. 땀이 찬 손바닥을 쥐락펴락하다가 성급하게 말을 던진다.) 그래서, 내 제안은 어때? 내키지 않으면 나 혼자 가고. (명백히 기대하는 바가 있는 말이었다. 적어도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그것이 우스워 긴장이 약간 풀린다. 집에서 그를 기다리는 로모바 부인이 있을 텐데, 자신은 여전히 그가 함께 사지로 향하길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지 않는다면 몹시... 맥이 풀릴 것 같았다. 대답을 기다리며 그런 생각에 잠겼다.)
 
 
 
코스모 로모프:(무슨 말을 꺼내려다가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도록 목이 막히는 것 같다. 또 다시 넘어질 것 같기도 하고. 다리 안쪽이 저릿해지는 감각이 든다. 내키지 않으면, 이라는 전제 따위는 처음부터 없었는데. 죽는 것이 두렵지는 않다. 자신이 죽는 것은 언제나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였으니.) ... ...
 
혼자 가려고 하지 마... ... (자꾸만 조여드는 목구멍을 억지로 비집어 열고 겨우 말을 내뱉으면서, 먼저 송전탑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세묜 세즈냐코프:(승낙을 바라는지 거절을 바라는지 스스로도 모르는 채로 코스모의 얼굴에만 시선을 두고 있다가, 돌연 혼자 송전탑 쪽으로 걸어가자 눈이 조금 커진다. 이렇게 빨리?) 같이 가. (날쌔게 쫓아가며 군인들이 막기 전에 빠르게 코스모를 탑 입구로 밀어넣고 자신도 뛰어 들어간다.)
 
 
등떠밀린 채 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탑 안으로 들어가면,
 
 
갑자기 상공으로 몸이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주위가 백색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온전한 백색의 공간.
 
 
끌려 올라가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그 기이한 공간에서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펄럭이는 것 같아요.
 
 
한참, 한참을...
 
 
거의 대기층을 뚫고 있는 것 같은 상황에서 이내 그 흐름은 멈춥니다.
 
 
그리고 새하얀 공간의 한 가운데에 의자가 놓여 있어요.
 
 
의자에는 어떤 아이가 앉아 있습니다.
 
 
 
??:안녕. 반가워.
 
 
일단... 촉수는 없어 보이는데요.
 
 
 
??:앉을래?
 
 
아이가 말하자, 눈앞에 두 개의 의자가 생겨납니다.
 
 
 
코스모 로모프:... ...(엄청나게 빠른 엘레베이터, 아니, 꼭 우주선을 탄 것 같은 압박감에 시달리다 헉, 하고 숨을 뱉었다. 눈을 돌려 세묜을 찾는다.) ...당신은 누구지?
 
 
세묜은 탑에 들어왔을 때처럼 당신의 뒤에 서 있습니다.
 
 
비슷하게 어리둥절한 눈치네요.
 
 
 
??:우리는 요그소토스의 아이들. 그에게서 떨어져나와 우주를 돌아다니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너희들은?
 
 
 
코스모 로모프:... ...요그소토스? (낯선 이름에 눈을 깜빡인다. 반사적으로, 세묜의 앞을 살짝 가리면서 답한다.) ...소비에트, 성실한 국민. ...그럼 당신이 말을 걸었나?
 
 
 
??:응. 내가 말을 걸었어. 너희들에게서 배움을 얻어가고 싶었거든. 눈 깜빡하면 끝날 시간만을 살아가면서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움직이는지 신기해서. 그리고 앉아도 괜찮아, 소비에트의 성실한 국민들.
 
 
 
세묜 세즈냐코프:(코스모를 힐끔거리다가 냉큼 먼저 앉는다.) 나는 세묜. 이쪽은 코스모야.
 
 
 
??:그렇구나. 세묜. 코스모.
 
 
 
세묜 세즈냐코프:(안 앉냐는 듯한 태평한 시선. 현실감 없는 풍경을 마주치자 어쩐지 긴장이 풀려버렸다.)
 
 
 
코스모 로모프:(...)
 
(천천히 앉는다.) ... ... 아까 여기 왔던 여자를 기억해?
 
 
자리에 앉으니, 갑자기 바닥에 불이 켜지듯 무언가 깜빡입니다.
 
 
...지구입니다!
 
 
발 아래로 슬라브의 너른 땅이 보입니다.
 
 
발을 휘저어보면 다행히도 무언가 밟히는군요. 떨어질 일은 없겠어요.
 
 
 
??:응. 옐레나도 재미있는 걸 주었어. 여지껏 많은 사람들에게 배웠으니, 이제 너희의 것만 가져가게 된다면 여기서 떠날 생각이야.
 
 
 
코스모 로모프:(현실감 없다. 정말... ... 지구는 푸른 별이라더니, 정말 그렇네. 발끝으로 톡톡 땅을 짚어보다 문득 다시 대화로 돌아온다.) ...대통령은? 그들은 너에게 무얼 주었지?
 
 
 
??:그는 아무것도 주지 않기로 했어. 우리는 인간의 감정을 모으고 있거든. 그것을 얻게 된다면 우리도 더욱 다양하게 지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너희가 제공해주지 않는다면 배움을 위해서 계속 자리해있을 거야. 위협하면 죽일 거고. 고민할 시간은 얼마든지 줄게.
 
 
말을 마친 아이는 입을 다물고 정자세로 앉아 있습니다.
 
 
마치 무기질한 존재 같습니다.
 
 
...감정이라니, 감정이 없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나요?
 
 
하지만 아이는 감정을 주면 이곳을 떠나겠다 말했습니다.
 
 
조국과 인민을 위해서 해야 할 선택은 정해져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코스모 로모프:... ...(거부한다면 내보내주지 않을 것이고, 수락한다면... ...)
 
(고개를 돌려 세묜의 쪽을 바라본다. ...그에 대한 감정을 잃게 될 것이고. 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세묜 세즈냐코프:...감정이라면, 뭘 가져가는 거야? 이제부터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건가?
 
 
 
??:그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잖아. 있지 않은 걸 가져갈 수는 없어. 우리가 가져가려는 건 너희가 '느꼈던' 감정들이야. 너희가 기쁨, 외로움, 설렘이라 부르는 것들.
 
 
 
세묜 세즈냐코프:(눈을 깜빡인다. 생각과 감정을 떼어놓을 수 있을까? 아침이 오기 전에 밤거리에서 사라지는 사람들과 술 취해 쓰러진 사람들을 생각할 때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구별되지 않으므로 설명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자작나무들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 좋았다는 것도, 바닷바람의 짠내가 그렇게 달갑지는 않았던 것도 전부 잊어버리게 되는 걸까. 빛 하나 없이 어두컴컴한 지구를 내려다보다가 코스모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아무래도 상의를 해봐야겠지?
 
 
 
코스모 로모프:느꼈던 감정들을 다 가져간다고. (기억은 남되 감정은 사라진다... ... 보드카를 나눠 마시고 드물게 둘 다 취했던 날의 밤 또한, 하나의 사실로만 남고. 밤과 새벽과 아침이 올 때까지 불 켜진 창문을 바라보고 있던 그 기억들이 그저 인생의 한 사건으로만 남아서...)
 
...그럼 나에겐 무엇이 남지. (반평생을 넘게 죄책감이 자신을 따라다녔다. 죄책감, 두려움, 죽을까봐. 나 말고 너, 그 밤에도 꺼내지 못했던 말들. 돌아오는 배 안에서 한 마디도 없이 그저 밤바다만을 바라보던 그 날들. 그런 것들에게서 해방된다면 자신의 진짜 성격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 보일까?)
 
 
 
세묜 세즈냐코프:(먼저 물어놓고도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다가 코스모의 말에 입을 연다.) 그래도 좋은 소식은, 답이 정해져 있고 그 답을 주면 저 아이는 떠난다는 거야.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것에 안달내는 것보단... 그래, 그게 훨씬 낫지.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게 있어?
 
말하면, 적어도 말했다는 사실은 기억할 거 아냐.
 
 
 
코스모 로모프:답을 주지 않으면 여기에 평생을 잡혀 있게 될 수도 있는 거고. (영원히 돌아가지 못할 고향을 발 아래 두고서, 살짝 붕 떠있는 상태로.)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감정들은 너에게도 있을 것 아냐. ... (입을 꾹 다물었다가 크게 숨을 내뱉는다.) 이대로 잊어버려도 괜찮아?
 
 
 
세묜 세즈냐코프:맑은 날은... (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산책이 오래 걸려. 다들 맑은 날을 좋아하거든. 여름이 되면 더워서 금방 들어가버리지만. 지금 같은 때면 하늘이 높고 맑을 거야. (말하다 문득 가슴팍을 더듬거린다. 당연히 그는 군복에마저 술병을 넣어다니는 구제불능이 아니었기 때문에, 손에 잡히는 힙플라스크는 없었다. 다시 손을 내린다.) 피터가 특히 맑은 날을 좋아했어.
 
다들 한동안 산책을 못했을 거야. ...그렇지?
 
 
 
코스모 로모프:(늘 그가 시작하는 뜬구름 잡는 말을 헤메듯 따라가다 보면 그의 의중이 보일 것도 같았고, 전혀 아닌 것도 같았다.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그 이야기가 요양원에서 시작된 것임을 깨닫는다. 마무리짓지 못하고, 돌아가지 못한 곳.) ...
 
(이번에는 왜인지 그의 말뜻을 알 것 같다. 발 아래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을 한참이나 응시한다.) ...진심이야?
 
(그간의 감정이 전부 사라진다면, 가슴을 온통 헤집었다가 짓누르는 것 같은 이 답답함도 사라질까. 시선이 스르르 떨어진다.) ... ...돌아가면,
 
네가 어떻게든 다시 미국으로 발령날 수 있는 길을 찾을게. (그 말을 끝으로 입을 굳게 다문다.)
 
 
 
세묜 세즈냐코프:현자의 돌을 얻었는데 이제 와서 굳이 미국으로 사람을 보내려고. (어두컴컴한 발 아래로 보이는 대륙은 어느 대륙일까. 이 어둠 아래 있을 사람들을 상상해본다.) 돌아가면, 너는? 너는 어디로 갈 거야, 코스모?
 
 
 
코스모 로모프:조만간 새로운 이유가 만들어지겠지. 명분이 생기면 확인할 사람이 필요할 테고. ...그게 네가 되는 것 정돈 할 수 있어. (돌아가면. 입 안으로 조용히 되새겨 본다.) 난 그대로 수도에 있겠지. 달리 갈 곳이 없으니까.
 
 
 
세묜 세즈냐코프:누군가 보낸다고 해도 그게 난 아닐걸. 갈 곳이 왜 없어? 그렇게 돌아다녀놓고.
 
 
 
코스모 로모프:이제 더 가고싶은 곳도 없고, ...사실 돌아다니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아. (말한 적 없나. 없던 것 같기도 하다.)
 
 
 
세묜 세즈냐코프:너도 안 좋아하는 게 있는 줄은 몰랐네. 아무래도 상관없는 줄 알았지... (사실 이건 거짓말이다. 코스모는 좋아하는 게 있었고, 좋아하지 않는 것도 있었다. 의외로 호불호가 확실하다는 것을 알았다. 도넛을 잘 먹지 않는 것도. 커피는 늘 한 잔만 사온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그밖에는.) ...잠입이 적성이네.
 
 
 
코스모 로모프:거짓말 하는 것보단 확실히 적성이 있지. (눈을 천천히 내리감았다가 뜬다. 눈 앞에는 예의 그 모호한 미소가 있다.) ...좋아하는 것도 있었어. 아무래도 상관없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 지금 생각해 보면.
 
 
 
세묜 세즈냐코프:그럼 뭘 좋아했는데? 예를 들어서.
 
 
 
코스모 로모프:얼지 않고 미적지근한 바다. 아직 커피 볶는 냄새가 나지 않는 카페, 갓 나온 도넛이 담긴 봉투. ...밤새도록 불 켜져 있던 창문.
 
...그리고 너.
 
 
 
세묜 세즈냐코프:나?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밤새도록 창문에 불이 켜져 있을 때 말하지 그랬어. 밤은 어려운 말들을 흘려보낼 절호의 기회인데.
 
 
 
코스모 로모프:그러게.
 
(기운 빠지는 듯한, 아주 작은 소리로 웃음을 흘린다.) ...그땐 그럴 줄을 몰랐어.
 
돌이킬 수 없잖아, 모든 말은.
 
 
 
세묜 세즈냐코프:왜? 돌이킬 수도 있지. 말하지 않는 이유는 그냥 무서워서야. (어라, 웃었다. 라고 생각한다.) 밀항선을 타고 들어올 때 말이야... 사실 파도가 잠잠해서 아쉬웠어. 이대로 뒤집혔으면 했거든. 정말 그렇게 될까 봐 무서워서 말 안 했어.
 
그런 거지... 코스모.
 
 
 
코스모 로모프:내가 할 말은 절대 돌이킬 수 없을 말이었을 테니까. ...네 말이 맞아. 무서워서야. ...난 겁이 많아서.
 
... ... (잘 쓸어 올려놓은 머리칼을 손으로 헤집어 흐트러트린다. 얼굴을 쓸어내리며 작게 하하, 하고 웃음짓는다.) 그래서 정말로 마지막이 되어서야 말하는 거야.
 
 
 
세묜 세즈냐코프:네가 그때 그 말을 하고, 그때 그 배가 뒤집혀버렸으면 좋았을 텐데. 그럼 우린 지금쯤 바다에 가라앉아 있을 거야. 주머니에 든 현자의 돌이 너무 무거워서. (다리를 꼬고 자세를 조금 더 편하게 바꾼다. 돌아가지 않을 작정으로 들어왔는데, 돌아가도, 돌아가지 못한대도 아무래도 괜찮아졌다. 볼티모어에서 그는 한 번도 홀로 외로웠던 적이 없는 것이다. 늘 함께 외로워할 사람이, 배가 뒤집힌대도 튜브가 아닌 그의 손을 잡을 사람이 언제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은 돌이킬 수가 없었다. 여태 무슨 마음을 느꼈는지 전부 잊어버린다고 해도 코스모가 그 말을 했다는 것만은 기억할 것이다. 종내에는, 결국에는, 마침내는 그 말을 했다고.) ...돌이킬 수 없을 거야. 난 기억력이 좋거든.
 
 
 
코스모 로모프:...알아.
 
넌 영리하고 똑똑해. ...어릴 때부터 그랬지. 그러니 돌이킬 수 없을 거야. (지금의 모든 감정이 사라진다고 해도 기억만큼은 남을 테니까.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언어로 정리된 말 만큼은 사실로 남아 영원히 우주를 떠돌 테니까.)
 
그래서, 한 번 더 말하는 걸 용서해 줘.
 
줄곧, 꽤 많이 너를 좋아했어.
 
...그러니까 대답해줄래.
 
 
 
세묜 세즈냐코프:...
 
용서할게. 그때 말하지 않은 거. 결혼하기 전에, 이곳으로 돌아오기 전에, 배가 떠나기 전에, 밤이 가기 전에 말하지 않은 거.
 
(그리고 멋대로 코스모의 손을 잡아, 반지를 돌려 빼낸다. 반지는 손가락에 꼭 맞아 잘 빠지지 않는다. 그것을 억지로 빼내서, 악동 같은 미소. 그리고 저 멀리 어딘가로 힘껏 던져버린다. 용서하겠지만, 죗값은 치러야지. 마치 자신은 무고한 것마냥 그를 기꺼이 사면해준다. 그런 방식으로 그의 말을 가슴에 담아둔다.)
 
반지는 새로 사.
 
 
 
코스모 로모프:(손이 잡힌 채로 잠시 바라보다가, 반지를 빼내는 손길에, 악동 같은 미소에 손을 저항 없이 내어준다. 반지가 저 멀리로, 멀리로, 은하의 끝으로 나아가다 시야에서 사라지면 양 손으로 그의 손을 붙잡고 고개를 숙여 이마를 손등에 댄다.)
 
이곳에서 나갔을 때 그럴 마음이 든다면.
 
 
 
세묜 세즈냐코프:(눈썹을 들어올린다. 흥미로운 말을 들었다는 표정이었다. 손가락을 구부려 자기 손을 붙잡은 코스모의 양손을 살짝 쥔다) 두고봐야겠네.
 
 
 
코스모 로모프:...고마워, 사이먼.
 
 
 
세묜 세즈냐코프:고맙긴.
 
 
두 사람의 감정을 내어놓기로 결정합니다.
 
 
어떤 식으로 가져가게 될지 조금 긴장했으나
 
 
아이는 평범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인사를 건넬 뿐이었습니다.
 
 
 
??:그럼, 갈게. 목표를 완수했으니.
 
 
그 말과 함께 추락하는 듯 몸이 무거워집니다.
 
 
아주 가벼워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시금 지상으로 도착하기 위해 두 사람은 추락합니다.
 
 
그리고, 아.
 
 
눈을 깜빡일 때마다 마음 속에서 무언가가 조각나듯 빠져나가는 기분이 듭니다.
 
 
 
깜빡,
 
 
첫만남의 긴장감이 지워지고.
 
 
 
깜빡,
 
 
함께 보았던 밤풍경이 지워지며.
 
 
 
깜빡,
 
 
나누었던 이야기들 속 말하지 않은 것들이 잊혀집니다.
 
 
그렇게 도착한 지상에서 눈을 뜨면,
 
 
모두가 입을 모아 두 사람을 환영하고, 칭송하고, 눈물을 흘립니다.
 
 
하지만 그들이 묻는 것에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그 외계의 재난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할 수 있었냐?'는 물음 말이에요.
 
 
감정이 사라진 말들은 무게를 잃고 빠르게 희미해져갑니다.
 
 
그래도 괜찮을 거예요.
 
 
당신의 곁에는 사이먼이 있고,
 
 
사이먼의 곁에는 당신이 있으니까요.
 
 
인간의 심장은 언제든 뛰고 있으니,
 
 
다시금 언제라도.
 
 
...
 
 
 
ED 1_ 우리는 칠흑의 상공에서 구원을 이룩했다.
 
 
 
: 그들이 감정을 바침으로서 인류는 구원을 받고, 그들은 서로에 대한 감정을 모조리 잊어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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