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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3 12시의 도밍게즈 Ch. 1

솔찬--* 2025. 1. 24. 15:51

 

12시의 도밍게즈

Ch. 1 시계바늘의 방향

w. team Laputa

PC(카운터) 시몽 리브르

KPC(타이머) 루이 뒤모레

 

 

......

 
......
 
초봄의 건조한 바람을 타고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출처 모를 소문이었지만
 
사람들이 불길하게 쑥덕거리기를...
 
2052년 12월 31일 23시 59분.
 
지구 멸망까지 이제 1년이 채 남지 않았으니
 
도밍게즈도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스러질 일만 남았다고...
 
그런 소문이 곳곳에 파다합니다.
 
세계의 구원자, 타이머가 버젓이 살아 숨 쉬고 있는데도요!
 
우스운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니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어요.
 
세계 멸망 같은 허황된 말들에 넘어갈 필요도 없지요.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이곳에 있으니까요.
 
......
 
......
 
시작은, 3개월 전의 화장실에서였습니다.
 
어느날 당신의 삶에 불쑥 나타난 작은 불씨는
 
새벽 별이 떠오르듯, 거센 파도가 모래사장의 흔적을 지워버리듯
 
세계가 무너지듯...
 
당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놓고 말았어요.
 
그리고 오늘,
 
당신은 DOT의 14회의실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누구라고 설명하면 좋을까요?
 
도밍게즈의 구원자?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시간이 선택한 타이머.
 
살면서 무수히 많이 들어 보았을 이름의 주인.
 
오늘부터 당신의 파트너가 될...
 
그 이름을 곱씹는 것만으로 미묘하게 기분이 들뜹니다.
 
이상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사실 이전부터 당신의 삶에는 이상한 일이 가득했죠.
 
그러니까...
 
시몽 리브르: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봄날의 풀꽃처럼 소리소문없이 피어난 시간의 각인을 발견했을 때부터요.
 
각인은 타이머의 12살 생일에 나타난다 알려지지 않았던가요?
 
아무 일 없이 지나갔던 12살 생일과 달리
 
시간, 운명... 혹은 이름 모를 무언가가
 
손목에서 희미한 열감이 두드러졌었죠.
 
구급차에서, 응급대원이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당신은 소스라치게 놀랐나요? 혹은, 생각보다 덤덤하게 그 사실을 받아들였나요?
 
유일한 구원자인 타이머만이 가질 수 있는 그 각인이
 
당신의 손목에 나타났을 때 말이에요.
 
당신의 존재를 귀신같이 알아챈 DOT의 군인들이 문을 두드렸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그래요.
 
평범한 일상이 덜그럭 덜그럭...
 
기묘한 소리를 내며 뒤틀리기 사작한 것은 바로 그날부터 였습니다.
 
마치 맞물리지 못하는 두 개의 톱니바퀴를 억지로 붙여놓은 것처럼.
 
군인들이 꽤나 강압적으로 나왔던 것이 기억 나는군요.
 
아마 '특이 케이스'이기 때문이었을까요?
 
마치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당신이 DOT에 도착했을 때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 세상의 것이 아는 자를 보는 양 황망하게 벌려진 입술.
 
놀라움과 당황을 가득 담아 깜빡이던 눈꺼풀...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과 남색 제목을 입은 사무원들 사이로
 
한 남자가 당신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었죠.
 
 
하인리히 베르너:세계를 구원할, 새로운 구원자가 깨어났군.
 
익숙한 얼굴이었습니다.
 
하인리히 베르너...
 
DOT의 장교이자 실질적인 책임자로
 
종종 TV에도 얼굴을 비추곤 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를 비롯한 그 누구도 당신의 자격을 부인하지는 못했습니다.
 
당신의 손목에 새겨진 숫자란, 이 세계에서 그토록 절대적이거든요.
 
당신은 세계를 구원할 구원자라는 명분 하에 DOT에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의 일상은 어떠했던가요?
 
가족이 그리워 이따금 눈물을 흘렸나요?
 
혹은, 벌써 이곳에 적응했나요?
 
시몽 리브르:(이곳에 와서 깨달은 것은, 사람은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 법도 규율도 아닌 방만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들 수 있다. 심지어 이곳은 수도와 온수를 동시에 틀어도 온수가 끊이지 않고 나오는데, 그것이 내 성격을 아주 온화하게 만든다. 그야말로 만족 그 자체다.)
 
역시 인심은 재력에서 나오는 모양입니다.
 
당신은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밍게즈는 종말의 소문에 시달리고 있어요.
 
언제까지고 현재를 즐기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DOT가 당신에게 집착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들은 당신을 일컬어
 
루이... 제 2시 타이머의 짝이라 불렀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
 
시간은 흐르고, DOT에서의 삶도 평범하게 흘러갔습니다.
 
당신의 존재는 루이에게도 비밀이었으니까요.
 
당신은 연구원들이 머무르는 동관에서 함께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정확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타이머를 혼란케 하지 않으려는 조치라던가요?
 
사무원의 질문에 답하거나 연구원의 신체검사 따위에 응하는 것을 제외하면
 
당신은 쭉 혼자였습니다.
 
긴 밤 내내 당신이 당신의 파트너, 운명의 짝이라 불리는 그를 떠올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몰라요.
 
그도 그럴게 그는 아주 가까이,
 
당신의 코앞에 머물고 있었는걸요.
 
몇 걸음만 걸으면 바로 닿을 곳에 말이에요.
 
 
하인리히 베르너:(작게 울리는 알람음 소리에 휴대폰을 들여다 본다) 곧 도착한다는군. 만날 준비는 끝났나? (시선을 시몽에게로 옮기며)
 
 
시몽 리브르:준비랄 게 있나요. 드디어 비싼 얼굴을 보는군요.
 
 
하인리히 베르너: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아이들이지. (씩 웃고는 시계를 들여다 본다)
 
기다렸다는 것처럼 뚜벅, 뚜벅...
 
바닥을 밟는 소리가 경쾌하게 복도를 가르고
 
안내데스크에 앉은 직원의 목소리가 문턱 너머로 들려옵니다.
 
째깍, 째깍ㅡ
 
시계의 초침 소리가 이렇게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던가요?
 
그가 그 복도를 건너 당신에게 오는 동안 당신은 무슨 생각을 했던가요?
 
세계가 당신을 위해 예비해둔 운명을 마주하기 직전에 말이에요.
 
 
시몽 리브르:(의자에 앉아 손끝에 일어난 거스러미를 내려다보고 있다. 근래 가장 기대했던 만남이건만 막상 다가오니 별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만남 자체보다는 앞으로 그 아이와 무슨 임무를 수행하게 될지가 더 걱정스럽다. 듣자하니 재난 현장에 불려다닌다던데.)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14회의실의 문이 열리고 열 네명의 아이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세계의 구원자,
 
시간이 선택한 타이머.
 
어떻게 그들의 얼굴을 모를 수 있겠어요?
 
그러나 당신이 그 사이에서 를 알아본 것은
 
눈에 익은 얼굴이라는, 그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깜빡,
 
깜빡...
 
당신이 눈을 깜짝이면 푸른 눈동자가 같은 속도로 눈을 깜빡입니다.
 
그래요. 분명 낯익은 얼굴이에요.
 
익숙하기 짝이 없어요.
 
태어난 이래 단 한 번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본 얼굴이었으니까.
 
TV도, 신문도, 휴대폰 속 무수히 많은 게시글마저 그를 주목했는걸요.
 
그러니 하나도 특별한 것이 없는 대면이건만...
 
어째서일까요?
 
 존재에게 이토록 시선을 빼앗긴 것은?
 
그에게서 도저히 시선을 뗄 수 없습니다.
 
초가을을 목전에 둔 낙엽이 빰을 물들이듯
 
아침 여명에 눈송이들마저 눈을 감아버리듯
 
밑바닥에서부터 가장 눞은 곳에 이르기까지
 
모든 감각과 기분, 생각과 언어, 감정과 본능이
 
 
시몽 리브르: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루이 뒤모레: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어울리지 않는 욕구가 고개를 쳐듭니다.
 
가까이 가고 싶다는...
 
정신을 차리면, 이미 몇 걸음이나 걸어 나간 후였습니다.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입니다.
 
눈앞에 훅 가까워진 얼굴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립니다.
 
겨우 정신을 차린 그 역시 혼란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당신을 향한 시선을 거둡니다.
 
 
시몽 리브르:(손을 내민다.) 안녕.
 
루이는 그대로 발걸음을 뒤로 물립니다.
 
돌아가는 그의 발걸음을 붙들고 싶은 것은 왜일까요?
 
그와 당신이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당신은 운명이 안배한 일련의 사건을 따라 새로운 구원자가 되었고
 
기어코 눈앞의 그를 만나고 말았습니다.
 
그 얼굴을 보자 새삼스레 사람들이 했던 말이 떠오르는군요.
 
그런 거창한 칭호들이 붙은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기묘한 공기 사이를 웃음소리가 파고듭니다.
 
그 웃음소리는 방아쇠를 당기고, 지나간 기억을 꿰뚫습니다.
 
무척이나 익숙한 웃음입니다.
 
그야,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도 하인리히는 비슷하게 웃었으니까요.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하인리히 베르너:(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 루이의 어깨를 잡아 끌고 시몽에게로 다가온다) 인사 해야지? 앞으로 네 짝이 될 사람이야.
 
 
시몽 리브르:(잡지 않고 뭐 하냐는 듯 손을 들어보인다.)
 
 
루이 뒤모레:(시몽을 힐끔 바라보고는 겨우 손을 잡는다) ...안녕하세요. 루이예요.
 
 
시몽 리브르:무슨 루이?
 
 
루이 뒤모레:무슨 루이라뇨? (의문스러운 듯 시몽을 바라본다) 루이가 그냥 루이죠.
 
 
시몽 리브르:(작게 웃는다.) 성을 물어본 거지. 나는 시몽이야.
 
 
루이 뒤모레:아. (고개를 대강 끄덕이고는 시선을 내리깐다) 루이 뒤모레요. ...(눈치를 보다가 손을 뺀다)
 
 
시몽 리브르:(빠져나가는 손을 붙잡고 손아귀에 힘을 준다. 잠시 후 미소 지으며 놓아준다.) 잘 부탁해. 루이 뒤모레 군.
 
 
시몽 리브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빠져나가는 손목에 새겨진 것을, 당신은 똑똑히 볼 수 있었습니다.
 
02:00
 
당신의 것과 같은 숫자예요.
 
 
하인리히 베르너:루이는 말이 없어서 좋아.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시몽을 바라본다) 자네가 뭐 하는 사람인지도 물어보지 않잖아?
 
 
시몽 리브르:낯을 가리는 줄은 몰랐군요. 방송에선 많이 노력한 거였나 봅니다. (웃으며 한 발 물러선다.)
 
 
하인리히 베르너:어디 데리고 나가려 할 때마다 얼마나 불편해 하는지... (한숨을 푹 내쉬고는) 그래도 사람들 앞에서까지 그런 모습을 보이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세계의 영웅인데. 그래서는 안 되지. 루이도 그걸 아주 잘 알고 있고.
자네는 낯을 많이 가리지 않는 것 같아서 좋군.
 
 
시몽 리브르:하하. 감사합니다. (테이블 쪽으로 손짓한다.) 이제 다들 안면은 튼 것 같은데...
 
 
하인리히 베르너:그래. 이제 통성명도 끝났으니,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해야겠지.
 
하인리히가 박수를 두어 번 치자 회의실 안이 조용해집니다.
 
그리고, 그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이어나갑니다.
 
당신은 DOT로부터 익히 들어왔던 설명입니다.
 
 
하인리히 베르너:세계 멸망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들었으리라고 생각하네.
물론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 일어나서도 안 될 일이지. 하지만 예언의 탑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야. 어디서 퍼져나간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세간에서는 반쯤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어. 무슨 뜻인지 알겠나? 이건… 아주 좋지 못한 조짐이란 말일세.
멸망이 실재한다고 해도 문제지만, 실재하지 않는다고 하면 더 문제거든. 멸망이 예정된 세계의 법과 도덕, 규칙 따위를 누가 지키겠냔 말이야. 그렇지 않은가? 세계는 무너질 테고, 점차 아수라장이 될 테지. 처리하기 곤란한 쓰레기가 넘쳐날 거야. (혀를 찬다)
그래서 우리는 이전부터 세계 멸망에 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네. 어떻게 하면 이 난관을 아주 안전하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하고 말이야.
결론부터 말하자면... (루이와 시몽을 바라보며 수염을 쓰다듬는다) 세계는 멸망하지 않아. 도밍게즈는, 그리고 이 세상은 새 계절을 맞을 거야.
 
그렇게 말한 그는 갑자기 당신의 어깨를 덥썩 붙잡습니다.
 
 
하인리히 베르너:너희들의 눈 앞에 있는, 이 새로운 얼굴들이 그 증거고.
지난 예언의 타이머는 매우 훌륭한 이였어. 눈과 귀가 밝고 입이 무거운 데다가, 미래를 바꾸는 방법을 함께 점지받곤 했거든. 많은 이들이 세계 멸망의 예언이 예언의 탑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인 줄 알지만, 천만의 말씀. DOT는, 이전대 예언의 타이머는 이미 그 미래를 알고 있었네. 그 예언이 퍼질 것도, 세계가 혼란스러워질 것도, 그리고 새로운 구원자가 나타날 것마저도!
반년 전쯤부터 예언을 따라 새로운 능력자가 나타나기 시작했지. (시몽을 비롯한 열 네 명의 카운터들을 바라보며) 바로 이들이지. 정확히 열네 명. 게다가 자네들과 같은 시간의 각인이 새겨져 있어.
우리는 이들을 카운터라고 부르기로 했네.
 
...이것이 아주 오래 전부터 예견된 만남이었다고요.
 
이것만은 당신도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시몽 리브르: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래서였을까요?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하인리히가 그렇게 기뻐했던 것은?
 
 
하인리히 베르너:카운터라! 세계 멸망의 초읽기를 앞둔 작금의 상황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이 아닌가? (말을 끝마치고는 크게 웃는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습니다.
 
세계를 구원하는 '구원자'의 역할에 도취된 것인지
 
예언의 탑을 한 방 먹일 즐거움에 심취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시몽 리브르:다행스러운 소식이군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음 안건은 무엇입니까?
 
그 후, 하인리히는 타이머들을, 그리고 카운터들을 하나하나 소개하기 시작합니다.
 
제 0시, 제 1시...
 
제 2시의 타이머 루이.
 
그리고 제 2시의 카운터 시몽.
 
당신은 두 글자의 이름을 읊조려봅니다.
 
혀끝이 앞니를 가볍게 건드리고
 
짧은 이름은 어떤 저항도 없이
 
당신의 입 속에서 그 형체를 갖춥니다.
 
...루이.
 
 
하인리히 베르너:연구 결과 카운터가 타이머와 똑같은 능력, 자질을 지니고 있으며 시간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이 입증됐어. 그뿐만 아니라 타이머의 능력에 개입하거나 간섭할 수 있을 거란 가설이 등장했지. 물론, 긍정적인 방향으로 말이야.
오늘부터 카운터들은 서관에서 타이머들과 함께 지내게 될 거야. 수업부터 시작해서 훈련까지 모든 타이머의 활동과 역할을 부여받아, 자네들과 동행할 걸세. 그러니 인사들 나누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해보라고.
 
하인리히는 기나긴 설명을 이어나갑니다.
 
모든 것은 세계 멸망을 막기 위해서라고.
 
어떤 재난이 닥치고 어떤 재해가 밀려와도
 
카이머와 카운터가 함께여야만 재앙을 막을 수 있다고...
 
당신은 어떤가요? 그에게 동의하나요?
 
아니면, 당신에게 이것은 그저 대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강요일 뿐인가요?
 
 
하인리히 베르너:전달 사항은 이걸로 끝이라네. (타이머들을 바라보며) 새 친구가 생겼으니 서관으로 데려가서 건물 소개도 좀 해주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친해지도록 해. 다음 달에 있을 창립 기념일때 정식으로 카운터의 존재를 발표할 예정이니 외부에 유출할 생각은 하지 말고.
 
일방적으로 말을 쏟아낸 하인리히는
 
절도있는, 그러나 한없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회의실을 나섭니다.
 
무거운 침묵이 회의실을 짓누르고
 
당신과 루이의 시간만이 날개 돋친 듯 째깍째깍 흘러갑니다.
 
......
 
......
 
14명의 타이머 중 누구도 표정 관리를 하는 법은 훈련받지 못한 것 같습니다.
 
타이머와 카운터들이 각기 짝을 지어 흩어지고
 
당신의 앞에는 여전히 루이가 서 있습니다.
 
 
시몽 리브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는 뭔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군요.
 
 
루이 뒤모레:(출입구를 곁눈질로 바라보다가, 시몽이 신경쓰이는 듯 시몽을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 문을 힐끔거린다) 저는... 가볼게요, 그럼. (결국 이 불편한 자리를 떠나기로 결정했는지,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하고는 발걸음을 돌린다)
 
 
시몽 리브르:(따라간다.) 일과는 이제 끝인가?
 
 
루이 뒤모레:(고개를 끄덕인다) 보통은 수업이 있지만, 오늘은 푹 쉬어도 된다고 하셨어요. 대령님이요.
 
 
시몽 리브르:저녁에도 수업을 받나? 무슨 수업인데?
 
 
루이 뒤모레:그냥 이것저것이요. 역사도 배우고, 수학도 배우고. 외국어도 배우고.
 
 
시몽 리브르:(아하. 야학이군.) 열심히 하는군. 난 학생 때도 저녁에는 쉬었는데 말이야.
 
 
루이 뒤모레:타이머는 할 일이 많으니까요. ... (본관 로비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설마 계속 따라올 작정인가? 시몽의 눈치를 보다가 다시 한 번 허리를 꾸벅 숙인다) 그럼 진짜 가볼게요. 저는.
 
 
시몽 리브르:어딜 가? 건물 소개도 해주고, 이야기도 나눠야지.
(로비 밖으로 손짓하고는 자연스럽게 서관으로 걸어간다.) 가자고.
 
 
루이 뒤모레:지도를 보는 게 더 편하실 텐데요? 본관에 전체 지도가 있어요. (당황스러운 기색으로 시몽을 바라보다가, 한 발 늦게 따라간다) 그리고, 저는 이만 쉬어야 할 것 같아요. 시몽 씨도 이만 숙소로 가서 쉬세요.
 
 
시몽 리브르:내일은 종일 훈련에, 저녁엔 수업하느라 바쁘실 텐데. 오늘이 아니면 시간이 없잖아. 그리고 듣자하니 곧 같이 지내게 될 것 같던데?
 
 
루이 뒤모레:같은 건물을 쓴다는 거겠죠. 타이머 숙소는 전부 1인실이에요. 어차피 수업도, 훈련도 같이 할텐데 대화는 내일부터 해도 되지 않을까요?
 
 
시몽 리브르:왜, 많이 피곤해? 그런 게 아니라면 서로 알아가자고. 너도 내가 궁금하잖아.
 
 
루이 뒤모레:(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이마를 문지르다가, 시몽의 팔을 붙들고 다시 14회의실로 돌아간다) ...알았어요.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말해보세요. 다 대답해 드릴테니까.
 
 
시몽 리브르:(당기는 대로 따라가며 웃는다.) 좋아. 보아하니 앞으로 우리 둘이 활동하게 될 것 같은데. 팀으로 활동해본 적 있어?
 
 
루이 뒤모레:(고개를 저으며) 타이머는 열네 명뿐인걸요. 같이 움직일 만한 일은 없는 편이 낫죠. 그리고 가뜩이나 사람이 부족한데 그쪽이랑 내가 정말 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당연히 떨어져서 일하겠지.
 
 
시몽 리브르:대령님은 당장 내일부터 함께 합동훈련이라도 시킬 기색이시던데? 미리미리 서로 알아둬야지. 난 재난에 휘말려본 적도 없는 시민이라고.
 
 
루이 뒤모레:(말없이 앞머리를 만지작거리다가) ...제 이름은 루이 뒤모레고, 열 일곱 살이에요. 열 두살 때까지는 베르사유에서 살았고요. 시몽 씨는요?
 
 
시몽 리브르:(드디어 입을 여는군. 미소 지으며 회의실 책상에 걸터앉는다.) 나는 파리에서 나고 자랐어. 여기 오기 전에는 대학에서 법을 공부하고 있었고. 이름은 시몽 리브르. 여기 생활은 어때?
 
 
루이 뒤모레:뭐... 괜찮은 편이라고 할 수 있죠. 바깥에서 아등바등 사는 것보다는요. 가족도 못 만나고, 밖에도 못 나가는건 좀 싫지만요. 여기를 집이라고 생각하면 지내기가 좀 편할 거예요.
 
 
시몽 리브르:감옥이 따로 없군. 내보내달라고 하면 내보내줄 텐데... 아, 1인실을 쓰는 건 아주 마음에 들어. 나는 그런 개인적인 공간을 가져본 적이 없거든.
 
 
루이 뒤모레:나가게 해달라고 해서 나가게 해줬다면 지금보다는 좀 나았겠죠. 돈 같은 게 다 무슨 소용이에요? 어차피 쓰지도 못하는데. (시큰둥하게 대꾸하고는, 놀란 얼굴로 시몽을 바라본다) 개인적인 공간이 없었다고요? 그럼 어떻게 살았는데요?
 
 
시몽 리브르:그냥 사는 거지. 사람은 몸만 겨우 뉘일 수 있는 다락방에서도 살 수 있고, 사실, 길바닥에서 살아야만 한다면 거기서도 살 수 있어. (루이의 반응이 재미있는지 웃는다.) 외출도 못한다는 건 몰랐는데. 조만간 하게 해줄게.
 
 
루이 뒤모레:그쪽이요? 무슨 수로요? (헛웃음을 터뜨리며) 여기 길도 모르면서.
 
 
시몽 리브르:네가 알려줘야지? (능청스럽게 대꾸하며) 그래도 아직까진 좋아. 방도 넓고, 식사도 나오고.
 
 
루이 뒤모레:참 가벼운 행복이네요. (작게 중얼거리고는 의자에서 일어난다) 대화 많이 했죠?
 
 
시몽 리브르:새침하긴. 숙소로 갈 거야?
 
 
루이 뒤모레:당연하죠. 이제 잘 시간인걸요.
 
 
시몽 리브르:일찍 자는군. 내일은 서관 안내를 부탁할게. 또 이야기하자고.
 
 
루이 뒤모레:...그러시든지요. (대강 대꾸하며 의자에서 일어난다. 시몽에게 짧게 목례하고는, 그대로 회의실을 나선다)
 
루이의 뒷모습이 점차 멀어져 갑니다.
 
당신도 이만 회의실을 나가볼까요?
 
앞으로는 서관에서 지내게 된다 했으니, 짐도 옮길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새 방도 꾸며야겠죠?
 
 
시몽 리브르:미리 정해둔 사안이면 애초에 서관에 방을 주면 될 것을...(툴툴거리며 동관으로 돌아간다.)
 
14회의실을 빠져나오면, 본관의 복도입니다.
 
흰 대리석이 깔린 바닥과 열두 개의 별자리가 그려진 남색 천장.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붓의 흐름조차 눈치채지 못할 만큼 섬세하게 회칠을 한 벽.
 
본관은 언제나 그렇듯 흠 없고, 점 없이 완벽하기만 했습니다.
 
익숙하게 이곳을 빠져나가는 루이에게는 당연히 낯익은 풍경이었고
 
시몽, 당신에게는...
 
 
시몽 리브르: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쩐지 무척 그리운 풍경이었죠.
 
당신의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낯익기 짝이 없어서,
 
꼭 기나긴 시간을 돌아 제자리를 찾아온 듯했습니다.
 
처음 발을 들였다곤 믿을 수 없을 만큼
 
공기마저 친숙했어요.
 
이상한 일입니다.
 
처음 와보는 곳인데 말이에요.
 
 
시몽 리브르:(조금 전 회의실에서 루이를 보았을 때도 이런 느낌이 들었다. 내 존재 자체가 지금을 위해 빚어졌다는 느낌. 그건 몹시 생경하면서도 불쾌하고, 불쾌하면서도 이제야 비로소 내가 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낯설고 익숙한 천장을 올려다보다가 동관의 숙소로 걸어간다.)
 
당신은 동관으로 걸어갑니다.
 
그러고보니 숙소가 바뀌었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어쨌든 당신은 동관으로 갑니다.
 
......
 
......
 
동관으로 들어서면, 당신은 익숙한 로비와 마주합니다.
 
안내데스크에 앉아있던 사무원이 당신을 보고 아는 체를 합니다.
 
 
사무원:카운터 군 아닌가요? 숙소를 옮겼다고 들었는데요.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시몽 리브르:...그새요?
그럼 제 짐은 어떻게 된 겁니까?
 
 
사무원:개인 짐도 얼마 없지 않았어요? (책상 위에 올려진 서류를 뒤적거리다가) 짐도 전부 옮겼네요.
 
 
시몽 리브르:(잠시 말을 잃는다.) ......그럼 저는 어디서 자죠?
 
 
사무원:서관으로 가보시면 될 거예요. ...아까 대령님께 전달받으신 것 아닌가요?
...방이 몇 호인지는 아세요?
 
 
시몽 리브르:그건 그런데... 모릅니다.
 
 
사무원:그쪽이... 몇 시의 카운터 님이셨죠? 제가 아직 얼굴을 다 못 외워서. (어색하게 웃는다)
 
 
시몽 리브르:그래봤자 스물여덟 명인데요. 두 시입니다.
 
 
사무원:카운터들의 사진은 저희도 전달받지 못해서요. (생긋 웃고는) 어쨌든, 서관 402호로 가시면 되세요.
 
 
시몽 리브르:402호요. 아, 그런데 방을 같이 씁니까?
 
 
사무원:(고개를 끄덕인다) 네. 서관 4층에는 방이 열 네개 뿐이어서요.
본관에 방이 남아있긴 한데... 대령님은 타이머와 카운터들이 최대한 붙어있기를 원하셔서.
 
 
시몽 리브르:(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내키지 않는 어조로 겨우 대답을 꺼낸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터벅...터벅 서관으로 걸어간다.)
 
 
사무원:(멀어져가는 시몽에게 소리친다) 1인실을 쓰고 싶으시면 대령님께 한 번 여쭤보세요!
 
아까까지는 정말 행복했는데...
 
또다시 누군가와 방을 다시 쓰게 생겼군요?
 
당신은 터벅터벅, 서관으로 걸어갑니다.
 
......
 
......
 
땡, 하는 소리와 함께 엘레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4층엔 쭉 뻗은 복도를 따라 양쪽으로 각각 7개의 문이 늘어져 있습니다.
 
400호부터 413호까지...
 
당신은 402호로 향합니다.
 
 
시몽 리브르:(똑똑. 두드린다.)
 
방 문 앞엔 가방 하나가 놓여있고, 방 문은 잠겨 있습니다.
 
문을 두드리면...
 
잠옷 차림의 루이가 문을 엽니다.
 
 
시몽 리브르:뭐야?
 
 
루이 뒤모레:(귀찮은 듯한 표정으로) 뭐가요?
 
 
시몽 리브르:(루이를 밀치고 안으로 들어가려... 시도한다.)
 
 
루이 뒤모레:
근력
기준치: 45/22/9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시몽 리브르:
근력
기준치: 55/27/11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퍽!^^)
 
 
루이 뒤모레:뭐하는 거예요!
 
당신은 루이를 대강 밀치고 방으로 들어섭니다.
 
 
시몽 리브르:잠은 자야 할 거 아냐.
 
방은 꽤나 큰 크기입니다.
 
마치 당신이 살던 집을 두 개쯤? 붙여놓은 것 같아요.
 
2인실... 아니, 3인실이라 해도 믿을 수 있겠는걸요!
 
문이 닫힌 욕실에서는 물이 콸콸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고
 
휑한 거실에는 천장등 하나만이 처량하게 켜져 있습니다.
 
 
루이 뒤모레:(시몽의 제복을 잡아 당긴다) 본관 4층에 장교 숙소가 있으니 거기로 가봐요. 거기에 있는 타이머들의 방은 아직 공실이니까.
 
 
시몽 리브르:어차피 규칙대로라면 여기서 지내야 할 텐데? '대령님' 분부라고 남의 방을 멋대로 빼버렸다고. 남는 이불 있으면 그거나 줘. 나는 (소파 눈짓한다) 저기면 되니까.
 
 
루이 뒤모레:(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바닥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오늘만이에요. 내일 제가 대령님께 잘 말씀드려 볼게요.
 
짧게 대꾸한 루이는 그대로 방으로 휙 들어갑니다.
 
 
시몽 리브르:바라는 바야. ...씻고 있었... 응?
 
그리고는, 얇은 이불 하나를 들고나와 소파 위로 홱 던집니다.
 
 
루이 뒤모레:됐죠?
(그대로 문을 쾅! 닫고 욕실로 들어간다)
 
 
시몽 리브르:내가 저 나이일 땐 안 저랬는데. (갸웃거리다 거추장스러운 제복을 벗는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소파에 걸터앉아 거실을 둘러본다.)
 
어렸을 때 부모님과 떨어져서 그런 걸까요?
 
예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소파에 앉아 거실을 둘러봅니다.
 
TV가 올려진 거실장과 당신이 앉아있는 소파, 냉장고, 식탁이 거실에 있는 전부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마주하고 있는 벽면을 따라, 인형과 선물상자, 그림, 편지...
 
온갖 물건들이 쌓여 있습니다.
 
 
시몽 리브르:연예인 집 같군.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사람을 꼽는다면, 타이머일테니까요.
 
 
시몽 리브르:(루이가 나올 때까지 눈으로 선물 구경을 하며 기다린다. 왜 이렇게 늦어. 욕실에서 잠들었나?)
 
이곳에 들어오기 전엔 당신도 타이머들이 출연한 광고를 심심찮게 봤었죠.
 
그렇게 소파에 누워 시간을 보낸지 벌써 72분...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에 수건을 얹은 루이가 드디어 등장합니다.
 
그는 당신을 힐끔 보고는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버립니다.
 
 
시몽 리브르:(꾸벅 잠들었다가 문이 닫히는 소리에 깜짝 깨어난다. 고개를 부르르 털고 간단히 씻고 나와 소파에 눕는다. 예민한 꼬맹이.)
 
드라이기 돌아가는 소리가 시끄럽게 귀를 간지럽힙니다.
 
그리고 잠시 후, 닫힌 문 너머에서 들리던 인기척도 잦아들고
 
집 안은 적막만이 가득합니다.
 
저렇게 예민한 꼬마와 앞으로 쭉 함께해야 한다니...
 
벌써 걱정이 되는 것 같습니다.
 
친해질 수는 있을까요?
 
하지만 걱정은 나중으로 미뤄도 되겠죠.
 
우선은 잠을 청하는 게 먼저니까요.
 
 
시몽 리브르:(zzZ)
 
당신은 그대로 잠에 빠져듭니다.
 
......
 
......
 
당신은 갑자기 밝아지는 시야에 눈을 번쩍 뜹니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커튼을 걷은 루이가 다시 방으로 돌아가는 게 보입니다.
 
우여곡절로 가득 찬 첫날 밤이 무사히 지났군요.
 
잠자리는 어땠나요?
 
낯선 곳이었잖아요.
 
 
시몽 리브르:(잤는지 안 잤는지 모르겠다. 피곤한 눈가를 비비며 몸을 일으킨다.)
 
어제와 같은 풍경입니다.
 
당신의 제복은 식탁 의자에 걸려있고, 짐가방은 현관문 바로 앞에 놓여져 있습니다.
 
방 안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는건지... 부산스럽게 돌아다니는 기척이 느껴지는 것도 같아요.
 
 
시몽 리브르:(잠시 앉은 채로 눈을 끔뻑거리다 일어나 제복으로 갈아입는다. 가방은 무시하고 식당을 찾아 내려간다.)
 
제복을 갈아입은 당신은 지하 1층으로 내려갑니다.
 
 
시몽 리브르:
기준치: 50/25/10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식당엔 다양한 나이대의 아이들이 가득합니다.
 
다른 시간의 타이머와 카운터들인 것 같아요.
 
식당 안에는 원형의 테이블이 여러 개 놓여 있습니다.
 
한쪽 벽면에는 음식들이 잔뜩 늘어져있는 테이블도 있어요.
 
뷔페인 것 같습니다.
 
 
시몽 리브르:(스크램블에그와 구운 식빵 두 개를 접시에 얹고 잼을 한 스푼 떠서 올린다. 커피도 한 잔 내려 테이블에 앉는다.)
 
주변에서는 아이들이 즐겁게 떠들고 있고,
 
당신의 앞에는 맛있는 음식과 커피도 있군요.
 
평화로운 아침입니다.
 
그렇게 식사를 하던 아이들은, 어느 순간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합니다.
 
시곗바늘이 가리키고 있는 시각은 8시 56분.
 
어디를 가는 걸까요?
 
 
시몽 리브르:(모르겠다. 전해들은 것도 없으니 천천히 마저 먹는다.)
 
그렇게 당신은 13분여간, 식당에 더 머무릅니다.
 
어느새 식당은 텅텅 비었습니다.
 
당신을 제외하면요.
 
 
시몽 리브르:(커피까지 마시고 앉아서 쉬며 주변을 둘러본다. 어디로 가는질 알아야 움직일 텐데. 카운터들까지 전부 없는 걸 보니 일정이 있는데 루이가 알려주지 않은 것 같다. 그럼 질책을 받아도 둘이 같이 받겠지... 따위의 생각을 하며 그냥 그대로 앉아서 쉰다.)
 
그렇게 평화를 마저 즐기고 있으면...
 
 
직원:어머, 지금은 수업시간 아닌가요? (식탁을 닦으려는 듯 손에 하얀 행주를 들고 있다)
 
 
시몽 리브르:수업을 오전에도 합니까? 어제까진 없었는데요.
 
 
직원:어제까지는 적응 기간이었잖아요? 타이머들과도 대면했으니, 이젠 같이 움직여야죠. (시몽의 옆 테이블을 닦으며) 어서 정리하고 2층으로 가봐요. 벌써 10분이나 지각했는데.
 
 
시몽 리브르:아하. 고맙습니다. (미소 지으며 일어난다. 2층으로 올라간다.)
 
당신은 2층으로 올라갑니다.
 
멀리서부터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요.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28개의 책상과 의자가 교실에 가득합니다.
 
수십 개의 시선이 당신을 향합니다.
 
 
교사:시몽 군? (시계를 힐끔 보고는) 늦었군요. 자리에 앉으세요.
 
 
시몽 리브르:죄송합니다. (웃으며 비어 있는 자리에 앉는다.)
 
당신은 루이의 옆자리에 앉습니다.
 
 
시몽 리브르:안녕.
 
당신이 자리에 앉은 것을 확인한 교사는 다시 분필을 움직입니다.
 
 
루이 뒤모레:(시몽을 힐끔 보고는) 용케 찾아왔네요.
 
 
시몽 리브르:친절한 직원분께서 알려주셨지.
 
 
루이 뒤모레:다행이네요. 수업에 안 왔으면 대령님이 화내셨을텐데...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그러게 누가 그렇게 홱 나가버리래요?
 
 
시몽 리브르:아, 일어나기 전에 사라져줬어야 했나? (작게 웃다가 앞을 바라본다.) 수업이나 듣자고.
 
 
루이 뒤모레:(작게 혀를 차고는) 오늘 무슨 일정이 있는지는 물어보고 갔어야죠. (그대로 칠판을 바라본다)
 
달그락, 달그락...
 
분필 소리와 부드럽게 흔들리는 커튼, 책상 위의 그림자...
 
그리고 작게 소곤거리는 소리들.
 
여느 학교와 똑같군요.
 
 
시몽 리브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교과서도, 공책도, 펜도 없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말이에요.
 
책상이 텅텅 빈 것은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무슨 수업이 이렇담?
 
 
교사:지각생이 있으니 다시 소개할게요. 이 수업은 시간에 대한 수업이에요. 능력의 정의, 능력을 다루는 법, 능력을 활용하는 법... 능력을 사용해서는 되는 상황과 사용해서는 안 되는 상황 등에 대해서 배울 거예요. 그러니 늦으면 안 되겠죠? (시몽을 바라보며 웃는다)
오늘 이야기를 나눠볼 내용은...
 
교사가 칠판을 툭툭 칩니다.
 
그 위에 적힌 것은...
 
 
교사:타이머와 카운터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자질은 무엇인가? 별 것 아닌 문제 같지만, 이 세계에서 타이머들은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 자신의 본분과 역할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죠.
카운터들 또한 창립 기념 축제를 기점으로 동일한 권리와 의무를 갖게 될테니, 우리 모두가 다같이 생각해봐야 할 주제예요.
그럼... (교실을 쭉 둘러보다가, 시선이 시몽에게서 멈춘다) 오늘 지각한 시몽 리브르 군? 한번 대답해볼까요? 이 세계의 영웅인 타이머와 카운터의 가장 중요한 자질에 대해서요.
 
 
시몽 리브르:글쎄요. 자신의 분수와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요?
 
 
교사:자신의 분수와 역할이라면요?
리브르 군과 리브르 군의 친구들이 무엇을 이해해야 할까요?
 
 
시몽 리브르:우리가 무엇을 위해 있는지 늘 명심해야겠죠. 예를 들어 제가 갑자기 가지게 된 이 능력... (불을 피울 듯 손바닥이 천장을 향하게 들어보였다가 주먹을 쥔다.) 이걸 담뱃불로 써먹을 수도 있겠고, 혹한기에 불씨를 제공해주는 멋진 봉사활동을 다닐 수도 있겠죠. 하지만 우리는 DOT에 속해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이유로 능력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명령을 따라 적재적소에 파견되어야 합니다. 이런 이야길 하면 되나요?
 
 
교사:(만족스러운 듯 웃는다) 네, 아주 중요한 자질을 리브르 군이 말해줬어요. 모두 박수를 한번 보내볼까요?
 
짧은 시간동안, 박수갈채가 당신을 향해 쏟아집니다.
 
 
시몽 리브르:...(조용히 얼굴을 가린다.)
 
 
교사:하하, 리브르 군은 부끄러움이 많은가 보군요?
그럼... (교실을 쭉 훑어보다가 루이를 향해 미소짓는다) 그래요. 이번엔 루이? 카운터의 관점을 들어봤으니 이번엔 타이머의 관점을 들어보고 싶은데요.
 
 
루이 뒤모레:(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질은 판단을 접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평범한 직장인들에게나 허락된 일이지 저희같은 사람들에겐 해당될 수 없는 말이니까요. 타이머들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평범한' 세상에 대해 아는 게 없고, DOT는 타이머들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할 리가 없으니 저희로서는 판단하지 않는 편이 낫죠.
 
 
교사:맞는 말이에요.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타이머와 카운터는 저 같은 사람과는 다른 무게를 짊어진 존재들이니까요. 하지만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구원자라고는 해도 결국 개인이에요. 구원자, 영웅, 타이머, 카운터... 이런 이름에 휘둘렸다간 오래 버틸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 힘들어진다면 그냥 일을 하는 중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사회적인 껍질을 뒤집어쓰고, 개인으로서의 일은 잠시 차치해두는 거죠. 정말 정의로운 사람이 되려고 기를 쓰거나, 훌륭한 사람이 되려고 발버둥 치는 것보단 쉬울 겁니다. 그리고 그 일이 끝나고 나면 꼭 루이라는 인간으로, 그리고 시몽이라는 인간으로 되돌아가도록 해요.
(교실을 쭉 훑어보며) 구원자라고는 하지만 여러분이 실제로 일을 하게 되는 건 나중이 될 테니까, 그때까지 다들 좋은 답을 내렸으면 좋겠군요.
 
 
루이 뒤모레:하지만 사람들은 제가 정의롭고 훌륭한 사람이길 바라요.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그 사람들이 보내는 애정에 보답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요?
 
 
시몽 리브르:보답해야 해? (선생을 힐끔 보고는) 연예인도 아니잖아.
 
 
루이 뒤모레:리브르 씨는 리브르 씨에게 주어지는 것들을 아무 생각 없이 받아먹을 수 있는 모양이네요. 돈이든, 집이든... 애정이든. 받기만 하면 너무 미안하잖아요?
 
 
시몽 리브르:(가만히 쳐다보다 웃음을 터뜨린다. 늘 주어지고 받는 삶을 살아온 사람은 이런 사고방식을 가지는군.) 벌써 정의롭고 훌륭한걸. 해결됐네.
 
 
루이 뒤모레:왜 웃어요? (마음에 들지 않는 반응이었다. 시몽을 흘겨본다) 진심이 하나도 안 느껴지네요.
 
 
시몽 리브르:기특해서 말이야. 난 살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거든.
 
 
루이 뒤모레:밖에서 뭘 하고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생각하게 될 거예요. (고개를 돌리며) 리브르 씨도 이제 타이머나 다름 없으니까.
 
 
시몽 리브르:(어깨를 으쓱인다.)
 
 
교사:좋은 대화였어요. 그렇죠 여러분?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듯 박수를 두어 번 치고는) 그럼 이번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볼게요.
타이머가 사라진다면 세계는 멸망할 것인가?
방금까지 잘 말해줬던 리브르 군, 이번에도 한번 대답해볼까요?
 
 
시몽 리브르:음. 저는 예언도 실현되기 전까진 믿지 않아서요. 잘 모르겠습니다.
 
 
교사:세계 멸망... (잠시간 침묵하다가) 세계가 생겨난 이래 타이머와 카운터가 존재하지 않았던 적이 없으므로 명확히 답을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죠. 하지만 이건 충분히 가능성 있는 가설로 여겨지고 있어요.
(종이를 학생들에게 한장씩 나누어준다)
 
 
교사:사람들은 시간이 있기에 타이머가 태어난다고 믿지만, 실상은 반대라는 가설이에요. 타이머가 있기에 시간이 존재하는 거죠. 인류는 눈에 보이는 것이 있을 때, 비로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잊지 않는 법이니까요.
다시 말하지만, 이건 전부 가설일 뿐이니 너무 맹신하지는 말고요. (짧게 웃고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섭리를 인간이 모두 다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하지만 유력한 가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만큼, 혹은 이 가설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인간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타이머가 둘이라면 시간은 더 안정적으로 존재하며 흘러갈 테죠. 은 멀어질 겁니다. 영원히 미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우리는 모두 여러분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기를 바라요.
 
 
시몽 리브르: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멀리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아요.
 
 
시몽 리브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당신은 주변을 둘러봅니다.
 
다른 아이들도 의아한 표정으로 주위를 힐끔힐끔 바라보는군요.
 
루이도 어느새 등을 돌린 채 창 밖을 두리번거리고 있어요.
 
하지만 교사 만큼은,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한 듯 새로운 종이를 나누어줍니다.
 
회색의 종이에는 익숙한 이야기가 쓰여져 있습니다.
 
도밍게즈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도밍게즈 신화, 『세계의 기원』
 
 
교사:이런... 시간이 없군요. (교실 벽 뒤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고는) 어쩔 수 없네요. 세 번째 질문은 숙제예요,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꼭! 생각해 오세요. 알았죠?
숙제는 전달했고- (들고있던 파일을 훑어보고는) 되도록 타이머와 카운터는 함께 다니세요. 조금 불편하더라도 축제까지는 바깥에 나가지 않도록 하고요. 그럼 다음 시간에 봐요.
 
당부와 함께 교사가 교실을 떠납니다.
 
교실에는 타이머와 카운터, 그리고 유인물이...
 
 
시몽 리브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종이가... 한 장이 아니라 두 장이었군요!
 
심지어 제일 마지막 줄에, 필수 제출하라고 쓰여있습니다.
 
꼼짝없이 함께 붙어 있을 수밖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하라는 거지?
 
 
시몽 리브르:(내일까지?)
 
아마... 그렇겠죠?
 
소리없이 의문을 표했을 때, 타이밍 좋게 문자가 도착합니다.
 
 
시몽 리브르:(확인한다!)
 
'연구 보고'라...
 
방금 받은 종이도 분명 연구 보고서였는데요.
 
훈련실로 가면 연구 보고라는 것을 할 수 있는 걸까요?
 
 
시몽 리브르:문자 받았어?
 
 
루이 뒤모레:(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훈련실은 3층이에요.
 
짧게 대꾸한 루이는 그대로 교실을 나섭니다.
 
 
시몽 리브르:자꾸 두고 가면 세계가 멸망한다- (루이의 뒤에 외치며 종이를 챙겨 따라간다.)
 
 
루이 뒤모레:(코웃음 치고는) 웃기지 마세요.
 
 
시몽 리브르:웃겼어? 해냈군.
 
 
루이 뒤모레:그런 욕심이 있는 분인줄 몰랐네요. (이상한 사람 보듯 시몽을 돌아보고는, 그대로 윗층으로 향한다)
 
호출을 따라 훈련실로 걸음을 옮기면...
 
다른 타이머와 카운터들은 보이지 않는군요.
 
문 앞에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서있습니다.
 
 
로랑:왔어? (루이와 시몽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인다)
 
 
시몽 리브르:(눈인사를 하고) 들어가면 됩니까?
 
 
루이 뒤모레:로랑! (밝게 웃으며 아는 체를 한다) 갑자기 무슨 연구예요?
 
 
로랑:(문을 열어주며) 일단 들어가자. 안에서 설명해줄게.
 
 
시몽 리브르:(친구는 있었군... 생각하며 들어간다.)
 
당신과 루이는 훈련실 안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훈련실이라곤 하지만 생각보다 평범한 방이군요.
 
방 한켠에는 다른 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로랑:(일지에 무언가를 적고는) 수업 시간에 연구 보고서는 받았지?
 
 
시몽 리브르:아. (종이를 보여준다.) 인쇄가 잘 안 돼있던데요. 일정 면적의 뭘 하면 됩니까?
 
 
로랑:왜 프린트가 잘 안됐지? 신체접촉이야.
첫 만남의 소감은 되도록 진솔하게 적어주고... 지금부턴 타이머와 카운터 간의 상관관계, 그리고 영향력을 검사해볼 거거든.
안에 진행 가이드를 띄워놓긴 했는데... (말꼬리를 흐리다가 생긋 웃는다) 힘들거나 불편하다 싶으면 너무 무리하지 마. 시간이 오늘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
 
다른 연구원이 양 손에 작은 패드를 들고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검사에 협조할 건가요?
 
 
시몽 리브르:바로 시작할까요?
 
 
로랑:적극적인걸. (웃음을 터뜨리고는 연구원에게 고갯짓한다. 그리고 자신 역시 패드를 들고 루이에게 다가간다)
 
로랑이 루이에게 작은 패드들을 부착하기 시작합니다.
 
루이는 익숙한 듯 얌전한 모양새군요.
 
당신에게도 다른 연구원이 다가와 패드를 붙입니다.
 
뺨과 귀 뒤, 목덜미와 손목 안쪽...
 
 
시몽 리브르:(아무렇지 않다!)
 
 
시몽 리브르: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쩝,,)
 
당신의 시선은 자꾸만 옆을 향합니다.
 
루이와... 로랑이라고 했던가요?
 
저 두 사람은 왜 이렇게 다정해 보이는 거죠?
 
당신보다 오랜 세월을 알고 지냈으니 당연한 거지만,
 
유난히 거리가 가까워 보이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 이유도.
 
 
로랑:너희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도 물론 서로에게 영향을 주겠지만,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좋은 영향을 준다는 가설이 유력해. 실제로 다른 페어들의 결과도 좋았고.
(차트를 넘겨보며) 자리를 비켜줄 테니까 테스트해봐. 수치는 전부 기록될 거야. 뭘 했는지, 각각 얼만큼 편차가 있었는지 보고서로 작성하면 끝. 어렵지 않지? (웃으며 루이와 시몽을 번갈아 바라본다)
 
 
시몽 리브르:음. 얼마나 가까워지면 되는 겁니까?
 
 
로랑:진행 가이드는 안쪽에 있어. 들어가보고 이해 안 가는 게 있으면 바깥으로 나오면 되고. 알았지?
 
 
시몽 리브르: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는 분명 물리적 거리라고 했죠...
 
끌어 안기라도 하는 걸까요?
 
뭐, 어쨌든. 연구를 돕는 일이라면 별 것 없겠죠.
 
당신이 여태까지, 루이와 만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리고 카운터라는 이름을 부여받기 위해서
 
몇 번이고 거쳤던 과정이잖아요?
 
심장박동과 능력의 효율을 확인하는 패드를 부착하고
 
능력을 사용할 때, 사용하지 않을 때, 그리고 사용한 후의 신체변화 따위를 검사하기도 했었죠.
 
건강검진과 비슷했던 것 같아요.
 
팔과 다리, 발목...
 
그리고 각인이 새겨진 곳까지
 
연구원들이 패드를 부착합니다.
 
긴장인지 설렘인지 모를 애매한 감각이 당신을 감싸 안습니다.
 
심장이 귓가에서 뛰고 있는 것만 같아요.
 
 
로랑:그럼 열심해 해봐. 알았지?
 
뒤이어 훈련실 안쪽의 문이 열립니다.
 
......
 
......
 
 
시몽 리브르:(끌어안기라도 했다가 뱀처럼 빠져나갈 것 같은데. 안쪽으로 들어가 내부를 살펴본다.)
 
당신과 루이가 훈련실에 들어서고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힙니다.
 
훈련식 내부는 깨끗하기 짝이 없군요.
 
문 맞은편에 켜진 거대한 스크린과 덩그러니 놓여있는 의자 두 개를 제외하면...
 
텅 비어있습니다.
 
스크린 속에서는 짙푸른 바닷물이 일렁이고 있습니다.
 
거품이 일다가 흩어지고, 다시 일다가 부서지고...
 
그렇게 훈련실을 둘러보고 있으면
 
스크린이 거대한 화면을 띄웁니다.
 
손깍지, 포옹, 이마 맞대기, 비쥬...
 
그리고 입맞춤까지.
 
다시 읽어도 내용은 바뀌지 않습니다.
 
 
시몽 리브르:
교육
기준치: 65/32/13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흔히 ‘비쥬’라고 알려진 프랑스의 인사법으로
 
양 뺨을 번갈아 맞 대며 마치 입을 맞추듯 ‘쪽’ 소리를 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러니까 연구 보고라는 게...
 
참으로 특이하군요!
 
옆을 돌아보면, 루이는 말없이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알 수가 없어요.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건만 심장박동이 점차 선명 하게 들립니다.
 
쿵쾅, 쿵쾅, 쿵쾅...
 
 
시몽 리브르: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불현듯 로랑의 당부가 생각납니다.
 
연구원들은 밖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겠죠.
 
만난지 하루밖에 되지 않은 상대지만...
 
하지만 세계를 구원하기 위한 일 치고는 가볍지 않나요?
 
스크린은 꺼지지 않고 계속해서 똑같은 글씨를 출력하고 있습니다.
 
 
시몽 리브르:(웃음을 터뜨리며 의자로 손짓한다.) 앉자고.
 
 
루이 뒤모레:(시몽의 맞은 편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어색한 듯 시선을 내리깔고 있다가) 부담스러우면 나가셔도 돼요. 로랑이나 연구원들에게는 제가 잘 얘기 해볼 테니까요...
 
 
시몽 리브르:부담스러울 것도 없지. 굳이 자리를 피해준다고 해서 긴장했단 말이야. (여전히 웃는 얼굴이다.) 루이, 손에 불 한 번 만들어봐. 작게.
 
 
시몽 리브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문득, 당신의 시선이 스크린의 반대편 모서리에 닿습니다.
 
온통 하얘서 눈에 띄지 않았는데, 검은 점이 반질반질 빛나며 이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동관의 실험실, 연구소도 비슷한 장치가 있었죠.
 
아무리 봐도 CCTV입니다.
 
잘 해내야 할 것 같군요!
 
 
루이 뒤모레:불은 왜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손바닥 위에 작은 불씨를 만들어낸다. 촛불 크기 정도의 청백색 불꽃이 오른손 위에서 일렁인다)
 
 
시몽 리브르:눈으로 보이잖아. 접촉과... 능력의 상관관계를 알아봐야지. (루이의 오른손을 아래에서 겹쳐 잡고, 소매 안쪽을 손가락으로 훑는다. 패드가 붙은 손목을 감싸 만지작거린다.) 어쩌면 날 증폭기처럼 써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당신이 루이의 손을 붙들면...
 
 
시몽 리브르: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어쩐지 심장이 간질거립니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에요.
 
 
시몽 리브르:
초능력 Roll
기준치: 40/20/8
굴림: 46
판정결과: 실패
 
 
루이 뒤모레:
초능력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9
 
 
시몽 리브르:어때?
 
루이의 손바닥 위에 있던 작은 불꽃이 갑작스레 그 크기를 키우기 시작합니다.
 
 
루이 뒤모레:(당황한 표정으로 주먹을 쥔다. 강해져가던 불씨도 그대로 멎어든다)
 
정말 당신이 증폭기라도 되는 모양일까요?
 
 
루이 뒤모레:뭐 한 거예요?
 
 
시몽 리브르:(으쓱.) 신기하네. 키스라도 했다간 불 나겠는데?
 
 
루이 뒤모레:(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시몽을 바라보다가 어정쩡하게 팔을 벌린다) 이리 와봐요.
 
 
시몽 리브르:(냉큼 끌어안아 토닥여준다. 잘 안 먹고 다니나, 말랐군.)
 
 
루이 뒤모레:등은 왜 두드려요? (불만스럽게 중얼거리고는 시몽의 등을 끌어안는다)
 
 
시몽 리브르: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누군가와 체온을 맞대고 있는 것이 오랜만인 탓일까요?
 
안락하기 짝이 없습니다.
 
마치 떨어져있던 두 조각이 하나가 된 것처럼,
 
완벽한 기분이 듭니다.
 
 
시몽 리브르:
초능력 Roll
기준치: 40/20/8
굴림: 97
판정결과: 대실패
 
 
루이 뒤모레:
초능력 Roll
기준치: 98/49/19
굴림: 3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10
 
 
시몽 리브르:(기운이... 빨리고 있는 듯하다?)
 
 
루이 뒤모레:(시몽을 끌어안은 채로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뭔가 달라진 것 같아요. 리브르 씨는요?
 
 
시몽 리브르:잘 모르겠는데. (루이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있다가 슬쩍 고개를 든다. 아직 솜털이 남은 부드러운 뺨에 쪽, 입맞춘다.)
 
 
루이 뒤모레:(화들짝 놀라며 시몽을 밀어낸다) 이마 맞대기를 먼저 해야죠!
 
 
시몽 리브르: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그의 체온이 입술을 타고, 당신에게 흘러 들어옵니다.
 
그와 하나가 되고 싶습니다.
 
이상한 기분에 놀란 것도 잠시, 누가 주입하기라도 한 것처럼
 
로랑과 루이의 친근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아, 그와도 이런 행위를 했을까요?
 
불쾌한 기분이 머리를 가득 채우고, 채우고, 채워서...
 
이유를 찾아냅니다.
 
루이가 문제예요.
 
그만 없다면 방금까지 느꼈던 안락함도, 지금 느끼고 있는 이 불쾌함도 사라지겠죠.
 
아주 충동적이고, 말도 되지 않지만...
 
살해충동이 고개를 듭니다.
 
 
시몽 리브르:(방금 내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떠올린 거지? 이건 내 생각이 아니다. 자신이 아니게 되는 기분이 끔찍하다. 갑자기 참을 수 없이 불쾌해져 루이를 얼른 다시 끌어안는다. 그가 이런 얼굴을 볼 필요는 없다.)
 
 
시몽 리브르: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방금까지 당신을 갉아먹던 살해충동이 죽은 듯 사그라집니다.
 
그리고 돌아온 것은, 아까의 포옹에서도 느꼈던 감각.
 
완벽한 안락함.
 
 
시몽 리브르:
초능력 Roll
기준치: 40/20/8
굴림: 2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루이 뒤모레:
초능력 Roll
기준치: 107.8/53/21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13
 
 
시몽 리브르:
rolling 1d20
 
(
18
 
)
 
 
=
18
(!) 이거... (화색을 띠며 루이를 놓아준다.) 기분 좋군.
 
 
루이 뒤모레:(갑자기 뽀뽀를 받고, 안겼다가, 시몽에게서 떨어진다.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이다. 뭐가 기분이 좋다는 건지...) 뭐예요? 갑자기. ...그래도 확실히 도움은 되네요. 대령님이 좋아하시겠어요. (그와 접촉할 때마다 증폭되고 강해지는 능력은 여전했다. 괜히 손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한다)
 
 
시몽 리브르:그러게 말이야. 다음에 임무에 나갈 땐 손이라도 꼭 잡고 나가자고. (다음이 뭐였더라. 흘끗 스크린을 쳐다본다. 닿을 때마다 편안해졌다가, 죽이고 싶었다가... 살 떨려서 손도 못 잡겠군. 그런 생각을 하며 이마를 콩 맞댄다.)
 
 
시몽 리브르: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은빛 머리카락이 당신의 뺨을 간질입니다.
 
누군가와 이렇게 가까이 붙어있게 될 줄은 몰랐는데요...
 
마치 세상에서 가장 친밀한 사이가 된 것 같습니다.
 
만족스러움에 긴 한숨이 새어 나옵니다.
 
 
루이 뒤모레:
초능력 Roll
기준치: 121/60/24
굴림: 9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시몽 리브르:
초능력 Roll
기준치: 47.2/23/9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루이 뒤모레:16
 
 
시몽 리브르:2
 
 
시몽 리브르:(깜빡거리며 루이의 눈을 쳐다본다.)
 
 
루이 뒤모레:또 강해졌어요! (놀란 표정으로 시몽을 바라본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자 저도 모르게 시선을 옆으로 옮긴다)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이제 하나만 남았네요.
 
 
시몽 리브르:(눈이 마주치자마자 돌려버리는 모습을 보며 작게 웃는다.) 이번엔 네가 먼저 해.
 
 
루이 뒤모레: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어요. 지금까지는 리브르 씨가 먼저 해주셨으니까요. (고개를 끄덕이며 비장한 표정으로 시몽의 양 볼을 잡는다)
 
당신을 빤히 바라보던 루이가 눈을 감고,
 
둘 사이의 거리도 점점 가까워집니다.
 
 
루이 뒤모레:(시몽의 입에 짧게 입 맞추고 떨어진다)
 
 
시몽 리브르:(출전의 각오라도 한 듯한 비장한 표정과 달리 방금 닿은 건가, 싶을 정도의 짧은 입맞춤이 지나간다. 아이들이란... ...귀엽군.)
 
 
시몽 리브르: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루이는 재빠르게 입을 맞추고, 발걸음을 물립니다.
 
입술이 뜨거워서 화상이라도 입을 것 같은걸요!
 
그와 닿았다 떨어지는 순간이 마치 길고 긴 영원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익숙한 충동이 당신의 정신을 헤집어놓습니다.
 
그에게서 더 많은 애정을 빨아들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가 파묻혀 죽을 만큼의 애정을 쏟아 붓고 싶어요.
 
이것도 그와 당신이 같은 시간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느껴지는 감각일까요?
 
짧은 입맞춤 끝에 남는 것은 저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희미한 목소리 뿐입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외치는 그것은 마치...
 
누군가 머릿속에서 외치는 것 같습니다.
 
문득 알 수 없는 위기감이 당신의 머리를 치고 지나갑니다.
 
도망쳐야 한다는, 떨어져야 한다는,
 
벗어나야 한다는!
 
여기서, 이곳에서
 
가 존재하는 이곳에서요!
 
훈련실은 조용하기 짝이 없건만
 
누가 울리는지도 모를 적색경보가 당신의 머릿속을 어지럽힙니다.
 
금방이라도 속에서부터 무언가 치밀어 오를 것만 같아요.
 
지금까지 느꼈던 그 이상한 감각들...
 
그와 맞닿을 때마다 느껴졌던 그것들.
 
애정, 증오...
 
그 모든 감정이 거대한 소용돌이가 되어 당신을 집어 삼키는 것 같습니다.
 
 
시몽 리브르: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그를 원합니다.
 
그를 원하고, 휘두르고 싶고, 부수고 싶고...
 
그리고는, 그를 죽이고 싶은 충동이 머리를 내밉니다.
 
마치 그가 사라진다면 당신이 원래 있던 자리로,
 
 
시몽 리브르:
초능력 Roll
기준치: 48.2/24/9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루이 뒤모레:
초능력 Roll
기준치: 140.36/70/28
굴림: 4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시몽 리브르:16
 
 
루이 뒤모레:8
 
 
루이 뒤모레:...괜찮아요? (기분이 나빴나? 시몽의 볼을 쥐고 있던 손을 조심스레 뗀다)
 
 
시몽 리브르:(입 안쪽을 깨물면 아릿한 아픔에 정신이 조금 든다. 고개를 젓고 의자에 기댄다.) 너랑 닿으면 내 생각 같지 않은 생각이 밀려들어. 누가 주입하는 것처럼. 너는 이런 적이 없어?
 
 
루이 뒤모레:없어요. (짧게 대꾸하고는 시몽의 맞은편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대체 무슨 생각이 든다는 거지? 능력을 가지게 된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인가? 혹은, 그가 특이한 존재라서? 복잡한 표정으로 시몽을 바라본다) 무슨 생각이 드는데요?
몸이 안 좋으면 로랑을 불러올게요.
 
 
시몽 리브르:아니야. 복제품이라 그런 건지도 모르지. (몸이 떨어지자 마음이 조금씩 진정된다.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들썩인다.) 앞으로 내가 죽상이어도 신경 쓰지 마. 정말 기분이 나쁜 건 아니니까.
 
루이가 멀어져도, 당신의 머리를 뒤흔드는 그 감각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사라진다 믿고 싶어도...
 
어떠한 맹목적인 믿음이 당신의 이성을 자꾸만 흐려놓습니다.
 
여기서, 그에게서 도망치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라고.
 
확신 없는 믿음만 처연하게 손을 흔듭니다.
 
 
루이 뒤모레:복제품이라뇨.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일으킨다) 누가 봐도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
 
 
시몽 리브르:농담도 못하겠군. (웃으며 따라 일어난다.) 다음 일정은 뭐였지?
 
 
루이 뒤모레:(진짜 괜찮은 건가? 미심쩍은 눈빛으로 시몽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둔다. 어차피 자신의 몸도 아니었다) 자유시간이요. 카운터가 적응해야 한다고, 알아서 돌아다니라던데요.
 
 
시몽 리브르:아하... 잘됐네. 너는 방에서 쉬나?
 
 
루이 뒤모레:일단 점심을 좀 먹고...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한다) 숙제도 해야겠네요. 갑자기 자유시간을 주니까 뭘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시몽 리브르:(양쪽 뺨을 가볍게 때리고 문을 연다.) 그럼 적응도 해야 하니, 점심 먹고 건물 소개 좀 해줘. 시간 죽이기로는 딱이지?
 
 
루이 뒤모레:그쪽이랑요...? (마치 '미안해. 잘못 말했어. 이따가 보자.'라는 대답을 요구하는 것처럼, 말꼬리를 흐리며 시몽을 바라본다)
 
 
시몽 리브르:그래, 나랑. 갈까? (정확히 반대의 대답을 내어놓으며 쳐다본다. 오, 눈 마주치는 것도 쉽지 않군. 다시 제 뺨을 치려다 참아낸다.)
 
 
루이 뒤모레:(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요, 그럼. 거절했다간 대령님이 뭐라고 하실지 모르겠으니까.
 
 
시몽 리브르:대령님께 감사할 게 많은걸... 서관부터 소개해줘. 네가 자주 가는 곳부터.
 
 
루이 뒤모레:알았어요.
 
그렇게 말한 루이는 그대로 등을 돌려 훈련실을 나섭니다.
 
문 너머로 로랑과 몇명의 연구원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여전히, 치밀어오르는 폭력성을 느낍니다.
 
 
시몽 리브르:(로랑을 발견하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그의 팔을 붙든다.) 원래 이래요?
 
 
로랑:응? 뭐가?
 
 
루이 뒤모레:능력이 증폭되는 거요?
 
 
시몽 리브르:그것도 있고. (목소리를 낮추기도 전에 루이가 끼어들어 잠깐 머뭇거리다가, 다시 이야기한다.) 신체접촉을 했더니 갑자기 구토감이 생기던데요. 화도 나고.
 
 
로랑:화가 났다고? (의아한 표정으로 차트를 뒤적거리다가) 어떻게 화가 났는데? 물건을 막 부수고, 망가뜨리고 싶었나?
 
 
시몽 리브르:다른 녀석들은 그렇대요? 이런 일이 다른 놈들한테도 있었는지, (말해보라고 다그치려다 루이를 힐끔 쳐다보고는) 알려줘요.
 
 
로랑:대부분은 타이머를 죽여버리고 싶다고 했는데, 한명은 물건을 부수고 싶다고 대답했어. 아마 거짓말인 것 같고.
타이머를 때리고 싶었어요. 부수고 싶었어요. 죽여버리고 싶었어요... 너는? 너도 루이를 죽여버리고 싶었나?
 
 
시몽 리브르:(로랑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에 드디어 안도감이 든다. 이 날것의 생각이 거짓이고, 일종의 병증이라는 걸 확인받은 것 같다. 표정이 약간 부드러워진다.) ...좀 혼란스럽던데요. 아주 편안했다가, 그 다음엔 당장 도망치고 싶었다가, 좋았다가, 죽여버리고 싶었다가... 다들 그랬다니 다행이네요. 내가 드디어 미친 줄 알았어요.
 
 
로랑:하하... 걱정 마. 미치지는 않게 해줄테니까. (웃음을 터뜨리고는) 지금은 어때? 안에서 해결하고 나온건가? 꽤 멀쩡해 보이는데.
 
 
시몽 리브르:해결할 수가 있어요? 어떻게?
 
 
로랑:우리도 처음엔 당황했는데... 의외로 간단하더라고. (차트를 이리저리 넘겨보다가) 아, 그래. 루이?
 
 
루이 뒤모레:(멍하니 오가는 대화를 듣고있다가 정신을 차린다)
네?
 
루이를 끌어당긴 로랑은 그의 귓가에 대고 무언가를 속삭입니다.
 
 
시몽 리브르:뭔데요. 같이 압시다.
 
 
로랑:(루이의 등을 툭툭 치며 씩 웃는다) 알았지?
 
 
루이 뒤모레:(시몽을 빤히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로랑을 바라본다) 다른 방법은 없어요?
 
 
시몽 리브르:뭔데. 다시 끌어안으면 돼?
 
 
로랑:너한테는 없어. 리브르 군이랑 밥도 먹어본 적 없지?
(시몽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인다) 비슷해.
 
 
루이 뒤모레:(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많이 힘들어요? 못 참을 정도로? 사람들이 배가 고프다고 아무 음식점에 쳐들어가서 음식을 집어먹지는 않잖아요.
 
 
시몽 리브르:내가 계속 이런 기분을 참게 내버려둘 만큼 하기 싫은 일인가 봐?
나는 해결할 수 있으면 곧장 해결하고 싶은데. 너랑 좀 더 알아가고 싶었다고. 지금 같은 똥 씹은 기분으로는 못해.
 
 
로랑:리브르 군이 기분이 많이 안 좋은 모양인데.
어디 닳는 것도 아니잖아? 빨리 해. (시몽을 고갯짓으로 가리킨다) 네가 비협조적으로 굴었다고 보고드리기 전에.
 
 
시몽 리브르:(멀뚱멀뚱 루이를 바라본다.)
 
 
루이 뒤모레:(보고라는 단어가 나오자 몸이 움찔거린다. 한참동안이나 바닥을 바라보다가, 결국 시몽을 향해 다가간다. 그리고는 양 손으로 그의 볼을 잡아 누른다) 눈 좀 감아봐요.
 
 
시몽 리브르:(멀뚱멀뚱.)
 
 
루이 뒤모레:눈 안 감으면 혼자 밥 먹으러 갈 거예요. 그쪽은 이대로 내버려두고.
 
 
시몽 리브르:(눈썹을 축 내린다.) 얼른 해줘.
 
 
루이 뒤모레:눈을 감으라니까요.
 
 
로랑:루이. (어서 하라는 듯, 그의 이름을 부른다)
 
 
시몽 리브르:(로랑을 흘끔 쳐다보곤 아쉽게 눈을 감는다.)
 
 
루이 뒤모레:(시몽이 눈을 감는 것을 확인한 후 자신 역시 눈을 감는다. 그리고 천천히 입술을 포갠다. 하나, 둘 셋...... 아홉, 열. 이 정도면 됐겠지? 하는 생각이 들 때 쯤, 입술을 떼고 뒤로 물러난다. 소매로 입술을 문지르며 로랑을 돌아본다) 이 정도면 됐어요?
 
 
로랑: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떡해? 당사자한테 물어봐야지.
 
 
시몽 리브르:
초능력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루이 뒤모레:
초능력 Roll
기준치: 151.5/75/30
굴림: 8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다시 한 번 당신의 뺨을 간질이던 그의 머리카락이 떨어져 나가고
 
눈을 뜨면...
 
당신을 충동질하던 이상한 감각도 그렇게 서서히 사라져갑니다.
 
봄날의 바람이 겨울의 찌거기를 몰아내듯
 
당신은 그렇게, 다시금 편안함을 느낍니다.
 
동시에 당신은 무언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당신의 가장 깊은 곳에 존재한...
 
그러니까, 당신의 능력이요.
 
불안정하게 힘을 키워가던 당신의 능력이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는 것이 본능적으로 느껴집니다.
 
와 닮아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요.
 
마치 원래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로랑:시몽. 불꽃을 하나 만들어볼래?
 
 
시몽 리브르:갑자기요? (바지 주머니에서 성냥을 하나 꺼낸다. 상냥을 감싼 채 주먹을 쥐고, 열감을 상상하며 주먹을 편다.)
 
당신의 손바닥 위에 놓인 성냥이 화르륵 타오릅니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른 기분이에요.
 
의아한 감각에 손을 내려다보면,
 
푸른 불꽃이 성냥을 감싸고 있습니다.
 
푸른색의 불꽃은 루이가 사용하던 능력이었죠.
 
 
로랑:(즐거운 표정으로 차트에 무언가를 적어내려간다) 고생했어. 너희는 상성이 잘 맞는 모양이네.
 
 
시몽 리브르:(호기심어린 눈으로 내려다보다가 다시 주먹을 쥔다.) ...아까는 왜 그런 기분이 들었던 거예요? 조금 전에도 루이가 먼저 했는데.
 
 
로랑:그런 것까지는 너희가 알 필요 없어. (단호한 어투로 대꾸한다) 어쨌든... 시몽도 이제 온도가 높은 불을 다룰 수 있게 됐네. 루이도 아마 온도가 낮은 불을 다룰 수 있게 됐을거야. 다른 페어들의 결과를 보면.
 
 
시몽 리브르:(납득은 안 되지만 끄덕인다.) 잘됐네요. 앞으로 또 감정변화가 생기면 키스부터 하면 되는 겁니까?
 
 
로랑: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하지만 나중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같은 거라고 장담할 수도 없으니, 그게 정답이라고는 생각하지 말고. 혹시라도 또 감정변화를 느끼면 연구동으로 찾아와.
 
 
루이 뒤모레:키스랑 리브르 씨가 진정되는 게 대체 무슨 상관인데요?
 
시몽 리브르:알 필요 없대. (웃으며 토닥인다.)
 
 
로랑:그것도 알 필요가... (없다, 라고 대답하려다 맥없이 웃음을 터뜨린다) ...그래. 너희가 알 필요 없지.
하지만 답은 뻔하잖아. 너희는 하나니까, 가까워질수록 완전해지는 것 아니겠어? (옅게 미소짓는다) 드디어 차가운 불을 다룰 수 있게 됐네. 루이. 우리한테는 여전히 뜨겁지만... 그거면 됐잖아.
이제 3시가 올 시간이니 이만 가봐. (손을 대충 휘젓고는 의자에 앉는다)
 
시몽 리브르:(하나라는 말은 여전히 좀 간지럽다. 괜히 뒷목을 긁적이며 로랑에게 목례한다.) 가자.
 
루이 뒤모레:갈게요. (짧은 인삿말만을 남기고, 그대로 밖으로 나간다)
 
연구보고를 마치고 나오면, 멀리서부터 한쌍의 소년과 소녀가 걸어오는 것이 보입니다.
 
로랑이 ‘3시가 올 시간’이라고 했었죠.
 
3시의 타이머와 카운터인 걸까요?
 
루이는 그들을 무시한 채 곧장 계단으로 향합니다.
 
시몽 리브르:(따라간다.) 어디부터 갈지 기대되는데. 순서는 기억하지?
 
그들은 당신을 힐끔 보고, 그대로 훈련실로 들어갑니다.
 
루이 뒤모레:밥 먹고, 건물구경. 맞죠?
 
시몽 리브르:응. 네가 좋아하는 곳부터.
 
루이는 지하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때마침 점심 식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는군요.
 
......
 
......
 
식당은 열 네 명의 아이들을 위한 곳이라기엔 지나치게 호화롭습니다.
 
지금은 28명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호화롭습니다.
 
남색 천장과 깨끗한 벽에 걸린 고풍스러운 [ 액자 ]들, 푹신한 양탄자,
 
예순 명은 거뜬히 앉을 수 있을 만큼 길고 커다란 [ 테이블 ] 위로 [ 음식 ]은 이미 차려져 있고
 
자리마다 접시와 식기류가 놓여 있습니다.
 
배치가 조금 바뀐 것 같은데, 점심이기 때문일까요?
 
시몽 리브르:(두리번거리며 액자들을 둘러본다.)
 
테이블의 끄트머리로 발걸음을 옮기는 루이를 따라가며
 
당신은 액자를 둘러봅니다.
 
액자 안에는 [ 알록달록한 하늘 ]과 [ 푸른 장미 아치 ], [ 검은 호수 ] 사진이 번갈아 걸려 있습니다.
 
시몽 리브르:(하늘 사진부터 감상한다!)
 
건물과 건물 사이로 보이는 새파란 하늘과 새하얀 구름이 대조적입니다.
 
창틀에 단단히 매인 긴 줄에는 색색의 우산과 깃발, 손수건과 종이학 등이 잔뜩 걸려있군요.
 
꽃이 핀 것처럼 화려하기 짝이 없는 풍경이에요.
 
시몽 리브르:(DOT 건물인가?)
 
거대한 현수막 위로 창립 기념 축제라는 글자가 쓰여 있습니다.
 
수도의 주택들인 것 같습니다.
 
시몽 리브르:(오호. 장미 아치 사진도 들여다본다.)
 
은색 아치문을 따라 피어난 푸른 장미가 유난히 화려합니다.
 
어느 공원에 설치된 조형물인데...
 
연인과 함께 손을 잡고 그 아래를 거닐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꽤 유명한 명소였던 것 같기도 해요.
 
시몽 리브르:(특별히 풍경이 멋진 것도 아니고 굳이 이런 사진을? 호수 사진도 본다.)
 
왜 굳이 이런 사진을 걸어놓은 걸까요?
 
새까맣게 물든 호수에는 흰 종이꽃이 떠다니고 있습니다.
 
수도의 유명한 관광지, 코마니 호수입니다.
 
축제 단 이틀간 호수의 수면이 검게 물드는 특이한 습성을 가지고 있죠.
 
축제 때면 타이머의 이른 죽음을 기리고자 많은 사람이 손수 접은 종이꽃을 띄워 보내곤 합니다.
 
몇 세기 전부터 수많은 과학자들이 비밀을 밝혀내려 시도했지만
 
실패한 호수이기도 합니다.
 
시몽 리브르: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사진 속 호수를 바라보던 당신은 문득 불안함과 불쾌감을 느낍니다.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입니다.
 
어째서일까요?
 
이유를 생각할수록, 원인을 찾을수록 두 통이 밀려옵니다.
 
중요한 걸 잊고 있는 것처럼 불안해집니다.
 
시몽 리브르: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불안함이 가시지 않습니다.
 
루이 뒤모레:대체 뭘 보고 있는... (시몽을 향해 다가오다가, 그가 바라보고 있는 액자에 시선이 꽂힌다) 갑자기 호수가 무서워 보이기라도 해요?
 
시몽 리브르:(소리가 들리는 쪽을 돌아보았다가 다시 액자로 시선을 돌린다. 어쩐지 눈을 뗄 수 없다.) 어떻게 알았어?
 
루이 뒤모레:...정말이었어요? 그냥 해본 말이었는데. (어색한 듯 머리를 긁적인다) 가족이 저기에 빠져 죽거나 한 건 아니죠?
 
시몽 리브르:요즘 이래. (루이를 토닥이고 테이블로 걸어간다.) 키스해줄 게 아니면 식사나 하자고.
 
루이가 다가오면 불안감이 한층 누그러집니다.
 
옆을 바라보면, 루이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여요.
 
마치 당신이 겪는 이질감 따위는 전혀 겪고 있지 않는 것처럼,
 
마치 당신과 다른 존재인 것처럼.
 
루이 뒤모레:그래요. (시몽을 따라 테이블로 걸어간다. 테이블 끝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테이블에는, 벌써 여러 명의 아이들이 앉아있습니다.
 
시몽 리브르:(맞은편에 앉는다.) 진수성찬이군.
 
테이블 위에 놓인 냅킨은 귀여운 토끼 모양으로 접혀있고
 
[ 점심 식사 ] 사이사이엔 [ 푸른 장미 ]가 꽂힌 화병이 놓여져 있습니다.
 
꼭 비싼 레스토랑에라도 온 것 같은 기분이네요!
 
시몽 리브르:(장미를 톡 건드린다.)
 
도밍게즈와 dot를 상징하는 꽃입니다.
 
불가능을 넘어선 기적의 상징이기도 하죠.
 
시몽 리브르:(메뉴도 기적적인가 훑어봄.)
 
리코타 치즈 샐러드와 토마토 두부 카프리제, 잘 녹은 치즈를 얹은 스테이크 정식,
 
흰 소스를 곁들인 연어 샐러드와 색색의 과일 스프링 롤까지...
 
당신이 살던 집에서 이토록 화려한 식단을 본 적이 있던가요?
 
디저트로는 바싹 구운 무화과 쿠키가 놓여져 있군요!
 
그 외에도 수 많은 음식이 가득합니다.
 
루이 뒤모레:(스테이크를 한 덩어리 집어 접시에 놓는다)
 
시몽 리브르:오. (포크로 샐러드를 한 입 집어올린다.) 동관 식사랑 차원이 다른걸.
 
루이 뒤모레:어제까지 동관에 있었어요? 어린이들은 많이 먹고 많이 커야죠. (웃음을 터뜨리고는 스테이크를 열심히 썬다)
스테이크도 드셔보세요. 이게 메인인데. (큐브 모양으로 자른 스테이크를 입 안에 집어넣으며)
 
시몽 리브르:(말대로 스테이크 한 덩이를 가져와 한 입 먹어본다. 몇 번 우물거리지도 않았는데 고기가 입 안에서 녹아 사라진다.) ...오.
 
루이 뒤모레:맛있는 모양이네요. 다행이에요.
 
시몽 리브르:(우물거리며 끄덕끄덕.) 넌 생각보다 잘 먹네. 처음 봤을 땐 안 먹고 다니나 했는데.
 
루이 뒤모레:안 그래도 그만 먹으려고 했어요. 위가 작아서. (스테이크 몇 조각을 더 집어먹고는 포크를 내려놓는다. 그리고는 팔짱을 낀 채 시몽이 먹는 것을 구경하듯 바라본다)
 
시몽 리브르:...정말 메인만 먹는군? (쳐다보거나 말거나 샐러드도 몇 입, 연어 샐러드의 연어도 한 입, 과일도 하나, 쿠키까지 챙겨와 접시에 놓는다. 쿠키를 한 입 먹어보곤 맘에 드는지 한번 내려다보았다가, 다시 먹기 시작한다.)
 
루이 뒤모레:연구원들이 굶겼어요?
 
시몽 리브르:맛있잖아.
(금세 쿠키 하나를 해치운다.)
 
루이 뒤모레:리브르 씨는 어른이라 위장도 큰 모양이에요. (시몽의 입 속으로 들어가는 쿠키를 바라보니... 왠지 입맛이 도는 것 같기도 하다. 쿠키 몇 개를 냅킨에 싸서 챙겨둔다)
 
시몽 리브르:몇 살이나 차이난다고? 너도 많이 먹고 많이 커야지. (접시에 손바닥을 턴다.) 커피는 마시나?
 
루이 뒤모레:그런 걸 누가 먹어요. 전 물이나 마실래요. (짧게 대꾸하고는 물이나 한 모금 마신다)
 
시몽 리브르:(새삼... 어린이라는 사실을 상기하고는 기분이 이상해져 멀뚱히 바라본다.) 그래. 다 먹었으면 가자고.
 
당신은 맛있게 식사를 끝냅니다.
 
밥을 먹는 동안은 개도, 애도 건드리지 않는 법이므로
 
식사시간은 평화롭게 흘러갑니다.
 
그렇게 몸을 일으키려던 무렵에...
 
시몽 리브르: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근처에 앉은 이들이 수군수군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멜라니와 크리스라면…
 
시몽 리브르: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멜라니 쉴러와 크리스티안 맥케니.
 
11시, 예언의 타이머와 카운터의 이름입니다.
 
옆 테이블에서 치열한 대화가 그릇 위를 오가고 있습니다.
 
시몽 리브르:(어느새 말을 멈추고 포크만 느리게 움직인다.. 슥.. 스윽..)
 
시몽 리브르: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예언이니, 멸망이니 하는 단어들만 겨우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너무 떠드는 사람이 많아요!
 
혹은... 영어공부를 더 해야하는 걸까요?
 
루이 뒤모레:(빈 그릇 위로 포크를 움직이는 시몽을 의아하게 바라본다) 가자면서요?
 
시몽 리브르:저게 무슨 소리야? (속닥거린다.)
 
루이 뒤모레:무슨 소리요?
 
시몽 리브르:(엄지로 옆 테이블을 가리킨다.)
 
루이 뒤모레:(옆쪽의 아이들을 힐끔 본다. 11시 주위로 여러명의 아이들이 모여있다) 새로운 예언이라도 들은 모양이죠.
 
시몽 리브르:흠. 그러고 보니 넌 다른 타이머들이랑은 안 친해?
 
루이 뒤모레:(괜히 식탁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네.
 
시몽 리브르:심심하겠어. 말이라도 트고 지내지 그래.
 
루이 뒤모레:됐어요. 놀 사람이 쟤네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시몽 리브르: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
누구, 로랑?
 
루이 뒤모레:로랑도 있고, 대령님도 있고요. 다른 군인들이나 연구원들도 있고...
 
시몽 리브르:(끄덕거린다.) 그런데 새로운 예언이라는 건 뭐지? 알아?
 
루이 뒤모레:새 예언이요?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시몽 리브르:응. 듣자하니 둘이 다른 예언을 하기라도 한 모양이던데.
 
루이 뒤모레:(옆쪽에서 하는 말들에 귀 기울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것 같네요.
타이머는 세상이 멸망하지 않을 거라고, 카운터는 세상이 멸망할 거라고 하는 모양이에요.
 
정말 영문을 알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분명 같은 시간을, 그리고 능력을 공유하고 있을텐데...
 
어떻게 다른 예언을 들을 수 있는 거죠?
 
시몽 리브르:틀린 말은 아니긴 하지. '가능세계'라는 게 있거든. 별 거 아니었네. (궁금증을 해결하곤 일어난다.)
 
둘 중 하나의 예언은 반드시 틀릴 수밖에 없겠군요.
 
지금으로서는 카운터의 예언이 틀리기를 바라는 수밖에요.
 
기이한 의문과 함께 점심 식사가 끝이 납니다.
 
세계는 멸망할까요? 혹은 멸망하지 않을까요?
 
당신을 비롯한 카운터들은 도밍게즈의 멸망을 저지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고,
 
하인리히는 분명 그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루이의 곁에 존재함에도
 
다른 카운터들이 그들의 타이머들과 함께함에도...
 
왜 불길한 예언은 끝나지 않는 걸까요?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는 않을 겁니다.
 
예언이란 무수히 많은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일 뿐이니까요.
 
현재를 살아가는 당신은, 그리고 루이는 진실을 알 수 없겠지요.
 
어떤 미래가 닥쳐오게 될지도요.
 
루이 뒤모레:가능세계요? 그게 뭔데요? (냅킨으로 감싸놓은 쿠키를 챙겨서 시몽을 따라간다)
 
시몽 리브르:1학년 때 논리학 수업에서 들었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는 아니지만, 논리적으로 어떤 세계에서는 참일 가능성이 있는 진술 같은 거야. 자세히 알면 머리 아파. 어디부터 갈까?
 
루이 뒤모레:그럼 다른 세계가 있다는 말이에요?
리브르 씨가 가고 싶은 곳이요.
 
시몽 리브르:다르다기보단... 그럴 가능성이 있는 세계라는 거지. '에펠탑은 노르망디에 있었을 수도 있다.' 같은 거야. 난 그런 생각은 잘 안 해.
넌?
 
루이 뒤모레:(고개를 끄덕인다) 제가 타이머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카운터가 등장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뭐 이런 거네요.
전 가끔씩 해요.
 
시몽 리브르:그럼 넌 입시 준비를 하고 있었겠네. 아니면 직업 공부?
 
루이 뒤모레:글쎄요... 평범하게 학교에 다니고 있지 않았을까요? 다른 열 일곱 살들이 뭘 하고 사는지 잘 모르겠어요. (계단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리브르 씨는 제 나이때 뭘 하셨는데요?
 
시몽 리브르:아직 졸업하기 전이니까 학교에 다니고 있었지. 가을이면 졸업할 거고. 기숙사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떨어져서 낙심할 거고.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루이 뒤모레:그런 게 평범한 삶이군요. (여전히 앞을 바라본 채로 계단을 오른다) 1층이요. 건물 지도를 보면 리브르 씨가 어딜 가보고 싶은지도 알 수 있을 것 아니에요?
 
시몽 리브르:네가 자주 가는 곳부터 알려달라니까? 방금 다녀왔으니 식당은 빼고.
 
루이 뒤모레:그걸 알아서 뭘 하시려고요.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쪽으로 오세요.
 
루이는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루이를 따라 구석진 곳으로 걸어가면...
 
1층 한구석에 위치하고 있는 도서관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소수의 사무원, 군인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루이 뒤모레:여기요. (익숙한 듯 도서관 안에 있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다)
 
시몽 리브르:(동관 도서관이랑은 다른가 여기저기 둘러본다.)
 
꽤나 많은 장서를 보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설, 동화, 만화, 신문, 수필, 사전, 에세이...
 
다양한 분야의 책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과학과 타이머에 대한 책들, 그리고 연구서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들은 동관의 도서관에 가득했었죠.
 
시몽 리브르:(개구리 왕자를 꺼내 읽다가 넣는다. 잠깐 둘러보다가 소파로 돌아온다.) 엄청난데. 만화만 읽어도 심심하진 않겠어.
 
루이 뒤모레:그렇다고 할 수 있죠... 조용해서 제가 자주 오는 곳이에요.
 
시몽 리브르:그렇군. (루이 옆에 앉아 눈만 깜빡거린다.) 하긴 재미를 한 꼬집이라도 찾을만한 곳은 여기밖에 없긴 해. 그럼 이 다음으로 자주 가는 곳은 방이겠군?
 
루이 뒤모레:그래요? 재미 없다고 화내실 줄 알았는데. (피식 웃고는) 조용한 곳이 한 곳 더 있잖아요.
 
시몽 리브르:어디?
 
루이 뒤모레:한번 맞춰보세요. (그대로 눈을 감고 등받이에 편안하게 기댄다)
 
시몽 리브르:로비?
 
루이 뒤모레:거긴 시끄럽잖아요. 사람도 많이 지나다니고.
 
시몽 리브르:그럼 훈련실.
아, 옥상?
 
루이 뒤모레:훈련실도 조용하긴 하죠... (작게 중얼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네. 옥상이요. 거기가 제일 조용해요. 출입금지 구역이라.
 
시몽 리브르:동관은 그냥 올라갈 수 있던데. 그런데 잠가놓진 않나 봐?
 
루이 뒤모레:누가 열쇠를 줘서요.
 
시몽 리브르:그럼 가봐야지. (툭툭 두드린다.)
 
루이 뒤모레:걷기 귀찮아요.
 
시몽 리브르:.........!
그래.
 
루이 뒤모레:리브르 씨도 여기 앉아서 좀 쉬세요. 누우셔도 되고.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웅크려 눕는다)
 
시몽 리브르:(지금... 밥 먹고 한 층 올라와서 바로 눕는 건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본다.) 이렇게 굼벵이었을 줄은...
 
루이 뒤모레:굼벵이라뇨? (시몽을 흘겨본다) 진짜 굼벵이는 이렇게 안 커요.
 
시몽 리브르:큰 굼벵이인가 보지. (토닥거린다.) 무릎 빌려줄까?
 
루이 뒤모레:징그러운 소리 하지 마세요. (몸을 돌려 시몽의 무릎을 베고 눕는다) ...푹신푹신하네요.
 
시몽 리브르:그래... 꼬마 베짱이. 좀 자.
 
루이 뒤모레:예의상 한 말이었어요. 딱딱해서 잠은 못 자겠네요. (시몽을 무릎을 쿡쿡 찌르다가 그대로 눈을 감는다)
 
시몽 리브르:(어차피 베고 잘 거면서. 소리없이 웃으며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댄다.)
 
점심시간이 끝나자 도서관에 남아있던 사람들마저 사라지고,
 
고요한 정적만이 가득합니다.
 
그렇게 한참동안 휴식을 취하고 있으면 턱 밑에서 새근새근 숨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규칙적인 소음에,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당신도
 
어느순간 잠에 듭니다.
 
......
 
......
 
루이 뒤모레:(시몽의 어깨를 흔든다) ...리브르 씨. 리브르 씨? 빨리 일어나요.
 
몸이 흔들흔들...
 
흔들립니다...
 
시몽 리브르:...으응? (눈을 찡그리며 두리번거린다.) 왜?
 
루이 뒤모레:벌써 저녁이에요. (신발을 주섬주섬 신고는) 전 방으로 갈게요.
 
시몽 리브르:아... (손등으로 눈을 꾹꾹 누르다가 끄덕거리고 일어난다.) 그래. 가서 TV라도 봐야겠군.
 
루이 뒤모레:숙제도 해야죠. 빨리 오세요. (어느새 문가에서 시몽을 기다리고 있다)
 
시몽 리브르:아, 숙제... (따라가 등을 두드린다.) 봐도 되나? 궁금한데.
 
루이 뒤모레:...제 숙제를 보겠다고요? 안 보여줄 건데요.
 
시몽 리브르:내 것도 보여줄게. 마음을 터놓고 지내야지.
 
루이 뒤모레:(작게 웃음을 터뜨린다) 하나도 안 궁금해요. 숙제든, 마음이든.
 
시몽 리브르:허어. (다음주 정도면 궁금해할 것 같은데. 귀여운 듯 실실 웃으며 따라간다.)
 
당신은 루이와 함께 방으로 돌아갑니다.
 
......
 
......
 
루이 뒤모레:(펜 하나를 들고 나와 시몽에게 던져준다) 여기요. 펜.
 
시몽 리브르:(착! 받는다.) 그런데 정말 알려주지도 않을 거야?
 
루이 뒤모레:그게 왜 궁금한데요?
 
시몽 리브르:뭘 새삼스럽게 그래. 지금까지 계속 궁금해했잖아? 너에 대해서.
 
루이 뒤모레:그러니까, 뭐가 왜 그렇게 궁금한지 모르겠어서요. 고작 하루밖에 안 된 사이인데. (그대로 방으로 들어간다) 다 쓰고나서 생각 해볼게요.
 
시몽 리브르:그게 나도 신기해. 원래 나는... (휙 들어가버리는 뒷모습에 소리친다.) 긍정적인 답변 기다리지!
 
문이 닫힌 후에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습니다.
 
과연 루이는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요?
 
당신과 같은 것을 느꼈을까요?
 
숙제를 마무리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시몽 리브르:타이머와 카운터를... (펜끝을 톡톡 두드리다 빠르게 적어나간다.) 루이 뒤모레를 처음 본 지는 몇 년 되었지만......
2번은... 접촉을 시도할 때마다 다른 감정을 느꼈는데, 접촉 면적과 상관있는 문제는 아닌 듯했고......
(다 적었다!^^)
 
생각보다 금방 끝났군요!
 
어려운 숙제가 아니라 참 다행입니다.
 
시몽 리브르:(이것이 20장짜리 레포트를 일주일만에 써내는 대학생의 능력.)
 
이제 tv를 보는 것도 좋겠어요!
 
잠들기 전까지 말이에요.
 
......
 
......
 
시간은 끊임없이 흐릅니다.
 
그리고 원래 사건이란건 고장난 폭탄처럼
 
아무런 예고 없이, 순식간에 펑! 하고 터지는 법이죠.
 
그래요.
 
사건이라고 불러 마땅한 그 일은 갑자기 일어났어요.
 
당신이 숙제를 마무리하고,
 
막 잠자리에 들 준비를 마쳤을 때 말이에요.
 
저녁식사 후 평온한 시간을 맘껏 누리고
 
하루를 마무리하던 그때쯤이요!
 
그건 바로...
 
당신의 능력이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시몽 리브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소파에 앉아있던 당신은 무언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죠.
 
바로 당신의 손목에 새겨진 시간의 낙인이
 
...옅어졌습니다!
 
시간의 각인은 한 번 새겨지면 죽을 때까지 지울 수 없는 낙인일 텐데요...
 
눈이 이상한 걸까요?
 
시몽 리브르:? (엄지손가락으로 손목을 문질러본다.)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색은 분명히 옅어졌어요.
 
그리고...
 
시몽 리브르:
초능력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작은 불꽃이 볼품없이 튀어오릅니다.
 
당신의 능력이 원래 이렇게 약했던가요?
 
능력의 효율이, 그리고 출력이
 
분명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그 누구도 호흡을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것은 익혀야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것이잖아요?
 
가르침을 받지 않아도, 배우지 않아도
 
인간이라면 알아서 숨을 들이켜고 내쉬기 마련입니다.
 
당신에게도 이 능력을 다루는 것이 호흡과 같았죠.
 
시간의 선택을 받으면 능력은 존재의 증명이 됩니다.
 
그것은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죽음에 이를 때까지 타이머와 함께합니다.
 
홀로 태어나 홀로 죽는 삶에서 유일하게 말이에요.
 
그렇기에 타이머는 능력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이 능력을 사랑하건, 혐오하건간에...
 
이것이 사라진다는 일은 있을 수 없어요.
 
카운터 또한 마찬가지겠죠.
 
각인이 나타난 순간부터 이 능력은 당신의 것이었고, 또 그래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요?
 
얌전하던 능력이 이상해지고 있어요.
 
마치 당신에게도 도망치려는 것처럼.
 
어디론가 뛰쳐나가려 합니다.
 
시몽 리브르:(카운터는 타이머가 아니다... 그래서일까? 돌연변이처럼 생겨난 능력 덕분에 몇 달간 전혀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꿈을 꾸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나의 집으로...... 소매를 내리고 일어나 루이의 방문을 두드린다.) 루이. 자나?
 
루이 뒤모레:아뇨. 왜요?
 
방 안에서 목소리만이 들려옵니다.
 
시몽 리브르:잠깐 들어가도 되지? 훔쳐보려는 건 아니고.
 
루이 뒤모레:훔쳐볼 게 뭐가 있다고... 들어오세요.
 
시몽 리브르:(열고 들어간다.) 음. 갑자기 미안한데, 손을 잠깐 빌려주면 좋겠는데.
 
당신은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순간 능력이 새어나가기 시작합니다.
 
그 종착지는……
 
시몽 리브르: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그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지기가 무섭게
 
능력은 순식간에 당신의 몸을 빠져나갑니다!
 
마치 바람빠진 풍선처럼, 순식간에요.
 
그리고 그 순간 루이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합니다.
 
루이 뒤모레:뭔가... (갑자기 느껴지는 이상한 기분에, 주저하며 시몽을 바라본다) ...손은 왜요?
 
시몽 리브르:(루이의 목소리가 들리자 꿈에서 깨어난 듯하다. 머뭇거리다 문간에 기대 선다.) 능력이 사라지는 것 같아.
 
시몽 리브르:
초능력 Roll
기준치: 0/0/0
굴림: 48
판정결과: 실패
 
루이 뒤모레:능력이요? (손가락을 맞부딪혀 작은 불꽃을 만들어본다)
초능력 Roll
기준치: 207.5/103/41
굴림: 2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루이의 손가락에서부터 거대한 불꽃이 타오릅니다!
 
시몽 리브르:
기준치: 50/25/10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루이 뒤모레:
기준치: 50/25/10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시몽 리브르:너 말고. (소매를 걷어 자기 손목을 확인한다.)
 
루이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허둥지둥 불을 끕니다.
 
하지만 이미 당신과 루이의 머리카락이 불에 타버렸군요.
 
시몽 리브르:(소매 잡은 채로 어리둥절.)
 
루이 뒤모레:으. (손을 휘저어 연기를 없앤다)
 
시간의 각인은 흐릿하긴 하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당신의 능력만큼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갑작스레 당신에게 찾아온 것처럼
 
루이 뒤모레:(얼떨떨한 표정으로 시몽을 바라본다) 저는 더 강해졌는데요?
 
시몽 리브르: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에 눈살을 찌푸리고 손을 휘젓는다.) 능력이 갑자기 줄어들더니, 너한테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었어. 손 좀 줘봐.
 
루이 뒤모레:(말없이 손을 내민다)
 
시몽 리브르:(루이의 손을 잡는다. 아까처럼 심장이 떨릴까?)
 
시몽 리브르: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맞닿은 손은 차갑습니다.
 
그리고, 그뿐입니다.
 
아까 느꼈던 충동, 감정, 그리고 능력의 증폭...
 
모든게 사라졌습니다.
 
루이 뒤모레:(말없이 시몽의 안색을 살피다가) ...어때요? 뭐가 좀 달라졌어요?
 
시몽 리브르:(헛웃음 지으며 손을 놓는다.) 전혀 안 돼. 불도 안 만들어지고. 이거 큰일인데.
 
시몽 리브르: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시간의 각인이 아직 존재하니,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듭니다.
 
일시적인...
 
일시적인 현상일 거예요.
 
하지만 어떻게 해결하지?
 
DOT에 보고해야 하나? 아니면 조금 더 두고 봐야 하려나?
 
DOT가 꾸민 짓인가?
 
하지만 그들이 당신에게 이런 짓을 했을리가 없습니다.
 
그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당신은 세계를 구원할 유력한 방법인걸요?
 
시몽 리브르:(거실로 돌아가려다가 갑자기 돌아온다. 아직도 그 자리에 있는 루이의 손을 붙잡고 손등에 입술을 꾹 누른다.)
 
루이가 화들짝 놀라며 손을 뺍니다.
 
그리고 당신의 감정도, 여전합니다.
 
시몽 리브르:(다시 달라는 듯 두 손바닥을 내민다.)
 
루이 뒤모레:...그런 걸 하실거면 말을 먼저 하고 하셔야죠. (타박하듯 중얼거리고는 시몽의 왼손에 왼손을, 그의 오른손에 오른손을 올려놓는다)
아까는 절 죽이고 싶었다면서요? 지금도 그래요?
 
시몽 리브르:내가 황소처럼 돌진해서 입술을 뺏어간 것도 아니고. (강아지도 아니고 두 손을 착착 올리는 모습에 웃음이 터진다.) 아무 느낌도 안 들어. 이건 오히려 나은걸.
 
루이 뒤모레:(웃는 모습을 힐끔힐끔 바라본다. 키스를 해봐야 하나? 아까는 괜찮아졌는데... 하지만 지금이랑은 상황이 다르지 않나?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럼 리브르 씨는 이제 평범한 시민이 된 거네요.
 
시몽 리브르:네 광팬이라 손목에 문신까지 새긴 시민이 되겠지. (손을 놓고 벽에 기댄다.) 기분이 이상해.
 
루이 뒤모레:(예상치도 못한 말에 웃음이 터진다) 하하... 하지만 리브르 씨는 원래도 평범한 시민이었잖아요. 카운터가 된건 갑자기 들이닥친 재난 비슷한 거였고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은 것 아니에요?
 
시몽 리브르:너는 재난 같았어?
 
루이 뒤모레:딱히 그렇지는 않았지만... (괜히 반쯤 타버린 앞머리를 만지작거린다) 저는 열 두살이었잖아요. 리브르씨는 다 커서 끌려온 거고.
 
시몽 리브르:처음 여기 들어왔을 때 말이야. 혼자 쓸 수 있는 넓은 방보다 더 좋았던 게 있어. 미래를 선물받은 기분이라고 해야 되나. 나는 이제 여길 따라 걸어가면 되겠구나. (벽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다가 어깨를 으쓱인다.) 자야겠어. 네게 도움을 많이 줬으니까 적절한 대접은 해주겠지.
 
루이 뒤모레:(미래를 선물받은 기분. 그 짧은 말이 왜 가슴을 쿡 찌르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저도 모르게 시몽을 붙든다) ...잠깐만요. 아직 안 해본 거 하나 더 있잖아요.
 
시몽 리브르:...음? 어떤 거?
 
루이 뒤모레:(그대로 시몽을 향해 한 발자국 다가간다. 두 눈을 꼭 감고, 그가 도망칠 틈도 없이 입술을 맞부딪힌다. 팔은 시몽의 목을 끌어안은 채다. 하나, 둘, 셋... 아까 그리했던 것처럼, 열을 세고 나서야 눈을 살며시 뜬다) ...이거요
(괜히 부끄러움이 몰려와, 두어 번 헛기침을 하고는 시몽을 밀쳐낸다)
 
시몽 리브르: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여전히 능력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기껏 키스까지 받았건만...
 
아쉽게 됐군요.
 
루이 뒤모레:이번엔 어때요? 아까는 괜찮아졌잖아요. (바닥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시몽 리브르:음... (자꾸 올라가는 입꼬리를 내리며 루이의 얼굴을 감싸고, 다시 입을 맞춘다. 아랫입술을 물어 다물린 입을 벌리게 하고 고개를 살짝 튼다. 혀까지 넣었다간 그대로 잘릴 것 같아서, 입술을 가볍게 물고 놓아준다.) 흠.
 
루이 뒤모레:(시몽을 떨쳐내려다... 가만히 있는다) 입술은 왜 무는 거예요?
 
시몽 리브르:......
.........!
...원래... 그래. 아냐, 됐어. 잠이나 자는 게 낫겠군.
 
루이 뒤모레:능력은요? 돌아왔어요?
 
시몽 리브르:
초능력 Roll
기준치: 0/0/0
굴림: 26
판정결과: 실패
(절레절레.)
 
루이 뒤모레:흐음... (걱정스러운 얼굴로 시몽을 바라보다가) ...대령님한테 가볼까요?
 
시몽 리브르:글쎄... 그것보단 시계 앞에 무릎꿇고 기도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
우선 아침에 보고해야겠지...
 
루이 뒤모레:(피식 웃고는) 대령님만큼 타이머에 대해 잘 아는 분도 없을걸요.
 
시몽 리브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렇게 루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보면...
 
때마침 창문 너머로 하인리히가 본관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입니다.
 
하필 이럴때 그가 눈에 띄다니요!
 
이런 기막힌 우연이 있을까요?
 
시몽 리브르:카운터를 잘 아는 건 아니잖아. 밤이기도 하고.
 
루이 뒤모레:타이머나, 카운터나 그게 그거죠. 괜히 숨겼다가 혼나면 어떡해요?
 
시몽 리브르:하하, 숨겨서 뭐 해. 훈련실만 들어가면 바로 알 텐데. ...그래서 지금 가자고?
 
루이 뒤모레:(고개를 끄덕인다) 옛날에도 바로바로 보고 안했다고 혼난 적이 있어요.
 
시몽 리브르:예를 들어? (가방에서 남방을 꺼내며 묻는다.)
 
루이 뒤모레:알아서 뭐 하시려고요? (저도 모르게 신경질적인 어투로 대꾸한다. 놀란 듯 시몽을 잠시간 바라보다가, 그대로 현관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가요, 빨리.
 
시몽 리브르:허어. (이상하게 덜 까칠하다 했지. 옷을 걸치고 루이를 따라간다.)
 
서관을 나서, 잔디가 가득 깔린 운동장을 지납니다.
 
루이는... 말이 줄었군요.
 
어둑해지기 시작한 하늘엔 흰 별이 촘촘하게 박혀있고
 
당신의 발목을 간지럽히는 잔디는 푸르르기만 합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평화로운 잔디밭을 가릅니다.
 
루이 뒤모레:...일부러 그렇게 말한 건 아니었어요. 아까요.
 
시몽 리브르:아까? 아. 무슨 일인데 그래?
 
루이 뒤모레:옛날에 많이 혼났거든요. 적응도 잘 못했고... 그래서 그랬나봐요. 갑자기 생각나서. (작게 한숨을 내쉰다)
 
시몽 리브르:(루이를 흘끗 쳐다보곤 머리를 헝클인다. 방금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주머니 속에 손을 쑥 넣는다.)
 
루이 뒤모레:(시몽을 힐끔 바라보고는 괜히 손으로 머리를 빗는다)
...리브르 씨는 왜 미래를 선물받은 기분이 들었어요? 원래도 대학생이었다면서요. 그럼 미래가 있었던 거 아닌가?
 
시몽 리브르: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겠어? (작게 웃는다.) 여기는 날 필요로 한다잖아. 아주 오래, 확실하게. 단명할지도 모른다는 건 걱정이지만.
 
루이 뒤모레:부모님은요? 다른 애들은 부모님이랑 떨어지는 게 싫어서 울던데요. 여기 처음 왔을 때.
리브르 씨를 필요로 하는 게 여기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시몽 리브르:여기 온 지 몇 개월밖에 안 돼서 그런지, 난 좋던데. 얼굴이야 나중에 보면 되지.
필요한 존재가 되려면 가치를 증명해야 해. 그런데 여긴 존재 자체가 가치니까, (그 '가치'가 좀 전에 사라졌다는 사실을 상기하곤 말을 멈춘다.) ...다 왔군. 올라가자고.
 
루이 뒤모레:증명 같은 것 없이도 리브르 씨를 가치있게 여기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리를 싸매고 있다가, 겨우 한 마디를 뱉어낸다)
 
시몽 리브르:(잔뜩 고민한 티가 나는 말에,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타이머와 카운터의 존재가 능력의 필요 때문이라면
 
능력이 없어진 타이머, 카운터만큼 쓸모없는 존재가 또 있을까요?
 
하지만 그는 이런 생각을 해본 적도, 할 필요도 없을테죠.
 
그는 갑자기 튀어나온 당신과 같은 존재가 아니니까요.
 
그렇게 담소를 나누며 잔디밭을 가로지르다 보면...
 
당신과 루이는 본관에 도착합니다.
 
안내데스크에는 퇴근하지 않은 직원이 한 명 앉아 있습니다.
 
 
사무원:어서 오세... (업무를 보다가, 다가오는 시몽과 루이를 발견하고는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다) 이 시간엔 무슨 일이에요? 일찍 자야 키가 잘 클텐데. (미소를 지어보이며)
 
시몽 리브르:안녕하세요. (미소 지으며 데스크로 다가간다.) 대령님께 보고드릴 게 있는데 전달해주실 수 있습니까?
 
 
사무원:아. 대령님이요...
 
하인리히의 이름을 들은 직원이 곤란한듯 말꼬리를 흐리고는
 
엘리베이터를 힐끔 바라봅니다.
 
B2
 
시몽 리브르:안 되면 내일 오고요.
 
층수를 나타내는 파란 글씨가 점등하고
 
그것은 곧 1층을 향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사무원:(엘리베이터에서 시선을 거두고는 친절하게 웃는다) 마침 지금 올라오시는 모양이에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녀는 친절합니다.
 
하지만 왠지...
 
시몽 리브르:
심리학
기준치: 40/20/8
굴림: 58
판정결과: 실패
 
조금 귀찮아 보이는군요!
 
얼른 퇴근하고 싶었는데 당신과 루이가 방해했던 걸까요?
 
그리고...
 
1층
 
띵, 하는 날카로운 기계음과 함께 문이 열립니다.
 
문 안에서 나온 것은 익숙한 얼굴,
 
칼같이 다린 군복을 입은 하인리히입니다.
 
 
하인리히 베르너:(엘리베이터에서 나오다가, 시몽과 루이를 발견하고는 멈칫한다) 루이. 그새 키가 좀 큰 것 같은데? (하하 웃고는) 이 밤중에 무슨 일이지?
 
시몽 리브르:아, 보고 드릴 게 있어서요. 루이가 꼭 이 밤중에 빠르게 보고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하인리히 베르너:그래? 무슨 보고이길래?
 
시몽 리브르:음. (루이를 흘끗 쳐다보곤) 능력이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아무것도 안 느껴져요.
 
 
하인리히 베르너:능력이 사라졌다고? (의아한 표정으로 시몽을 바라본다) 어떻게?
 
시몽 리브르:그냥... 갑자기요. 그러더니 루이에게 전부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설명하기 어려운데요. 몸 안에서 빠져나가는 것 같았어요.
 
루이 뒤모레:(옆에서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제 능력은 더 강해졌어요. 마치... 리브르 씨의 능력이 제게 옮겨온 것처럼요.
 
 
하인리히 베르너:(시몽을 바라보며) 각인은? 각인도 사라졌나?
 
시몽 리브르:(그새 사라졌으려나, 자신없이 소매를 걷어 보여준다.)
 
 
하인리히 베르너:흠. (시몽의 손목을 힐끔 보고는 그의 어깨를 툭툭 친다. 입가엔 어느새 웃음을 띤 채다) 어린 사람들이 걱정도 많긴!
능력에 관해서는 이미 보고받은 바가 있어. 환경이 낯설어서 그럴 거라 하더군. 마음을 편안히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이야.
또래라 함께 있으면 좀 나을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니었나 보지? (장난스러운 어투로 대꾸하며 루이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루이가 텃세라도 부리던가?
 
시몽 리브르:이보다 더 편할 수 없을 정도로 편합니다만...... (타이머를 가장 잘 안다기엔 일반론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 것 같은데. 미심쩍게 쳐다보며 말을 흐리다가) 부려봤자 귀엽죠.
아, 진짜 부린다는 건 아니고요.
 
 
하인리히 베르너:귀엽다고? 그래봤자 두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자네야 말로 귀엽군. (피식 웃고는 루이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잘 해주라고 했잖아? 루이. 가뜩이나 친구도 없으면서. 가뜩이나 곧 축제라 할 일도 많은데... 쯧.
 
루이 뒤모레:(혀 차는 소리가 그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몸이 움찔한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텃세같은 거 부린 적 없어요. 있었으면 리브르 씨가 일러 바쳤겠죠.
 
시몽 리브르:저희 친해요. (루이의 어깨를 감싸며 하하. 웃는다.) 민망하게 왜 이러십니까. 루이가 아주 잘해줍니다.
 
 
하인리히 베르너:나도 그냥 해본 말이었네. 혹시나 해서 말이야. (루이의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고는) 아무튼... 너무 걱정하지 말고, 혼란스러워 하지도 말고 내 말을 명심하도록 해.
자네들의 존재가 세계의 평화를 좌지우지하고 있어. 이 말만 명심한다면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을 거야.
이 세계는 언제까지나 평화로울 거라고. (이번엔 시몽의 어깨를 두드려준다)
 
시몽 리브르:
심리학
기준치: 40/20/8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하인리히의 시선이 집요하게 당신을 쫓습니다.
 
능력에 관한 이야기는 그다지 귀담아 듣고 있지 않는 것 같아요.
 
카운터의 존재에, 세계의 평화에 그렇게 집착하고 있으면서
 
능력이 사라진 것을 이렇게 가볍게 여기다니요?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걸, 정말로 미리 예상하고 있었던 걸까요?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능력의 주인인 당신조차 예상치 못했던 일인데 말이에요.
 
 
하인리히 베르너: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되돌아 올거야. 그러니 더 가까이 붙어있도록 해. 기왕이면 한 침대를 쓰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다가 중얼거린다) 아니, 오히려 좋아. 더 가까이 있을수록, 가까워질수록......
 
시몽 리브르: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작은 목소리였지만, 당신은 똑똑히 그 말을 듣습니다.
 
 
하인리히 베르너: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신도, 시간마저도 자네들을 갈라놓을 수 없을 만큼.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잖아? 시간도 많을텐데.
어차피 자네들을 이해할 수 있는건 서로밖에 없어.
 
세계에는 충성을,
 
명령에는 복종을.
 
군인에게나 딱 어울리는 요구사항이군요.
 
당신과 루이의 어깨를 두드리던 하인리히는
 
짧은 인사를 남긴 채 발걸음을 옮깁니다.
 
시몽 리브르: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멀어져가는 그를 바라봅니다.
 
그는 분명 지하 2층에서 올라왔었죠.
 
루이 뒤모레:(시몽을 힐끔 바라보며) ...돌아갈까요?
 
시몽 리브르:그래야지. (머쓱하게 서 있다가 현관 쪽으로 손짓한다.) ...거실에 침대나 하나 놔줘.
 
루이 뒤모레:그건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닌데요... (머리를 매만지다가) 사무원님께 침대 하나를 더 보내달라고 해볼까요?
 
시몽 리브르:응. 서관에 있던 걸 옮겨달라고 해도 되고. (자연스럽게 어깨에 팔을 두른다.)
 
루이 뒤모레:제가 내일 말씀 드려볼게요. (시몽의 팔을 떼어내지도, 그렇다고 그의 허리에 팔을 감지도 못한 채 엉거주춤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그래도 생각보다 별 일은 아니었네요. 다행이에요.
 
시몽 리브르:글쎄. (손가락으로 어깨 끝을 두드린다.) 그래도 능력이 꽤 편했는데. 라이터 대신 쓰기도 좋고.
 
루이 뒤모레:(놀란 얼굴로 시몽을 올려다본다) 담배도 피세요?
 
시몽 리브르:음? 아, 어제오늘은 바빠서. 방에선 안 피우니까 걱정 마.
 
루이 뒤모레:(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앞을 바라보고 걷는다. 대학생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 싶다) 소파가 불편하시면 오늘은 제 방에서 주무세요.
 
시몽 리브르:많이 불편하진 않던데? 밤에는 따로 자고, 낮에 실컷 붙어있자고. 난 잠은 따로 자야 돼. (코를 찡긋거리며 루이의 어깨를 토닥, 토닥거린다.)
 
루이 뒤모레:...네. (엉거주춤하게 발걸음을 옮기다가 시몽의 허리에 팔을 감는다. 발걸음이 불편한 것이 첫 번째 이유, 그리고 붙어 있으라고 말하던 하인리히의 말이 계속해서 맴도는 게 두 번째 이유였다)
 
시몽 리브르:(머뭇거리며 팔을 감아오는 것이 느껴지자 어깨를 들썩이며 웃는다. 밤은 다시 평화로워지고, 잔디를 밟는 소리가 기분좋게 바삭바삭 울린다.) 틈날 때마다 한 번씩 포옹해야겠어. 어때?
 
루이 뒤모레:대령님이 붙어 있으라고 했으니까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는) 리브르 씨의 흡연을 위해서라도 능력이 빨리 돌아와야겠어요.
 
시몽 리브르:하하! 성냥은 있어. 그나저나 넌 대령님을 유독 잘 따르네.
 
루이 뒤모레:없으시면 제가 불을 켜드리려고 했죠. (작게 웃는다) 제일 어른이잖아요. 여기서.
대령님만큼 저희를 생각하는 사람도 없고요.
 
시몽 리브르:흠.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기색이다.) 로랑이랑은 어떻게 친해졌어?
 
루이 뒤모레:로랑은 저희를 세 번째... 아니, 두 번째로 생각하는 사람이라서요. 아니면 제가 불쌍했나보죠.
 
시몽 리브르:흠... 세 번째는 누군데?
 
루이 뒤모레:세 번째요? 글쎄요... (고민하는 듯 말꼬리를 늘이다가) 선생님들이나, 리슬러 대위님이 아닐까요?
 
시몽 리브르:(끄덕거린다. 낮에는 루이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이름마다 신경이 쓰였는데 지금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농간에서 벗어난 건 정말 좋군.) 어른들한테 인기가 많네.
그런데 나는 계속 무슈 리브르야?
 
루이 뒤모레:이상하게 어른들이랑 어울리게 되네요. (어색하게 미소짓고는 시몽을 바라본다) 그럼요? ...시몽 씨?
 
시몽 리브르:...그러시든가요? 루이 씨?
 
루이 뒤모레:... (말없이 시몽을 바라보다가) 전 열 일곱 살이잖아요! 루이 씨가 뭐예요? (머리로 시몽의 어깨를 가볍게 때린다) 루이라고 부르세요.
 
시몽 리브르:(실실 웃으며) 이름으로 불러주시면 그만할게요. 루이 씨.
 
루이 뒤모레:(입을 꾹 다문 채로 걷는다)
 
시몽 리브르:(뒷머리 쓱쓱 긁어준다.)
 
루이 뒤모레:(간지러운 기분이 들어 시몽의 손이 닿은 곳을 괜히 문지른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당신과 루이는 다시 서관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침묵 속에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노라면,
 
잊고 있던 꺼림칙한 기분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갑자기 생겨난 능력, 이젠 갑자기 사라져버린 능력.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지하 2층의 존재와
 
의미심장한 하인리히의 말까지...
 
그는 왜 그렇게 당신과 루이의 관계에 집착하는 걸까요?
 
이 껄끄러움의 근원은 대체 무엇일까요?
 
하지만 괜찮을 겁니다.
 
그는, 그리고 연구원들은 당신과 루이 그 자신보다 타이머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들이니까요.
 
......
 
......
 
하루, 이틀, 사흘...
 
그리고 며칠이 더 지났습니다.
 
사라진 능력은 차도를 보이지 않습니다.
 
아닌가? 어제보다 조금 나아졌나? 싶으면...
 
다시 한 움큼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루이와 가까이 있건, 멀리 있건 비슷했지만
 
적어도 가까이 있는 쪽이 더 안정적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
 
......
 
시간이 흐릅니다.
 
꺾인 손가락의 주위를 맴도는 그림자는 바닥을 천천히 기어다닙니다.
 
시간이 얼마만큼 흘렀는가를 문득 깨달으면,
 
기분 탓이겠죠.
 
일상은 고요하고 평화롭습니다.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수업을 듣고, 점심을 먹고,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며 시간을 따먹고...
 
TV를 보거나 훈련하는, 그런 평범한 하루의 반복입니다.
 
마치 능력이 사라진 적 따위는 없었던 것처럼요.
 
능력이 사라진 일상도 점차 익숙해져 갑니다.
 
그것은 원래부터 당신이 소유하고 있던 게 아니었으니까요.
 
그리고......
 
똑똑, 하는 노크 소리와 함께
 
손님은 찾아왔습니다.
 
교실에 앉아 교사를 기다리던 이들의 시선이 전부 문을 향하고...
 
 
라인하르트 리슬러:(교실 안을 둘러보고는 짧게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라인하르트 리슬러라고 합니다.
 
그는 하인리히의 부관입니다.
 
옅은 색깔의 머리를 단정하게 넘긴 남자는
 
정장 차림새로 서류봉투를 하나 들고 있습니다.
 
 
라인하르트 리슬러: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전달사항이 있습니다. (서류봉투에 들어있는 종이를 한 장씩 꺼내 나눠준다) 다들 알겠지만, DOT의 설립을 기념하는 축제가 코앞에 다가왔죠.
축제의 마지막엔 타이머가 등장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능력을 선보여 시간이, 타이머들이 건재함을 알리고, 세계가 평안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종의 라고 할 수 있죠. 실제로 이 시기면 타이머의 얼굴을 보겠다고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도밍게즈로 몰려들곤 합니다. 보여주기식 행사지만,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이벤트란 말입니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카운터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드러내는 자리이니 이 이벤트가 더욱 중요합니다. 예년보다 화려하게, 완벽하게, 차질없이 준비되어야겠죠.
 
 
라인하르트 리슬러:그러니 우리는, 모쪼록 여러분이 완벽한 파트너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능력을 함께 선보인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보기도 좋잖아요?
함께, 사이좋게요.
 
지루한 말들이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라인하르트 리슬러:아. 그리고 축제 때의 일정이 정해졌습니다. 첫날에는 자유 시간이 주어질 예정입니다. 아침을 먹고 나면, 여러분은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을 거예요. 대신 반드시 사복을 착용하고, 타이머와 카운터는 항시 동행한다는 조건입니다.
만약 누군가 인터뷰를 요청하거나, 이야기를 걸어도 되도록 답변하지 마십시오. 공식적인 발언은 언제나 DOT와 사전 협의 후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카운터에 대해서는 더더욱이요.
그리고... (서류봉투 안에 들어있던 나머지 종이들을 책상 위로 우르르 쏟아낸다) 저녁에는 전원, 전시회에 참여할 겁니다.
 
카운터의 존재가 발각되어선 안 된다며 외출을 금하더니...
 
상당히 파격적인 허가입니다.
 
시몽 리브르:(오호. 촛불 하나 못 켜는 상황에 사이좋게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니 상당히 큰일난 듯하지만, 우선 종이들을 살펴본다.)
 
 
마리아 고르데예바: 전시회요? 갑자기 웬 전시회? 전시할 게 대체 뭐가 있다고. (코웃음 치고는 리슬러를 바라본다)
 
리슬러는 마리아를 무시한 채 종이를 하나씩 나눠줍니다.
 
그것은 작은 팸플릿입니다.
 
축제와 전시회라니, 상당히 동떨어진, 그러니까...
 
개연성 없는 조합입니다.
 
시몽 리브르: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마르타 델 라야: ㅡ ㅡㅡ... ㅡ장난감, 드라마도 ... ......까지 해?
 
 
판 즈이: 그래도... ㅡ ㅡㅡㅡ ㅡ ㅡ...?
 
뒤에서 아이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잘 들리진 않지만요.
 
 
라인하르트 리슬러:이전까지 세계 각국에서 타이머에 대한 전시를 열었지만, DOT에서 전시회를 직접 주관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그런 만큼 여러분들은 전시를 첫 번째로 관람한 후 DOT로 복귀할 겁니다. 둘째 날은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서 대기하고, 세팅하고, 리허설에 참여하게 될 거예요.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테니 첫째 날 실컷 쉬거나 하고 싶은 걸 해두는 게 좋을 겁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이야기라거나, 문제가 있습니까? (교실 안을 쭉 둘러보며)
 
시몽 리브르:첫째 날엔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되는 겁니까?
 
 
라인하르트 리슬러:(고개를 끄덕인다) 바다를 건너지만 않는다면요.
 
시몽 리브르:관광비도 지원해주면 좋겠습니다.
 
 
라인하르트 리슬러:(피식 웃고는)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카드로 드릴 테니까요.
 
시몽 리브르:(만족스러운 웃음꽃이 핀다.)
 
 
라인하르트 리슬러:더 하고 싶은 말은? (다시 한 번 아이들을 둘러보며)
 
교실은 조용합니다.
 
하고 싶은 말이랄 게 뭐가 있겠어요!
 
타이머와 카운터들은 그저 따를 수밖에 없는걸요.
 
그는 형식적인 인사만을 남긴 채 교실을 떠납니다.
 
다시금 교실 안에 침묵이 내려앉고,
 
교실은 다시금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합니다.
 
선생님을 기다리는 학생들, 고요한 햇살...
 
마치 유령이라도 왔다 간 것 같군요.
 
그렇게 잠시간 있으면...
 
수업을 알리는 종이 커다랗게 울립니다.
 
이번 시간은 수학입니다.
 
......
 
......
 
루이 뒤모레:(리슬러가 주고 간 종이를 팸플릿을 훑어보다가) 나가보실 거예요?
 
시몽 리브르:당연하지? 말로만 듣던 도밍게즈라고. 구경하러 가야지.
 
루이 뒤모레:다른 곳이랑 별 다를 것도 없을텐데요, 뭘.
 
시몽 리브르:그래도 계속 갇혀만 있다가 나가는 거잖아. 같이 갈 거지?
 
루이 뒤모레:(팸플릿을 책상 서랍에 대강 꽂아넣고는) 고민 해볼게요.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교사가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교사:(허겁지겁 들어온다) 늦어서 미안해요, 여러분! 모두 자리에 앉았죠?
오늘은 3단원을 할 차례였던가요......
 
그는 목을 가다듬고, 수업을 시작합니다.
 
미적분이 어쩌니, 함수가 어쩌느니...
 
낱말이 조각조각 분해되어 시냇물처럼 흘러갑니다.
 
도통 귀에 들어오지 않는군요.
 
당신은 이미 다 아는 내용이기도 하고요.
 
루이도 수학엔 별 흥미가 없어 보입니다.
 
그는 창 밖을 바라보기도 하고, 종이에 낙서를 하기도 하고
 
그렇게 꼼지락대던 그의 살갗이 당신을 스쳤을 때...
 
시몽 리브르:
초능력 Roll
기준치: 0/0/0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따끔! 하고 스파크가 튀더니
 
당신의 손목이 화끈화끈 달아오릅니다.
 
떠나갔던 무언가가 다시금 돌아옵니다.
 
시몽 리브르:4
 
텅 비었던 어딘가가 미세하게 차는 것을 느낍니다.
 
루이 또한 같은 것을 느낀 걸까요?
 
그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착각이 아니에요.
 
정말로...
 
초능력이 돌아왔습니다!
 
시몽 리브르:(루이의 손등을 다시 한번 쿡 찔러본다.)
 
당신의 손 끝에서 어떠한 감각이 느껴집니다.
 
시몽 리브르:9
(! 아예 연인들끼리 손장난이라도 치듯 루이의 손을 잡고 주물럭댄다.)
 
루이 뒤모레:수업 시간이잖아요! (화들짝 놀라며 속삭인다. 교사의 눈치를 보고 있다)
 
시몽 리브르:7
 
분명...
 
능력이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루이와 맞닿을 때마다요.
 
시몽 리브르:이거... 신기한데. (한 손으로는 필기하는 척 끄적거리며 루이의 손을 잡고 책상 아래로 내린다. 아예 깍지까지 껴서 못 빠져나가게 붙잡는다. 장난치는 악동 같은 표정을 숨길 생각이 없다.)
 
시몽 리브르:2
 
루이 뒤모레:(맞잡은 손이 교사의 시야에서 사라지면, 그제야 얌전해진다) 수업이 끝나면 끌어 안기라도 해봐야겠어요.
 
시몽 리브르:좋은 생각이야. (잡은 손을 한번 흔들고, 자유로운 오른손으로 낙서나 끄적인다.)
 
능력이 조금씩, 조금씩 돌아오고 있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능력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겠군요.
 
가뜩이나 길었던 수학 시간이 더더욱 길게 느껴집니다.
 
째깍, 째깍...
 
시몽 리브르:(끄적이다 말고 자꾸 루이를 쳐다본다.)
(끄덕이고 다시 그린다.)
(또 쳐다본다.)
 
루이 뒤모레:뭘 그렇게 봐요? (시몽을 바라보다가, 문득 시몽이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는 종이 위로 시선이 향한다) ...설마 제 초상화, 뭐 그런 거?
 
시몽 리브르:(끄덕끄덕. 그러나 초상화라기엔... 상당히 해체주의스럽다. 열심히 그리고 있으나 이목구비의 배치가 자유롭다. 그림 옆에 작게 글씨를 적는다. Louis.)
 
루이 뒤모레:다 그리면 보여주세요. 얼마나 잘 그렸나 보게. (시선이 힐끔힐끔, 계속 종이를 향한다. 하지만 대놓고 보기엔 자존심이 상했다)
 
시몽 리브르: 다 그렸어.
 
루이 뒤모레:(말없이 그림을 바라보다가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앙리 마티스의 연필화를 닮았네요. 미술적 재능이 있으신 것 같아요.
 
시몽 리브르:나도 알아. (씩 웃으며 볼펜을 내려놓는다.)
 
루이 뒤모레:미대에 가지 그러셨어요?
 
시몽 리브르:그랬으면 지금쯤 회화계의 판도가 바뀌었을 걸. 안 돼, 안 돼.
 
루이 뒤모레:팔방미인이시군요? (장난스러운 어투로) 자화상도 한 번 그려보지 그래요.
 
시몽 리브르:(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안 보여서 못 그려.
 
루이 뒤모레:거울 보면 되죠.
 
시몽 리브르:없잖아. (루이에게 볼펜을 건넨다.)
 
루이 뒤모레:...이걸 왜 저한테 주세요? (한동안 볼펜을 쥐고 있다가) 설마... 아니죠?
 
시몽 리브르:(칠판을 바라보며... 옆태를 보여준다.)
 
루이 뒤모레:(믿을 수 없다는 듯 볼펜을 바라보다가) 볼펜은 지워지지도 않잖아요!
 
시몽 리브르:교과서에 낙서한 걸 일일이 지워?
 
루이 뒤모레:낙서랑 그림은 다르죠.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리고 전 그림 못그려요.
 
시몽 리브르:그런 것 같긴 했어. (으쓱이곤 의자에 기대 멍하니 앞을 응시한다. 어지간히 심심해 보인다.)
 
루이 뒤모레:(시몽을 빤히 보다가 무언가를 끄적끄적거린다. 그리고 잠시 후 시몽을 툭툭 친다)
(슥 내밀기)
 
시몽 리브르:오.
(저렇게 얼간이처럼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니... 충격에 빠지지만 그렇지 않은 척 오... 하는 감탄사만 연발한다.)
 
루이 뒤모레:(시몽의 눈치를 보다가 종이를 다시 슥 가져간다)
 
시몽 리브르:(슥 가져와 주머니에 챙긴다.)
 
루이 뒤모레:...쪽팔리니까 혼자만 보셔야돼요. 알겠죠?
 
시몽 리브르:(안 구겨지게 넣으려다 피식 웃는다.) 내 파트너가 그려준 초상화입니다. 이러고 자랑이라도 할까 봐?
 
루이 뒤모레:그럴수도 있죠. 리브르 씨는 장난 치는 걸 좋아하잖아요.
 
시몽 리브르:아쉽지만 장난 칠 친구가 없어.
 
루이 뒤모레:(안타깝다는 듯 시몽을 바라보다가) ...나중에 친구가 생기면 보셔주셔도 돼요.
 
시몽 리브르:오, 그래. 너도 자랑하고 다녀도 돼. (손을 빼고, 루이의 얼굴이 그려진 쪽을 작게 찢어 건네주고는 다시 잡는다.)
 
루이 뒤모레:(종이를 주머니에 조심히 넣는다)
 
그렇게 도란도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면,
 
커다란 종소리와 함께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수업도 끝을 맺습니다.
 
교사는 짧은 인사를 남긴 채 교실을 나서고
 
아이들도 점심을 먹으려는 듯, 혹은 당신처럼 능력을 되돌려 받으려는 듯
 
다급하게 교실을 빠져나갑니다.
 
왁자지껄하던 교실이 순식간에 정적에 잠기고ㅡ
 
루이 뒤모레:...안아 드릴까요?
 
시몽 리브르:(웃음을 터뜨리며 와락 끌어안는다.)
 
루이 뒤모레:(어색하게 팔을 두른다)
 
시몽 리브르:47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양의 능력이 흘러들어옵니다.
 
다행히 이전처럼 머리가 깨질 것 같다거나, 기분이 이상하다거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거나 하는 일은 없군요.
 
시간이 흘러서 능력이 안정적으로 변한 걸까요?
 
어느새 당신의 능력은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마치 사라진 적조차 없는 것처럼요!
 
축제에 대한 걱정은 덜었습니다.
 
능력을 사용하는 루이 곁에서 멀뚱멀뚱 서있지는 않아도 되겠어요.
 
루이 뒤모레:어때요? 뭔가 많이 빠져 나가기는 했는데... 다 돌아왔어요? (시몽을 끌어안은 채 중얼거린다)
 
시몽 리브르:그런 것 같은데. (수치로 느낄 순 없지만 충만한 기분이 든다. 루이를 토닥이고 놓아준다.) 이렇게 갑자기 돌아올 줄이야.
 
루이 뒤모레:생각보다 평범하게 돌아왔네요. 이젠 마음이 좀 편해지셨나 보죠?
 
시몽 리브르:(마음이 푸근하게 놓인 얼굴이다!)
 
루이 뒤모레:(푸근한 얼굴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럼 점심이나 먹으러 가요.
 
시몽 리브르:좋지. 그러고 보니 서관 식당은 매일 메뉴가 바뀌나?
 
루이 뒤모레:(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거의 비슷비슷해요. 뷔페라서요.
 
시몽 리브르:대단하군... (끄덕이며 식당으로 내려간다.)
 
당신은 루이를 따라 식당으로 내려갑니다.
 
이젠 이곳도 조금 익숙해졌나요?
 
여느날과 다름없는 평화로운 점심입니다.
 
따스한 봄바람은 맞잡은 두 손을 스치고
 
달콤한 음식냄새가 콧속으로 스며드는...
 
......
 
......
 
봄의 한가운데, 축제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바깥을 들썩이게 하는 열기가 두꺼운 담장을 뚫고 당신에게까지 전해집니다.
 
오늘은 축제의 첫날, 드디어 외출이 허락된 날입니다.
 
루이는 어딘가 들뜬 것 같기도 하고,
 
평소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합니다.
 
평소와 다르게 사복을 입은 그는 당신을 식당으로 잡아 이끕니다.
 
식당으로 내려가면...
 
축제 때문일까요?
 
가벼운 아침 식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올리브가 콕콕 박힌 치아바타와 세 종류의 치즈, 구운 햄, 부드러운 스크램블 에그...
 
대강 아침 식사를 덜어 자리에 앉으면,
 
 
라인하르트 리슬러:0시, 1시는 다 나가겠다고 했고... (길다란 테이블 한켠에 앉아있는 루이와 시몽을 향해 다가온다. 손에는 작은 수첩과 펜을 한 권 쥐고 있다) 2시... 제군들은 오늘 외출할 겁니까?
 
타이머와 카운터들이 외출할지, 외출하지 않을지를 확인하러 온 모양이에요.
 
당신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시몽 리브르:둘 다 나갑니다.
 
루이 뒤모레:(옆에서 고개를 끄덕인다)
 
 
라인하르트 리슬러:그렇군요. (수첩에 무언가를 슥슥 적고는) 누군가 바깥에서 제군들에게 무언가를 요구한다면 어떻게 할 거죠? 누군가 제군들을... 아. 그러니까, 타이머를 알아본다면 말이에요. (대답을 요구하듯 루이와 시몽을 바라본다)
 
시몽 리브르:(루이를 쳐다본다.)
 
루이 뒤모레:(시몽을 힐끔 바라보고는, 익숙한 듯 대답한다) 무시한다.
 
 
라인하르트 리슬러:카운터 군은?
 
시몽 리브르:...루이의 경호원인 척한다?
 
 
라인하르트 리슬러:그건 또 신박한 대답이군요. (피식 웃고는 탁! 소리가 나도록 수첩을 덮는다) 정답은 침묵하고 무시로 일관할 것, 어떤 이야깃거리도 흘리지 말 것, 그리고 최대한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날 것. 입니다.
루이는 모자라도 쓰고 나가는 게 좋겠는데. (루이를 향해 짧게 말하고는)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제군들은 세계의 구원자지만 결국엔 어린 아이들이니까, 노는 시간에도 구원자처럼 굴 필요는 없다는 말입니다.
어쨌든 오랜만에 나가는 거니, 잘 놀다 들어오세요. (대답을 듣기도 전에 3시에게로 걸어간다)
 
사적인 영역에 불쑥불쑥 간섭하면서, 이젠 개인으로서의 당신을 존중하겠다니...
 
정말 당신을 위한 조언일까요?
 
아니면 문제가 될 상황에서 그것은 타이머와 카운터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라고,
 
그렇게 발을 빼기 위한 수작일까요?
 
어느 쪽이든 알 길은 없습니다.
 
나가서까지 영웅 행세를 하라고 요구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시몽 리브르:그대로 뒤집어쓰면 되겠네. (대위가 지나가자 금방 식사를 시작한다.) 가고 싶었던 곳 있어?
 
루이 뒤모레:저는 딱히요... (어깨를 으쓱이고는) 뉴욕이나 파리, 런던 같은 곳들이랑 다를 것도 없다니까요.
 
그렇게 다시 식사를 하고 있으면, 사무원들이 다가와 외출증을 나눠줍니다.
 
루이 뒤모레:리브르 씨는 가보고 싶은 곳이 있으세요?
 
시몽 리브르:있지. 난 파리 밖을 나가본 적도 없다고. 다른 구역까지 보고 올 시간이 되려나? 멀리 가보고 싶은데.
 
루이 뒤모레:(고개를 끄덕인다) 지하철이 있으니까 아마 바닷가에도 가볼 수 있을 거예요.
 
시몽 리브르:잘됐군! 너는 가본 적 있지? 도밍게즈의 바다든 어느 바다든.
 
루이 뒤모레:다른 나라는 아직 가본 적이 없어요. 정식으로 임무에 투입되면 가볼 수 있겠죠.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는) 좋은 가이드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사람 많은 걸 싫어해서, 8구역도 아직 가본 적이 없거든요.
 
시몽 리브르:하하! 최악의 가이드여도 상관없어. 그럼 여기 들어오기 전에도 가본 적 없어?
 
루이 뒤모레:아주 어렸을 때는 가봤을 수도 있지만... 제 기억엔 없으니 안 가본 거나 다름 없죠.
 
시몽 리브르:흠. 너희 집도 여행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나 봐?
 
루이 뒤모레:뭐... 그렇죠? (어색하게 웃고는) 갈만한 형편도 아니었고요.
 
시몽 리브르:그래? 네 얘긴 잘 들을 일이 없었으니까. 이따 돌아다니면서 알려줘.
 
루이 뒤모레:생각 해보고요.
(짧게 대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 드셨으면 이만 가요.
 
시몽 리브르:그래. (손을 털고 일어난다.) 기대되는군.
 
식사도 마쳤겠다, 외출증도 받았겠다...
 
이제 DOT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식사를 마치면, 사무원과 장교들이 앞장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합니다.
 
 
사무원:타이머들은 이미 다 아는 내용이겠지만, 카운터들은 외출이 처음이니 간단히 설명 해드릴게요.
저희는 DOT 본관에 연결된 지상철인 5호선으로 본부 바깥까지 이동할 거예요. 교통카드는 외출증으로 대신하면 되고, 돌아오실 때도 똑같이 5호선을 타고 본부로 오면 됩니다. 알겠죠?
 
있는지도 몰랐던 열차를 타고 한 정거장을 가면, 휑한 지하철역이 드러납니다.
 
흰 가운을 입은 의사들과 간호사들, 그리고 군인들 일부가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사무원은 타이머, 카운터들을 데리고 어딘가로 향합니다.
 
외출증을 찍고 3번 출구라고 적힌 곳으로 나아가면...
 
근 3개월간 볼 일이 없었던 평범한 도시의 모습이 펼쳐집니다!
 
 
사무원:여기는 국군수도병원 역이에요. 5호선은 DOT, 혹은 연구단지의 출입증이 있어야만 탈 수 있으니 외출증을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하고요.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본부로 연락하세요. 아셨죠?
 
걱정스러운 얼굴로 타이머와 카운터들을 바라보던 사무원은 곧 발걸음을 돌립니다.
 
사무원들과 군인들이 다시 역 안으로 들어가고...
 
드디어 자유시간입니다!
 
역을 벗어나는 순간 화한 향기가 밀려듭니다.
 
때 이른 장미 향기가 사방에 가득해요.
 
아파트 베란다며, 학교의 창문이며...
 
새파란 장미가 사방에 수놓아져 있습니다.
 
병원 근처를 지나가던 몇몇이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정확히 알아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
 
......
 
건물 사이로 엮은 긴 줄마다 걸린 색색의 깃발, 손수건, 혹은 우산 따위가 화려하게 하늘을 수놓고 있어요.
 
도밍게즈의 국화인 파란 장미가 창틀, 문지방마다 걸려있고
 
많은 사람들이 장미를 한아름 끌어안은 채 거리를 쏘다니고 있습니다.
 
운이 좋다면 당신도 누군가에게 새파란 장미라던가, 풍선 따위를 선물받을 수도 있겠죠.
 
거리에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그들은 다시 [ 대광장 ]과 [ 골목 ], [ 지하철역 ] [ 코마니 공원 ] 등으로 흩어집니다.
 
시몽 리브르:
기준치: 49/24/9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아~~)
 
루이 뒤모레:
기준치: 50/25/10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시몽 리브르:?
 
대박
 
시몽 리브르:(역시 타이머..)
 
그렇게 어디를 가야 할까? 고민하고 있으면...
 
누군가 쭈뼛쭈뼛 당신과 루이에게로 다가옵니다.
 
아빠의 손을 잡고 있는 어린 아이입니다.
 
루이 뒤모레:(괜히 모자를 더 푹 눌러쓴다)
 
 
지나가던 아이: (시몽과 루이에게로 다가와 루이를 뚫어져라 올려다본다) ...타이머 형 아니에요? (대답을 요구하는 듯 시몽을 바라보며)
 
시몽 리브르:눈썰미가 좋은데? 이 친구가 완전 팬이거든. (루이의 어깨를 감싸고 팡팡 두드린다.) 가발까지 챙겨 온 보람이 있네, ...루이스?
 
시몽 리브르:
말재주
기준치: 45/22/9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루이 뒤모레:(어색하게 웃으며) 당연하지. 2시 타이머는 프랑스인인데, 나는 미국인이라고. (성조기가 크게 그려진 모자를 만지작거린다)
 
 
지나가던 아이: (아쉬운 듯 풀 죽은 얼굴을 한다) 타이머 형인 줄 알았는데... 꽃이랑 풍선도 샀는데...(중얼거린다)
 
시몽 리브르:(친절하게 웃는다.) 형한테 주려고 일부러 산 거야?
 
 
아이의 아빠: 이분들께 선물하면 되지. (미안한 듯 웃으며 루이에게 장미 꽃다발을, 시몽에게 하트모양 풍선 묶음을 건넨다) 저희는 이미 풍선이랑 꽃이 있는데 애가 꼭 타이머한테 선물해야 한다고 산 거라서요. (아무것도 없는 시몽과 루이의 손을 힐끔 보고는) 보아하니 관광객이신 것 같은데, 받으실래요? 도밍게즈에서는 이맘때쯤에 다들 장미나 풍선을 들고 다니거든요.
 
 
지나가던 아이: (시몽을 향해) 타이머 형인 줄 알았단 말이에요!
 
시몽 리브르:(얼떨결에 풍선 줄을 건네받고는 감사인사를 하고, 무릎을 반쯤 구부린다.) 너 정말 착하구나. 네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어. 이름이 뭐야?
 
 
지나가던 아이: 저는 타일러예요. (여전히 실망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형은요?
 
시몽 리브르:타일러! 이름 멋지네. 고맙다. (주먹을 쥐고 내민다.) 사이먼.
 
 
지나가던 아이: (주먹을 쥔 채, 그대로 시몽의 손등을 때린다. 여전히 뚱한 얼굴이다) 돌아다니다가 타이머 형을 보면 꼭 알려주세요.
 
시몽 리브르:(실실 웃으며 끄덕인다.) 그래. 보자마자 소리칠게. 타일러, 여기야! 하고.
 
짧은 인사를 남긴 아이는 아빠의 손을 잡고 사라집니다.
 
당신의 품에는 알록달록한 색을 가진 일곱 개의 하트모양 풍선,
 
그리고 루이의 품에는 파란 장미 한 다발이 남았습니다.
 
루이 뒤모레:...얼떨결에 돈이 굳었네요?
 
시몽 리브르:사려고 했어?
 
루이 뒤모레:자고로 관광객이라면 양손에 뭔가를 잔뜩 들고 있어야 하는 법이죠.
 
시몽 리브르:하하! 잘 아는데? 가자고. 시계탑부터 보고 싶어.
 
루이와 당신은 [ 대광장 ] 으로 향합니다.
 
흰 돌이 깔린 광장의 정중앙에는 커다란 [ 시계탑 ]과 [ 분수 ]가 있습니다.
 
영국의 빅 벤을 닮은 높은 시계탑엔 오직 시침만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타이머의 존재를 기념하는 시계입니다.
 
정각이 될 때마다 긴 종소리가 울립니다.
 
시몽 리브르:(지금은 몇 시를 가리키는지 올려다본다.)
 
현재는 9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시몽 리브르:저기 올라가볼 수도 있나?
 
루이 뒤모레:아뇨. 그냥 장식품이에요.
그러니까, 올라갈 수는 있는데... 출입 금지구역이죠. 이따가 대령님께 한번 부탁해보세요.
 
시몽 리브르:흠. 됐어. (어느새 챙겨온 관광지도를 꺼낸다.) 디즈니랜드에도 관람차가 있다니까. 광장에도 만들어놓을 것이지. (툴툴거리며 분수로 향한다.)
 
루이 뒤모레:관람차가 타고 싶으세요?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시몽 리브르:한 번은 타봐야지. 나는 지금 완전히 관광객이라고.
 
루이 뒤모레:(웃음을 터뜨리며) 그럼 디즈니랜드라도 가실래요? 놀이기구 한 개나 겨우 타겠지만.
 
수 많은 사람들이 분수를 빙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들은 전부 새파란 장미의 목을 꺾어 던지며 소원을 빌고 있습니다.
 
도밍게즈의 흔한 의식이죠.
 
커다란 분수는 어느새 푸른 장미로 가득 차있습니다.
 
분수 주변은 장미를 파는 사람과 가족 나들이, 데이트를 나온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루이 뒤모레:(분수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관광객이라면 소원도 빌어줘야죠.
 
시몽 리브르:아냐, 아냐...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가 고개를 든다.) 음? 좋아.
(루이의 꽃다발에서 장미 한 송이를 빼낸다. 잠시 고민하다가 곧 소원을 정한 듯 장미 머리를 꺾어낸다.) 이따가 부디, 능력이 한 번에 제대로 나오게 해주세요. (그리고 던진다.)
 
루이 뒤모레:무슨 소원이 그래요? 다른 애들은 집에 가게 해주세요, 엄마아빠를 보게 해주세요, 이런걸 빈다고요. (하하 웃고는, 자신 역시 장미 한 송이를 분수 위로 던진다) 리브르 씨의 능력이 제대로 나오게 해주세요. (장난스러운 어투로)
 
시몽 리브르:와. (의외라는 듯 웃음을 터뜨린다.) 고마워. 이제 제대로 안 나오면 다 분수 탓이야.
 
루이 뒤모레:탓할 곳이 생겨서 좋네요. (사람이 가득한 주변을 질린 듯 둘러보다가, 모자를 더 푹 눌러쓴다. 앞이 안 보일 지경이다) ...이제 다른 곳으로 가죠?
 
시몽 리브르:(모자 위로 후드까지 씌워준다.) 바다나 보러 갈까?
 
루이 뒤모레:관광객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야죠.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느 바다로 갈까요?
 
시몽 리브르:어느 쪽이 해변이지? 부둣가는 관심없어.
 
루이 뒤모레:해변이라면... (고민하는 듯 시몽이 들고 있는 지도를 들여다보다가) 아마 11구역에 사람이 제일 없을 거예요. 8구역에 제일 많고요.
 
시몽 리브르:11구역이면... 가깝군! 좋아. (지하철 입구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저 멀리, 도밍게즈 대광장 역이 보입니다.
 
시몽 리브르:(루이의 팔을 잡고 역으로 향한다. 걸음이 은근히 빠르다.)
 
루이 뒤모레:(바다가 많이 보고 싶나보군, 생각하며 따라간다)
 
당신은 루이와 함께 역으로 향합니다.
 
대광장 역은 1, 2, 3, 4호선이 전부 지나는 유일한 역이기도 합니다.
 
DOT에서 준 외출증을 교통카드 대신 찍고 역 안으로 들어가면...
 
평범한 지하철 역 내부가 드러납니다.
 
루이 뒤모레:이쪽이요. (3호선표시가 있는 곳으로 시몽을 끌어당긴다)
 
시몽 리브르:(엉뚱한 방향으로 갈 뻔했다가 루이에게 끌려 3호선으로 향한다.)
 
역 안에도 사람이 바글바글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본 건 정말이지,
 
오랜만인 것 같아요.
 
4개월 만이던가요?
 
시몽 리브르:(오랜만에 사람이 바글거리는 곳에 있자니 얼른 바다로 떠나고 싶어진다.) 여기서 타면 되나?
 
고개를 끄덕이는 루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잠시 후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당신은 루이를 따라 기차에 몸을 싣습니다.
 
많은 관광객들이 수도와 8구역, 혹은 남쪽으로 모이는 탓에
 
11구역으로 향하는 기차엔 많은 사람이 타고 있지 않습니다.
 
시몽 리브르:(자리에 앉아 한숨 돌린다.) 노트르담에서 내리면 되겠군.
 
루이 뒤모레:바다로 가려면 예언의 탑 역이 더 가까워요. (짧게 대꾸하고는 눈을 감는다) 오랜만에 사람들을 많이 봤더니 너무 피곤하네요...
 
시몽 리브르:(모자로 가려진 둥그런 머리를 가볍게 두드려준다.)
 
그렇게 10분 정도를 달리다 보면...
 
안내방송과 함께, 당신은 예언의 탑 역에 도착합니다.
 
당신과 루이, 그리고 정장을 입은 사람 일부가 내립니다.
 
출구를 따라 나오면 보이는 것은 [ 공원 ]과 [ 해변가로 가는 길 ]입니다.
 
저 멀리서부터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루이 뒤모레:(해변 쪽으로 시몽을 잡아 끈다) 이쪽으로 오세요.
 
시몽 리브르:(숨을 크게 들이쉬어 짠 바람을 마신다.) 좋은데.
 
당신은 루이와 함께 해변으로 향합니다.
 
해변에는 당신과 루이처럼 인파를 피해서 온듯한 관광객이 소수 있고
 
저 멀리로 [ 낡은 교회 ]가 하나 보입니다.
 
시몽 리브르:(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을 따라 걷는다. 기분이 좋아 보인다.)
 
루이 뒤모레:(시몽의 옆에서 나란히 걷는다) 정말 바닷가에 한 번도 안 와봤어요?
 
시몽 리브르:세상엔 그런 사람도 있어. (잔잔하게 파도가 치는 바다나 멀리 보이는 공원을 둘러보며 걷다가) 아. 뭐라고 하려는 건 아니고.
너는 언제 가봤지? 가족여행?
 
루이 뒤모레:열 세살 때인가...? 여기에 오기 전까지는 저도 와본 적이 없어요. 어떤 연구원이 처음 데려와줬죠.
 
시몽 리브르:원래 못 나가는 거 아냐? 어떻게?
 
루이 뒤모레:타이머들이 365일 내내 DOT에 갇혀 살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럼 진작 반란이 일어났을걸요. (피식 웃고는) 보호자가 있으면 어린 타이머들도 나갈 수 있어요. 가끔은 DOT에서 소풍도 보내주고.
 
시몽 리브르:(눈을 깜빡인다.) 몰랐어. 네가 가고 싶다고 한 거야?
 
루이 뒤모레:아뇨. 제가 하도 본부에만 처박혀 있으니까 누가 좀 나가라고 하더라고요.
 
시몽 리브르:어릴 때부터 방을 좋아했군.
그래서 어땠어?
 
루이 뒤모레:무섭긴 했는데 좋았어요. 겨울이라 수영을 해보진 못했지만... 건물이 없으니 해 지는 게 더 예쁘더라고요. 4구역엔 빌딩밖에 없는데. (작게 투덜거리고는) 리브르 씨는 어때요?
 
시몽 리브르:해 지는 걸 볼 시간이 있으면 좋을 텐데. 나는... 좋아. 하루종일 있어도 괜찮을 것 같군.
 
루이 뒤모레:흠. (휴대폰을 켜 시간을 확인하고는)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8시까지만 가면 되니까요.
 
시몽 리브르:그래? (화색이 돈다.) 좋아. 저쪽도 가보자. (교회쪽으로 걸어간다.)
 
루이 뒤모레:(시몽을 따라가며) 신을 믿으세요?
 
시몽 리브르:그다지? 건물은 멋지잖아.
 
루이 뒤모레:(고개를 끄덕인다) 그럴 것 같았어요.
 
당신과 루이는 교회로 향합니다.
 
교회는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곳인 듯, 드나드는 이가 거의 없습니다.
 
당신은 먼지가 가득한 나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해 떨어지는 오색찬란한 빛이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먼지 냄새가 묻어나지만, 기도를 올리는 데 장소는 중요치 않죠.
 
내부에는 두어 명의 사람들이 기도를 드리고 있어요.
 
완전히 잊혀진 곳은 아닌 모양입니다.
 
그렇게 교회 안으로 들어서면...
 
시몽 리브르: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어디선가 들려온 애절한 목소리가 당신의 귓가에 닿습니다.
 
루이는 목소리를 듣지 못한 듯, 평온한 표정입니다.
 
누구의 목소리일까요?
 
시몽 리브르:(일생동안 겪을 신비한 체험을 요 몇달 간 몰아서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목소리가 타이머들이 아니라 내게 들리는 걸까? 코를 찡긋거리며 안쪽을 둘러본다.)
 
내부는 평범합니다.
 
장의자들과 [ 낡은 단상 ]과 [ 스테인드글라스 ]가 전부인 것처럼 보입니다.
 
시몽 리브르:(스테인드글라스를 살펴본다.)
 
당신은 스테인드글라스를 향해 다가갑니다.
 
스테인드글라스는 신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 했었죠.
 
눈 앞에 놓인 것을 읽을 수 없는 이들을 위해서요.
 
그렇게 스테인드글라스를 바라보고 있자면...
 
왠지 기묘한 느낌이 듭니다.
 
시몽 리브르: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시몽 리브르: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멀리서부터 거대한 굉음이 들립니다.
 
세계가 무너지고, 하늘이 찢어지며
 
건물이 붕괴하고, 사람들이 비명지르는,
 
밤하늘에 수놓인 별이 수없이 추락하는
 
요란하고 끔찍한 소리입니다.
 
요란한 소리에 놀란 것도 잠시,
 
다시 정신을 차리면 교회 내부는 고요하기만 합니다.
 
마치 당신이 꿈이라도 꾼 것처럼요.
 
시몽 리브르:(잠시 혼란스럽게 주위를 둘러보다가 시선을 올린다. 그래서 스테인드글라스에는 어떤 그림이 있는 거지?)
 
당신도 익히 알고 있는, 세계의 기원에 대한 그림입니다.
 
각 손에 일곱 개의 손가락을 지닌 신이 자신의 손가락을 꺾어
 
세계를 창조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시몽 리브르:(창문들을 지나 단상으로 올라간다.)
 
단상 위에는 낡은 잡동사니들과...
 
인형을 들고 있는 소녀 한 명이 있습니다.
 
 
소녀: (인형을 가지고 놀다가, 인기척에 고개를 든다) 안녕!
 
시몽 리브르:안녕? ...놀러왔니?
 
 
소녀: 아빠를 만나러 왔는데... 겸사겸사 놀러 온 거죠. 아빠가 수도에서 일하시거든요. (빨간머리 인형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오빠는?
 
시몽 리브르:나도 놀러왔어. 수도에서 일하게 됐거든. 아빠는 만났어?
 
 
소녀: (고개를 저으며) 아직이요. 이따가 만나러 갈 거예요.
(시몽을 빤히 바라보다가 어느새 구석에서 기도하고 있는 루이를 향해 시선을 돌린다) 저 오빠랑 같이 왔던데, 친구예요?
 
시몽 리브르:눈이 좋은데? 맞아. 재밌는 녀석이지.
너는 누구랑 왔어?
 
 
소녀: 당연히 엄마랑 왔죠! 여기까지 혼자 왔겠어요? (웃음을 터뜨린다)
저 오빠 타이머 맞죠?
 
시몽 리브르:(같이 웃는다.) 타이머가 친구면 얼마나 재밌겠어. 한번 그래봤으면 좋겠네.
 
 
소녀: 거짓말... 타이머 맞으면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다) 난 오빠들이 누구인지 벌써 다 알고 있어요!
 
시몽 리브르:나도 아는 거야? (웃으면서 팔짱을 낀다.)
 
 
소녀: 당연하죠! 저 오빠는 타이머고, (루이를 눈짓으로 가리키다가, 고개를 돌려 시몽을 바라본다) 오빠는 태어나서는 안 될......
 
 
소녀의 엄마: 아리아! (허겁지겁 달려와서는 소녀의 손을 붙든다) 여기서는 떠들지 말라고 했잖아!
 
 
소녀: 하지만 여기...
 
 
소녀의 엄마: 쉿! (엄한 표정으로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댄다) 사람들 기도하는 거 안 보여?
죄송해요. 애가 아직 어려서... (시몽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아이를 끌고 교회를 나선다)
 
사람도 별로 없는데...
 
아무튼, 정말 이상한 소녀예요.
 
시몽 리브르:(어안이 벙벙한 채 남겨진다. 방금 신의 전령이라도 만난 건가 싶은데, 영 허황된 추측도 아닌 것 같다. 소녀의 뒷모습을 응시하다가 여전히 기도 중인 루이에게로 가서 옆에 앉는다.)
 
루이 뒤모레:(실눈을 뜬 채 고개를 돌린다. 시몽인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눈을 감는다)
 
시몽 리브르:뭘 그렇게 열심히 기도해?
 
루이 뒤모레:(여전히 눈을 감고 있다. 두 손은 깍지를 낀 채다) 뻔한 것들이죠, 뭐. 평화롭게 살다 죽게 해주세요, 일찍 안 죽게 해주세요, 행복하게 해주세요... 이런 것들이요.
 
시몽 리브르:뭐 그런 걸 빌어. (작게 쿡쿡거리다 어깨를 감싸고 흔든다.) 나가자.
 
루이 뒤모레:리브르 씨는 소원도 없어요? 아까 이미 빌어서 그런가. (시몽의 팔을 털어내고는, 눈을 감은 채로 몇 분간 더 앉아 있는다) ...이제 가요.
 
시몽 리브르:(눈 감고 쉬고 있다가 끄덕이고 일어난다.) 네가 기도하던 사이에 난 영적인 현상을 좀 겪었어.
 
루이 뒤모레:(교회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영적인 현상이요? 귀신이라도 봤어요?
 
시몽 리브르:신의 목소리 같은 게 들리던데. 왜, 전에도 계속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고 했잖아... ...안 했나? 아무튼.
 
루이 뒤모레:안 하신 것 같은데요. (말없이 시몽을 응시하다가) ...로랑한테 말하면 정신과 의사를 불러줄지도 몰라요.
 
시몽 리브르:(고개를 저으며) 아냐. 세상이 멸망할 거라더라. 11시 카운터도 그랬잖아.
 
루이 뒤모레:하지만 대령님은 세상이 망하지 않을 거라고 하셨는걸요... (여전히 믿지 않는 눈치다. 그러나 가볍게 넘길 수 있을만한 예언도 아니었다. 돌아가면 하인리히에게 보고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시몽의 팔을 잡고 해변가로 이끈다) 해 지는 거나 보러 가요. 세상이 당장 망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시몽 리브르:아니, 당장 오늘 밤에라도... (말을 흐리며 따라간다. 지금 해서 답이 나오는 문제도 아니었다.)
 
루이와 함께 언덕길을 내려갑니다.
 
파도소리가 점차 커져가고,
 
어느새 하늘은 붉은 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자색과 붉은 색으로 가득찬 하늘은 마치...
 
세상의 끝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해변에는 벌써 몇 명의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루이 뒤모레:(대충 눈에 보이는 바위에 걸터앉는다. 그리고는 앉으라는 듯 옆자리를 툭툭 친다)
 
시몽 리브르:(옆에 앉는다.) 내일 비가 오려나.
 
루이 뒤모레:비가 왜 와요?
 
시몽 리브르:노을이 멋지면 다음날 비가 와. ...멋지네.
전에 왔을 때도 봤어?
 
루이 뒤모레:전에는 거의 회색이었는데... 오늘은 색깔이 예쁘네요. 건물이 없어서 더요.
 
시몽 리브르:그러게. 복귀하기 싫어졌어. 몇 시까지 가야 하지?
 
작은 목소리로 대꾸한 루이는 후드티의 주머니를 뒤적거리기 시작합니다.
 
루이 뒤모레:아마 여덟 시였던 것 같아요... (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반쯤 구겨진 흰색 종이 몇 장을 꺼낸다. 구겨진 종이를 보고는 실망한 표정을 짓는다) 이런.
 
시몽 리브르:음?
 
루이 뒤모레:원래 코마니 호수에 띄우려고 했던 건데, 못 갔으니까 바다에라도 띄워 보려고요.
 
그렇게 대꾸한 루이는 종이 한 장을 집어 무언가를 접기 시작합니다.
 
시몽 리브르:거기에 뭘 띄우는데? (뭘 접나 구경한다.)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루이 뒤모레:아무리 일반인이라지만 도밍게즈에 대해 그렇게 몰라도 되는 거예요? (장난스러운 어투로 타박한다) 원래 축제날에는 종이꽃을 접어서 호수에 띄우는 게 도밍게즈의 전통이에요.
 
언젠가 인터넷에서 읽었던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전통축제 TOP 5... 뭐, 그런 제목의 기사였던 것도 같습니다.
 
시몽 리브르:그러는 넌 바티칸에서 축일마다 어떤 의식을 거행하는지 알아?
 
코마니 호수는 도밍게즈를 찾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축제날이 되면 수면이 까맣게 변하기 때문이죠.
 
1년 356일 중 단 이틀동안요!
 
바닥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색을 띠는 호수는, 물감을 탄 것이 아닌데도 칠흑처럼 어둡습니다.
 
아직까지 그 누구도 이유를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것이 그저 신의 섭리라고 여깁니다.
 
13구역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하지만 사람들의 두려움도 근거 없는 두려움은 아닐테죠.
 
검게 물든 호수에 빠지면 살아 돌아올 수 없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보안관이 항상 주시하고 있는 탓에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지만요.
 
축제 전야부터 호수에서는 매년 추모식이 거행됩니다.
 
타이머들의 이른 죽음을 안타깝게 여기며, 손수 접은 종이꽃을 호수에 띄우는 의식입니다.
 
이번엔 그 의식을 함께할 수 없을 테지만요.
 
시몽 리브르:그런데 그게 종이꽃이야?
 
루이 뒤모레:바티칸이요? 당연히 모르죠. ...그리고 이건 당연히 종이꽃이죠. 왜요? (종이꽃을 자랑스럽게 들어보인다)
손놀림
기준치: 10/5/2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시몽 리브르:음...
그래.
바다에 놓아줘.
 
루이 뒤모레:몇 개 더 접어야죠. (시몽에게도 종이 두 장을 건네준다) 리브르 씨도 접어보세요. 어차피 이제 평생 도밍게즈에서 살 텐데, 익숙해지면 좋잖아요.
 
시몽 리브르:종이접기를 해본 적은 없지만 너보단 잘 접을걸. (피식 웃으며 꽃모양처럼 접는다.)
손놀림
기준치: 10/5/2
굴림: 53
판정결과: 실패
(버리고 다른 종이로 시도한다.)
손놀림
기준치: 10/5/2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꽃... 인가?
 
루이의 꽃도, 당신의 꽃도
 
동그랗다는 점에서는 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루이 뒤모레:모양이 뭐가 중요해요. 마음이 중요하지. (웃음을 터뜨리고는, 꽃을 몇 개 더 접어 자리에서 일어난다)
 
시몽 리브르:(루이를 따라 얕은 파도가 치는 해변 앞에 선다.) 그냥 띄워보내면 다시 돌아올 텐데.
 
루이 뒤모레:유리병에라도 넣어서 던질까요?
 
시몽 리브르:그런 게 있어?
 
루이 뒤모레:찾아봐야죠.
 
시몽 리브르:차라리 던지는 게 빠르겠어. 기리는 마음만 있으면 던지나, 띄우나... (말을 마치고 야구하는 것처럼 바다를 향해 종이꽃을 멀리 던진다.)
 
시몽 리브르:
근력
기준치: 55/27/11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
 
당신이 던진 종이꽃이 멀리멀리...
 
아주 멀리 날아갑니다.
 
루이 뒤모레:이정도면 종이비행기 아니에요?
 
시몽 리브르:(경기장 밖으로 날아가는 야구공마냥 쳐다보다 웃는다.) 이것 봐. 기리는 마음이 중요하다니까.
 
루이 뒤모레:(시몽이 던지는 걸 보고 힘을 얻었는지, 역시 힘껏 던져본다)
근력
기준치: 45/22/9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시몽 리브르:(박수 쳐준다.)
 
루이 뒤모레:(하지 말라는 듯, 팔꿈치로 시몽의 옆구리를 푹 찌른다)
 
시몽 리브르:(옆구리 문질문질.)
 
루이 뒤모레:이제 가요. 사람들이 기다리겠어요.
 
시몽 리브르:그래. (남은 종이꽃들은 파도가 치는 경계에 두고 손을 탁탁 턴다.) 너는 안에 있으나 밖으로 나오나 비슷하네.
 
루이 뒤모레:뭐가요?
 
시몽 리브르:별로 안 들떠 보인다고. 오랜만의 외출 아냐?
 
루이 뒤모레:그건 그렇죠.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지만 외출한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나와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시몽 리브르:기분이 좋잖아. (괜히 모자 쓴 루이의 머리를 꾹 누르고 발걸음을 옮긴다.)
 
루이 뒤모레:기분이 어떻게 좋은데요?
 
시몽 리브르:무슨 소리야?
 
루이 뒤모레:외출하면 기분이 좋다면서요.
 
시몽 리브르:갇혀 있다가 나오는 거잖아? ...하긴, 넌 방에 있는 걸 더 좋아하는군.
 
루이 뒤모레:당연하죠. (고개를 끄덕이고는) 리브르 씨는 돌아다니는 걸 더 좋아하나 보네요.
 
시몽 리브르:그렇다기보단 나와 있는 걸 좋아하지. 좀 달라.
 
루이 뒤모레:그럼 조금만 기다려요. 곧 있으면 외출도 자유니까요.
 
시몽 리브르:(어깨를 으쓱이고 걸어간다.)
 
당신과 루이는 다시 역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시계를 확인하면, 저녁 8시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짧은 휴가는 어땠나요?
 
즐거웠나요?
 
행복했나요, 혹은 설렜나요?
 
당신이 어떤 시간을 보냈든,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
 
......
 
시곗바늘이 비스듬하게 고개를 기울인 시간,
 
모든 타이머와 카운터들이 로비에 모였습니다.
 
눈대중으로 인원을 헤아린 리슬러가 서류철에 무언가를 적고...
타이머 전은 내일, 축제 둘째날에 정식으로 개장합니다.
오늘 제군들에게 먼저 시간을 내준 것은 정식 개장 후 방문하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죠. 꽤 많은 사람이 몰려오리라고 예상 중인데... 뭐, 알다시피 이런 곳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은 여러분에게 위험하잖습니까? 어떤 의미로든.
전에는 웬 놈이 담을 넘어서 들어오려고 했던 적도 있었죠. 카운터 제군들은 모르겠지만.
공식 일정이라고 써있긴 해도 단순한 견학이니 가볍게 다녀오면 됩니다. DOT의 군인이 아닌 개인으로서. 알겠죠?
 
리슬러가 몸을 비키면 문이 열립니다.
 
문 너머에는 하인리히와 연구원, 그리고 군인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들은 타이머와 카운터들을 데리고 어딘가로 향합니다.
 
......
 
......
 
전시관은 DOT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설립되었습니다.
 
걸어서 DOT의 대문을 넘는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검은 철창을 넘고, 언덕을 따라 내려가면...
 
사람들의 시선이 쏠립니다.
 
선명한 시선들이 따라옵니다.
 
애정, 호의......
 
온갖 곱고 귀한 것들을 모아 가루를 낸 것처럼
 
부드럽고 열정적인 시선들이요.
 
그리고 그들의 시선이 남색 모자를 쓴 카운터들에게 항하면...
 
군데군데서 의문스러운 목소리들이 들려옵니다.
 
타이머와 색만 다른 교복을 입고 있는 존재들이 이질적이게 느껴지는 모양이죠.
 
시몽 리브르:
기준치: 49/24/9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누군가 당신의 옷자락을 잡아챕니다!
 
 
타이머 코스프레를 한 아이: 오, 오, 오빠!
 
아이는 마치 타이머의 교복과 비슷한 옷을 입고 있어요.
 
당신의 시선이 아이에게 향하면...
 
비슷한 복장을 한 몇 명의 아이들이 잔뜩 긴장한 채, 당신에게 장미다발을 내밉니다.
 
당신이 받아주기를 바라면서요!
 
루이도 비슷한 상황인 것처럼 보이는군요.
 
어떻게 할까요?
 
시몽 리브르:(눈썹을 내리고 미안한 듯 지나간다.) 미안. 받을 수가 없어.
 
 
타이머 코스프레를 한 아이: 왜요? (울상을 짓는다) 루이 오빠랑 파울로 오빠한테 전해주면 안 돼요?
 
시몽 리브르:...이번만이야? (찡긋거리며 꽃다발을 받아든다.)
 
 
타이머 코스프레를 한 아이: (화색이 된다) 꼭 전해주셔야 해요!
 
당신이 선물을 받아들면
 
누군가 총성을 울리기라도 한 것처럼, 사람들이 선물을 안겨주기 시작합니다!
 
아직 따듯한 애플파이, 빨간 풍선, 사탕 목걸이와 장미 수십 송이,
 
구름만큼 커다란 솜사탕이라거나, 치즈까지!
 
누구에게 전해달라느니, 누구에게 전해달라느니
 
귀가 아플 지경입니다.
 
누군가 당신에게 꽃 목걸이를 걸어주기도 하고
 
주위에선 환호성이 난무합니다.
 
살면서 이런 관심을 받아본 적이 있던가요?
 
그야말로 인산인해, 사람으로 이루어진 바다 속에 잠긴 것만 같아요!
 
언니, 오빠, 형, 누나, 저기요, 타이머님...
 
온갖 호칭이 난무합니다!
 
대답을 바라지 않는 일방적인 질문들과 호의가 꽃가루처럼 허공을 떠다닙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시선의 일부가 명확히 타이머의 곁에 있는 이들을,
 
당신을, 카운터를 향합니다!
 
웅성거림이 늘어나고, 누군가가 당신을 툭툭 쳤던 것 같기도 해요.
 
 
시민1: (시몽을 툭툭 치며) 자네는 누군가? 다음 대의 타이머?
 
 
시민2: 이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어떻게 타이머가 둘이야?
 
 
시민1: 그런데 비슷한 옷을 입고 있잖아?
 
대답, 대답, 대답...
 
의문섞인 시선들은 명확한 대답을 원하고 있습니다.
 
 
시민1: 에잇, 그럼 직접 물어보면 되지!
자네는 뭔가? 자네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 타이머와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데?
 
시몽 리브르:(선물을 떨어트리지 않고 걷느라 정신이 없다.) 마지막날 확인하십쇼!
 
 
라인하르트 리슬러:(시몽의 앞을 가로막으며) 잠시만요. 다음 장소로 이동 중이라 답변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리슬러가 사람들을 막고있는 사이, 어서 움직이는 게 좋겠어요.
 
타이머와 카운터들의 발걸음이 점차 빨라집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요?
 
어느새 당신은 전시관의 입구에 도착하고...
 
거대한 문이 쿵, 소리를 내며 닫히고 나면, 사람들의 소음도 멀어집니다.
 
 
라인하르트 리슬러:(시몽이 잔뜩 끌어안고 있는 선물더미를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쉰다) 받아주면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시몽 리브르:(바닥에 떨구듯 내려놓는다.) 그러게 말입니다. 왜 그러셨는지 완벽하게 이해했어요.
 
 
라인하르트 리슬러:됐습니다. 한두번 있는 일도 아니고. (한숨을 내쉬고는 앞서간다)
 
아직까지도 사람들의 환호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아요.
 
곳곳에서 타이머를 부르고, 외치고, 눈짓하고, 손짓하며 끌어당기던 그 장면들.
 
단순히 개인을 향해 꼳아지는 호감이라기엔 지나치게 두터웠던 그 광경은...
 
시몽 리브르: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무척 낯선 풍경이었죠!
 
당연한 일입니다.
 
처음 겪는 일이잖아요?
 
하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알 수 없는 기시감이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이상한 일이죠.
 
당신은 겨우 얼마 전에 DOT에 들어왔을 뿐인데 말이에요.
 
 
하인리히 베르너:(시몽의 어깨를 툭툭 치며) 어서 들어가지 않고 뭐 하는건가? 선물 감상이라도 하고 있었던 거야?
 
시몽 리브르:아, 네. 갑니다.
(선물더미를 흘끗 돌아보곤 전시관 안쪽으로 걸어간다.)
 
 
하인리히 베르너:선물이 너무 많은데... 설마 자네가 카운터라는 걸 흘리고 다닌 건 아니겠지?
 
시몽 리브르:설마요. (입술에 지퍼 닫는 시늉을 해보인다.)
 
뚜벅, 뚜벅...
 
수십 개의 발걸음 소리가 전시관을 울립니다.
 
 
관장: 본관과 비슷하게 생겼지요? 일부러 그렇게 지었습니다.
 
전시관은 DOT 본관을 그대로 본따 만든 것 같아요.
 
열린 문 너머로 들어서면 익숙한 로비가 보입니다.
 
흰 대리석이 깔린 바닥과 열두 개의 별자리가 그려진 남색 천장...
 
루이와 나란히 복도를 걷고 있자니 첫 만남 때가 떠오르는군요.
 
영문도 모른채 들어왔던 DOT, 설렘을 안고 걸었던 복도, 괜스레 뛰던 심장...
 
뒤에서 어른들이 느긋하게 따라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하인리히 베르너:잘 만들었군.
 
 
관장: 대령님께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이죠. 저희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하하...
 
시몽 리브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벽 좌우에는 섬세한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벽을 쭉 따라서 그려진 것은 열네 개의 기둥.
 
신의 손가락, 최초의 시곗바늘...
 
혹은 그 전부를 상징하는 기둥입니다.
 
왼쪽과 오른쪽에 그려진 그림은 마치 데칼코마니를 보는 것처럼 똑같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낮인가, 밤인가 하는 차이일까요?
 
왼쪽 복도에는 아침을 맞은 세계가,
 
오른쪽 복도에는 황혼을 넘어 저녁을 맞은 세계가 그려져 있습니다.
 
 
하인리히 베르너:이 그림은 세계와 시간을 상징한다네. 시간은 둘로 나뉘어져 있잖아?
 
당신이 벽에 시선을 두고 있으면, 하인리히가 아는 체를 합니다.
 
시몽 리브르:나뉘어 있습니까?
 
 
하인리히 베르너:낮과 밤이 있고, 과거와 미래가 있지. 자네와 루이처럼.
 
시몽 리브르:그런가요. (애매하게 미소 지으며 벽에서 시선을 돌린다.) 여긴 본관이랑 비슷하네요.
 
 
하인리히 베르너:타이머의 역사는 DOT의 역사와 공존하니까, 당연한 것 아니겠나? 돈을 많이 들였지. (크게 웃는다)
 
뒤이어 열 네개의 구역을 따라 그린 벽화들이 이어지고...
 
그 끝엔 전시관의 입구가 펼쳐집니다.
 
문은 총 세 개가 있군요.
 
 
하인리히 베르너:(손목시계를 힐끔 바라보고는) 자네들이 둘러보고 싶은 곳을 둘러보면 되네. 돌아갈 때가 되면 알려줄테니 부담 없이 즐기도록 하고.
 
세 개의 문에는 각각 패널이 붙어있습니다.
 
시몽 리브르:(루이에게 손짓하며) 어디부터 갈래?
 
루이 뒤모레:흠... (고민하는 듯 세 개의 문을 바라보다가) 순서대로 봐도 좋을 것 같고, 아니면 3전시관?
 
시몽 리브르:좋지. 거꾸로 보자고. (웃으며 3 전시관 문을 열어준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3전시관의 내부가 훤히 보입니다.
 
하나의 큰 방으로 이루어진 3전시관은 한눈에 모든 곳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다만, 천장이 무척 높아서 고개를 들어도 위를 다 볼 수 없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그중에 제일 눈에 띄는 것이라면……
 
전면의 [ 액자 ]들일까요.
 
시몽 리브르:(1대부터 지금까지인가? 왼쪽부터 살펴본다.)
 
흰 액자는 손바닥 두 개를 합친 크기입니다.
 
DOT가 생긴 이후로 태어난 타이머들,
 
그리고 DOT가 생기기 이전에 타이머로 확인된 이들.
 
타이머로 추정되는 먼 옛날의 존재들까지...
 
눈을 들어 세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많은 수였습니다.
 
여태까지 당신이 나고 자라며, 혹은 책과 영상을 통해 보았던 이들의 사진이
 
액자 속에 갇혀 있습니다.
 
근처에서 군인들이 묵념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하인리히 베르너:(어느새 시몽의 뒤로 다가온다) 이곳에는 타이머의 사진이 걸릴 예정일세. 죽은 이들을 잊지 않도록.
 
아래쪽의 빈 액자들에 시선이 닿습니다.
 
저 중에는 당신의 액자가 될 것도 있겠지요.
 
언제가 될까요?
 
평균 연령이 반백 살이라지만, 어디까지나 통계입니다.
 
사진 속에는 상당히 앳된……
 
또래의 얼굴도 여럿 보였습니다.
 
 
하인리히 베르너:역사시간에 많이 봤던 얼굴들 아닌가? 하하...
1대 타이머들은 남아있는 사진이 없어서 그림을 대신 걸어두었다네.
 
시몽 리브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액자들을 올려다봅니다.
 
빈 액자들, 유화로 그려진 초상화들, 그리고 낡은 흑백사진들...
 
그 뒤로 조악한 솜씨로 그려진 열 네개의 스케치가 보입니다.
 
2차대전에서 활약했던, 그리고 모두 단명한 것으로 알려진
 
DOT의 1대 타이머들입니다.
 
그 아래로는 다시 흑백사진이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컬러로 된 사진으로 바뀝니다.
 
시몽 리브르: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왠지, 기시감이 느껴집니다.
 
하인리히의 말대로 역사책에서 많이 본 얼굴들인 탓일까요?
 
왠지 아는 사람이 있는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듭니다.
 
 
하인리히 베르너:그나저나, 다른 아이들은 전부 1전시관으로 몰려가던데 자네는 여길 먼저 왔군?
옆방에도 한번 가보게. 노력을 아주 많이 들였으니까. 하하! (시몽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전시관을 나선다)
 
시몽 리브르:(베르너가 나가자 입꼬리를 내린다.) 여기 너 이전의 타이머도 있어.
 
루이 뒤모레:수업시간에 많이 봤어요. 본관에도 걸려 있는 사진들이고요.
여긴 사진 말고는 볼 게 없네요. (빈 공간을 둘러보며)
 
시몽 리브르:그러게. 천장만 쓸데없이 높고. (천장엔 뭐가 없나 올려다본다.)
 
샹들리에가 걸려있습니다.
 
시몽 리브르:(고전적이군. 루이를 툭툭 친다.) 넘어가자.
 
당신은 루이와 함께 2전시관으로 넘어갑니다.
 
3전시관과 달리, 내부는 어두컴컴하기 짝이 없습니다.
 
암실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요!
 
여러 개의 의자가 놓여 있고, 전면에는 커다란 스크린이 흘러 내렸습니다.
 
몇 명의 아이들이 앉아 스크린을 보며 깔깔대고 있습니다.
 
때마침 스크린에 나오는 영상은...
 
당신과 루이입니다.
 
당신과 루이가 처음 만났던 순간입니다.
 
...대체 언제 찍은거지?
 
뒤이어 3시 타이머와 카운터의 첫만남이 송출됩니다.
 
아이들이 깔깔대던 이유를 알겠군요.
 
당사자들만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시몽 리브르:(당황한 것도 잠시, 팔짱까지 끼고 실실거리며 구경한다.) 제법 새침했지.
 
루이 뒤모레:(팔꿈치로 시몽의 옆구리를 푹 찌른다) ...리브르 씨는 지금이랑 똑같았어요.
 
시몽 리브르: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민첩하게 방어하려고 했으나 경험이 부족했다.)
 
루이 뒤모레:(만족스러운 표정이다) 저런 쪽팔린 영상을 전 세계 사람들한테 보여줘야 한다니, 대령님한테 항의라도 해보세요.
 
시몽 리브르:난 재밌는데? (킥킥거리다) 그나마 정상적인 걸로 내보내서 다행이지, 안 그래?
 
루이 뒤모레:정상적이지 않은 게 뭐가 있었다고요?
 
시몽 리브르:훈련 영상이랍시고 어린애들끼리 손 잡고 뽀뽀를 남발하는 영상이라도 나와봐. 지금쯤 스크린이 벌써 망가져 있을걸.
 
루이 뒤모레: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건 그렇네요. 사람들한테 보여주기엔 좀 그렇죠?
(웃고 떠들고 있는 아이들을 잠시간 바라보다가, 문 밖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1전시관으로 갈까요?
 
시몽 리브르:'쌓여 온 역사'라더니 이게 끝이려고. (좀 더 지켜본다.)
 
첫만남 뒤에는 타이머와 카운터들이 수업을 듣는 영상, 그리고 일상을 보내는 영상 등이 송출됩니다.
 
훈련실에서의 영상도 교묘하게 편집되어 송출되고 있군요.
 
타이머와 카운터들이 능력을 쓰는 부분만 송출되고 있습니다.
 
DOT 곳곳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었죠.
 
전부 그 CCTV 영상을 편집한 것들입니다.
 
시몽 리브르:(이럴 거면 대놓고 찍지, 생각하다가 또 루이를 툭툭 친다.) 가자.
 
루이 뒤모레: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역사'라고 부를 게 있겠어요? (짧게 대꾸하고는 시몽을 따라간다)
 
당신과 루이는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시몽 리브르:대령님께서 거창한 게 좋으시다잖아.
(1전시관으로 들어간다.)
 
1전시관은 거대한 원형의 공간입니다.
 
벽을 따라 [ 열 두 개의 조각상 ]이 일정한 간격으로 서있고,
 
방의 한 가운데에는 [높은 탑]이 서있습니다.
 
시몽 리브르:(걸으면서 조각상들을 올려다본다.)
 
짙은 남색으로 칠해진 벽 앞에 서있는 조각상들은
 
새하얗습니다.
 
두 명의 사람이 한 쌍을 이루고 있는 조각이 총 열 두개.
 
섬세하게 조각된 조각은 마치...
 
진짜 사람같습니다.
 
시몽 리브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시몽 리브르: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조각상을 살펴봅니다.
 
그런데 이 조각...
 
대체 뭘로 만들어진 걸까요?
 
당신의 직감이 말하고 있습니다.
 
시몽 리브르:(의아하게 바라보다가 슬쩍 만져본다.)
 
평범한 대리석처럼 차갑습니다.
 
어쩌면 당신의 직감이 틀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시몽 리브르:루이. 이건 대리석인가?
 
루이 뒤모레:...당연히 대리석이겠죠? (의아한 듯 되묻고는) 물어볼까요?
 
시몽 리브르:아냐, 됐어. (고개를 젓고 높은 탑으로 걸어간다.)
 
당신은 [ 높은 탑 ]을 향해 걸어갑니다.
 
새하얀 탑은 조각들과 같은 재질인 것처럼 보입니다.
 
단면은 사각형이고,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어져 끝은 피라미드꼴입니다.
 
분명 오벨리스크처럼 생겼군요.
 
시몽 리브르:(새겨진 건 없나? 탑 주위를 빙 돈다.)
 
시몽 리브르: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무언가가 새겨져 있지만, 생긴 것으로 봐서는 분명 그리스어입니다.
 
시몽 리브르:
언어(그리스어) Roll
기준치: 1/0/0
굴림: 12
판정결과: 실패
(당연히 감도 안 온다.)
 
음각으로 새겨진 그리스어들은 도통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글자를 관찰하고 있으면 조명이 바뀌고
 
오벨리스크의 그림자가 일정 각도 아래로 이동합니다.
 
오벨리스크의 그림자가 바닥으로 드리우면, 그것은 꼭 시침 같습니다.
 
조각상들은 그것을 중심으로
 
각자의 시간에 맞게 제자리를 지키고 서 있습니다.
 
제1시의 타이머와 카운터를 상징하는, 유리구슬이 쏟아진 바다에 선 조각상.
 
제2시의 타이머와 카운터를 상징하는, 불붙지 않은 성화에 화살을 겨눈 조각상.
 
제3시의 타이머와 카운터를 상징하는, 세계수라 부를 법한 커다란 고목 아래 선 조각상과...
 
제4시의 타이머와 카운터를 상징하는, 번개를 쥐고 휘 두르는 조각상.
 
제5시의 타이머와 카운터를 상징하는, 얼음처럼 투명한 유리 속에 갇힌 조각상이라든가
 
제6시의 타이머와 카운터를 상징하는, 발아래 온 갖 동물을 거느린 조각상......
 
세어보면 정확히 열 두개.
 
당신이 방금 구경했던 조각은 오벨리스크를 중심으로, 시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시작과 끝이 없는 불완전한 조각상들이 서있습니다.
 
새하얀 그 조각들의 얼굴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생동감이 넘칩니다.
 
그것의 얼굴은 마치...
 
시몽 리브르: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누군가를 닮은 것 같은데, 그게 누구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루이 뒤모레:생각보다 별 건 없네요. 사람들이 안 올 것 같은데... (전시관을 돌아다니며 중얼거린다)
 
시몽 리브르:전세계인 중에 그나마 우리가 가장 재미를 느낄 것 같은데. (콧바람을 낸다.) 0시랑 13시는 속상하겠어.
 
루이 뒤모레:0시와 13시는 없는 시간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어쩔 수 없죠.
 
시몽 리브르:왜? 13시는 몰라도 0시는 있잖아.
처음 배울 때부터 이상했다니까.
 
루이 뒤모레:24시를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것도 결국 12시잖아요.
 
시몽 리브르:듣고 보니 그렇군. (빠르게 수긍한다.)
 
루이 뒤모레:(고개를 끄덕이고는 시몽의 소매를 잡아 끈다) 그럼 이만 나가요. 더 볼 것도 없는데.
 
시몽 리브르:(루이를 따라 전시관을 나간다.) 박물관이라기보단 기념관이라고 하는 게 낫겠어. 유품이라도 전시해놨나 했더니만.
 
루이 뒤모레:뭐, 다른 전시관이 또 있을수도 있죠. 본부에도 건물이 세 개 있잖아요.
 
당신은 루이와 함께 1전시관을 나갑니다.
 
그 때...
 
시몽 리브르:
기준치: 49/24/9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루이 뒤모레:
기준치: 50/25/10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은 무언가에 이마를 꽝! 부딪히고 맙니다!
 
루이 뒤모레:어? (당황한 표정으로 시몽을 살핀다) 리브르 씨? 괜찮으세요?
 
시몽 리브르:(주먹 쥔 손으로 이마를 꾹꾹 문지른다.) 뭐지?
 
당신이 입구 주변을 살피면...
 
입구 좌우로 태양과 달을 끌어안은 조각상이 나란히 서있습니다.
 
어찌나 반질반질하게 닦아놨는지, 지독하게 투명하군요.
 
마치 얼음 같아요!
 
제 0시, 13시의 타이머와 카운터를 상징하는 조각이 분명합니다.
 
0시와 13시는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라고 했던가요?
 
그럴싸한 연출이군요.
 
루이 뒤모레:앞을 잘 보고 다니셨어야죠. (시몽의 이마를 문질문질 문질러준다)
 
시몽 리브르:(입구 정중앙도 아니고... 벽에 세워둔 조각상에 부딪힌 건가? 믿을 수 없어 이마를 문지르며 조각상을 쳐다본다.) 어질어질하군.
 
루이 뒤모레:조각상이 안 깨져서 그나마 다행이네요. (시몽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이제 진짜 나가요.
 
시몽 리브르:그래...... (문질거리며 따라나간다.)
 
너무 세게 박은 탓에 멍이 들 것만 같습니다.
 
전시관을 모두 살피고 돌아 나오면...
 
시몽 리브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까는 미처 보지 못했던 문이 있습니다.
 
안내 데스크 옆에 딸린 은 특이하게도 아치 형태를 갖추고 있었는데,
 
철제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을 만큼 빼곡하게 장미가 덮여 있습니다.
 
새파란 장미가요.
 
죽음을 추모하는 것처럼
 
장미 향기가 전시관의 바닥으로 가라앉습니다.
 
저긴 또 뭘 전시해둔 곳일까요?
 
시몽 리브르:저기도 전시관인 것 같은데. (그대로 나가려는 루이를 쭉 당긴다.) 가보자.
 
루이 뒤모레:음? (아치를 바라보다가) 전시관이 또 있었나보네요?
 
당신과 루이는 아치문을 향해 걸음을 옮깁니다.
 
활짝 만개한 장미들은, 내일이면 시들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밤 내내 화려하게 피어있다가 찾아오는 사람들에겐 꽃잎을 떨구겠죠.
 
그렇게, 아치문 아래에 섰을 때였습니다.
 
하인리히가 당신과 루이를 부른 것은.
 
뒤를 돌아보면 하인리히와 리슬러, 군인들, 사무원들...
 
등의 일행들이 입구 근처에 서있는 것이 보입니다.
 
그곳으로 나가려는 것처럼.
 
시몽 리브르:전시를 아직 다 못 봐서요. (아치 문 안쪽을 가리킨다.)
 
 
하인리히 베르너:거긴 아무것도 없어. (손목시계를 힐끔 보고는) 이만 돌아갈 시간이야. 타이머는 아주 바쁘다고.
 
다시 벽을 돌아보면...
 
흰 벽이 시야를 가립니다.
 
새파란 장미도, 은색 아치도 없는 평범한 흰 벽이요.
 
시몽 리브르:(약간 당황해 흰 벽과 루이를 번갈아본다. 방금 못 봤냐는 듯한 눈이다.)
 
루이 뒤모레:...저도 봤어요. (소곤거린다)
 
이럴 리가 없는데…….
 
환각인가? 싶지만
 
8시의 타이머와 카운터도 영문을 모르는 얼굴입니다.
 
그러니까, 다른 타이머와 카운터들도 모두 그것을 목격한 거예요.
 
단체로 미치기라도 한 걸까요?
 
 
하인리히 베르너:전시관이 아주 마음에 든 모양이지? 하지만 여기에서 살 수는 없어.
 
시몽 리브르:아, 예... (떨떠름하게 끄덕이며 입구로 걸어간다. 나중에 루이와 다시 이야기해봐야겠다고 생각한다.)
 
루이 뒤모레:리브르 씨. 대령님께 말씀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작은 목소리로)
 
시몽 리브르:나중에 해도 되겠지. (어깨를 으쓱이고 다른 타이머와 카운터들을 슬쩍 돌아본다.) 다른 녀석들도 본 모양이고.
 
루이 뒤모레:그래도 이상하잖아요? 타이머와 카운터만 볼 수 있는 문이라니...
 
시몽 리브르:글쎄... 하루종일 신의 계시를 들었더니 이상한 축에도 못 끼는 것 같은데. 다시 와보자고.
 
당신의 말을 듣고 주저하는 듯하던 루이는...
 
빠른 걸음으로 하인리히에게 다가갑니다.
 
루이가 무언가를 이야기하자 어른들은 당신이 서있는 방향을 얼떨떨한 얼굴로 바라봅니다.
 
그러나 딱히, 걱정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은 아니었습니다.
 
루이는 시무룩한 얼굴로 어른들을 따라 나섭니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에요.
 
당신도 발걸음을 돌립니다.
 
시몽 리브르:(어쩐지 시무룩한 어깨를 감싼다.) 반응이 별로인가 봐?
 
루이 뒤모레:다 잘못 본 거라고 하잖아요? (억울한 듯 시몽을 흘겨본다) 좀 도와주지 그랬어요.
 
시몽 리브르:(아이 어르듯 토닥거린다.) 그러게 다시 와보자니까.
 
루이 뒤모레:...그래요, 그럼. (입을 꾹 닫고는 발걸음을 옮긴다)
 
당신은 루이와 함께 전시관을 나섭니다.
 
걸음을 옮기는 내내
 
잊을 수 없는 장미 향기가 발목을 붙잡습니다.
 
타이머의 상징은 시간이건만, 이곳의 시간은 멈춘 듯했고
 
오히려 때 이른 장미만 만개했습니다.
 
여름도 뭣도 아닌 계절에 핀 장미는 그야말로 불가능한, 기적의 상징이었어요.
 
전시회를 벗어나 도로를 걷고
 
달에서 멀어지는 동안,
 
때마침 광장의 시계탑이 정각을 알리며 울어댑니다.
 
밤이 깊어 하늘은 어두컴컴합니다.
 
그리고...
 
시몽 리브르: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
 
......
 
전시관을 나오면, 축제가 한창입니다.
 
거리는 떠들썩하게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하늘은 구름과 흰 새, 손수건과 종이 가루 따위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고
 
타이머의 교복, 제복과 비슷한 흰옷을 입은 사람이 유난히 많습니다.
 
희고 고운 색으로 점철된 세계란 어찌나 완벽한지요.
 
모든 것이 순조로운 듯 보였습니다.
 
그래, 날이 저물고 밤이 찾아올 때까지만 해도 꼭 그랬어요.
 
수도의 대광장에는 커다란 무대가 설치됐습니다.
 
매해 이맘때쯤이면 설치하고 철거하기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오르내리는 흰 차양이 비스듬하게 하늘을 가립니다.
 
가장 어두운 밤이 찾아오는 시간,
 
세상 모든 것들이 가라앉는 시간을 기다리며
 
객석에는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찼습니다.
 
어느 곳이랄 것 없이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지경입니다!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무대 뒤편에 서있는 당신에게도 확연히 들릴 정도였으니까요.
 
밤하늘의 별처럼 무수히 많은 존재가……
 
이 너머에서 당신과 루이를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타이머의 존재를 드러내고, 카운터의 존재를 증명하는 순간입니다.
 
사이좋은 파트너의 모습을 연출하라고 내내 요구받은
 
바로 그 순간이에요!
 
 
스태프: (시몽의 귀에 인이어를 걸어주며) 소리 잘 들려요?
 
시몽 리브르:예. (루이를 돌아본다) 퍼포먼스는 생각했어?
 
루이 뒤모레:아? (마이크를 확인하다가 시몽을 돌아본다. 충격받은 표정) ...아뇨. 완전 까먹고 있었어요.
 
인이어를 귀에 걸고, 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이런저런 상황을 살핀 스태프 하나가 당신과 루이에게 묻습니다.
 
 
스태프: 준비 됐나요? (타이머와 카운터들을 향해)
 
시몽 리브르:......(준비가 된 듯 안 된 듯 애매한 눈짓.)
 
 
스태프: 신호하면 제0시부터 순서대로 나오면 돼요. 두 사람이 함께 나와야 하고, 되도록 친밀해보이면 그림이 좋을 것 같네요. 무슨 뜻인지 알죠?
손이라도 잡고 나오면 더 좋고요.
 
시몽 리브르:결혼식 입장 정도면 좀 친밀해... (긴장해서 아무 말이나 주워섬기다가 입을 다문다.) 아 예. 손 좋죠.
 
 
스태프: 하하! (시몽의 말을 듣고는 웃음을 터뜨린다) 팔짱이라도 끼고 들어가요, 그럼.
 
시몽 리브르:(끄덕끄덕.)
 
카메라는 정중앙의 2번을 보라던가,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던가...
 
한참 무언가를 떠들던 그는 곧,
 
 
스태프: (무전기에 대고 대꾸한다) 네, 네. 준비 다 됐습니다.
 
누군가의 호출이 떨어졌다며, 잠시만 기다리라고 당부한 뒤 사라졌습니다.
 
무대 뒤편은 어수선하기 짝이 없습니다.
 
모두가 하나 같이, 이 화려한 쇼를 완벽하게 성공시키려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으니까요.
 
이곳에서만큼은 그 누구도 당신에게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시몽 리브르:어떻게 할 거야? (루이에게 다가가 급하게 속삭인다.) 파이어볼 같은 것도 쏠 수 있나?
 
그 어느 곳보다 타이머와 카운터를 위한 자리인데 말이에요.
 
루이 뒤모레:파이어볼이요? (어처구니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다) 어린애들이 좋아하긴 하겠네요. 저는 폭죽을 쏠 거예요. 리브르 씨는요?
 
시몽 리브르:폭죽이라. ...그럼 나는 그 위로 불로 용을 만들어서 쏠까? (답지 않게 불안해 보인다.) 될까, 그게?
 
루이 뒤모레:카운터인데 당연히 되겠죠. (하지만 역시 걱정되는 듯, 시몽의 어깨를 두드려준다) ...안되면 제가 용을 만들어 볼게요. 리브르 씨가 한 것처럼.
 
시몽 리브르:... 너랑 손을 겹치고 있어야겠어. 실패하면 같이 쏘는 것처럼 아래에서 받쳐줄게. (짧게 후, 숨을 쉬며 제자리에서 발을 몇 번 구른다.) 생각보다 떨리는군.
 
루이 뒤모레:(시몽을 바라보다가 작게 웃음을 터뜨린다. 그가 긴장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탓이다) 너무 걱정하지 마요. 리브르 씨는 카운터니까, 실수해도 사람들이 좋아할 거예요.
 
시몽 리브르:나를 오늘 처음 보는데? (긴장해서 웃음이 더 크게 터진다.)
 
루이 뒤모레:영웅이잖아요. 처음 보는 사람이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경험자로서 하는 말이니까 믿어도 돼요.
 
시몽 리브르:영웅은 너지.
그래... 새겨둘게.
 
시곗바늘이 움직이고
 
공연 시작인 10시까지는 채 3분이 남지 않았습니다.
 
무대로 올라가는 문을 통해 환한 조명이 떨어집니다.
 
시끌시끌한 소음이 가득한 곳에서, 곁에 선 사람의 존재감만이 뚜렷하게 느껴집니다.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는,
 
당신의 짝...
 
들뜨기 시작한, 혹은 긴장하기 시작한 호흡을 간신히 가다듬었을 때
 
 
스태프: (무대 뒤편을 향해 손짓한다) 자, 이제 시작합니다! 제0시 페어부터 올라오세요.
 
리슬러가 당부하는 소리도 들립니다.
 
 
라인하르트 리슬러:(시몽과 카운터들에게) 꼭 기억하세요. 사생활에 관련된 질문은 절대로 답변하면 안 됩니다. 제군들의 가족, 친구들의 신상이나 집주소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게 되기를 원치 않는다면.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겠죠?
 
고개를 끄덕인 자멜과 엘로이즈가 발걸음을 옮깁니다.
 
두 손을 꽉 붙든 채입니다.
 
 
사회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 올해는 특히 더 많은 분들이 도밍게즈를 찾아 주셨는데요...
 
사회자의 지루한 멘트가 이어지고
 
그 뒤로는, 제0시부터 순서대로 타이머와 카운터의 소개가 이어집니다.
 
타이머와 카운터가 어둠 밖으로 나서면 환호성은 더욱 커집니다.
 
사람들은 환호하고, 찬양하고, 기뻐합니다.
 
 
스태프: (무대를 보고 있다가, 뒤편을 향해 손짓한다) 2시, 루이 씨와 시몽 씨 올라가세요!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당신과 루이의 순서입니다.
 
루이 뒤모레:...갈까요? (주저하다가 손을 내민다)
 
시몽 리브르:(후, 짧게 숨을 내뱉고 손을 붙잡는다. 루이를 바라보며 끄덕인다. 환한 조명 아래로 나간다.)
 
당신과 루이는 손을 붙들고, 발걸음을 옮깁니다.
 
무대 위로 올라서면, 당장이라도 눈이 멀어버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로 숨 막힐 것 같은 광경이 펼쳐집니다.
 
발아래에 선 사람들의 수는 도저히 눈으로 헤아릴 수 없을 지경입니다.
 
오는 길에 겪었던 인파는 아이들 소꿉장난처럼 보일 정도로요.
 
마치 마법의 주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사람들은 루이의 이름을 외칩니다.
 
그중에는 종종 시몽을 향한 시선이 섞여 있기도 했습니다.
 
맞잡은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시몽 리브르: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다리가 떨리고 손안이 축축해지고 있지만...
 
그래도 참을만 합니다. 괜찮아요.
 
그때, 루이가 당신의 손을 끌어당깁니다.
 
당신과 루이는 손을 맞잡고
 
한 걸음, 두 걸음...
 
무대의 중앙으로 나아갑니다.
 
루이 뒤모레:(앞을 바라본 채로 작게 속삭인다) 지금 해야돼요.
초능력 Roll
기준치: 151.5/75/30
굴림: 77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렇게 속삭인 루이는 익숙한듯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가 양 팔을 벌리면, 손바닥 위에서 수십 개의 불꽃이 하늘 위로 날아갑니다.
 
그렇게 올라간 불꽃들은 마치 크리스마스의 폭죽처럼
 
하늘 위에서 큰 소리를 내며 터집니다!
 
시몽 리브르:
초능력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실제로 아무 일도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주먹을 한번 쥐었다가 펴서 손바닥을 하늘로 올린다...!)
초능력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도와달라는 눈빛!)
초능력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시몽 리브르:(불토네이도를... 용을... 쏘아올린다! 하늘로 날아간다!)
 
뭘 하는거지? 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당신에게 닿을 무렵...
 
시몽 리브르:(소용돌이처럼 구불구불 휘어지며!)
 
당신의 손에서 거대한 화염이 한 박자 늦게 솟아오릅니다!
 
시몽 리브르:(루이의 폭죽을 가르고! 마치 하나의 퍼포먼스인 것처럼!)
 
붉은 화염으로 만들어진 용이 루이의 푸른색 불꽃들을 가르고 나아갑니다.
 
사람들의 머리 위로 붉은 불씨가 떨어집니다.
 
어느새 관중석이 무대보다 더 밝아졌어요!
 
당신의 발 아래에 서있는 사람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생생합니다.
 
시간의 현신.
 
세계의 구원.
 
타이머와 카운터.
 
새로운 영웅의 존재에, 사람들은 모두 시선을 빼앗겼습니다.
 
당신과 루이가 모든 것을 끝낸 후에도 잠시간 침묵이 맴돌았습니다.
 
긴 침묵을 깬 것은, 무대 한 편에 비켜 서 있던 어떤 사람이었습니다.
 
 
사회자: 전 세계가 가장 사랑하는 타이머가 드디어 이 자리에 섰군요. 그리고 가장 사랑하게 될 카운터도요. 루이, 우리에게 직접 소개해주겠어요?
 
루이 뒤모레:(...제가요? 입모양으로 글자를 만들어 보이다가 얼떨결에 마이크를 넘겨받는다. 여전히 불편한 표정이다)
 
시몽 리브르:(뒷짐을 지고 서 루이를 쳐다본다.)
 
 
사회자: 물론이죠. 제가 이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대했는데요! (생글생글 웃으며) 당연히 루이 군이 소개 해주셔야 하지 않겠어요?
 
루이 뒤모레:(당황스러운 표정을 겨우 갈무리한 채, 마이크에 대고 입을 연다) ...그러니까, 제 파트너인 시몽 리브르씨는... (시몽을 힐끔 바라보며) ...저와 같은 능력을 공유하고 있는 카운터예요. 본질적으로 타이머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죠.
 
 
사회자: 네. 루이 군이 말한 것처럼, 그리고 앞서 만났던 다른 카운터들처럼, 시몽 리브르 씨역시 타이머의 곁에서 세상을 함께 구원할 구원자라고 합니다! (대본을 확인하며) DOT는 이분들을 카운터라고 부르기로 했다는데요...
 
사회자는 DOT의 진부한 대본을 아주 그럴싸하게 연기합니다.
 
새로운 구원자.
 
타이머의 파트너.
 
시간이 선택한 또 다른 증명.
 
당신의 능력을 두 눈으로 보고, 카운터의 존재를 실감한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멍청하게 입을 벌린 채 무대 위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객석이 술렁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구원자라는 말에 눈을 홉뜨고 숨을 들이켜기도 했어요.
 
세계 멸망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모두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으니까.
 
으려 해도 잊을 수 없고, 무시하려 해도 무시할 수 없으며……
 
빼내기엔 너무 두려운.
 
당신은 그런 세계 멸망의 징조를, 정확하게 깨부수는 존재인걸요.
 
루이를 연호하던 외침 사이에 당신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섞여들었습니다.
 
태초부터 두 사람이 짝이었던 것처럼, 그렇게.
 
누구도 그 존재에 의문을 표하거나 반감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카운터의 존재를 실감하는 것도 잠시, 사회자는 익숙하게 다음의 순서를 진행합니다.
 
 
사회자:DOT의 말로는 타이머와 카운터는 서로 선택받은 운명이라던데, 처음 만났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특별한 무언가가 느껴졌나요?
 
루이 뒤모레:
기준치: 50/25/10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시몽 리브르:
기준치: 49/24/9
굴림: 2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번엔 사회자의 시선이 당신을 향합니다.
 
그리고 루이가 마이크를 내던지듯 당신에게 넘깁니다.
 
시몽 리브르:(건네받고 씩 웃는다.) 타지에서 외롭게 생활하다가 어느날 누가 문을 두드렸는데, 나가 보니 가족들이 문 앞에 서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 정도로 애틋한 첫만남이었네요.
(말하며 루이를 바라보다가, 말이 끝나는 동시에) 루이 씨는? (그리고 마이크를 넘긴다.)
 
루이 뒤모레:아, 저요. (얼떨결에 마이크를 건네받고 다시 얼음이 된다) 사실 저희 타이머들은 당일에 통보를 받아서... 긴장을 많이 해서 정확한 게 기억나지는 않아요. (어색하게 웃는다) 하지만 뭔가 동질감 같은 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인데도요.
 
 
사회자:어머, 이렇게 중요한걸 당일에 통보 받았다고요? (과장되게 놀란 얼굴을 한다) 하지만 카운터의 존재는 DOT에서도 소수만 알고 있는 극비사항이었다고 했으니, 그럴 수도 있었을 것 같네요.
시몽 군은 카운터가 됐을 때 상당히 놀랐겠어요. 어떻게 능력을 자각했는지,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모두 궁금해하죠. 짧게라도 이야기를 들려주겠어요?
 
시몽 리브르:(마이크를 가져온다.) 엄청 놀랐죠. 상상도 못하실 걸요.
저는 화장실에 있었어요. 담배를 좀 피우고 싶었는데, 집에서 피우면 안 됐거든요. 그래서 양치나 하려고 화장실에 가서 칫솔을 들었죠. 담배 생각이 계속 났어요. 그 순간 갑자기 칫솔이 활활 타오르는 겁니다!
(잠시 하하 웃는다) 우습죠. 정말 놀랐습니다.
 
 
사회자:칫솔이 다 녹아버렸겠네요? (엄청난 개그를 들은 것처럼 깔깔댄다) 아주 훌륭한 가운터로군요.
(대본을 한 장 넘기고는) 그럼, 파트너로서 루이는 몇 점인가요? 베르너 대령님께서 루이 군의 성격을 못마땅해 한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영웅이 왜 그렇게 소심하냐며 악플을 다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한때는 영웅의 자질에 대해 인터넷에서 뜨거운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었죠.
 
시몽 리브르:오, 질문이 날카로운데요. 앞으로 더 쌓아가야 하니 10점을 남겨두고 90점 주겠습니다. 만족하시나요, 루이 씨?
 
루이 뒤모레:...90점이나 주실 줄은 몰랐어요.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겨우 웃음을 쥐어 짠다)
 
 
사회자: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셨군요! 하하, 그럼 애인으로서 루이 군은 몇 점일 것 같아요? (장난스러운 어투로)
 
시몽 리브르:성격이 아주 친절하시네요. 1점 추가됐어요. ...예?
 
 
사회자:그리고 루이 군은요? 시몽 군에게 점수를 준다면?
이런, 제 질문이 너무 어려웠을까요? (웃음을 크게 터뜨린다) 애인으로서 루이 군은 몇 점일 것 같나요?
 
시몽 리브르:글쎄요... 먼저 대답해주시죠? (루이에게 마이크를 넘기고 싱글생글 웃으며 바라본다.)
 
 
사회자:그래요. 이번엔 루이 군이 먼저 대답해볼까요? (같이 웃는다)
 
루이 뒤모레:아직 몇 달 밖에 못봤지만... 리브르 씨는 100점 만점에 85점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사회자를 보며 웃는다)
 
시몽 리브르:왜 80점도 90점도 아니고 85점이죠?
 
 
사회자:그래요. 왜죠? 여러분도 궁금하시죠? (이번엔 관중석을 향해 외친다)
 
관중석에서 긍정하는 소리가 터져나옵니다!
 
루이 뒤모레:80점은 낮은 것 같고, 또 90점은 높은 것 같아서요...? (장난스레 웃고는) 리브르씨는 똑똑하고, 사람들과도 잘 지내고, 무엇보다 친절하신 것 같아요. 전엔 도서관에서 저한테 무릎도 빌려주셨거든요. 그래서... 85점입니다. (어색하게 미소지으며 마이크를 시몽에게 넘긴다)
 
 
사회자:어머, 도서관에서요? 사람들이 없는 시간이었나보죠? (짓궂은 표정으로 되묻고는) 이제 시몽 군이 답해주실 차례군요!
 
시몽 리브르:여지를 남겨두셨군요. 저는 그럼... (루이를 빤히.) 몇 점 드릴까요?
 
루이 뒤모레:50점만 넘겼으면 좋겠네요. (관중석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시몽 리브르:그럼 50점 드리겠습니다.
 
루이 뒤모레:... (시몽을 흘겨본다)
 
 
사회자:50점! 처음 나오는 점수예요! (깔깔 웃으며) 그 이유가 뭐죠? 시몽 군?
 
시몽 리브르:처음인가요? (크게 웃는다.) 애태우는 걸 좋아하거든요.
 
 
사회자:그래도 목표는 이뤘잖아요? 힘 내세요. 세상엔 루이 군에게 100점을 줄 사람들이 한가득이니까요. (루이를 위로하듯 말을 건넨다)
(시간을 힐끔 확인하고는) 이런, 아쉽지만 이젠 다음 페어를 만나볼 시간이네요. 오늘 만나서 즐거웠어요 루이 군, 그리고 시몽 군.
 
시몽 리브르:또 봐요. (웃으며 루이의 등을 두드린다. '가자' 입모양으로 말하고 들어간다.)
 
그렇게 전쟁같던 순간이 지나고
 
루이와 당신은 무대 뒤쪽으로 돌아옵니다.
 
계단을 내려오는 내내 다리가 후들거렸다면, 그건 긴장이 풀렸기 때문이겠죠.
 
무대 뒤편에 내려오자 스태프가 의자와 마실 것을 갖다 줍니다.
 
 
스태프: (시몽에게 음료수 한 병을 건네며) 수고했어요.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을텐데.
 
시몽 리브르:(받자마자 절반 정도 비운다.) 후, 와우. 떨렸어요.
 
 
스태프: 다음 순서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푹 쉬어요. 매도 빨리 맞는 편이 낫죠.
 
다음 순서도 무탈하게 흘러갑니다.
 
누군가 내려오면 누군가 올라가고, 능력이 무대 위를 환하게 장식하고
 
사람들의 환호성과 연신 쏟아지는 익숙한 이름들을 듣다가,
 
시시콜콜한 농담 따먹기와 질의응답이 이어지는 식입니다.
 
......
 
......
 
루이 뒤모레:(음료수병을 만지작거리며) 제가 왜 50점이에요?
 
시몽 리브르:왜, 더 높았으면 좋겠어?
 
루이 뒤모레:꼭 그런 건 아니지만... 리브르 씨도 제가 50점을 줬으면 아쉬웠을걸요.
 
시몽 리브르:(말없이 웃는다.)
그러라고 한 거야.
 
루이 뒤모레:리브르 씨는 참 이상한 취미가 있네요. ...그래도 괜찮아요. (작게 중얼거리고는, 그대로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는다)
 
시몽 리브르:(옆을 흘깃 쳐다보곤 입꼬리를 올린다.)
 
루이 뒤모레:세상엔 저한테 100점을 줄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요.
 
시몽 리브르:그렇게 쌓인 100점만 세도 1억이겠어.
 
루이 뒤모레:1억은 무슨... 100억은 넘을걸요. (장난스럽게 웃는다)
리브르 씨도 45점으로 감점이에요.
 
시몽 리브르:그래, 그래.
 
그렇게 휴식을 취하고 있으면, 드디어 마지막 차례입니다.
 
제13시, 어둠의 타이머와 카운터의 순서예요.
 
두 사람은 오래 기다린 것이 지루했는지 금세 계단을 오릅니다.
 
그들이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무대 위의 조명이 하나씩 꺼집니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0시 페어가 띄운 빛이 희미하게 별처럼 반짝입니다.
 
밤보다 안온하고, 검정보다 진한 어둠이 완벽히 무대에 내려앉았을 때,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무대 뒤편의 조명이 꺼집니다.
 
정전이라도 온 것처럼, 혹은 능력에 잡아 먹힌 것처럼 사방이 어두컴컴합니다.
 
루이와 당신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면,
 
가까이 있던 다른 타이머와 카운터들도 놀랐는지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다니엘 우드: 뭐야? 무슨 일이야?
 
 
사와구치 미나: 모르겠어. 정전인가?
 
그리고……
 
시몽 리브르: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문득 깨닫습니다.
 
묻는 목소리도, 대답하는 목소리도
 
스태프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무대에서 쏟아지던 환호도, 놀란 관객의 수군거림도
 
사회자의 양해 멘트도!
 
모두 들리지 않아요.
 
사위가 온통 조용합니다.
 
사위가 어둡기만 한 것이 아니라, 쥐죽은 듯 고요합니다.
 
째깍, 째깍…
 
끊임없이 흘러가던 시계 소리도 멈춰버렸어요.
 
 
다니엘 우드: 얘네 능력 때문인 거 아니야?
 
우왕좌왕하는 사이, 13시 페어가 어둠을 거두자
 
인공적인 태양도 조명도 없는 온전한 밤이 찾아왔습니다.
 
희미하게 잿빛이 섞인 하늘에는 불온한 별들이 총총 떠 있습니다.
 
붉은색 별이에요.
 
달도 어쩐지 붉은 듯했습니다.
 
기분 탓일까요?
 
그리고 달빛 아래 드러난 광경은 더욱 믿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산 사람도, 죽은 것들도 움직이지 않고
 
살아있지 않은 모든 것들마저…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정말 그랬습니다.
 
구름도 흘러가지 않았고, 달도 지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꽁꽁 얼어버린 것처럼 멈춰 서 있습니다.
 
정각을 알려야 하는 대광장의 시계탑도 조용하기만 합니다.
 
세계의 종말이라기에도, 축제의 마무리라기에도 어울리지 않는 고요함이었습니다.
 
이 순간이 소설이라면 아마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았을 겁니다.
 
……라고.
 
시몽 리브르:(받았습니다!)
다들 자리에 있나? (둘러보며 인원수를 확인하려 하지만 밤이라 잘 보이지 않는다.) 있으면 대답해봐.
 
타이머와 카운터들은 수를 세기 시작합니다.
 
 
다니엘 우드: 제자리에 다 있는 것 같은데? 누가 불좀 켜보면 안돼?
 
 
자멜 마레즈: (밝은 구체를 하나 만들어 허공 위로 동동 띄운다. 그리고는 모여있는 아이들의 수를 하나씩 다시 세기 시작한다) 하나, 둘 셋...
다 있는 것 같아. 타이머와 카운터들은 움직일 수 있는 모양이지?
 
시몽 리브르:그런 것 같은데. 그, 예언을 한번 해보는 건 어때?
이게 우리들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면 아무 미래도 안 보이지 않겠어?
 
 
멜라니 쉴러: 예언이란 게 하고 싶다고 뿅, 하고 생기는 줄 알아? (코웃음치며) 불덩어리와는 다르다고.
 
시몽 리브르:아, 나보다 능력을 못 다루는 타이머가 있었군. 다행이야...
 
 
멜라니 쉴러: 뭐라는 거야? (팔짱을 낀다) 너, 아까 무대에서 삐그덕거린 거 누가 모를 줄 알아? 너는  다루는 거고, 나는  다루는 거고. 11시는 다른 시간이랑 다르다고. 알았어?
 
시몽 리브르:그래서 아무것도  하고 이대로 있겠다고? (어이가 없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뭐라도 해봐야 하는 거 아냐? '할 수 있다면' 말이지.
이러고 있지 말고 생산적인 이야기나 해보자고. 예언은 왜 아무때나 안 되는데?
 
 
멜라니 쉴러: 내가 지금 예언을 하면? 그게 어느 상황을 가리키는 예언인지 네가 알 수는 있고?
 
시몽 리브르:이게 세상의 끝이라고 해봐. 그러면 바뀔 수 있는 미래가 없으니 예언도 같은 것만 나오지 않겠어? 아니면 아무것도 안 들리거나.
 
 
크리스티안 맥케니: 멜라니, 그만해. 시몽도. (한숨을 내쉬고는 둘을 떨어뜨려 놓는다) 언젠가부터 멜라니와 나는 다른 예언을 듣고 있어. 그러니 크게 쓸모가 있지는 않을 거야.
 
시몽 리브르:언젠가부터?
 
 
크리스티안 맥케니: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예전에 연구 보고 과제를 받았었던 때부터. 너도 했잖아? 훈련실에서 했던... 그거 말이야.
 
시몽 리브르:(눈썹을 들어올린다.)
그럼... 이대로 그냥 살면 되나?
 
 
멜라니 쉴러: 이게 끝일 리 없어. 분명 나는 세계가 멸망하지 않을 거라는 예언을 들었다고.
 
시몽 리브르:어떻게 해야 멸망하지 않는지 다시 물어볼 순 없어?
 
 
멜라니 쉴러: 뭘 누구한테 물어보라는 소리야? 나는 사제가 아니야.
 
 
크리스티안 맥케니: (멜라니를 뒤로 밀어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우리 능력은 소용 없을 거야. 누가 맞는지도 모르는걸. 기다리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을까?
 
 
플로렌스 멘도사: 그래. 그냥 놀고 있으면 언젠가는 돌아가지 않겠어?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
 
시몽 리브르:(딱딱하게 굳은 스태프 한 명을 꾹 찌른다.) 음식이라고 말랑하겠어? 바람도 안 부는데 공기라고 멀쩡할까? 잠이라도 잤다간 산소부족으로 죽고 말걸.
 
 
플로렌스 멘도사: (작은 바람을 만들어 시몽의 머리카락을 동동 띄운다) 바람 부는데? (장난스러운 어투로)
 
시몽 리브르:(진심으로 한숨 쉰다.)
 
 
크리스티안 맥케니: 어쩌면 이게 이 세상의 끝일지도 모르지. (어깨를 으쓱이고는) 나는 계속 세상이 멸망할 거라는 예언을 받았거든.
 
시몽 리브르:(태평한 어린애들 사이에서 할 말도 없고 막막해져 아무데나 걸터앉는다.) 그래, 끝장났군.
 
 
파울로 라비오: 지금 당장 뭐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 그럼 난 좀 놀다 올게. 엄마가 이번 축제때 오신다고 했거든. 얼굴이라도 봐야겠어.
 
 
야니스 안토니아디스: 나도 갈래. (파울로를 따라 나선다) 우리 부모님이 안 오셨을 리 없으니까.
 
시몽 리브르:(루이를 올려본다.) 말이 없네.
 
일부는 자리를 뜨고, 또 일부는 동그란 원 모양으로 앉아 이 상황에 대해 토론하고 있습니다.
 
루이 뒤모레:그냥... 뭘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어서요. 사실 꿈 속인 것 같고요.
 
시몽 리브르:(약간 옮겨앉아 옆자리를 두드린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루이 뒤모레:(시몽의 옆으로 다가간다) 이게 현실이라면, 저희는 영원히 안 늙는 걸까요?
 
시몽 리브르:일주일쯤 뒤에 굶어 죽을 것 같은데.
 
루이 뒤모레:에이, 시간이 멈췄는데 배가 고프겠어요?
 
시몽 리브르:(잠깐 다른 곳을 보다가) 너희 부모님도 오셨나?
 
루이 뒤모레:(고개를 젓는다) 아니요. 리브르 씨는요?
 
시몽 리브르:시간이 멈췄으면 우리도 멈춰야지. (킥킥거린다.) 몰라. 오지 않았을까?
 
루이 뒤모레:안 보고 싶으세요?
 
시몽 리브르:아직은. 떨어져 있는 시간을 좀 갖고 싶었거든.
넌?
 
루이 뒤모레:보고싶긴 하지만, 누군지 몰라서요. (어색하게 웃는다) 만나도 못 알아볼걸요.
 
시몽 리브르:......그래? 몰랐어.
 
루이 뒤모레:말한 적도 없는걸요. 당연한 거죠. (괜히 무릎을 끌어안고는) 어차피 있었어도 열 두살 때 헤어졌을 테니까 괜찮아요.
 
시몽 리브르:흠. (루이를 한번 쳐다보곤 고개를 든다.) ...이제 어쩌지?
 
루이 뒤모레:글쎄요... 리브르 씨도 친구나 찾아보러 가지 그러세요? 얼굴이라도 볼 수 있을 수도 있잖아요.
 
시몽 리브르:저렇게 많은데 어떻게 찾아? 차라리 관광을 하겠어.
이번엔 사막으로 가볼까?
 
루이 뒤모레:거기 뭐가 있는 줄 알고요. (피식 웃는다) 그러다 영영 못 돌아오는 수가 있어요.
 
시몽 리브르:입구까지만 가는 거지. 지금은 짭짤한 바람도 안 불 테니까 딱이잖아.
 
루이 뒤모레:뭐, 그것도 나쁘지 않네요. 사실 한 번쯤은 가보고 싶었거든요. 대령님은 싫어하셨지만.
 
그렇게 하릴없이 시간을 죽이고 있으면, 놀러 나갔던 아이들이 하나 둘 돌아옵니다.
 
시몽 리브르:아, 대령님. 대령님이 지금 이 꼴을 봐야 하는데 말이야. 멸망할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그렇게 확신하시더니.
 
루이 뒤모레:멸망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상황 아닌가요? 사람들이 다 죽은 것도 아니고.
 
시몽 리브르:글쎄? 죽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지.
 
 
파울로 라비오: 바닷가까지 가봤는데, 전부 멈춰있어! 우리 엄마도.
 
 
야니스 안토니아디스: 우리 엄마는 안 오셨더라. (풀이 죽은 모습이다) 분명 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자멜 마레즈: 왔어? (떨어져 있는 아이들에게 손짓한다) 왔으면 다들 모여봐. 이대로 영원히 살 수는 없으니까, 집단지성의 힘을 좀 빌려보자고.
 
시몽 리브르:(앉아서 지켜본다.)
 
 
자멜 마레즈: 넌 안 올 생각인가보지? (시몽을 힐끔 바라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린다)
 
시몽 리브르:말해. 잘 들리니까.
 
 
자멜 마레즈: 아까 다들 아치문 봤잖아? 그게 이상하지 않아? 우리들만 볼 수 있는 문이 생기더니, 이젠 우리만 빼고 다 멈춰버렸잖아!
(맞은 편을 바라보며) 말해봐, 알리. 우리가 환각을 본 거야, 아니면 실제 있었던 문을 본 거야?
 
 
알리 샤리힐리: 당연히 진짜지!
 
 
자멜 마레즈: 그래. 아주 이상하다고. 그렇지?
 
시몽 리브르:대령님이 돌아보니 사라졌었지. 우리 말고 아무도 안 볼 때만 보이는 건지도...
 
시몽 리브르: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자, 이상했던 징조를 돌이켜 볼까요.
 
세계 멸망의 예언과 전 세대 예언의 타이머가 내놓았던 해결 방법.
 
갑자기 나타난 카운터와 홀연히 사라진 새파란 장미의 아치문…
 
불가능과 기적이 순서대로 교차하는 배치입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떠들던, 일어날 리 없다고 부정한 세계 멸망.
 
시시각각 다가오던 세계 멸망으로부터 세계를 구해낸 한 줄의 예언.
 
타이머는 오직 하나뿐이라던 세계의 섭리를 깬 카운터의 등장과
 
데칼코마니처럼 좌우의 아귀가 딱 들어맞습니다.
 
이것이 만약, 정말로 예정된 멸망이라면…
 
타이머와 카운터로서, 우리가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단 건 아닐까요?
 
그래서 예언의 타이머는 카운터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세계가 멸망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예언한 걸지도 몰라요.
 
그것은 생각이라기보단 사명감에 가까운 감각이었습니다.
 
무언가의 징조였다면?
 
당신과 비슷하게, 루이도 아치문을 떠올린 것 같습니다.
 
다른 타이머와 카운터도 그런 눈치입니다.
 
시몽 리브르:...박물관까지 걸어가야 하나?
 
이미 사라졌던, 전시관의 그곳에?
 
아니라면, 흡사한 공원의 장미 터널로?
 
아뇨, 전혀 다른, 세계의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면…
 
시몽 리브르: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
 
젠장, 모르겠습니다!
 
짚이는 곳이라곤 전혀 없습니다.
 
시몽 리브르:어디에 있을까, 루이?
 
루이 뒤모레: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음. (볼을 긁적이다가) DOT 본관에 있을 수도 있잖아요? 전시관은 본관을 본따서 지었다고 했으니까요.
 
시몽 리브르: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때, 전시관의 구조가 어땠더라?
 
당신은 기억을 되짚어봅니다.
 
전시관을 모두 돌고난 후, 당신과 루이는 안내 데스크 방향으로 갔었어요.
 
본부로 돌아가야 했으니까요.
 
그리고 장미 아치, 그것이 위치했던 곳은...
 
시몽 리브르:(안내데스크 옆이었던 것 같은데.)
 
시몽 리브르:...우선 본부로 돌아갈까?
 
 
야니스 안토니아디스: 본부에 뭐가 있다고?
전시관으로 가보는 게 낫지 않아? 우리가 거기서 아치문을 봤으니까.
 
시몽 리브르:사라졌잖아. 또 나타날까?
전시관이 본관이랑 닮았던 게 갑자기 떠올라서.
 
시몽 리브르:
설득
기준치: 40/20/8
굴림: 52
판정결과: 실패
 
 
자멜 마레즈: 나는 야니스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보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때?
 
시몽 리브르:절반씩 가보는 건 어때?
 
루이 뒤모레:...저는 리브르 씨의 의견이 더 맞는 것 같아요.
 
 
플로렌스 멘도사: 됐어. 어차피 넘쳐나는 게 시간인데, 뭘.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본부에 갔다가 전시관에 가자. 됐지?
 
시몽 리브르:(어깨를 으쓱이고 일어난다.)
 
 
아론 베넷: 그래.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다 같이 움직이는 편이 나아.
 
아이들이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당신은 멈춘 사람들 틈을 지나,
 
새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언덕길을 지나
 
다시 본부로 돌아갑니다.
 
......
 
......
 
DOT 본관은 언제나처럼 문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시간이 멈춘 지금도 그렇습니다.
 
청동으로 빚은, 남색으로 덧칠한 문을 지나면 익숙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본관의 로비입니다.
 
흰 대리석이 깔린 바닥과 열두 개의 별자리가 그려진 남색 천장.
 
몇 번이고, 붓의 흐름조차 눈치채지 못할 만큼 섬세하게 회칠을 한 벽.
 
언제나 그렇듯 흠 없고, 점 없이 완벽하기만 한...
 
안내 데스크에 앉은 직원도, 로비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직원도
 
모두 멈춰선 상태입니다.
 
빙그르르, 한 바퀴를 돈 시선이 비로소 장미 아치가 있던 곳에 다다릅니다.
 
띵.
 
멈춘 시간을 깨트리고, 요란한 소리가 울립니다.
 
때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소리였습니다.
 
 
플로렌스 멘도사: 뭐야...? 귀신 아니야?
 
엘리베이터는 1층에 선 채 내려갈 채비를 마치고 있습니다.
 
열린 문이 어쩐지 당신을 기다리는 괴물의 입속인 양 께름칙합니다.
 
우연인가?
 
혹은 운명인가?
 
새파란 장미는 한 송이도 보이지 않았고
 
엘리베이터의 문설주는 둥글긴커녕 각지고 네모나지만…
 
위치는 분명히 같습니다.
 
때마침 도착한 것도 수상하기 짝이 없어요.
 
시간이 멈췄다면 엘리베이터 또한 움직이지 않아야 하는데,
 
어째서 이것만은 움직이는 건가요?
 
그러나 장미 아치와 달리 엘리베이터는 눈을 깜빡여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들어오라는 것처럼, 문을 닫지 않고 내내 그렇게 서 있을 뿐입니다.
 
시몽 리브르:... (들어가서 아직 안 들어온 사람을 기다리듯 열림 버튼을 누르고 선다.)
 
루이 뒤모레:(시몽을 따라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간다)
 
 
자멜 마레즈: 다들 빨리 들어와. (엘리베리터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스물 여덟명의 아이들이 엘리베이터를 가득 채웁니다.
 
그러나 타이머와 카운터가 모두 탄 후에도 엘리베이터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몇 층으로 가야 하지?
 
지하 1층부터 4층, 그리고 옥상까지.
 
총 6개의 버튼이 있습니다.
 
시몽 리브르:전에 지하 2층에서 올라오는 걸 봤는데... (버튼 패널부의 위아래를 더듬거린다.)
 
 
알리 샤리힐리: (버튼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뭔가 이상한데?
 
시몽 리브르:(비켜선다.)
 
 
알리 샤리힐리: 이거... 비상호출 버튼이 아닌 것 같아. (새빨간 비상호출 버튼을 가리키며)
 
 
멜라니 쉴러: 그럼 뭔데? 빨리빨리 좀 얘기해.
 
 
알리 샤리힐리: 조용히 좀 할래? (멜라니를 노려보고는) 여기 환각이 걸려있어.
 
 
멜라니 쉴러: 그럼 빨리 눌러야지, 뭐해? (비상호출 버튼을 꾹 누른다)
 
멜라니가 제일 위에 있던 새빨간 비상호출 버튼을 누르면...
 
파란 LED 램프가 점등합니다.
 
엘리베이터의 안내판에는 정확히 B2.
 
듣도 보도 못한 공간입니다.
 
시몽 리브르:
기준치: 49/24/9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천천히, 천천히...
 
엘리베이터가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평소보단 훨씬 깊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지하 2층이라니, 이런 곳이 있었단 말인가요?
 
그리고 구태여 존재를 숨긴 것은 무엇을 위함일까요?
 
영문을 알 수 없는 일투성이입니다.
 
......
 
......
 
우여곡절 끝에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칠흑 같은 어둠이었습니다.
 
귓가엔 낡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가 들립니다.
 
불이 꺼진 탓일까요?
 
옆에 선 사람의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위가 어두웠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소독약 냄새가 싸하게 코끝을 스칩니다.
 
한 걸음을 내딛는 것도 내키지 않는 냄새입니다.
 
병원보다 지독한 향이에요.
 
여긴 대체…… 뭐 하는 곳일까요?
 
 
멜라니 쉴러: 누가 불 좀 켜봐!
 
시몽 리브르:(횃불 크기의 작은 불을 만들어낸다.)
초능력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한 번 더...!)
초능력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시몽 리브르:.... (.......한 번 더!)
초능력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1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잼잼이만 두 번 한 끝에 해냈다.)
 
드디어! 당신의 손 위에서 불이 타오릅니다.
 
 
멜라니 쉴러: (피식 웃는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려?
 
금세 주변이 환해집니다.
 
불이 켜지고, 지하 2층의 모든 곳이 밝은 빛 아래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14개의 [ 원형 유리관 ]과 [ 멈춘 컴퓨터 ], [ 연구원 ],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 원통 ]이 놓여 있습니다.
 
안쪽에는 [ 철제문 ]이 딸려 있습니다.
 
여러 대의 CCTV가 모서리에 매달려 있었지만
 
모두 멈췄는지 움직이거나 액정을 빛내진 않습니다.
 
어느 것 하나 수상쩍기 짝이 없습니다.
 
DOT 본관 지하에 이런 것들이 왜 필요로 한단 말인가요?
 
시몽 리브르:아는 얼굴 있어? (멜라니에게 연구원 좀 보고 오라고 고갯짓한 후 열네 개의 유리관을 살피러 간다.)
 
당신은 유리관을 향해 걸어갑니다.
 
천장에 닿을 듯 높이 선 원형 유리관에는
 
정체불명의 액체가 가득 차있습니다.
 
투명한 파란색으로 물든 그것은 꼭 장미의 색을 훔친 것처럼 흐릿합니다.
 
각 유리관에는 숫자와 간단한 낱말이 적힌 네임택이 붙어 있습니다.
 
……
 
구태여 더 읽어볼 필요도 없습니다.
 
전부 시간이 부여한 숫자와 능력을 적어둔 것이었으니까요.
 
마침 수도 14개였으니, 딱 맞아 떨어집니다.
 
시몽 리브르: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당신은 지금껏 연구원들의 연구를 도왔지만
 
이런 곳의 존재는 알지 못했어요.
 
시몽 리브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네임택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 숫자 ] 몇 개가 적혀 있습니다.
 
시몽 리브르:(읽어본다.)
 
……
 
공통점이라곤 없어 보이는 날짜들은, 대략 반년 전부터 일주일 사이의 어느 날들이었습니다.
 
이날이 무슨 날이었더라...
 
고민은 길어지지 않았습니다.
 
 
야니스 안토니아디스: 아.
 
카운터들이 곧 익숙한 날짜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네, 그들이 DOT에 처음 발견되었던, 혹은 스스로 발을 들였던…
 
그 날짜였습니다.
 
당신이 DOT에 들어왔던 날도 있군요.
 
불길하게도 유리관은 딱 한 명의 사람이 들어가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시몽 리브르:(순간 떠올린 가능성에 스스로 비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컴퓨터를 살피러 이동한다.)
 
컴퓨터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로베르 키비오르: 비켜봐.
 
로베르가 그것을 고치려 해보지만...
 
고장난 것이 아니라 멈춘 것이기 때문에 소용없습니다.
 
시몽 리브르:(화면에는 아무것도 안 떠있나?)
 
옛날 신문기사들이 떠있습니다.
 
시몽 리브르:(읽어본다.)
 
1930년대와 40년대에 발행된 기사들입니다.
 
전쟁에 대한 내용, 그리고 타이머를 관리하는 기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설이 대부분입니다.
 
시몽 리브르:(왜 띄워둔 거지? 관심을 끄고 커다란 원통으로 다가가 살펴본다.)
 
높이는 30cm 정도에 지름은 그보다 약간 작은 원통입니다.
 
볼록한 앞부분에 신기한 소켓 세 개가 이등변 삼각형 모양으로 배열된 생김새인데,
 
유리 재질이 아닌 탓에 내용물을 종잡을 수 없습니다.
 
원통 뒤에는 렌즈와 진공관, 금속 원반을 연결한 작은 상자라던가
 
그 외에는 통 용도를 알 수 없는 것들이 매달린 기다린 기계가 서 있습니다.
 
무척 무겁고, 움직이면 내용물이 출렁거립니다.
 
원통 앞면에 붙은 라벨에는 낯선 이름이 쓰여있습니다.
 
 
멜라니 쉴러: (시몽이 있는 쪽을 향해 소리친다) 야! 이거 로랑이잖아?
 
시몽 리브르:뭐?
 
 
멜라니 쉴러: 로랑이라고!
 
몇 명의 아이들이 연구원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어쩐지 뒷모습이 낯익더라니...
 
연구 보고를 설명하고 지시한 로랑입니다.
 
그 또한 [ 커다란 책 ]을 든 채 조각상처럼 꼿꼿하게 멈춰버렸습니다.
 
시몽 리브르:(고개 숙여 책 표지를 본다.)
 
미묘한 색의 가죽 표지가 눈에 띕니다.
 
요즘 책도 이런 가죽 표지를 쓰던가요?
 
아무리 봐도 연구원이 실험실에서 읽을 법한 책은 아닙니다.
 
책 표지에는 도저히 읽을 수 없는 글씨로 제목이 쓰여 있습니다.
 
『■■ ■■■』
 
시몽 리브르:(펼쳐보고 싶은 마음만큼 노려본다.)
(곧 관두고 안쪽의 철제문으로 다가간다...)
 
단단히 잠겨 있어 열리지 않습니다.
 
카드를 태그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시몽 리브르:(연구원들의 주머니마다 손을 쑥쑥 넣어본다.)
 
로랑의 주머니에서 사원증 하나와 담배 한 갑, 라이터를 얻습니다.
 
시몽 리브르:(피우는 담배가 아니다. 바닥에 던져버리고 로랑의 손에서 책을 쑥 뽑는다.)
 
시몽 리브르:
근력
기준치: 55/27/11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시몽 리브르:
근력
기준치: 55/27/11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쑥!)
 
시몽 리브르:
자료조사
기준치: 40/20/8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루이에게 넘긴다...)
 
루이 뒤모레:저보고 이걸 읽으라고요...? (누가 봐도 이상하게 생긴 책과 시몽을 번갈아 바라본다)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책을 뒤적거린다) 사용설명서 같아요.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1
 
시몽 리브르:이해가 돼? (기특하다는 눈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루이 뒤모레:(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이 통은 인간의 뇌를 보관하는 곳이고, 안에 든건...
...아르고라는 사람의 뇌겠네요.
 
시몽 리브르:허어.
어떻게... (손을 휘젓는다) 깨어나게 못해?
 
루이 뒤모레:작동 시켜볼까요...?
 
시몽 리브르:(끄덕.)
 
한 손에 책을 든 루이는 보관통 뒤에 있던 장치의 소켓 하나를 통에 연결합니다.
 
잠시 후,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어떤 영상이 벽면에 투영됩니다.
 
루이가 연결시킨 것이 프로젝터였던 모양입니다.
 
낮은 화질의 영상과 함께
 
단조로운 나레이션이 시작됩니다.
 
......
 
......
 
깜빡, 깜빡, 깜빡.
 
눈을 감았다 뜨는 것처럼 시야가 재조명되더니, 낯익은 얼굴이 떠오릅니다.
 
이전 대의 예언의 타이머입니다.
 
그는 신중하게 입을 엽니다.
 
주변에는 하인리히와 리슬러를 비롯한 몇몇 연구원이 보입니다.
 
모두 DOT의 직원입니다.
 
뒷말은 들리지 않았으나, 당신은 이미 다른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
 
......
 
기억의 주체인 연구원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묻습니다.
 
내키지 않는다거나, 두려워한다기엔 지나치게 삭막한 목소리입니다.
 
시야의 맞은편에 선 것은 마찬가지로…
 
누군가는 팔을 내밀었고, 누군가는 머리카락을 잘랐고
 
누군가는 또 다른 신체 일부분을 내놓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목소리 너머로 장면이 바뀝니다.
 
시체 안치실입니다.
 
냉동 보관되어있는 것들은 전부 익숙한 시체들입니다.
 
전전 세대, 혹은 전전전 세대……
 
죽어서도 시체조차 묻히지 못한 그것들은 서랍에 얌전히 들어 있습니다.
 
하인리히가 문가에서 지시합니다.
 
......
 
......
 
누군가 밋밋하게 소리를 지르자, 하인리히가 단언합니다.
 
영상 속 하인리히의 입이 천천히 움직입니다.
 
......
 
......
 
다음의 장면은 상당히 끔찍했습니다.
 
흐물거리고, 물컹거리는 무언가가 바닥을 기어 다닙니다.
 
흰 대리석 바닥은 그것이 흘린 진액으로 끈적끈적해졌습니다.
 
화질이 나쁘고 음질이 더러운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누군가 한숨을 쉬며 가운의 소매를 걷어 올립니다.
 
다른 누군가가 물었고,
 
지직, 지지직…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
 
......
 
여전히 억양과 감정이 전혀 실리지 않은 목소리가 뛸 듯이 기뻐합니다.
 
두 눈은 똑똑히 원형 유리관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옅은 회색으로 보이는 그 물속에는……
 
익숙한 얼굴이 들어있습니다.
 
동시에 누군가 말합니다.
 
......
 
......
 
또다시 예언의 타이머입니다.
 
뇌의 주인을 부르며 곁에 앉은 그는 커피잔을 들고 있습니다.
 
아르고는 한참 고민하다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묻습니다.
 
단호한 대답이 돌아오지만 연구원은 여전히 내키지 않는 얼굴입니다.
 
타이머가 커피잔을 내려놓습니다.
 
예언의 타이머는 조금 망설이다가, 마저 말합니다.
 
......
 
......
 
시몽 리브르: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1
 
천장도, 바닥도 온통 하얀색이었습니다.
 
건조한 공기에는 날 리가 없는 소독약 냄새가 빽빽하게 차 있었고
 
문득, 하인리히의 목소리가 떠올랐습니다.
 
그 내용은 예언의 타이머가 들었던 예언과 똑같았고,
 
당신은 다음에 올 문장의 정체를 알고 있습니다.
 
쏟아지는 깨달음이 선명했습니다.
 
신은 인간의 탄생을 확신합니다.
 
스스로 빚어낸 것이기에.
 
그렇다면 하인리히가 그토록 확신에 차 있던 것 또한 당연한 일이 아니겠어요?
 
그들은 스스로, 카운터의 창조주를 자처했으므로.
 
깨끗한 대리석 벽면에 얼핏 인영이 비칩니다.
 
서 있는 것은 스물여덟 명이었는데, 비치는 것은 열네 명뿐이었습니다.
 
제대로 비치지 않는 쪽이 누구인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죠.
 
가지고 있던 기억들은 무엇인가.
 
왜 축제에는 아는 이를 찾아볼 수 없었는가.
 
어째서 DOT에 도착한 이후로 단 한 번도
 
그 모든 것의 답을 깨닫는 순간 운명이라는 말을 실감합니다.
 
그래, 우리는 서로의 운명이었던 거예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시몽 리브르:(복제품이 맞았군. 굳이 입밖으로 내지는 않는다.) ...이제 저쪽으로 들어가볼까?
 
루이 뒤모레:(괜찮으세요? 라고 묻고 싶은 것을 겨우 참는다. 갑자기 머리 위로 커다란 바위가 떨어진 것 같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기분을 겨우 참고, 시몽에게 손을 내민다) 카드 주세요.
 
시몽 리브르:(루이를 바라보다가 미소 지으며 로랑의 카드를 건넨다.) 얼굴 펴.
 
루이 뒤모레:제가 언제 인상을 썼다고요. (피식 웃고는 카드를 찍는다)
 
삑,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립니다.
 
문 너머는 온도가 서늘하기 짝이 없습니다
 
추위가 뼈를 파고들 정도입니다.
 
시몽 리브르:냉동고인가. (안으로 들어간다.)
 
이상한 약품과 수술대, 생체 바이오리듬을 확인하는 기계같이 수술실에서나 쓸 법한 장비들이 가득하고
 
[ 캐비넷 ] 위에는 이상한 것들이 담긴 [ 병 ]이 줄 서 있습니다.
 
시몽 리브르:(봐도 뭔지 모르겠는 기계들을 지나쳐 줄지어 놓인 병들을 살펴본다.)
 
선반에 세워진 유리병에는 끈적한 투명 액과 함께 이상한 것들,
 
눈동자라던가 내장의 어딘가, 혹은 뼈 같은 것들이 들어있습니다.
 
주인을 고민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병에 정확하게 쓰여 있었거든요.
 
6시, 8시, 11시라던가, 13시...
 
이름 따윈 없었지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수 없었습니다.
 
곳곳의 풍경이 참담합니다.
 
할 말을 찾기 어려워 숨을 크게 들이켰을 때,
 
소독약 냄새 대신 새파란 장미 향기가 흠뻑 폐를 파고들었습니다.
 
질식할 것처럼 짙은 향기는 엊그제 맡았던 그것과 똑같습니다.
 
고개를 돌리면...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다시금 새파란 장미로 장식한 아치문이 서 있습니다.
 
멀찍이 서 있는 이들을 유혹하는 것처럼 장미 향기가 짙어지고
 
바람도 불지 않는데 꽃송이가 흔들립니다.
 
시몽 리브르:(캐비넷을 열기 위해 뻗었던 손을 거둔다. 아치문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루이를 부른다.)
 
루이 뒤모레:가볼까요? (조심스럽게 시몽의 소매를 붙잡는다)
 
당신은 루이와 함께 아치문으로 향합니다.
 
기적과 같은 존재가 기적 아래를 건넙니다.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숙이고 아치문을 넘어서면 그곳은……
 
코마니 호수였습니다.
 
검게 물들어 있던 호수가 달빛을 받아 순간 반짝이고
 
종이꽃의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축제가 끝나기라도 한 것처럼 어둠은 물러가고
 
희고 투명한 물결이 찰랑거립니다.
 
잘못 본 것이 아니에요.
 
분명히, 수면의 색이 밝아옵니다.
 
그리고 루이와 당신은, 호수 아래에서 어떤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수도입니다.
 
꽃가루가 흩날리고, 사람들이 환호하며 웃고 떠듭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상태로 멈춰있습니다.
 
호수에 비춰야 할 것은 밤하늘이어야 하는데...
 
믿을 수 없게도 그곳에는 어젯밤 무대의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시몽 리브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똑같나? 싶었지만...
 
딱 하나 다른 점이 있습니다.
 
시몽 리브르:(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들여다본다.)
 
거대한 시계탑의 바늘이 천천히 움직입니다.
 
닿은 곳은 정확하게 12시 정각입니다.
 
그 순간 다시 꽃가루가 흩날리고, 빛이 산산이 부서지며
 
타이머와 카운터들이 무대 위에서 손을 흔듭니다.
 
본능적으로 시선이 위를 향합니다.
 
광장의 시계탑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바늘은 11시와 12시 사이, 애매하게 멈춰있습니다.
 
호수 아래의 세계는 여전히 소란스럽게 움직이고
 
화려하게 춤을 춥니다.
 
시계의 바늘을 움직이면 무언가가 달라지지 않을까?
 
시선이 바삐 오갑니다.
 
물론 세계를 구하고 싶은가, 아닌가는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시몽 리브르:...뭐 해? 누가 바람 좀 쏴봐.
 
바람이 멈춘 바늘을 떠밉니다.
 
손을 겹쳐 시간을 되돌리자, 그제야 시계가 정각을 알리며 긴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세계가 순환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어두웠던 밤하늘은 급격하게 색을 바꾸어 청명한 새벽이 되었다가
 
새파란 아침이 되고, 자줏빛 노을을 지납니다.
 
재빠르게 회전한 세계가 다시금 어두운 밤하늘을 드리웠을 때,
 
어제와는 분명히 다른 크기의 달과 다른 위치의 별이 머리 위에 찾아옵니다.
 
......
 
......
 
눈을 깜빡이면, 다시 무대입니다.
 
타이머와 카운터를 향한 환호성이 객석에서 터져 나옵니다.
 
무대 위건 뒤편이건, 그 광경을 똑똑히 볼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멈추기 직전으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구원자의 이름을 부르짖고
 
두 팔을 벌려 우리를 환영합니다.
 
누군가 놓친 풍선이 저 멀리, 하늘 위로 두둥실 날아오릅니다.
 
익숙한 밤하늘을 가르는 풍선은 붉은색.
 
너머에 뜬 별은 마냥 희고 곱습니다.
 
진실이 얼마나 비참하고, 끔찍할지언정…
 
현실은 이토록 당신에게 다정해요.
 
구원받은 것들은 구원자를 잊었지만,
 
그럼에도 맹목적으로 루이를, 당신을.
 
타이머와 카운터를 사랑합니다.
 
눈 아래 사람이 가득한 탓에 광장의 시계탑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날 선 바늘의 끝은 정확히 우리를 가리키고 있었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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