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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5 몽중유람 (2/3)

솔찬--* 2025. 1. 15. 14:48

230515 몽중유람

w. Cleef

PC 윤화영, KPC 연선화

 

 

그대여, 그 꿈결을 넘지 마오

 
 
상인:베개 사세요! 막 잡은 오리털을 넣은 이불도 있습니다! 태사령께서 올해 겨울은 예년보다 더 추울 거라고 했단 말입니다!
 
 
행인:(껄렁한 어투로)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어? 엉? 태사령 사촌이라도 되나?
 
 
상인:갑자기 웬 시비요? 가던 길이나 갈 것이지... 재수없게!
퉤.
 
 
행인:뭐야? 재수가 없어? (싸우려는 듯 팔을 걷어붙인다.)
 
 
소청수:워, 워. 진정들 하시지요. (싸우는 상인과 행인 사이로 자연스럽게 끼어든다. 과장된 몸짓으로 베개며 이불 따위를 둘러보다가 파란 베개 하나를 가리킨다.) 나으리. 이 베개가 참으로 곱지 않습니까? 색깔도 선화 고 녀석과 꼭 어울리는 것 같사옵니다!
 
그러고보니 요 며칠 사이 선화는 유독 잠이 많아졌다지요.
 
당신이 방을 찾을 때마다 골아 떨어져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윤화영:흠. 좋은 베개를 사주면 더 쿨쿨 나자빠지지 않겠어?
 
 
소청수:아이, 그래도요. (완을 힐끔 보고는 화영에게 속삭인다.) 요즘 선화가 병든 닭처럼 잠만 퍼자고 있던데, 완님께서 어린애를 너무 굴리는 것 아닙니까? 베개라도 하나 사줘야지... 불쌍해서 보지를 못하겠습니다.
 
윤화영:얼른 사람 만들어놔야 달고 다니든 말든 할 게 아닌가. 왜, 자네가 하나 사고 싶어 그런 것은 아니고?
 
 
소청수:아니, 나으리는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저야 궁녀들 옆구리 한 번 찌르면 나오는 게 얼마나 많은데요? (실실 웃고는) 뭐, 그래도 나으리께서 사주신다면야 성은이 망극하지요?
 
 
상인:(팔짱을 끼고 화영 일행을 바라본다. 어느새 짝다리를 짚고 있다.) 그래서 그쪽들은 산다는 거요, 만다는 거요?
 
윤화영:저 파란 것 두 개 주시게.
 
 
상인:파란 베개 두 개! (신난 듯 목소리가 높아진다. 파란색 베개 두개를 보자기에 꽁꽁 싼다. 청수의 눈치를 보다가 제일 높아보이는 화영에게 말을 건다.) 그나저나 나으리랑 뒤에 있는 무사님은 새 베개가 안 필요하신가요? 이번 겨울이 유난히 춥다던데요... 저희가 또 이불 하면 도화국에서 1등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말재주
기준치: 50/25/10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윤화영:아이고, 그러신가? 이 놈들은 강골이라 장승처럼 세워놔도 끄떡없다네. 완아-
 
 
완:(알아서 보자기를 짊어진다.)
 
윤화영:얼마인가?
 
 
상인:예, 예.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신다.) 전부 해서... 어디보자... (주판의 알을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31전 되겠습니다요!
 
윤화영:얼마?
 
 
상인:3... 31전입니다 나으리! 요재 천값이 통 올라서... (화영과 완의 눈치를 보다가) 아니, 요새 얼마나 나라가 뒤숭숭한데! 뭘 사도 이정도는 할 거요!
 
윤화영:나라가 뭐 그리 뒤숭숭하다고? 됐고, 기왕 비싸게 주고 사는 거, 얹어줄 게 있으면 하나 얹어주지 그래.
 
 
상인:으음... (구석에 있던 나무 목베개 하나를 완에게 건넨다.) 그럼 이것도 하나 가져가요! 귀한 분 같아서 특별히 주는 거요!
 
 
완:장작인가?
 
 
상인:장작이라뇨! (펄쩍 뛰어오르며) 이것으로 말할 것 같으면 구백 리를 건너온 목베개다, 이 말씀입니다! 단오국에 있는 단풍나무를 잘라 만든 귀한 목베개지요!
무사님처럼 몸을 많이 쓰시는 분들이 특별히 많이 찾는 물건이지요. 암, 그렇고 말고요! 어깨에 뭉친 근육을 풀어준다나 뭐라나...
 
 
완:아, 그런가? (솔깃해져선 기쁜 얼굴로 목베개를 받아들고 화영에게 꾸벅 고개를 숙인다.) 나으리 덕에 이런 걸 다 받는군요. 잘 쓰겠습니다.
 
윤화영:아, 그래. 그래...
(완의 허리춤에 매달아둔 돈주머니를 열어 은자 하나를 건넨다.) 다 가지시게. 이놈이 기뻐한 값까지 쳐주지.
 
 
소청수:완님은 앞으로 혼자 나돌아다니지 마십시오. (혀를 끌끌 찬다.)
 
 
상인:아이고, 감사합니다 나으리! (은자를 후다닥 받아들고는 머리가 무릎에 닿도록 허리를 숙인다.) 살펴 가시고, 봄이불이 필요할 때 또 오세요! 아주 많이 깎아드리겠습니다!
 
윤화영:(고개를 주억거리며 걸어간다.)
 
어쩌다보니 베개를 다 사게 되었습니다.
 
시장에서 파는 베개라니...
 
궁인들이 보기라도 하면 아주 놀라겠군요.
 
당신은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뒤숭숭한 궁궐 안과 달리 저잣거리는 평소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하기야, 이들이 왕에게 무슨 관심이 있겠어요?
 
그렇게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그대에게 문득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고개를 돌리면 노파 하나가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앞에 물건이며 쌀알들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점집을 겸하는 노점 잡화상 같네요.
 
윤화영:꿈? 들여다볼 수 있으면 좋지.
 
 
소청수:나으리께서 은애하는 여인이 어디 있답니까? (웃음을 터뜨린다.)
아니, 있으십니까?
 
윤화영:없네만?
 
 
소청수:그, 그렇군요.
 
윤화영:꿈을 들여다볼 수 있다지 않아. 그놈 꿈속에 들어가서 잠을 확 깨워올까 싶어.
그래서 어떻게 들여다보는가?
 
 
소청수:나으리... (측은한 듯 화영을 바라본다.) 나으리도 혼자 나돌아다니시면 안 되겠습니다. 어찌 주인과 신하가 이리 똑같이 호구같단 말입니까?
 
매번 골골대고 있는 선화의 모습이 떠오른 것은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입가에 미소가 가시지를 않는 걸 보면 분명 나쁜 꿈은 아닐 것 같지만...
 
아무리 일장춘몽을 즐기는 것이라 한들, 일상에 무리가 갈 정도라면 자제시키는 것이 맞는 일입니다.
 
윤화영:청수야, 선화가 나에게 망아지처럼 군다고 너까지 그래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식구들끼리 저기 경치 좋은 태산 아래서 사는 건 어떠하냐?
 
 
소청수:아이고, 소인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요. 앞으로는 입을 아주 꽉 닫고 있겠사옵니다. (헙, 하는 소리와 함께 정말로 입을 꽉 다문다.)
 
윤화영:어이구, 앞으로 석 달간은 이빨 보이지 말거라.
 
 
소청수:%##@#$@#, @#! (입을 꾹 다문 채 무언가를 대답한다.)
 
 
노파:(화영과 청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둘의 대화가 끝나면, 손바닥만한 거울 하나를 화영의 손에 쥐여준다.) 원한다면 그저, 잠든 이의 얼굴을 비추기만 하면 그만이랍니다. 홀홀...
 
윤화영:오호라.
내 한번 써보고, 효험이 있는 거울이면 그때 돌아와 상을... 아니, 돈을 주지. 그래도 되겠지?
 
 
노파:이리 의심이 많아서야 어떻게 큰일을 도모할 수 있을런지. (작게 중얼거리고는 좌판을 주섬주섬 정리하기 시작한다.) 거울이 마땅한 주인을 찾아갔으니, 내 돈은 받지 않으리다.
 
그렇게 말한 노파는 홀홀 웃으며 짐과 함께 떠나가버립니다.
 
이것 참...
 
졸지에 기이한 거울이 생겼군요.
 
게다가 마땅한 주인이라니요?
 
잠들어있는 선화의 얼굴이 그대 앞에서 자꾸만 아른아른, 겹쳐지는 것 같습니다.
 
윤화영:흠. (거울로 자기 얼굴을 비춰보고는 완에게 건넨다.) 가지.
 
 
소청수:그래도 돈을 안 받으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그래요, 밑져야 본전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요.
 
미심쩍기야 하지만 정말로 선화의 꿈을 엿볼 수 있다면...
 
굉장한 보물 아닌가요?
 
아니어도 뭐, 돈을 내지 않았으니 새 거울을 하나 장만한 셈 치죠.
 
어린 아이의 꿈이야 거기서 거기일테니 실례는 되지 않겠지요.
 
선화는 이 사실을 알아도 신경조차 쓰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거울을 품 안에 넣고 궁궐로 돌아오면
 
벌써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간입니다.
 
 
소청수:침전으로 드시겠습니까? 아니면 선화에게 가보시렵니까?
 
윤화영:선화는 아직도 자나?
 
 
소청수:보나마나 뻔한 것 아니겠... 흠, 흠. (입을 닫고는 곁에 있는 궁인에게 말한다.) 아직도 자고 있냐고 물으신다.
 
 
궁인:예, 전하. 선화 님께서는 잠자리에 드신지 한참이 되셨습니다.
 
 
소청수:깨워서 데려올까요?
 
윤화영:깨우면 귀한 거울을 받아 온 의미가 없지. 내가 왔다고 알리지 말거라. 완이 자네만 따라오게.
 
 
소청수:전 베개나 정리하고 있겠습니다! (선화 몫의 베개 하나를 빼서 완에게 쥐여준 후, 보자기를 들고 어디론가 간다.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완과 함께 선화가 머무는 곳으로 갑니다.
 
잠에 들었다는 말이 사실인지, 선화의 이름을 불러보아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습니다.
 
 
궁인:요즈음 들어 갈수록 잠자리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시더니… 오늘은 해가 지기도 전에 잠에 드셨습니다.
 
선화는 여전히 꿈나라를 헤매고 있는 모양입니다.
 
품 안의 거울이 유달리 묵직하게 느껴집니다.
 
 
완:오늘도 일찍 잠든 모양입니다, 전하. 들어갈까요?
 
윤화영:(완이 문을 밀어 열면 안으로 들어간다.) 베개는 그냥 옆에 두게. 잘도 자는군.
 
완은 베개를 구석에 두고, 문 앞에 자리를 잡습니다.
 
침실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이불에 감싸여 잠에 든 선화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코 끝으로 닿아오는...
 
윤화영: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뭔가 기억이 날 듯, 말 듯.
 
어딘가 아른아른한데 정확하게 콕 집어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
 
이것 참, 건망증이라도 걸린 걸까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최근 들어 선화의 방에서 이 향이 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윤화영: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선화는 팔자 좋게 잠꼬대까지 하며 자고 있습니다.
 
그대가 다가가가도 깰 기미는 보이지 않아요.
 
왜이리 눈꺼품이 무거워진 걸까요?
 
그 모양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거짓말처럼 충동이 번져듭니다.
 
도대체 어떤 꿈이, 그토록 선화를 붙들고 있는지 말이에요.
 
그러니 어쩜 당연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 장난스러운 농담 같은, 아이 장난감 같은 것에라도 빌어 그 안을 엿보고 싶었던 것은…
 
윤화영:(거울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거꾸로 들고 선화의 얼굴을 비추어 본다.)
 
눈 감은 얼굴이 거울 안으로 번져든 순간...
 
거울 표면이 일렁였던가요?
 
눈꺼풀을 깜박이는 찰나
 
거짓말처럼 거울 안으로 확연히 다른 것들이 비쳐듭니다.
 
하나, 둘, 셋…
 
......
 
......
 
윤화영: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떨어져 내리는 것은 단풍잎입니다.
 
그네를 타고있는 선화의 주위로 팔랑팔랑 이파리들이 흩날립니다.
 
무언가에 시선을 고정한 채 웃고 있는 얼굴은
 
너무나 즐겁고 행복해 보여요.
 
그대에게 이런 얼굴을 보여준 적 있던가? 싶을 정도로요.
 
푸른 하늘 아래 웃고 있는 선화를 보자니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듭니다.
 
그도 그럴것이…
 
꿈 속의 선화는 많아봐야 열 살 정도로 보입니다.
 
이 모습을 보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여 시선을 옮깁니다.
 
선화가 그토록 달갑게 눈길을 주는 이를 향해서요.
 
그네 뒤편으로 시선을 옮기면...
 
선화의 그네를 번갈아가며 밀어주는 [두 남자]가 있습니다.
 
윤화영:(멀리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듯, 선명하게 보이는데도 같은 곳에 있지 않은 것 같다. 두 남자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당신은 그 안에서 익숙한 모습을 발견합니다.
 
검은 머리칼, 가을의 단풍을 꼭 닮은 시선이 거기 있습니다.
 
겨우 드러난 목 아래로 온 몸을 빈틈없이 가리는 비단 옷자락이 늘어집니다.
 
상투를 감싸는 끈에 복숭아 꽃 문양이…
 
그래요. 이쯤 되면 그대도 알아차렸을 테지요.
 
이건, 다른 이 아닌 그대 자신입니다.
 
사가에 떠도는 이야기를 떠올리면
 
누군가가 꿈에 나온다는 건 그이를 보고 싶어하기 때문이라던데...
 
혹시?
 
윤화영:그리 보고 싶으면 보러 올 것이지. (정작 선화가 저 나이였을 적엔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어 뺨이 둥그런 모습이 꽤 신기하게 느껴진다. 혹시 말은 들리지 않나, 목청을 높여 불러본다.) 선화야-
 
당신의 말은 들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당신이 한 걸음 물러서고, 두 번째 남자가 선화의 등을 밀어줍니다.
 
희게 샌 머리카락을 틀어올린 사람입니다.
 
나이는 당신의 호위무사인 완과 비슷해 보이는군요.
 
이상한 점이라면 얼굴이 뭉개져서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다는 것 정도일까요?
 
꿈 속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입고있는 옷은 영월 복식이며
 
높은 지위의 사람처럼 보입니다.
 
언젠가 당신이 영월에 갔을 때, 황궁에서 이런 옷을 본 것도 같아요.
 
어찌되었건 [거울 안의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하늘은 높고 청명하게 빛납니다.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부드럽게 머리칼을 간질이고
 
옷자락은 나풀거리며 흩어집니다.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을 따라,
 
풍요를 예고하는 황금빛 물결이 논마다 넘실넘실 일렁입니다.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도성의 풍경이 시야에 비쳐들고
 
그것을 내려다보는 선화의 얼굴은 선연하게 미소를 띄우고 있어요.
 
마치 아무런 걱정도, 근심도 없는 것처럼.
 
이야말로 한 폭의 그림처럼 완벽하고 이지러짐 없는 세상입니다.
 
물론 거짓말처럼 완벽한 이 모든 것들은 꿈이기에 가능한 일들이겠지만요.
 
윤화영:(들리지 않는다면 잘 되었다. 이 참에 어디까지 닿지 않나 시험해보려 그네쪽으로 다가가 자그마한 선화를 그네에서 밀어본다.)
(턱 막힌다. 아쉬워하며 안쪽이나 들여다본다.)
 
의아한 점이라면 그 땅이 왠지 낯설게 느껴진다는 점일까요?
 
주변을 둘러보면 더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이곳의 궁인들은 영월 복식을 하고 있습니다.
 
얼굴은 당신이 익히 보아온 이들의 것이지만요.
 
한쪽에서는 청수가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있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완이 벽돌을 나르고 있어요.
 
게다가 이곳의 건물들,
 
도화국의 것과 닮아있지만 미묘하게 다른 양식이 섞였습니다.
 
도화국에서는 궁을 이리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아요.
 
하지만 영월황제의 궁이라기엔 단촐합니다.
 
아무튼 그리 여기며 거울 안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문득.
 
느릿하게 거울 안 풍경이 흐려집니다.
 
이제야 선화가 깨어날 모양입니다.
 
윤화영: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흐려지는 풍경 사이,
 
저 안에 선 ‘그대’가 시선을 돌리는 것도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영 흐려서 모르겠네요.

 
제대로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에요.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 싶어 미간을 찡그리고 거울로 낯을 가까이하던 찰나ㅡ
 
연선화:(인상을 찌푸린 채로 그림자를 올려다본다.) ...전하?
 
졸음이 잔뜩 묻은 선화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겨우 눈을 뜨고 비척이며 일어나는 몸짓 하나하나에는
 
피곤이 잔뜩 묻어있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방금까지 그런 기분 좋은 꿈을 꾸고 있었는걸요.
 
왜이렇게 피곤해 하는 걸까요?
 
윤화영:오래도 자는구나. 좋은 꿈을 꾸는 것 같던데?
 
연선화:(습관적으로 눈을 비비다가 주변이 어느새 어두워졌다는 것을 깨닫고 깜짝 놀란다.) 지금이 몇 시입니까? 분명 한 시진만 자려고 했는데, 연습을 너무 많이 했던 모양입니다. (어색하게 웃고는) 전하도 오랜만에 뵙는 것 같네요.
 
윤화영:몇 시긴, 잘 시간이다. (푹 눌린 선화의 머리를 토닥거린다.) 무슨 꿈을 꾸었는지 기억하느냐?
 
윤화영:
매혹
기준치: 60/30/12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연선화:
심리학
기준치: 10/5/2
굴림: 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윤화영:......
(멋진 미소를 짓는다)
 
윤화영:
매혹
기준치: 60/30/12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연선화:전하는 오늘따라 더 멋있어보이는 것 같습니다. (시선을 피한 채 우물쭈물 거리다가) ...좋은 꿈이었어요.
 
윤화영:좋은 꿈이니 그리 헤벌쭉 웃고 있었겠지. (손에 쥔 거울을 보여주며 흔든다.) 네 하도 일어나질 않으니 내가 신묘한 물건을 구해와서 네놈 꿈을 좀 엿보았다. 아주 재밌더구나.
 
연선화:예!? 제 꿈을 보셨다구요? (놀란 듯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러나 거짓말이라 생각했는지, 다시 차분한 표정을 짓는다. 거울을 힐끔 들여다보며) 거짓말 하지 마십시오. 세상에 그런 물건이 어디 있답니까? 꿈은 무슨, 제 얼굴밖에 안 보이는데요.
 
윤화영:음? 내가 그네도 태워주지 않았던가?
 
연선화:저는 그런 꿈 꾼 적 없어요. 저는... 저는 청수 형님과 밭일하는 꿈을 꿨다구요. (대강 변명하고는, 말을 돌리려는 듯 이불 곁에 있는 향초를 향해 시선을 돌린다.) ...왜 벌써 잠에서 깼나 했더니, 향이 다 타버린 모양입니다.
 
윤화영:그으래. (전혀 믿지 않는 눈치다.) 그러고 보니 향냄새가 나던데. 무슨 향이지?
 
연선화:(향초를 치워버리고 나니 그제야 화영이 자신의 에 대해 정확히 알고있다는 사실이 머리에 들어온다. 우연인가? 의문스러운 듯 거울을 바라보다가 생각을 털어낸다. 자신이 어렸을 적 그네타기를 좋아했으니, 그것을 떠올리고 지어내는 것이 분명했다.) 잠이 잘 오게 하는 향이라고 했습니다. 얼마 전에 내의원에서 받아왔지요. 무슨 향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윤화영:잠을 잘 못 자는 것도 아닌데 그런 향은 왜 받아다 쓰느냐? 아니지... 네가 수련이 부족해 그런 모양이다. 무릇 무사라면 하루종일 수련에 몰두하다가 지쳐 잠드는지도 모르고 잠들어야 하는데 말이다.
 
연선화:(맞는 말뿐이라 대꾸할 것도 없었다.) 그냥... 그게... (머리를 싸매고 있다가) ...좋은 꿈을 꾸게 해주는 향이라 하여 피워봤을 뿐입니다. 연습은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전하...
 
윤화영:어이구. (아프지 않게 머리를 콩 때린다.) 향은 이제 그만 피우거라. 네놈 눈알 본 지가 반년은 된 것 같아.
 
연선화:안 그래도 지나치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습니다. 내일 아침에 향을 다 갖다 버려야겠어요. (머리를 푹 숙인 채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가, 의아한 듯 화영을 바라본다.) 제가 보고 싶으셨습니까?
 
윤화영:(대답 없이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해준다.) 향은 완이더러 가져가라 하마. 너는 내일부터 종일 수련해야 할 테니 잠이나 더 자거라.
 
연선화:왜 대답을 안 해주십니까? (작게 투덜거리고는 화영의 손이 떨어져 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뭉친 몸을 가볍게 풀며) 오늘치 잠은 다 잤으니 전하나 배웅해드려야 겠습니다. 산책도 조금 하구요.
 
윤화영:좋지. 뜻대로 하거라. (일어나 밖으로 나선다.) 날이 좋구나.
 
당신은 선화와, 그리고 완과 함께 침실을 나섭니다.
 
선화는 향을 더이상 피우지 않겠다 했지만,
 
묘하게 아쉬운 얼굴로 뒤를 따릅니다.
 
꿈 속이 그리도 좋았던 걸까요?
 
대체 무엇이?
 
걸음을 옮기다 보면 주위는 완연한 어둠뿐입니다.
 
이제 막 일어난 탓인지, 더 이상 향이 나지 않기 때문인지
 
선화는 아주 팔팔해보여요.
 
연선화:(화영의 눈치를 보다가 슬그머니 말을 꺼낸다.) 전하. 날이 이렇게 좋은데 같이 산보라도 즐기시는 것이 어떠하십니까? 조금 걷다 들어가시면 잠이 솔솔 오실 겁니다.
 
윤화영:어린 게 좋긴 좋구나. 기운이 남아돌면 내가 잠들 때까지 침대맡에서 이야기나 조잘대보아라.
 
침전으로 갈까요?
 
윤화영:(느긋하게 걸어 침전으로 향한다.) 그렇지. 꿈 얘기나 더 해보거라.
 
연선화:그리 재미있는 꿈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꿈을 꿨어요. 전하께서 그네를 자주 밀어주셨잖아요? (볼을 긁적이다가) 갑자기 그네가 타고싶었나...
 
윤화영:지금도 밀어줄 수야 있지. 네가 뒷발로 날 걷어차지만 않으면 말이다. 그러고 보니 네 양친은 무얼 하는 이들이라 했었지?
 
연선화:그럼 내일 한 번 밀어주세요. (기분 좋은 듯 웃고는) 저희 부모님은... 두 분 다 농부셨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가뭄이 들어 집이 쫄딱 망해버렸지요. 부모님은 홧병으로 돌아가시고요.
 
윤화영:
심리학
기준치: 40/20/8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선화의 얼굴은 평온하기만 합니다.
 
진실을 말하는 걸까요?
 
혹은, 태연하게 거짓을 고할 정도로 되뇌인 이야기일까요.
 
윤화영:그래?
 
연선화:(나란히 걸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 길거리에 나앉게 된 거지요.
 
윤화영:그러다 돌 한 번 제대로 던져 이렇게 번듯한 궁을 거닐고 있으니, 그것도 참 기구하지. (작게 웃다 보면 어느새 침전 앞에 다다른다. 별말 없이 자연스럽게 안으로 향한다.)
 
연선화:옛날 이야기는 갑자기 왜 꺼내십니까? 저한테는 다 창피한 기억들 뿐인데. (가볍게 투덜대며 뒤를 따른다.) 그 돌을 가져올 걸 그랬습니다. 방에 두고 제사라도 지내게요.
 
윤화영:하하! 매일같이 공양해야지 않겠느냐? (환복하려는 듯 팔을 벌린다.)
 
연선화:(익숙한 듯 화영의 외의를 벗겨낸다.) 내일은 무얼 하실 생각이십니까, 전하?
 
윤화영:글쎄. 왜 그러느냐?
 
연선화:그냥 궁금해서요...
 
윤화영:오늘과 같이 지내다가... 아 그렇지. 너는 내일부터 두 시진 더 수련하게 될 것이니 그리 알거라.
 
연선화:네!? 두 시진이요!?!?? (허망한 듯 화영을 바라본다. 무엇인가 항변하고 싶었으나 할 말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 나라의 왕이었다!) 전하는 제가 사흘 내내 죽어있는 꼴을 보고 싶으신 거지요?
 
윤화영:(갸륵히 여기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명색이 무사라는 놈이...
그러게 쓸데없는 향은 왜 얻어다 쓰느냐?
 
연선화:누가 연습을 안 하겠다고 했습니까? 그냥 놀라서 그런 거지요. (화영의 눈을 피한다.) ...좋은 향이라고 들어서 그랬습니다. 보고 싶어하는, 그리워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향이라고요...
...잠도 잘 오게 해주고요.
 
윤화영:허이고... 자. (뒷짐 진 채 선화에게 얼굴을 들이민다.) 지금 실컷 보거라.
 
연선화:누, 누가 전하가 보고 싶다고 했습니까?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친다.) 흠, 흠... 아무튼 전하도 잠이 안오시면 한 번 써보세요.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 그럼 전 이만... (화영의 얼굴을 힐끔힐끔 훔쳐보다가 그대로 허리를 숙인다.)
 
선화는 그대로 줄행랑을 쳐버립니다!
 
밤이 늦었으니 그대도 슬슬 잠에 드는 것이 좋겠어요.
 
윤화영:(끌끌 혀를 차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배어 있다. 작게 하품을 하고 침상에 눕는다.)
 
그대는 그대로 침상에 눕습니다.
 
선화처럼 향을 피울 필요는 없겠지요.
 
그대에겐 간절히 그리워하는 이도,
 
은애하는 이도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
 
......
 
오늘도 그대의 아침은 여느때와 다름이 없습니다.
 
조반을 들고, 정전(政殿)에서 신화들과 회의를 끝내고...
 
다만 선화만큼은 평소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그대의 곁에서 꾸벅꾸벅 졸지를 않나
 
끊임없이 눈가를 문지르고, 팔등이며 손등을 꾹꾹 누르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어떻게든 졸음을 쫓아내려 드는 모습 뿐이에요.
 
오전의 정무회의가 파하고 나면, 관료들은 썰물처럼 정전을 빠져나갑니다.
 
이제 선화는 검술 연습을 할 시간인가요?
 
 
완:선화야- (우렁찬 부름이 훈련장에 울려퍼진다.)
 
훈련장으로 가면, 선화가 그늘에서 검을 닦고 있습니다.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는 선화와 함께 수업을 듣는 세 명의 소년이 보입니다.
 
 
완:냉큼 안 오고 뭣들 하고 있어?
 
연선화:(검을 닦던 천을 잘 개어두고 후다닥 달려나간다.) 검이 더러워서요!
 
 
완:아무것도 베는 게 없는데 네 검이 더러워질 일이 어디 있느냐. 자, 나란히 서고. 이쪽에서 저쪽까지 달려 스무 번 왕복하거라. 시작!
 
연선화:(무언가 대꾸하고 싶었으나 맞는 말이라,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불만스러운 기색을 애써 숨기고 완이 가리킨 방향으로 뛰어간다.)
 
선화와 명, 청 원이 나란히 달리기 시작합니다.
 
엇비슷하게 달리던 넷도 열 번이 넘어가자 슬슬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연선화:
달리기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완:(어디 보자, 누가 가장 빠른고...)
 
 
: 26  46  34
 
명이 1등, 그리고 선화와 원이 엇비슷하게 스무 번을 끝냅니다.
 
청은 한참이 지난 후에야 스무 번을 겨우 채웠습니다!
 
 
명: (의기양양한 얼굴로 나머지 셋을 바라본다.)
상이 있습니까 스승님? (무언가를 기대하는 눈빛으로 완을 바라본다.)
 
 
완:훈련에 무슨 상을 바라느냐? 아무튼 잘했다. 너는 몸이 날래니 저 녀석들보다 빨리 경공을 익힐 수 있겠어. 자, 이제 다들 검을 들거라.
한 명씩 나와 대련하는 것이다. 기교 부릴 생각 말고 기본에 충실하여 휘두르거라.
 
 
: 1  2  1
1- 평민 2- 귀족
 1  1  2
1- 착함 2- 싸가지없음 3-과묵함
 80  50  40
 
 
원: 오늘도 대련입니까? (작게 투덜대고는 검을 가지러 간다.)
 
연선화:(주변의 눈치를 보다가) 순서는 어떻게 할까요, 스승님?
 
 
완:너부터 하자.
 
연선화:네!? (괜히 말했다! 하는 표정이다. 터덜터덜 앞으로 나선다.) 알겠습니다...
 
선화가 당신에게로 다가옵니다.
 
검을 빼들고 나면, 선공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완:
근접전(도검)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60, 88, 95
+2: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0: 보통 성공
-1: 실패
-2: 실패
(기합과 함께 목검을 부딪힌다.)
 
연선화:
목검
기준치: 60/30/12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
 
선화가 당신의 검을 가볍게 받아칩니다!
 
조금 더 강하게 훈련시켜도 될 것 같습니다.
 
 
완:(목검으로... 조진다!)
목검
기준치: 70/35/14
굴림: 19, 70, 52
+2: 어려운 성공
+1: 어려운 성공
  0: 어려운 성공
-1: 보통 성공
-2: 보통 성공
피해: 1
 
연선화:
목검
기준치: 60/30/12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
 
 
완:
목검
기준치: 70/35/14
굴림: 34, 30, 66
+2: 어려운 성공
+1: 어려운 성공
  0: 어려운 성공
-1: 어려운 성공
-2: 보통 성공
피해: 1
 
연선화:(힘껏... 받아친다!)
목검
기준치: 60/30/12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피해: 1
 
이런... 선화의 검이 이상한 곳을 찌릅니다!
 
 
완:........!
(검으로 냅다 선화의 머리통을 내려친다.)
목검
기준치: 70/35/14
굴림: 43, 98, 66
+2: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0: 보통 성공
-1: 실패
-2: 실패
피해: 2
 
선화가 피하려고 하기도 전에, 당신의 검이 선화의 머리통을 정통으로 때립니다!
 
엄청난 소리와 함께 선화가 머리를 감싸쥡니다.
 
연선화:(주저앉아서 머리통을 문지른다. 어느새 검은 저 멀리 내팽개쳐진 후다. 원망스러운 듯 완을 올려다본다.) 너무하십니다! 어떻게 머리통을 때리실 수가 있으십니까? 바보되면 어쩌려고요?
 
 
완:실전에선 적들의 사정따위 봐주지 않고 마음껏 찔러도 되지만, 감히 스승님의, (머리를 가볍게) 대를 끊으려고, (콩) 제대로 격중했으면 어쩔 뻔했느냐? (음절마다 때린다!)
 
연선화: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무의식적으로 이리저리 다 피해버린다!)
 
 
완:(골이 아파져 머리를 짚는다.)
 
연선화:(주저앉은 채로 슬금슬금 물러난다. 여전히 완의 눈치를 보고 있다. 그리고 완의 공격권 밖으로 벗어났다고 생각될 때 즈음, 후다닥 다른 셋의 곁으로 달려간다.)
 
선화의 대련이 끝나고, 명과 청, 원의 대련도 순서대로 끝이 납니다.
 
물론 당신을 이긴 녀석은 하나도 없었지만요.
 
하지만 명이를 상대할 때 만큼은 당신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검술 실력만큼은 월등히 뛰어난 녀석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오늘의 검술 훈련도 끝이 납니다.
 
선화는 훈련이 마치자마자 어디론가 쌩 사라져 버립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은 나무 아래에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당신이 훈련장을 나서려던 찰나...
60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명: ...그런데 선화 저놈은 방에 꿀단지라도 숨겨놨나? 왜 맨날 저렇게 가버리는 거야?
 
 
원: 그냥 내버려 둬. 어차피 우리랑 친해질 생각도 없는 놈 같은데 왜 신경을 쓰는거야? 사내놈이 저렇게 숫기가 없어서야... 쯧쯧.
 
 
청: 그런데 선화 말이야, 꼭 사월이같지 않아?
 
 
명: 사월이라니?
 
 
청: 그, 어제 내가 모처럼 기루에 들렀는데 말이야. 사월이가 글쎄...
 
 
명: 기루?!? 기루우!??! 설마설마 했더니, 그 사월이를 말하는 거였어? 어머님은 알고 계시냐?
 
 
청: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하여튼 넌 별 것도 아닌 것을 중요한 일처럼 말하는 경향이 있어.
 
 
원: 그럼 뭐가 중요한데? 그리 중요하지 않으면 지금 당장 곧! 바로! 너네 어머님한테 말씀드려도 괜찮겠네?
 
 
청: 아니, 그렇게까지 할 일이야 이게? 우리 사이에 의리가 몇 년인데...
아니 잠시만! 너네 어딜 가는거야! 이리 와! 정말 우리 집에 가는건...
 
명, 청, 원이 우르르 훈련장을 빠져나갑니다!
 
과연 청이는 어떻게 될까요?
 
내일 슬그머니 안색을 살펴 봐야겠는걸요.
 
그렇게 당신도 훈련장을 나섭니다.
 
문득 청이가 했던 말이 귀에 맴도는 것 같습니다.
 
기루의 여인과 선화라...
 
대체 무엇이 닮았다는 걸까요?
 
 
완:(훈련장을 정리하고 화영에게로 돌아간다.)
 
당신은 편전으로 향합니다.
 
화영은 아무래도 밀린 상소문을 읽고 있는 모양이에요.
 
 
완:(환관이 완의 출입을 알린다. 편전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올린다.) 전하, 훈련을 마치고 왔습니다.
 
윤화영:(고개만 까딱인다.) 상소문이 왜 이리 밀렸지?
 
 
완:전하께서 미루셔서 그렇다고 사료됩니다.
 
윤화영:하, 그 입 다물라. 훈련은? 선화 녀석은 안 졸고 잘 하던가?
 
 
완:날아다니던걸요. (문득 훈련장에서 들었던 대화가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전하께서 치우라 명령하셨던 향 말입니다. 널리 쓰이는 약재인가 봅니다.
 
윤화영:젊은 게 좋군. 그런데 약재라니?
 
 
완:가르치는 아이들 중 하나가, 선화와 비슷한 향을 쓰는 사람을 보았다 하더군요. 궁인은 아니고요.
 
윤화영:그래? 여럿이 쓴단 말이지?
분명 어의에게 처방받았다 했지.
 
 
완:예. 여럿이라고는 듣지 못하였고... 어느 기루의 낭자라 했습니다.
 
윤화영:호오.
 
기루의 낭자가 쓰는 향이라...
 
왕궁의 어의가 그런 향을 선화에게 처방해줬다고요?
 
이상한 일입니다.
 
어쩌면, 그 낭자를 만나보면 뭔가 실마리가 잡힐지도 모르겠어요.
 
윤화영:(양 눈썹 사이를 손등뼈로 눌러 찌푸려진 미간을 펴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편전을 나가면 완이 뒤를 따른다. 산보하듯 천천히 걸어 도회루로 향한다.)
 
편전을 나서 도회루로 향합니다.
 
밀린 상소문도 많은데 선화까지 신경을 써야하니...
 
산책을 좀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
 
도회루가 위치해있는 못은 왕들이 휴식을 위해 자주 찾던 곳입니다.
 
연못이라기에는 크고, 호수라기에는 작습니다.
 
궁의 한 부분을 널찍하게 차지하고 있는 못은
 
도성의 강에서 그 물을 끌어와 매일같이 깨끗한 물이 고여 있습니다.
 
못의 입구에는 희고 판판한 돌로 만들어진 다리가 놓여 있습니다.
 
걸음걸음 따라 걷노라면, 어느 새 물 한 중간에 있는 도회루 앞에 서게 됩니다.
 
두 명의 궁녀들이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있습니다.
 
윤화영:
기준치: 50/25/10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궁녀: 세희 얘는 왜 안 오는 거야? 오늘도 퍼질러 자고 있나? 왜 우리가 걔 일을 대신 해야해? 가뜩이나 정이 일까지 해야해서 죽겠는데! (빗자루로 땅을 퍽퍽 때린다)
 
 
소희: 자고 있나보지. 그냥 내버려 둬. 아픈 모양이니까.
 
 
궁녀: 하여튼, 이년이고 저년이고 빠져서는... 정이 고것은 참으로 좋겠다. 나도 어머니 얼굴이나 한번 보면 소원이 없으련만…
낭군님이랑 도망이라도 친 거 아니야? 우상궁님께서는 정이가 출궁한 것도 모르시던데
 
 
소희: 낭군님은 무슨. 걔한테 애인이 어디 있어?
 
 
궁녀: 왜 없어? 그 청수나리를 쫄래쫄래 따라다니는 놈 있잖아. 안그래도 밤마다 내의원에 가는 게 이상했는데… 애인 만나러 간 거 아냐?
 
궁녀들은 당신이 온 것도 모르는 듯, 수다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소희: 선화는 그냥 정이가 챙겨주던 애야. 아까도 훈련하는 걸 보고 왔는걸?
 
 
궁녀: 그래? 그럼 진짜 어머니 만나러 갔나? 하여간 부러워. (투덜대며 돌바닥을 마저 쓴다.)
 
 
소청수:전하. 물러나라고 할깝쇼? (화영의 뒤에서 속삭인다.)
 
윤화영:되었다. (손을 휘휘 저어 청수를 좀 떨어지게 하고는 다리를 건너 정자로 향한다.)
 
당신은 정자로 향합니다.
 
궁녀들이 그제야 당신을 발견한 모양입니다!
 
 
소희: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고는) 응? 청수 나으리? ...에그머니나! 저, 전하! (옆에 있던 궁녀의 눈치를 보다가 납작 엎드린다.) 가, 가, 강녕하시옵니까?
 
윤화영:(끄덕이며 지나치려다 아, 하며 멈춘다.) 그런데 누가 내의원에 간다고?
 
 
소희: 예에? (질문을 던질 줄은 몰랐는지, 화들짝 놀란다!) 얼마 전에 출궁한 정이라는 궁녀가 내의원에 자주 들락날락거렸습니다. 친구가 의녀로 입궁했다 해서...
 
윤화영:그래? 그 친우라 함은... (찾는 듯 두리번거린다.)
너인가? (소희 옆에 납작 엎드린 궁녀에게 시선을 주며)
 
 
궁녀: 저, 정, 정이의 친우요? 저희가 정이의 친우들입니다, 전하...
 
 
소희: 의녀를 말하시는 거라면 이 아이가 아닙니다! 그 의녀는 내의원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아요...
 
윤화영:호오. 그 의녀는 이름이 무어지?
 
 
소희: 저희도 이름은 모르옵니다. 정이가 알려주지 않아서... 하지만 높으신 나으리의 소개로 들어왔다는 것만 알고 있사옵니다. 정이도 그 나으리께서 힘을 써주셔서 출궁했다고 했고요.
 
윤화영:그렇군. (끄덕이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소희: 살펴 가시옵소서!
 
당신은 발걸음을 옮겨 누각으로 향합니다.
 
궁녀들은 눈치껏 연못 밖으로 달려갑니다.
 
내리쬐는 햇살이 연못에 반사되어 반짝거립니다.
 
풍경이 참으로 아름다워요.
 
 
소청수:전하. 궁녀들에게 부탁해 다과라도 내올까요?
 
윤화영:다과라. 오랜만에 마음에 차는 말을 하는구나. 술도 한 병 같이 내오라 하거라.
 
 
소청수:예 알겠습니다!
 
청수는 신이 난 듯 궁녀들을 뒤따라갑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청수가 다과상 하나를 조심스레 들고 돌아옵니다.
 
 
소청수:(술과 유과, 약과, 떡 따위가 놓인 상을 화영의 앞에 내려놓는다. 어딘가 아쉬운 듯한 표정이다.) 하나 먹어봤는데, 맛이 영 예전같지가 않사옵니다. 정이가 유과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만들었는데...
 
윤화영:하나 먹어봤단 소리를 아주 당당하게 하는구나? (옆자리를 두드린다.)
 
 
소청수:당연히 수라간에서 맛보고 오던 참이지요. 어떻게 전하의 다과상에 손을 댑니까? (긴가민가한 얼굴로 화영과 옆자리를 바라보다가) ...다과상을 거기로 올릴까요?
 
윤화영:다과상은 여기, 네 놈이 여기지.
 
 
소청수:(화영의 옆자리에 덥썩 앉는다.) 하하, 제가 전하의 옆자리에 다 앉아봅니다? 술 한 잔 드릴까요?
 
윤화영:그러려고 앉힌 것이 아니겠느냐? (웃으며 따라보라 고갯짓한다.) 그 궁녀를 잘 아는가?
 
 
소청수:(술을 한 잔 따르며) 수라간 궁녀라서요. 가끔씩 선화를 데리고 가서 유과를 좀 얻어먹었습죠. 원래 사람들은 어린애들한테 약하지 않습니까? 하하...
 
윤화영:잘하고 다니는구나. 그런데 왜 출궁했다던가?
 
 
소청수:안 그래도 저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 물어보고 오던 참인데... 높으신 분의 눈에 들었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집에 아픈 어머니와 선화만한 동생이 있다고 맨날 말하던 아이이니, 아무래도 궁녀보다는 그쪽에 마음이 더 끌렸겠지요.
선화한테는 또 어찌 말해야될지 모르겠네요. (한숨을 푹푹 쉰다)
 
윤화영:(높으신 분, 높으신 분. 대체 얼마나 높으신 놈이길래 간이 부은 짓을 하는지 찾아내리라 다짐하며 눈을 가늘게 뜬다.) 선화는 왜?
 
 
소청수:정이가 맨날 선화에게 유과니, 떡이니 하는 것들을 몰래 줬으니 말입죠. 둘 다 가족이 없으니 사이가 꽤 좋았습니다. 정이는 가족이 멀리 있는 쪽이었지만... 아무튼! 누나같던 아이가 갑자기 사라졌으니, 상심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소희에게 약과나 좀 얻어가야겠습니다.
 
윤화영:(술을 홀짝이고 빈 잔을 내려놓는다. 다과 한 개를 집어먹어보고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 맛이 그 맛 같은데.
 
 
소청수:에이, 아닙니다. 맛이 미묘하게 달라요. 정이가 만들던 유과는 뭐랄까... 계속 먹게되는 맛? 그런 거였죠. 암요. 특히 저녁 즈음에 가면 갓 만든 유과를 내어주는데, 그게 정말... (입맛을 다신다)
 
윤화영:술이나 더 따라보거라. 선화는 지금 훈련 중인가?
 
 
소청수:예, 예. (술잔을 다시 채운다.) 그건 완님께 물어보셔야죠? 그런데 제 생각엔 자고 있을 것 같습니다. 하하!
 
윤화영:다 마시거든 오늘이야말로 그놈 숙소를 뒤져봐야겠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술을 들이킨다.) 너도 다과 좀 먹거라. 많다.
 
 
소청수:미천한 저까지 챙겨주시니, 전하의 은혜가 하해와 같사옵니다! (실실 웃으며 떡을 주워먹는다.) 완님도 드시지 그러십니까?
 
 
완:(정자 밖에 서 있다가 뒤를 돌아본다. 흘끔 쳐다보고는 다시 앞을 본다.)
 
 
소청수:하여튼 사람이 깐깐해.
 
윤화영:네놈은 꿋꿋하고 말이야.
 
 
소청수:요즘 세상은 깐깐한 놈보다는 꿋꿋한 놈들이 더 살아남지 좋은 세상이지요. (여전히 실실 웃고 있다. 이번엔 유과를 하나 맛본다!)
 
청수는 밥을 굶은 건지, 다과를 잘도 집어먹습니다.
 
아주 평화로운 날이에요.
 
 
소청수:(배를 통통 두드리다가)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전하. 할 일이 많아서요.
 
윤화영:(다과가 종류별로 한 개씩 남은 상과 청수를 번갈아본다.) ...용케 말랐군. 그래, 가보거라.
 
청수가 콧노래를 부르며 도회루를 떠납니다.
 
선화는 기루에서나 도는 향을 쓰지를 않나
 
궁녀는 그대도 모르는 사이에 출궁을 하지 않나...
 
이상한 일이 연달아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윤화영:(일어나 정자 밖으로 나간다. 완과 함께 내의원 쪽으로 걸어간다.)
 
당신은 내의원으로 향합니다.
 
몇몇 의원들이 약재를 달이고, 또 정리하고 있습니다.
 
의녀들은 약재가 잘 마르도록 부채질을 하고 있어요.
 
소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의: (가방을 정리하다가 화영을 발견하고는 허겁지겁 달려온다.) 이거, 전하 아니십니까! 어디 다치셨습니까? 저를 부르면 될 것을 어찌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윤화영:멀쩡하네. 물을 것이 있어 잠시 들렀지... 얼마 전에 정이라는 궁녀 한 명이 출궁했다던데. 그 아이와 친했다던 의녀를 좀 불러오게.
 
 
어의: 정이요...? (그게 누구지, 하는 표정이다. 하지만 곧 표정을 바꾸고는) 예. 의녀들에게 물어보고 오겠사옵니다!
 
어의가 의녀들이 모인 곳으로 달려갑니다.
 
그는 의녀들과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듯 하더니,
 
땀을 뻘뻘 흘리며 다시 달려옵니다.
 
 
어의: 그 의녀는 효정이라고 하는 궁녀인데, 지금은 없다고 하옵니다. 아마 환자를 돌보러 나간 것 같사옵니다.
 
윤화영:흠. 최근에 궁인들에게 수면에 좋다는 향을 처방해준다는 의원도 있다던데. 그러면 그 자는 찾아올 수 있겠는가?
 
 
어의: 예에? 그런 의원은 없습니다! (놀라서 펄쩍 뛴다!) 감히 궁인들에게 향을 마음대로 처방해준다니요! 의녀 중 하나가 그런 일을 벌인 게 아닐까 싶사옵니다만... 물어보고 오겠사옵니다.
 
어의는 이번엔 내의원을 한 바퀴 돌며 의원들과 의녀들을 심문합니다!
 
 
어의: 헉, 헉... (땀을 닦으며 달려온다.) 그 의녀가 친한 궁녀들에게 전하께서 쓰시는 수면향을 몇 번 나누어준 적이 있다 합니다. 일이 많아 친구들이 잠을 잘 못 이룬다고요.
 
윤화영:(늘 실실 웃는 듯한 얼굴로 여유를 부리는 청수와 함께 있다가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명을 수행하는 궁인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흐뭇해진다. 호의적인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수고했네. ...그런데 과인이 쓰는 수면향이라고? 쓴 적이 없는데.
 
 
어의: 예에... 전하께서는 불면증을 겪으시는 일이 없으시니까요. 하지만 대대로 불면증을 겪는 왕족들에게 처방해오던 향이 있사옵니다.
 
윤화영:그래? 내와보거라.
 
또 잽싸게 사라진 어의가 은은한 향이 나는 촛불 하나를 들고 다가옵니다.
 
 
어의: (향유를 촛불에 한 방울 더 떨어뜨린다.) 이 향입니다, 전하.
 
윤화영: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어의가 내온 향을 맡아봅니다.
 
하지만 분명 선화가 쓰던 것은 아닙니다.
 
선화가 쓰던 것은, 조금 더 무거운 향이었어요.
 
마치 먼 나라가 생각나게 하는...
 
윤화영:흠.
그 의녀가 사용하는 약재는 전부 이곳에 있는가?
 
 
어의: 밖에서 들고 온 것을 쓴 게 아니라면, 이곳에 있을 겁니다. (허리를 꾸벅 숙이며)
 
윤화영:찾아오게.
 
 
어의: 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화영을 바라본다.) 무엇을요?
그 수면향을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이것이옵니다, 전하. (손에 들고있던 향을 바라보며)
 
윤화영:그래...... 알겠네. (바람을 후 불어 촛불을 끄고는 발걸음을 돌린다.)
 
윤화영: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의가 가져온 것은 분명 선화가 쓰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의가 거짓을 고할 확률 보다는...
 
그 의녀가 외부에서 가져온 것을 수면향이라 속여 처방했다는 것이 더 타당하겠지요.
 
대체 의녀는 무엇을 가져온 걸까요?
 
그리고 대체 왜?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노라면, 문득 완이 고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분명 기루에서도 선화가 쓰던 것과 같은 향을 쓰고 있다고 했었죠.
 
선화는 향의 정체를 모르고 의녀와 그녀의 친구인 정이는 당장 궁 안에 없으니
 
기루로 가보면 무언가 단서를 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윤화영:(궁인들이 주거하는 공간으로 향한다.) 완아. 그러고 보니 선화는 어디 있느냐? 설마 혼자 훈련 중이진 않을 테고.
 
 
완:훈련이 끝나니 어디로 달려갔습니다. 요즘은 늘 그러던데, 오늘도 자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윤화영:경을 쳐서 깨워야겠군.
 
 
완:찾아서 곤장을 때려 깨워오겠습니다.
 
윤화영:기특한지고. 가서 찾아와.
 
 
완:예!
 
윤화영:(완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문득 뒤를 따라간다. 소맷자락에 넣어두었던 거울이 생각난 탓이다.)
 
그러고보니 당신에게는 신묘한 거울이 있었습니다!
 
선화의 꿈을 엿보면, 대체 왜 그렇게 잠에 빠져 사는지도 알 수 있을까요?
 
그대는 완과 함께 선화의 침실로 향합니다.
 
......
 
......
 
 
완:선화야. 깨어 있느냐?
 
완이 문 밖에서 선화를 불러봅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습니다.
 
정말 대낮부터 꿈나라로 떠난 모양입니다.
 
윤화영:같이 들어오거라. 오늘 저놈 방을 뒤져 향이란 향은 전부 압수해야겠다. (안으로 들어간다.)
 
당신은 완과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갑니다.
 
선화의 침실로 들어서면, 더이상 그 달큰한 향기는 나지 않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화는 눈을 뜨지 않습니다.
 
고요한 침묵 사이로
 
색색거리는 숨소리만이 간헐적으로 번져듭니다.
 
윤화영:선화야.
 
 
완:전하. 깊게 잠든 것 같습니다.
 
윤화영:...너는 이놈 방 좀 뒤지고 있거라.
 
 
완:예!
 
윤화영:(품 안에서 거울을 꺼낸다. 맨질맨질한 거울에 그의 얼굴이 비친다. 이내 그것을 돌려 곤히 잠든 선화의 얼굴을 비춘다.)
 
반짝
 
하는 빛과 함께, 거울 속의 풍경이 변화합니다.
 
김이 서린 거울 안으로 비쳐드는 것은 겨울밤,
 
눈이 내리는 풍경입니다.
 
일전에 보았던 궁 안인 것 같습니다.
 
대나무가 가득한 것이 숲 속 같기도 해요.
 
큼지막한 눈송이들이 소리 없이 이파리 위로 쌓여들고
 
묵직해진 대나무 잎이 기우뚱 기울어지면,
 
와르르 쏟아져 내린 눈이 그대로 온천수에 녹아내려요.
 
머리를 틀어올린 선화는 얇은 옷을 걸친 채 온천 안에 앉아있습니다.
 
이곳의 모습은 그대가 아는 선화와 많이 닮아있습니다.
 
열 일곱, 그쯤 되었을까요?
 
그가 올려다보는 하늘엔 빛나는 초승달이,
 
그리고 그 아래에는 아름다운 궁궐이…
 
당신은 비록 두 번째로 와보는 곳이지만
 
꿈 속의 선화에게는 익숙해보이는 곳입니다.
 
멀리서 [깃발] 하나가 나부낍니다.
 
윤화영:(무슨 깃발인지 바라본다.)
 
痴舛
 
치천?
 
왕인 당신이 모를 수 없는 이름입니다.
 
치천은 영월이 거느린 강력한 제후국 중 하나이니까요.
 
하지만…
 
윤화영: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菑川]이 맞을텐데요?
 
문자가 왠지 이상해보입니다.
 
윤화영:
역사
기준치: 5/2/1
굴림: 21
판정결과: 실패
(감도 안 온다..)
 
지금은 황제의 충실한 장수 중 하나인 양락이 왕으로 있습니다.
 
또다른 내용을 책에서 읽었던 것도 같은데,
 
기억이 나지를 않습니다.
 
윤화영:(책에서 읽었다면 교육 판정으로 기억이 날 것 같기도 하다!)
 
윤화영:
교육
기준치: 50/25/10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
 
공부를 더 열심히 할 걸 그랬습니다.
 
윤화영:(그렇다,,책을 좋아하지 않는 그였다)
 
그렇게 뭔가를 떠올리려 머리를 싸매고 있으면...
 
그때, 찰박거리는 소리가 그대를 일깨웁니다.
 
온천에 발을 담근 것은 꿈 속의 ‘그대’입니다.
 
물가에서 물장구를 치는 모습이 퍽이나 익숙해 보입니다.
 
반쯤 물에 잠겨있던 몽중경 안의 선화가 문득 ‘그대’를 올려다봅니다.
 
연선화:전하. 아버님은 언제 돌아오실까요?
 
 
윤화영¿:(걸터앉아 손가락으로 선화의 머리카락을 꼬고 있다.) 일이 다 끝나면 돌아오겠지. 걱정되느냐?
 
연선화:어찌 걱정이 안 된답니까? 아버님이 돌아가시기라도 할까 두렵습니다. 유겸 형님은 너무 무서워요.
 
선화를 바라보던 ‘그대’가 웃음을 터뜨립니다.
 
연선화:무엇이 그리 웃기십니까?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윤화영¿:전쟁이 그리 쉽게 끝나더냐? (온천 안으로 훌쩍 뛰어들어간다.) 그럼 가지 말라고 바짓가랑이라도 붙들고 울었어야지.
 
연선화:으악! (재빠르게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물이 튀잖아요!
 
 
윤화영¿:이미 물 속에 있으면서?
 
연선화:얼굴은 아직 안 넣었다구요. 머리 감기 싫은데…
 
 
윤화영¿:머리 감기가 싫다고? 앞으로는 내 옆에 오지 말아라.
아, 이참에 머리를 다 밀어버리지 그래.
 
연선화:됐습니다. 전 이만 가볼테니 전하는 물장구나 실컷 치십시오! (돌아가려는 듯 몸을 홱 돌린다.)
 
 
윤화영¿:(웃음을 터뜨린다.) 또 도망치려 하는구나? 정말 돌아갈 마음도 없으면서.
 
그리고 ‘그대’는 선화를 확 끌어당겨 안아버립니다.
 
버둥거리던 선화도 정말 떠날 마음은 없었는지, 이내 잠잠해집니다.
 
연선화:(말없이 화영의 등에 팔을 두른다. 얼굴은 이미 새빨개진 채다.)
 
그리고…
 
단순히 스쳐 지나기만 했다면 그저 착각이라 여겼으련만ㅡ
 
 
윤화영¿:(선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곳에서 나와 함께 살자, 선화야. 여기엔 네 가족도 있잖니? 그 궁녀나 내관같은 가짜 말고, 진짜 말이야.
 
분명 아닙니다.
 
거울을 사이에 두고서,
 
선화를 사이에 두고서
 
그대와 ‘그대’의 시선이 선연히 마주쳤습니다.
 
선화가 투덜대는 말은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그대’는 오로지 그대만을 뚫어지도록 바라보고 있어요.
 
마치 저 거울 너머의 세계가 정말로 존재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윤화영: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거울 안의 ‘그대’가 히죽 웃습니다.
 
입술이 벌어지고 소리 없는 단언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날카로운 소리가 그 뒤를 이어 귓가를 울렸습니다.
 
윤화영: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직전까지만 해도 분명 곱게 들려 있던 거울이 손 안에서 박살납니다.
 
잠들어 있던 선화의 낯으로 거울 조각들이 쏟아져 내리기 전,
 
다행히 거울 조각들을 쳐낼 수 있었습니다.
 
 
완:(다급하게 다가온다.) 전하! 무슨 일입니까?
 
다급하게 묻는 목소리도 귓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거울 안의 ‘그대’가 마지막 순간 중얼거린 말,
 
하나하나 읊은 음절을 끼워맞추면
 
단 하나의 문장이 만들어져요.
 
틀림없이 ‘그대’는 그리 말했습니다.
 
라고.
 
......
 
......
 
거울이 깨지고, 선화가 눈을 뜨지 않은 지도 벌써 반나절이 꼬박 흘렀습니다.
 
 
어의: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깊은 잠에 빠진 것 뿐이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불려온 어의는 한참 맥을 짚더니 그저 그가 깊은 잠에 든 것일 뿐이라 진단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깊은 잠에 든 사람과는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어의도, 그대도 알고 있습니다.
 
 
소청수:전하. 완님께 부탁해 머리를 한 대 때려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윤화영:좋은 생각이다. (굳은살이 가시지 않은 손바닥을 내려다보다가 그대로 선화의 이마를 차지게 때린다.)
 
빡! 소리와 함께 선화의 이마가 붉게 달아오릅니다.
 
하지만 선화는 여전히 요지부동입니다.
 
 
소청수:이것 참, 살아있는 시체라 해도 믿겠습니다!
 
윤화영:무어라? (청수의 이마에도 당수를 날린다.)
 
 
소청수:으악!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제대로 피하지도 못하고 맞아버린다!) 아이고고... (이마를 문지르며) 왜 저를 때리십니까!?
 
윤화영:부정탈 말을 하니 부정을 털어준 게지. (자리에서 일어나 완만 데리고 밖으로 나간다.) 궁 밖에 다녀오겠다. 너는 그 동안 선화를 앞뒤로 좀 뒤집고 있거라.
 
 
소청수:예에... 알겠사옵니다. (얌전히 선화를 뒤집는다.)
 
당신은 어의와 청수를 뒤로하고 선화의 침실을 나섭니다.
 
 
완:전하. 어디로 모실까요?
 
윤화영:기루로 가자. 선화가 쓰는 향이 그곳에서 나왔다 하더구나.
 
 
완:예. 알겠습니다.
 
널따란 궁궐의 한쪽에 자리한 옆문을 슬쩍 빠져나오면
 
두 사람이 지나가기 적당한 돌담길이 있습니다.
 
걸음을 옮겨 복사나무 사이사이를 지나다보면
 
많은 이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저잣거리에 이어 이내 기루의 정경이 그대 눈앞에 드러납니다.
 
밤이 되면 수많은 불빛들이 빛나고 웃음소리 만개하는 곳입니다.
 
 
완:(의아한 듯 기루를 바라보다가 화영의 앞을 막아선다.) 뭔가 이상합니다, 전하.
 
윤화영:무엇이?
 
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완:취객인가...
 
허둥거리는 소리와 함께 웅성대는 사람들이 기루의 앞쪽에 몰려 있고
 
경비들이 잔뜩 피곤한 얼굴로 그들을 막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무슨 일인지 알아보는 것이 좋겠네요.
 
 
완:제가 먼저 가볼테니 천천히 따라오십시오.
 
그렇게 말한 완은 기루의 앞을 지키고 있는 경비에게로 다가갑니다.
 
윤화영:살펴보고 오거라.
 
 
완:(경비와 몇 마디를 나눈 후 화영에게로 돌아온다.) 기루에서 일하던 사월이라는 기녀가 갑자기 기절한 것처럼 쓰러져 잠들었다고 합니다.
몸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데 깨워도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사월이의 방에는 이상한 향이 잔뜩 피워져 있었는데, 그 방문을 열자마자 그 앞에 있던 이들이 기절한 것처럼 잠들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완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안에서 수염 지긋한 노인이 걸어 나오는 것이 보입니다.
 
윤화영: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경비: 사월이는 어떻습니까? 손님들은요? 사월이가 우리 기루에서 제일 손님이 많은데... 아쉽게 됐습니다, 그려.
 
 
의원: 예끼! 지금 그게 문제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빈민굴에서나 알음알음 돌던 향인데 이런 것을 대체 어디서 구했는지... 내 내일 다시 옵세. 입단속 잘 하고!
 
의원은 기루를 떠나 집으로 가려는 듯, 당신이 있는 쪽으로 다가옵니다.
 
 
완:(화영에게 속삭인다.) 전하. 저자를 심문해볼까요?
 
윤화영:(끄덕인다.)
데려와.
 
완이 지나가던 노인의 말을 낚아챕니다!
 
 
의원:어이쿠! 웬 놈이냐!?
 
 
완:의원님을 뵙고자 하는 분이 계십니다. (의원을 정중하게 화영에게로 안내한다.)
 
 
의원:거, 누군데 그려? (툴툴대며 완과 함께 화영에게로 걸어온다.) 날 부른 게 그짝이요? 어린 놈이 버르장머리 없이 왜 어른을 오라가라야?
 
윤화영:(눈웃음을 치며 복주머니처럼 보이는 묵직한 주머니 하나를 건넨다.) 방금 있던 일, 이야기 좀 들려주시오.
 
 
의원:크흠, 흠. 의원을 돈으로 매수하려 하다니... (주머니를 슬쩍 열어보고는 품 안에 스윽 넣는다. 거절하기엔 너무 많은 금액이었다.)
 
윤화영:큰 비밀도 아니지 않소.
 
 
의원:무엇이 궁금해서 그러오? 보아하니 사월이 소식을 듣고 찾아온 나리 같은데, 사월이는 이미 가망이 없구려.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깨어나지 않기를 선택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이겠지만서도...
 
윤화영:깨어나지 않기를 선택했다니?
그러고 보니 그 '향'이란 건 무엇이오?
 
 
의원:그 향 말이지? 사몽화향이라 불리는 것인데, 사특한 주술이 걸려있는 것이라 빈민굴에서나 돌던 향일세. 수면향처럼 금새 효과를 내고 편안하게 갈 수 있으니 칼 맞아 죽을 자신은 없는 놈들이 주로 쓰던 향이지.
 
윤화영:'편안하게 갈 수 있다'? 어딜?
 
 
의원:어디긴? 저승이지! (껄껄 웃는다.) 사월이는 기예도 출중하고 찾는 놈들도 많은 아이였는데, 대체 무엇이 그리 불만이었을꼬? 쯧쯧... 나이도 어린 것이 말이야. (한숨을 내쉰다.)
 
윤화영:설마! 내 아는 이가 매일같이 그 향을 피우던데, 아직도 살아 있단 말이오.
 
 
의원:응? 또 누가 이걸 피우고 있다고?!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진다.) 허이고! 대체 어디서들 이런 걸 갖다 쓰는 것이여?
안타깝지만 내 이 향을 피우고서도 멀쩡하게 돌아왔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네. (위로하듯 화영의 어깨를 토닥인다.) 찾아보기 힘든만큼 치료법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향이야.
 
윤화영:(눈살을 찌푸리고는) 어디 가면 구할 수 있나? 그 치료법이란 것. (뒤늦게 덧붙인다.) 말이오.
 
 
의원:글쎄올시다! 뭐, 고서(古書)에는 나와 있으려남? 나야 본 적이 없으니 알 길이 없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윤화영:뭐 이리 아는 게 없소? 그럼 그 향은 빈민굴에 가면 구할 수 있는 거요?
 
 
의원:뭬야? (눈썹을 치켜뜨며) 내가 말하지 않았소? 이게 얼마나 사특하고 희귀한 향인데! 저 왕궁의 어의... 아니, 저 영월황궁의 태의령들도 모를 거요! (씩씩대며 왕궁을 삿대질한다.)
그 향을 구하고싶다고? 사월이가 쓰던 것이 있으니 저기 경비한테나 물어보던지.
 
의원은 기분이 상한 듯, 그대로 훌쩍 떠나버립니다!
 
윤화영:저, 저. (손가락질하며 뛰쳐나갈 기세다.)
 
 
완:잡아와서 곤장을 칠까요, 전하?!
 
윤화영:백 대 정도 쳐야겠다. 저놈 말은 구워먹고 말이야.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기루 문쪽을 기웃댄다.) 그 경비에게서 향을 구해올 수 있겠느냐?
 
 
완:예. 다녀오겠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인 왕이 경비에게로 다가갑니다.
 
그는 경비와 한참 실랑이를 하는가 싶더니...
 
 
완:
기준치: 50/25/10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뒤이어 작은 비단주머니 하나를 들고 돌아옵니다!
 
 
완:(주머니를 건네며) 제 한달 치 봉급과 맞바꿔왔습니다, 전하.
 
윤화영:참으로 기특하다! (어깨를 두드려주고 주머니를 열어본다.)
 
주머니를 열어보면, 작은 알갱이들이 서너 개 들어있습니다.
 
양초와 질감이 비슷한 것이 꼭 녹여서 사용하는 것 같아요.
 
은은한 향이 퍼져나옵니다.
 
분명 선화의 방에서 맡았던 그 향입니다.
 
분명 선화가 쓰던 것도 이 '사몽화향'이 분명합니다.
 
대체 누가 이런 것을 왕궁 안에 들인 걸까요?
 
윤화영:(주머니를 여미고 소매 안에 넣는다.) 날이 늦었으니 이만 환궁하자꾸나. 지금쯤이면 어디 갔는지 모를 그 의녀도 돌아왔겠지.
 
이만 궁으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의심이 가는 인물이라면, 지금으로서는 한 명 뿐입니다.
 
높으신 분의 도움으로 들어왔다던 그 의녀...
 
그자라면 무언가를 알고 있을까요?
 
......
 
......
 
선화에게로 돌아가면, 선화는 여전히 죽은 듯 누워있습니다.
 
선화가 이것을 직접 가져왔을 리는 만무하겠지요.
 
그렇다면...
 
윤화영: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누군가 선화에게 이것을 건넨 것은 아닐까요?
 
궁 안으로 이 향을 들여오고, 또 선화에게 건넬 수 있을만한 사람.
 
즉, 범인은 선화의 주변에 있는 인물 중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윤화영:(밖에 서 있는 완을 흘끗 쳐다보았다가 고개를 돌린다. 저 감자 같은 놈이 그러고도 그에게 들키지 않았을 리가.) 완아- 청수를 불러오거라.
 
 
완:(문 밖을 향해 소리친다.) 청수를 불러오라신다!
 
잠시 후, 청수가 종종걸음으로 들어옵니다.
 
 
소청수:(허겁지겁 들어온다.) 선화가 깨어났습니까, 전하?
 
윤화영:그걸 굳이 불러서 전해주겠느냐?
그보다 물을 것이 있다. 선화랑 안면을 튼 놈들을 죄다 읊어보거라. 너라면 알 것 같구나.
 
 
소청수:예에, 알겠습니다. 어디보자... 전하, 저 완님, 그리고 같이 훈련하는 명, 청, 원이가 있고요, 그리고 수라간의 궁녀들이 있습죠. 정이와 소희 정도 뿐입니다. 정이는 출궁해서 없고...
 
윤화영:정이. 정이는 기억나고... 소희가 무얼 하는 아이였지?
 
 
소청수:소희는 그... 도회루에서 빗자루질을 하던 아이입니다. 수라간에서 반찬을 담당하고 있사옵니다.
 
윤화영:(도회루에서 빗자루질하던 궁녀가 여럿이라 개중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럼 그 중에 밖에 나다닐 수 있는 것들은... 너, 완이... 또 누가 있을꼬.
 
 
소청수:(의아한 듯 화영을 바라보며) 무엇이 궁금하십니까? 소희를 불러올까요?
 
윤화영:누가 선화에게 향을 주었나 찾고 있단 말이지. 너는 짚이는 게 없느냐?
 
 
소청수:흐음... 정이가 가장 유력한 것 같은데요... 소희한테 듣기로는, 정이가 출궁하기 전에 유독 잠을 많이 잤다고 했습니다. 제가 선화와 수라간에 갔을 때도 종종 졸고 있었고요.
 
윤화영:호오. 그 아이가... ...혼인하였다 했던가? 가물가물하군.
 
 
소청수:예에 그렇사옵니다. 하지만 소희와 정이는 치마 갯수까지 알고있을 정도로 친한 사이이니, 소희라면 무언가 알고 있는 것이 있을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윤화영:...너도 별 걸 다 아는구나. 너도 아느냐?
 
 
소청수:예? 치마 갯수 말입니까?
 
윤화영:네놈이라면 알 것도 같고...
 
 
소청수:다섯 개쯤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 크흠, 흠... (헛기침을 하며) 아무튼... 그렇사옵니다.
 
윤화영:허이고.
아무튼 수랏간에 들러야겠다. 너도 따라오너라.
 
 
소청수:예에, 알겠사옵니다.
 
그대는 청수, 완과 함께 방을 나섭니다.
 
소희라는 궁녀가 무언가를 알고 있어야 할텐데요...
 
의원의 말처럼, 서고에 들러 고서를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
 
그대는 수라간으로 들어섭니다.
 
매 끼니마다 분주하게 12첩 그득한 반상을 뚝딱 만들어내는 수라간입니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내부는 한산하기만 합니다.
 
내부를 둘러보면...
 
 
소청수:(아궁이 앞에 있는 궁인을 향해 속삭이듯 소리친다.) ...소희야! 소희야!
 
장작을 든 채 졸고 있던 궁인이 화들짝 놀라 주위를 둘러봅니다.
 
 
소희: ...청수 나으리...? (시선이 화영을 향한다.) 저, 저, 저, 저, 전하!? (다급하게 장작을 던져버리고 바닥에 납작 엎드린다.) 아, 안녕하시옵니까!
 
윤화영:물을 것이 있다. 네가 정이와 친하다지? 정이가 근래에 잠이 늘었다던데. 맞는가?
 
 
소희: (여전히 바닥과 한 몸인 것처럼 엎드려있다.) 예, 예! 그렇사옵니다! 애라도 들어선 것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그, 그건 아니었사옵니다.
 
윤화영:그러면?
 
 
소희: 그것이... 그...
 
윤화영:
매혹
기준치: 60/30/12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소희: 송구하옵니다! 송구하옵니다, 전하! (왠지 사과를 해야할 것 같은 기분에, 머리를 조아린다.)
 
윤화영:
말재주
기준치: 45/22/9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윤화영:무엇이 송구하느냐? 바른대로 말하거라............
매혹
기준치: 60/30/12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윤화영:말하지 않으면 곤장을 치겠다. (ㅠㅠ)
위협
기준치: 40/20/8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소청수:어서 바른대로 고하거라!
 
 
소희: 그, 그것이... 그러니까... 비밀이라고 했는데...... (화영과 청수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눈을 질끈 감는다.) 저, 정이가 좋은 꿈을 꾸게 해주는 향을 선물 받았다고 했사옵니다. 제게도 주었지만 저는 일이 많아 쓰지 않았는데... 그것 때문에 잠이 많아졌던 것 같사옵니다.
갑자기 사라져서 졸다가 어디에 굴러 떨어진 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었는데, 높으신 분의 명으로 출궁을 했다는 소식을 얼마 전에 들었사옵니다. 그, 그리고 정이가 친한 궁녀 몇명에게도 그 향을 선물했다고 들었사옵니다...
 
윤화영:출궁을 허한 일이 없는데 기이하구나. 대체 그 높으신 분이란 게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 친했다 하면 너도 본 적이 있을 것이 아닌가.
 
 
소희: 그것이... 그... (한참동안 주저하다가) ...예부상서께서 정이를 데려갔다 알고 있사옵니다. 허, 허나 확실하지는 않사옵니다! 저도 건너건너 들은 것이오라...
정이는 안 좋은 뜻으로 그런 향을 나눠준 것이 아니오라... 가족을 그리워하는 아이들이 많아 좋은 뜻에서 그 향을 나눈 것뿐이옵니다, 전하...
 
윤화영:되었다. 지금 데려와 심문할 수도 없는 것을. 그 향을 누구에게 선물받았다는지도 알고 있느냐?
 
 
소희: 예, 예부상서께서 데려오신 의녀 승의에게서 받았다 들었사옵니다. 그런데 승의도 어딜 갔는지 통 보이지가 않는지라... (화영의 눈치를 보다가) ...선화 때문에 이리하시는 겁니까?
 
윤화영:선화가 아니고서야 무엇하러 이리 발품을 팔고 있겠느냐.
 
 
소희: 예에... (다시 몸을 숙인다.) 선화도 나쁜 뜻으로 그, 그 향을 쓴 것은 아닐 것이옵니다... 어린애가 원체 가족을 그리워하고 있던지라, 정이가 향을 슬쩍 건네주었다고 들었사옵니다...
 
윤화영:궁인들간 이리 정이 두터우니... (중간에 말을 흐린다.) 그래. 내게 말하지 않은 것이 남아 있느냐?
 
 
소희: 없사옵니다! (손사래를 친다.) 정이에 관한 것이라면 다 말씀 드렸사옵니다!
 
윤화영:진실로 알겠다. (끄덕이며 돌아선다.)
(어두워진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하품을 내뱉으며 서고로 향한다.)
 
역시 그 향은 외부에서 온 모양이었나 봅니다.
 
향이 어디서 왔는지 알았으니 이제 치료법만 찾으면 되겠죠.
 
그러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올 것입니다.
 
당신은 서고로 향합니다.
 
......
 
......
 
도화(桃華)의 역사를 엄정히 기록한 실록부터 민중들의 그렇고 그런 온갖 잡학까지,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아 있는 공간입니다.
 
소장하고 있는 도서의 양이 방대하고 분야가 다양하여
 
한 사람이 평생을 다 바치더라도 전부 읽지 못할 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곳입니다.
 
그만큼, 무엇에 관한 실마리를 찾더라도 분명 답을 내어줄 수 있겠지요.
 
서고로 들어서면 그림을 엮은 화집(畫集)부터 [사서(史書)]와 [의서(醫書)] 등이 눈에 띕니다.
 
윤화영:(의서를 펼쳐본다.)
 
다양한 질병과 약재 등에 관해 적혀있는 책입니다.
 
윤화영:
자료조사
기준치: 30/15/6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윤화영:
자료조사
기준치: 30/15/6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윤화영:(들여다본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대체 얼마나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평소에 이런 책을 볼 일이 없으니,
 
어디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어요.
 
결국 당신은 책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약 1시간이 흐른 후...
 
드디어 당신이 찾던 것이 등장합니다.
 
윤화영:(눈을 가늘게 뜨고 책을 눈에서 멀리한다. 제대로 읽은 것이 맞나 의심스럽다. 어쨌거나 내용을 기억해둔다.)
 
그대도 글을 배웠으니, 제대로 읽은 것이 맞을 겁니다.
 
책이 도움이 된 것도 꽤나 오랜만이군요.
 
이제 선화를 깨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윤화영:(졸린 눈을 비비며 사서도 펼쳐본다.)
 
잠이 쏟아집니다.
 
도화국이 어쨌느니, 영월제국이 저쨌느니...
 
그나마 싸우는 부분이 흥미롭군요.
 
윤화영:치천, 치천...... (선화의 꿈 속에 나왔다면 그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선화의 성씨도 연강의 '연' 자를 썼던 것 같은데. 그러나 지금 일도 아닌 옛 일을 살피고 있자니 잠기운이 몰려와 책을 도로 꽂아넣는다.) 피곤하구나.
 
원하던 것을 얻었으니, 이만 이 지루한 곳에서 나가보아도 될 것 같습니다.
 
 
소청수:전하. 침전으로 드시겠사옵니까?
 
윤화영:(작게 하품하며 끄덕인다.)
 
하루쯤 더 잔다고 큰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겁니다.
 
선화는 멀쩡하게 숨도 쉬고 있는걸요.
 
윤화영:(하루쯤 미룬다고 그새 선화가 저승으로 가버리지는 않을 테다. 조금 전에도 멀쩡하게 숨쉬는 것을 확인하고 오지 않았던가? 하루쯤 잔다고... 하루쯤... 그리고 정신을 차려 보니 선화의 방 앞에 와 있었다. 의문스러운 얼굴로 청수를 돌아보니 가타부타 말도 없이 얌전히 손을 모으고만 있다.)
...너희들은 밖에 서 있거라.
 
 
소청수:예에. 알겠사옵니다, 전하.
 
분명 침전으로 가려고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선화의 방 앞입니다.
 
꿈 속에서 봤던, 그대와 똑 닮은 얼굴을 지니고 있던 그 몽마의 말이 맴돌던 탓일까요?
 
궁궐의 담 너머로 어둠이 물들고
 
선화의 꿈에서 보았던 것을 꼭 닮은 초승달이 떠오릅니다.
 
향을 손에 쥔 채 침실 안으로 들어서면,
 
여전히 깨어나지 않는 선화가 그대 앞에 눈을 감고 있습니다.
 
얼굴에는 다시는 깨어지지 않을 것 같은 견고한 평화가 어려 있는 것도 같아요.
 
보고 있노라면, 문득 그런 의문이 그대의 머릿속에 스칩니다.
 
그를 구할 수 있을까요?
 
애시당초 그를 구해낼 자격이 그대에게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요?
 
의원의 말이 귓가에 어른댑니다.
 
선화가 가족을 그리워했다던 궁녀의 말도,
 
꿈 속에서 선화의 그네를 밀어주던 늙은 남자의 모습도요.
 
그대와 비슷하지만 달랐던 '그대'의 모습도...
 
차라리 금은보화를 원한다면 마음이 편하련만
 
가족이라…
 
그것만큼은 한 나라의 왕인 당신조차도 채워줄 수 없는 것입니다.
 
어떠한 가능성이 그제서야 떠오릅니다.
 
어쩌면 선화는 이 궁을 떠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당신이 모르는 그의 과거로,
 
그의 가족에게로 가기를 바랐던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그가 이 모든 일들을 스스로 선택한 거라면
 
그대가 구하겠다 마음먹은 이 순간마저도 모두 의미가 없는 일이라면.
 
그렇다면 그대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걸까요?
 
윤화영:(순간 그러한 의문을 떠올리고는 작게 웃음을 터뜨린다. 떠나고 싶다면 어떠한가! 그가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선화는 떠날 수 없다. 향로에 향을 피우고 선화의 옆에 눕는다. 손이 많이 가는 무사를 찾아올 시간이다.)
 
무사란 왕에게 예속된 존재이니
 
쓸모 없는 걱정은 더이상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촛불 위로 향이 떨어져 내립니다.
 
달큰하고 묵직한 향이 코끝을 가득하게 메워 옵니다.
 
천천히 눈앞이 흐려지고
 
당신은 선화의 곁에 쓰러지듯 몸을 뉘입니다.
 
눈앞의 세상이 핑그르르 돌고,
 
어두워지고,
 
그리고…
 
온통 어둠입니다.
 
......
 
......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피어나지 않은 꽃망울입니다.
 
햇빛이 완연히 저물지 않은 언덕 위로
 
수없이 많은, 꽃봉오리의 그림자가 넘실거립니다.
 
이곳이 어디인지 굳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주변을 돌아보면 짐작은 더욱 단단한 확신이 됩니다.
 
이곳은 아름답기로 유명한 치천국의 궁궐,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이 봄철의 목련입니다.
 
금방이라도 피어날 것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꽃망울들이 돌아보는 곳마다 가득합니다.
 
그러나 이 나라를 휘감고 있는 공기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습니다.
 
멀리서부터 울음소리가 들리고, 얼핏 보이는 이들은 새하얀 상복을 입고 있습니다.
 
누가 죽기라도 한 걸까요?
 
하는 소리와 함께, 인기척이 느껴진 것은 그 때였습니다.
 
이곳에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생각이 끝을 맺기도 전, 날카로운 것이 그대를 향해 날아듭니다.
 
윤화영: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반사적으로 그것을 피하면, 그제서야 제대로 마주할 수 있어요.
 
검을 쥐고 있는 것은 분명 그대와 똑 닮은 또 다른 ‘그대’입니다.
 
얼마전까지 선화와 함께하던... 그 몽마요.
 
걸치고 있는 옷과 흔들리지 않는 연갈색 눈동자까지.
 
무엇 하나 다른 게 없지만...
 
딱 하나 다른 점은, 그가 입이 찢어지게 웃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대를 향해 벌어진 입술이 속살댑니다.
 
 
윤화영¿:(칼을 두어 번 휘두르다가 땅에 박아넣는다.) 내 거라고 했잖아.
 
윤화영:뭐야?
 
 
윤화영¿:(화영의 얼굴을 유심히 뜯어보며) 귀가 없나?
 
윤화영:말하는 꼴이 나를 꼭 닮았군. (웃음기 어린 얼굴로 가까이 다가간다.) 네 상징은 무얼까?
 
 
윤화영¿:네가 더 잘 알 것 같은데? 너를 꼭 닮았다며? (히죽히죽 웃으며 대꾸한다.)
다 구경했으면 이만 돌아가지 그래?
 
윤화영:(바닥에 박힌 칼의 손잡이를 쥐고 뽑는다.) 일단 널 구석구석 뒤져봐야겠어.
 
 
윤화영¿:응? 그건 선화건데? 가지던지 말던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나는 두 번씩 말하는 사람이 아니야. 죽고싶지 않으면 꺼져.
 
윤화영:아, 그러시군? (칼을 고쳐쥐고 그대로 저를 닮은 남자에게로 달려든다.)
35
도검(중형)
기준치: 35/17/7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
 
 
윤화영¿:음?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대’가 당신의 검을 가볍게 피합니다!
 
 
윤화영¿:찌른건가? (의아한 듯 화영을 바라보다가, 검을 하나 만들어낸다. 그리고는 그대로 화영의 어깨죽지를 찌른다.)
도검(중형)
기준치: 35/17/7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피해: 4
 
‘그대’의 검이 빗나가고 맙니다.
 
윤화영:(검을 땅과 수평으로 든 채 남자의 배를 향해 찌른다.)
도검(중형)
기준치: 35/17/7
굴림: 49
판정결과: 실패
피해: 5
 
 
윤화영¿:(어깨를 으쓱이고는 가볍게 피한다.) 넌 왕이잖아. 왜 이런 데까지 와서 시간을 낭비해?
(그대로 화영의 허벅지를 향해 검을 휘두른다!)
도검(중형)
기준치: 35/17/7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피해: 4
 
윤화영:(날아오는 검날을 쳐내고 다시 그를 향해 찌른다.)
근접전(도검) Roll
기준치: 35/17/7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도검(중형)
기준치: 35/17/7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2
 
 
윤화영¿:윽...! (피하기도 전에 검에 맞아버렸다. 고통스러운 듯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귀도 없는 것 같더니, 입도 없나?
(불만스러운 듯한 얼굴로 검을 고쳐쥐고, 화영의 가슴께를 노린다!)
도검(중형)
기준치: 35/17/7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피해: 3
네놈은 명색이 왕이면서 검술 훈련은 안 하고 뭘 한 거야? (씩씩대며 대꾸한다.)
 
윤화영:(검을 흘려보내다 웃음을 터뜨린다.) 네놈은 청수놈보다 말이 많구나! (다시 검을 휘두른다.)
도검(중형)
기준치: 35/17/7
굴림: 41
판정결과: 실패
피해: 3
 
 
윤화영¿:하하! (화영을 비웃듯 피하고는) 저놈은 네놈이 줄 수 없는 것을 원해. 이 세상에 없는 것을 어떻게 만들어주려고? (비아냥대는 어투로 떠들어댄다. 그리고는 재빠르게 검을 찔러넣는다!)
도검(중형)
기준치: 35/17/7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피해: 3
 
윤화영:(재빠르게 날아드는 검을 재빠르게 피하며 이번에는 다리쪽을 노린다.)
도검(중형)
기준치: 35/17/7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피해: 1
(욕짓거리!)
 
 
윤화영¿:하하하! (더 큰 목소리로 비웃는다!) 네놈이 이런 꼴이니 선화가 진짜 가족을 찾는 것이 아니냐? (검을 내던져버리고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두른다!)
비무장
기준치: 50/25/10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피해: 5
 
윤화영:말이, 많다! (주먹을 피하며 검으로 팔을 내려친다.)
도검(중형)
기준치: 35/17/7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피해: 6
이것은 내 꿈이기도 한데 어찌 세상이 내 뜻대로 되질 않는구나! (제 분을 못 이기고 하늘을 향해... 쩌렁쩌렁 소리친다...)
 
 
윤화영¿:내가 누구를 닮아서 말이 많겠느냐? 널 닮아서 말이 많은게지! (히죽거리며 다시 주먹을 휘두른다!)
비무장
기준치: 50/25/10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
 
윤화영: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윤화영¿:(드디어!) 하하! 네놈이 선화의 꿈에 들어온 것이니, 너는 불청객일 뿐이다.
 
윤화영:(열받은 이마에 핏줄이 솟아오른다. 저 놈을 양꼬치마냥 뚫어버리겠다는 의지로 검을 내찌른다.)
도검(중형)
기준치: 35/17/7
굴림: 41
판정결과: 실패
피해: 4
 
 
윤화영¿:어이쿠! 또 피해버렸구나! (입이 찢어질 듯 웃으며 다시 한 번 화영을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두른다!)
비무장
기준치: 50/25/10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피해: 2
 
윤화영:(마지막....! 일격....!)
도검(중형)
기준치: 35/17/7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
 
그대의 일격이 몽마의 무릎을 파고듭니다!
 
‘그대’가 일순간 무너져 내립니다.
 
아니,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녹아내리고 있어요.
 
기이한 소리와 함께 쓰러진 그것은
 
온통 새까매지고 새까매져서
 
흐물거리는 덩어리가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된 형체조차 존재하지 않는 거품 덩어리 사이로
 
녹빛의 눈알들이 번쩍이다 사라집니다.
 
아마도 이것이 ‘몽마’라 불리던 것의 진짜 모습일 테지요.
 
윤화영: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4
 
그와 동시에 눈앞의 세상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마치 쉴 새 없이 팔락이는 그림들을 들여다보는 것처럼요.
 
가득 맺혀 있던 꽃망울들이 피어나고
 
목련잎이 떨어집니다.
 
가지 끝에서는 푸른 잎이 돋아나고 햇빛은 따갑도록 내리비쳐요.
 
윤화영: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네 번의 계절을 보내고 나면 꿈 안에 갇혀버린다던 것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그대가 처음으로 보았던 거울 안의 풍경이 가을이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나요?
 
이대로 간다면 곧 봄이 지고 여름이 돌아올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 되면 선화는 영영 깨어나지 못하겠지요.
 
선화를 찾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습니다.
 
윤화영:(신경질적으로 사라져가는 검은 액체에 검을 찔러넣고 있다가 문득 계절이 바뀌고 있는 것을 깨닫는다. 검을 던져버리고 주위를 둘러본다. 이 넓은 곳 어디에 선화가 있는 거지?)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어디에... 있을까요?
 
열심히 머리를 굴려봅니다.
 
높은 지위로 보였던 남자와 함께 그네를 타던 선화,
 
그리고 궁궐의 대나무 숲 안에서 온천을 즐기던 선화...
 
문득 주위를 둘러보면, 거대한 궁궐이 눈에 띕니다.
 
저 안에 있을 것이라는 강한 예감이 듭니다.
 
그와 동시에, 쓰러져있던 '그것'이 꾸물꾸물 몸을 일으키기 시작합니다.
 
녹아내린 눈앞의 것이 찢어질 듯 입을 벌리면
 
그 끔찍한 악취에 그제서야 퍼뜩 정신이 듭니다.
 
윤화영:
기준치: 50/25/10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기겁하며 도망치려던 찰나, 궁 안쪽에서 누군가가 달려나옵니다.
 
온통 새하얀 상복을 입고 있는 선화입니다.
 
연선화:전하! 어디 계시는...... (달려오다가 화영과 검은 덩어리를 보고는 멈칫한다.) ......? 전하?
...저게 무엇입니까!? (기겁하며 뒤로 물러난다.)
 
윤화영:(인상을 찌푸리며 검은 덩어리에 검을 찔러넣는다.) 너를 해하려는 놈이다. ...선화가 맞느냐?
 
검을 찔러넣으면...
 
검이 마치 진흙탕 속으로 빠져드는 것처럼,
 
'그것'의 몸 속으로 빨려들어갑니다.
 
연선화:제가 선화가 아니면 누구겠습니까? 아니, 그리고 저건 대체... (질린 듯한 얼굴로 코를 틀어막고는 화영을 궁궐 쪽으로 잡아 끈다.) 우선 저희 집으로 가시지요. 병사들을 불러오겠습니다.
 
윤화영: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궁궐쪽으로 끌려가던 당신은 서고에서 읽었던 책의 내용을 번뜩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것'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검은 것은 모든 것을 집어 삼키려는 것처럼 마구잡이로 입을 벌리고 밀어 넣으며
 
두 사람을 향해 거대한 몸집을 움직입니다.
 
당장 도망치지 않으면 저놈에게 잡아먹힐 것이 분명합니다.
 
이지러진 것.
 
이 꿈 속에서 이지러진 부분...
 
무언가를 깨달은 당신은 선화의 손을 잡고 달려나갑니다.
 
당신의 시선은 한 곳만을 향하고 있습니다.
 
일전에 기묘한 위화감을 느꼈던, 틀린 글자가 새겨져있는 그 깃발을 향해서요.
 
치천국은 분명 저렇게 표기되는 이름이 아닙니다.
 
서로의 손에 단단히 의지한 채 그렇게 얼마 즈음이나 달렸을까요?
 
언덕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오면
 
그제서야 두 사람의 눈에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쏟아져 내리는 여름 햇빛 아래 번지는 푸르른 녹음.
 
그러나 그 뒤로 보이는 것은 끝없는 폐허입니다.
 
아마도 꿈이라는 이름의 환상을 벗겨내고 남은 것이겠지요.
 
선화의 꿈이 조금씩, 조금씩 무너져 내립니다.
 
한참을 달리던 그대와 선화는 드디어 깃발 앞에 다다릅니다.
 
선화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표정입니다.
 
꿈 속의 선화에게는 이곳이 현실일테니까요.
 
한 손에는 선화의 손을 잡고,
 
그대의 다른 손끝이 깃대를 건드립니다.
 
숨이 턱끝까지 닿아 더 이상은 무리라고 생각했던 순간...
 
윤화영: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눈 앞이 환하게 밝아져옵니다.
 
머리가 핑 돌고, 무엇인가 빠져나가는 것 같은 감각이 선연합니다.
 
그리고, 그대로 눈앞이 흐려집니다.
 
......
 
......
 
등 바로 뒤에서 거대한 울부짖음이 들려왔던 것 같기도 합니다.
 
먹이를 놓친 포식자의 분노와 허탈함이 쏟아져 내립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제대로 감각조차 하기 전,
 
그대 앞의 세상은 다시 한 번 어둠 속으로 잠겨들고 말았습니다.
 
......
 
......
 
눈을 떴을 때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익숙한 침실의 천장입니다.
 
희미한 불빛이 방 안을 밝히고 있습니다.
 
방 밖에서는 속삭이는 궁인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더 이상은 달큰한 향도, 머리를 어지럽게 만드는 감각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외려 퍽 상쾌하고 개운한 기분이네요.
 
바깥에서는 가을비가 내리는지, 빗소리가 납니다.
 
마치 이 기묘한 일들의 끝을 알리는 것처럼요.
 
선화가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뜹니다.
 
그 파란 눈동자를 보는 것이 얼마만이던가요?
 
눈가엔 눈물이 맺혀있지만 그것이 환상을 잃은 슬픔 때문인지
 
생리적인 현상 때문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연선화:으… (눈을 비비며 눈을 뜬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곁에 누워있던 화영과 눈을 마주치고는 놀란 표정이 된다.) 전하?
 
윤화영:(분명 잠들었는데도 잔 것 같지가 않다. 무거운 눈꺼풀을 깜빡이며, 비몽사몽한 채로 선화의 이마를 때린다.)
자야겠다. 팔 좀 내놓거라.
 
연선화:으악! (반사적으로 이마를 감싸쥔다.) 아픕니다. 스승님도 이마는 안 때리시는데... (자연스럽게 거짓을 고하고는, 화영을 피해 옆으로 꾸물꾸물 움직인다.) 치, 침전에서 주무셔야지 왜 여기서 주무신단 말입니까?
 
윤화영:조잘거리는 걸 보니 아주 좋-은 꿈을 꾸었나보구나. (옆으로 굴러 선화를 깔아뭉개듯 붙어 눈을 감는다.) 네 탓에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러니 이번엔 내가 좋은 꿈을 꾸어야겠어.
 
연선화:고생을 하셨다고요? 왜요? (망부석처럼 굳은 채로 방 안을 힐끔 둘러본다. 이곳엔 자신과 화영, 둘 뿐이었다.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레 그의 몸 위로 팔을 두른다.) ...다음에 제가 쓰는 향을 한 번 피워드려야겠습니다.
 
윤화영:(말이 끝나기도 전에 선화와 자신의 몸 사이로 꾸물꾸물 팔을 빼내어 딱밤을 때린다.) 그 향은 전부 버렸다. 잠이 오니 이제 말을... 흐암. 그만 하거라.
 
연선화:예? 그 귀한 걸 전부 버렸다고요!? 아는 누님께서 선물로 준 것인데... (투덜거리다가 입을 다문다. 한참이나 화영을 바라보다가 반대쪽 팔도 화영의 몸 위로 올린다. 마치 그를 끌어안은 듯한 모양새로, 선화 역시 눈을 감는다. 현실이 꿈인지, 꿈이 현실인지 분간이 잘 되지 않았다.)
 
선화가 무언가를 말한 것 같기도 한데...
 
빗소리에 묻혀, 그리고 그대의 잠에 묻혀 잘 들리지 않습니다.
 
그대는 그대로 꿈 속으로 빠져들어갑니다.
 
요상한 몽마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온전한 그대만의 꿈속으로요.
 
 
:연선화 생환, 윤화영생환
이성 보상 +1D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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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화영:4
 

이성 +4^_^